바렌츠 해로 나가는 입구, 콜라 반도에 면한 북방연합의 소도시 세베로모르스크의 한여름 아침은 선선하고 평온하다. 북극으로 열린 창, 영웅 도시 무르만스크로부터 50킬로미터 위에 자리 잡은 이 항구는 가을을 지나 봄에 이르기까지 온통 스산하게 내려앉은 풍경으로 마치 전설 속 겨울 여제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하절기를 맞아 숲의 초록이 돌아오면, 사람들은 이 곳 또한 조물주가 인간에게 허락한 삶의 터전임을 되새기는 것이다. ‘오늘 날씨가 좋다고 기뻐하지 말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무르만스크 시민들의 지방 격언이 무색해지는 연중 유일한 시기가 바로 여름이다.


그러하되, 세이렌에 맞서는 북방연합 북극권 해역의 총책임자인 나, 콘스탄틴 알렉세예비치 크라스노프는 이 경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제만 해도 소규모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위탁 임무와 보급품 수령도 무탈하게 끝마쳐 안심했건만 오늘이 그 어제와 같지 못하니 말이다. 벽시계 시침과 분침이 더불어 아래를 향한 이 저녁,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손님을 접대하는 중이다. 함선들과의 일일 결산 대신.


“다시 묻겠습니다. 누구입니까? 동지? 우리 북방연합 해군, 당신이 이끄는 북극함대의 현 보급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내부자, 혹은 이 도시의 시민이?”


“거듭 캐물으시니 말씀드리자면 다름 아닌 납니다. 우리 함선들은 다정하고 마음이 넓지요. 격전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내면서도 밝고 씩씩한데다 아름답기까지 하니 지난날 대조국전쟁의 공로자인 이 나라의 어머니들을 빼닮았소. 이렇게 좋은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줄 수 없는 내 존재에 자괴감을 느끼게 되오. 눈치 빠른 녀석들은 그런 내 곁에 앉아 함께 시무룩해하지요. 답변이 되셨을지? 동무?”


칙칙한 진녹색 제복이 아깝도록 예쁘장한 내무인민위원회 소좌는 내게 들이민 하얀 얼굴을 거두고 한숨지었다.


“부탁이에요. 콘스탄틴 알렉세예비치. 저를 좀 도와주세요. 조사본부 군관들은 더 이상 예조프시나 때처럼 기세등등하지 못해요. 세이렌 출현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으니까요. 장령급 간부들에게 이 말 저 말 캐어물어 보고서를 써내려가는 고통만이 남았을 뿐이랍니다. 국가 결속, 국기 확립이라는 초창기 목표는 사라지고 조직의 존속만이 중요해졌지요. 착하고 어여쁜 함선들과 함께하는 당신은 아시나요? 저처럼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에 짓눌린 사무원의 마음을요.”


“알다마다요. 마리아 이바노브나. 이글 유니온에 복무할 당시 내가 그러했습니다. 멘탈 큐브의 최적격자로 선정되어 함선 소녀들을 지휘하면서 나는 어마어마한 행정 업무와 그보다 더 큰 비협조에 시달렸지요. 노력했지만 무시당했고, 이후 내 삶은 동무가 아는 대로요.”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함선 소녀들의 노력으로 귀향하여 현 위치에 계시면서, 동포에게 아주 작은 협조조차 않으시는군요. 상장 동지.”


“소좌 동무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오. 그저 무고한 수형자를 만들기 싫어서였지만, 내가 잘못했소. 사죄드립니다.”


고개를 조아리자 젊은 여군관이 미소 지으며 눈꼬리를 내렸다.

 

“푸념이었어요. 주제넘게 상장 동지의 자아비판을 듣고자 한 건 아닙니다. 멘탈 큐브 최적격자와 그가 이끄는 함대가 국방의 중추임은 함선 아닌 저라도 짐작하고 남아요. 그런 점에서 방금까지 드린 질문 또한 반쯤은 요식 행위에 가깝지요. 최전선의 병영에 으레 돌기 마련인 시답잖은 소문을 그저 걸고넘어질 뿐이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함선들은 언제나 인민의 지지로부터 힘을 얻는다는 점, 또한 사심 없이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동무께서 기억해 주신다면 영광이겠소.”


“물론 기억한 대로 기록할 거예요. 판단은 모스크바에서 하겠지만요. 어쨌든 북극함대의 전 병력이 동지를 존경하고 따른다는 건 잘 알겠어요.”


소좌는 일어섰다. 자리를 파하려는 모양이다. 나도 반갑게 따라 일어났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맺겠습니다. ‘북극함대 함선들의 사기와 훈련도 및 충성심은 흔들림 없으며, 최근 보고된 내부자 혹은 인근 거주민의 음해에 관하여는 사실 무근인 것으로 지휘관 직접 진술. 향후 감사 계속하겠음.’ 이 내용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지시게 됩니다. 이의 없으신가요? 크라스노프 동지?”


“이의 없습니다. 소치네바 동무.”

 

“다시 올 때는 좀 더 편안한 이야깃거리를 공유했으면 좋겠네요. 무르만스카야의 한여름에 어울리는 산뜻한 화제를요.”


“동감입니다. 기대하고 있겠소.”

 

피차 지킬 수 없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고, 경례를 나누고, 소좌는 집무실에서 나갔다.

 

기지개를 켜며 해방감을 만끽하려니 책장으로 위장된 별실 문이 끼익 소리 내며 열렸다. 수십 년 전 대숙청 당시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내무부대원들로부터 상급자를 지키던 병사들의 충의. 그것을 흉내 낸 함선들의 임무가 이제 막 끝난 참이다.

 

“우리 젊은 달링은 참 허약하구나. 그깟 감찰군관의 질문 몇 개가 뭐라고 이렇게 피곤해하니? 응?”

 

“늙은 너였으면 첫 문답에서부터 지쳐 고꾸라졌겠지. 꼬마 할머니.”

 

“야!”

 

발끈하여 내 종아리를 걷어차는 경순양함 파먀티 메르쿠리야 뒤로 기다란 인영이 드리웠다. 북극함대 함선들의 차석인 전함 소비에츠카야 러시아다. 늠름한 미모에 어울리는 대범함과 해역 최심부에서 빛나는 전투 능력으로 함선들의 귀감이 되지만, 비서함으로서 어리숙한 점은 나와 그녀 둘만의 비밀이다.

 

“잘 버텨 주었다. 이 또한 네놈의 성과에 따라붙는 유명세라고 여겨라. 실질적인 위협은 못 되지. 우리가 세이렌을 상대로 버티는 한 상부에서도 네놈을 크게 방해하진 않을 것이다.”

 

“고마워, 러시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 애매한 태도가 문제야. 게다가 당신, 너무 저자세였어. 아무리 저 여자가 크렘린 직속이라도 여긴 나라에서 으뜸가는 공훈 함대의 모항이고 당신은 그 정점이야. 언제 어느 때 누구에 대해서든 주도권을 잃지 말라는 내 가르침을 벌써 잊었어?”

 

또각또각 굽 소리도 높이 걸어 나오며 설교를 시작하는 마지막 한 명은 중순양함 탈린. 철혈 출신답게 다른 함선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 미인은 매사 도도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주변인들을 돌본다. 몇 년 전 북해에서 마주쳤을 때의 프린츠 오이겐과 무척 닮았다는 느낌이나, 구태여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이 쇠와 얼음으로 된 공주님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으니.

 

“규칙에 따라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 어떤 불청객에게든 우리의 공로와 자존심을 과시하는 것도 나를 이끄는 당신의 책무 중 하나야. 그조차 모르는 지휘관의 명령을 우직하게 따를 생각은 없어.”

 

“예, 예. 분부 삼가 받들겠나이다. 에스토니아의 대공 전하.”


“웃기지도 않은 너스레 떨려거든 입술에 침부터 발라.”


체념한 듯 고개 젓는 탈린을 보고 셋이서 웃는 사이, 창문 밖 검은색 라다 그란타 승용차가 영문을 빠져나갔다.


이로써 이 지긋지긋한 연례행사 - 민스크의 표현을 빌자면, 지치지 않는 호적수 감찰반과의 전투적 질의응답! - 도 일단락되었다. 일일 임무를 수행하고, 겉봉에 ‘지휘관 친전’이라고 쓰인 우편엽서들을 열어 보고, 바렌츠 해의 세이렌과 대치하는 생활로 돌아갈 때다. 이글 유니온에서는 그리 길게 허락받지 못했던 나와 함선 소녀들의 일상 속으로.

 

이제 키로프, 벨로루시아를 만나 논의를 끝내면 위탁 나갔다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할 시간이 된다. 저녁으로 나올 스트로가니나와 보르시치에 대해 재잘대는 파먀티에게 이끌려 집무실을 나서며, 나는 합중국 지휘관으로 보낸 마지막 날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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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급작스럽게 날씨가 변했다. 비바람 치는 하늘 아래 너울이 높이 일었다. 가히 황천 1급을 넘볼 크기였다. 이미 스카파 플로우보다 빌헬름스하펜이 더 가까울 지경인 북해 한가운데이지만, 이쯤 되면 아이들을 위해서도 돌아가야만 했다. 유럽 파견 6개월째, 늘 전과를 강요하는 황가 의회와 합중국 행정부로부터 날아올 비난은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회항을 명령하려는 순간, 내 지휘함의 호위를 맡은 충직한 함선으로부터 통신이 날아들었다.

 

“지휘관. 적 함대 발견. 식별 완료했다. Z23, Z46, 뉘른베르크,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티르피츠, 그라프 체펠린이다. 내 방패는 준비되어 있다. 지시 바란다.”


돌아가는 것조차 어려워졌지만 별 수 없는 일. 그나마 우리가 적측을 먼저 발견했으니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나는 지체 없이 지시를 내렸다.

 

“알겠다, 사우스다코타. 플레처, 라피, 니콜라스는 선회 기동. 사우스다코타, 엔터프라이즈, 매사추세츠는 감속. 거리를 유지해.”

 

“시작합니다, 지휘관! 니콜라스, 라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으으, 이래서 모항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잠 완전히 깼잖아…….”

 

“장갑 얇은 애들은 맡겨 줘. 어뢰로 어떻게든 될 테니까. 하지만 후열 아줌마들은 두툼한 몸집…… 좀 버거울지도…….”


“두툼해……? 저 사람들, 사우스다코타 언니나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우리도 두툼해?”

 

“사담은 삼가라. 실전이다. 다들 지휘관의 다음 지시를 기다려.”

 

철혈 함선들은 의장의 생김새만큼이나 공격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하였다. 따라서 다음 지시는 전투 개시 명령이 될 터였다. 마운트배튼 공이나 프레이저 원수, 호턴 경 같은 지난날의 황가 지휘관들이 되살아나 이 광경을 보았다면, 1943년 12월 26일의 실패를 그렇게나 만회하고 싶었을까 하고 그들 특유의 농지거리를 필시 한 마디씩은 던졌으리라. 교전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포격 및 뇌격 명령을 내리려던 그 때.

 

여태 본 적 없는 너울이 일었다. 주위 수 백 미터의 바다가 마치 해수면의 공기에 굶주린 해양 생물처럼 용솟음쳤다. 그때껏 이 일대를 지붕처럼 덮어 뇌우를 뿌리던 비구름과 연결이라도 되려는 양 솟아올랐다. 양측의 작전 행동을 몽땅 파투 내어 버린 그 난리가 멎고 나서, 마침내 한 형상이 철혈과 우리 유니온 사이에 나타났다.

 

미확인 세이렌 개체.

 

형광색 점이 드문드문 박힌 칠흑의 촉수들로 똬리를 틀고, 한 쪽 입 꼬리를 심술궂게 올린 채 나와 내 부하들, 그리고 반대편의 철혈 함선들을 한껏 너볏한 눈매로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다. 그 여유롭고도 위압적인 모습에 우리들은 물론 건너편 흑색 의장의 함선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제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급작스런 황천의 원인은 처음 보는 저 세이렌이었다. 가라앉히든 도망 보내든 하지 않으면 이 해역의 모든 인간과 함선은 전멸한다. 고위급 개체들의 특성 상 행동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을 들일 것이되, 길지는 않으리라.

 

“엔터프라이즈. 암호 풀고 철혈 기함에게 통신 넣어. 그 쪽 지휘관이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송신했다. 지휘관의 의도는 알겠지만, 철혈을 믿는가?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자마자 우리에게 포구를 돌릴 수 있어.”

 

“선택지가 없다. 저 잡것을 앞에 두고 인간 세력끼리 다투다가는 사이좋게 전멸하니까. 보아하니 저 개체만 쓰러뜨리면 비구름이 걷힐 것이고, 그리 되어야 엔터프라이즈 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그래도 여의치 못하면 내가 남을 테니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내빼. 멘탈 큐브 최적격자를 내버려두고 너희들을 잡으려 하지는 않겠지.”

 

“못 들은 걸로 하마. 철혈 측에서 대화를 수락하였다. 지휘관에게 달렸다.”

 

내 눈앞에 철혈 지휘함의 함교가 떠올랐다. 은별 세 개의 황금 고르디우스 매듭 견장을 양 어깨에 단 앳된 여성이 투쟁심 어린 눈으로 나를 건너다보았다.

 

“철혈 지휘관 코헨하우젠 상급대장입니다.”

 

“유니온 지휘관 크라스노프 선임대령입니다. 간단히 말하지요. 공동 전선 제의합니다. 저 미확인 개체 격퇴 후 상호 교전 없이 회항하는 조건으로.”

 

“귀 측의 전력은 우리에 비해 열세입니다, 준장. 세이렌의 힘을 받은 우리가 함 급에서마저 앞서는데, 귀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있나요?”

 

“그러면 여쭙겠습니다. 상급대장 각하께서는 저 세이렌이 어느 진영의 편을 들지, 혹은 어느 진영을 먼저 공격할지를 예지할 수 있으십니까?”

 

“예지 능력은 없으나 대응 능력은 있습니다. 우리는 준장의 함대와 세이렌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각하. 마지막으로 조언하지요. 황가와 합중국의 유대가 긴밀함은 북해에 나와 있는 저희의 존재를 통해 목격하셨을 줄 압니다. 두 진영을 일시에 자극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각하께서 결정하실 일이니,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통신은 내가 먼저 끊었다. 저 빌어먹을 국가주의자들이 부디 인류를 두 번 배신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함선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세이렌이 철혈을, 철혈이 세이렌을 공격한다면 우리 측은 거리를 유지하며 세이렌을 치고, 우리가 양측에 협공당할 경우 모양 빠지는 일이지만 전속 후퇴하여 벗어나는 것으로. 전과보다 중요한 것은 함선들의 목숨이기에.

 

“지휘관. 세이렌이 움직인다. 변침 확인…… 이쪽이다. 아무래도 최악을 상정해야겠군. 내게서 떨어지지 마라.”

 

“알겠다, 사우스다코타. 이탈한다. 엔터프라이즈, 매사추세츠. 미안하지만 후위를 맡아 다오.”

 

“물론이다. 잠깐, 지휘관! 철혈 후열 함대가……!”

 

철혈 거대 전함 두 명의 의장에서 불빛과 포연, 천둥 같은 폭음이 일었다. 그 결과물은 세이렌의 몸체에, 꿈틀대는 바다 생물의 촉수에 명중했다. 협차조차 필요 없었다. 미소녀를 닮은 괴수의 표정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우리에게 다가오던 걸음도 멈추었다.

 

공동 전선이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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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파면의 발단이 된 그 때 그 전투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해 줄 의향이 없는 게로군. 지휘관 동지."

 

빈 유리잔에 보드카를 부어 주는 강구트의 말투에서 섭섭함이 묻어났다.


“미안하다. 강구트.”

 

강구트가 가느단 양 팔을 뻗었다. 형태뿐인 검은 잠옷을 제치고 드러난 가슴골에 내 머리를 끌어당겨 묻고는 달래다시피 볼을 비볐다. 은은히 들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는 멘탈 큐브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로되 인간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혁명에는 역경이 따른다. 군적을 박탈당하고 귀향하여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동지의 삶 또한 혁명에 준하는 여정이었을 것이야. 늦었으나마 그 때의 아픔을 나누고 싶지만 동지가 내켜하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념함 동지와 총 기함 동지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동감이에요, 강구트. 하지만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답니다. 이렇게 우리 곁에 계시는 한 언젠가 지휘관님께서 모든 것을 털어놓으시리라고 저는 믿는걸요.”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기함으로서 지켜본즉 지휘관은 강한 분입니다. 대륙 남반부에서, 유니온에서 겪었던 모든 것에 대해 언젠가는 모두와 공유하실 터이니 기다리면 될 일입니다. 일치단결하여 세이렌과 싸우면서.”

 

그리고 그만 껴안고 있으세요. 기껏 따라 드린 보드카 잔에 먼지 앉겠습니다. 그렇게 책망하는 기함의 목소리에 기념함이 후후 소리 내어 웃었고, 강구트는 아쉬운 듯 나를 놓아 주었다.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각, 집무실 옆의 내 침실은 건배와 정담이 오가는 것이 숫제 손님맞이 사랑방과 같았다. 개인 정비와 취침에만 쓰기에는 지나치게 넓다 싶어 응접실용 탁자와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고 상담실로 쓸까 고민하던 중 차파예프에게 발각되어 버렸고, 원망스럽게도 차파예프는 곧바로 이를 모두에게 발설한 것이다. 의장 강화를 요청하든, 고민거리를 털어놓든, 함선들은 매일 밤 혼자서 혹은 두셋이 나를 만나러 왔고, 때로는 그 자리가 침대로 옮겨져 아침까지 계속될 때도 있었다.

 

“여기까지 마시고 자리를 옮겨요. 만취하셔서는 내일 업무에 지장이 생긴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저희를 돌보아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제 머리 모양과 의복을 바꾼 이래 처음 갖는 잠자리입니다. 지휘관. 그……실망하지 않으신다면 좋겠습니다만.”

 

오늘 모임의 나머지 두 참석자, 혁명 기념함 아브로라와 함대 총 기함 소비에츠키 소유즈가 침대로 가기를 청했다. 강구트만큼이나 가벼운 차림의 두 사람이 앞과 뒤로 꼭 붙어 끌고 미니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체신머리도 없이 나부터 정신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없는 머리를 잠시간 쥐어짠 끝에 넷이서 누워 나눌 마지막 이야깃거리를 떠올렸다.

 

“전임 지휘관들은 어땠어? 여태껏 한 번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네.”

 

“말씀드리자면 깁니다. 멘탈 큐브로부터 태어난 함선들을 함대의 주축으로 운용함이 확실시되자 우리 북극함대는 재편성되었고, 소장파 장교들 중 가장 적성이 뛰어나다는 이가 첫 지휘관으로 부임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현장 통솔에 적극적이지 않으셨어요. 해저 깊숙이 잠수할 수 있는 특수 지휘함도 갖추었건만 출진은커녕 위탁 함대의 관리조차 소홀히 하셨죠. 모항보다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무르는 시간이 몇 곱절이었고, 심지어는 기약 없이 모스크바에 체류하실 때도 많았답니다. 함선들의 복지나 모항 시설의 확충을 건의 드릴 시간조차 여의치 않았죠. 슬픈 건 지휘관님께서 오시기까지의 전임자들의 행태가 그 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즉, 뭉뚱그려 말하자면 이렇다. 놈들은 우리를 출세의 수단, 권력 다툼의 장기 말로 취급한 거야.”

 

“그런 군관들의 한계는 명백했습니다. 금색 바탕 계급장에 별을 얹기는 했어도 낫과 망치의 국장을 새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지요. 명예욕, 출세욕에 들려 우리를 통제하던 자들의 한계입니다. 지휘관은 그들과 다릅니다.”

 

그에 화답하듯 강구트가 다시 말했다.

 

“혁명의 강철 대오에서 이탈한 녀석들을 동지와 비교할 수는 없지. 북극해에서, 비밀 영역에서, 그리고 숱하게 맞닥뜨린 경면 해역에서 나는 확신했다. 오직 동지에게만 우리 목숨을 맡길 수 있으리라고. 상층부 놈들도 언젠가는 우리의 무훈을 온전히 인정하게 되겠지. 바로 그 때 별 모양으로 빛나는 황금 바탕 금강석 묶음이 동지에게 주어질 것이다. 위대한 북방연합 인민의 이름으로, 바로 이 자리에.”

 

말을 끝낸 강구트는 상아 세공품 같은 오른 검지를 들어 내 쇄골 한가운데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수관성장(帥官星章) 대장(大章). ‘원수의 별’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형의 계급장. 혁명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군 소속으로 이 장식을 목에 단 사람은 각각 함대의 건설자와 부흥자로 추앙받는 두 명을 포함하여 손에 꼽을 정도이다. 즉 소유즈와 강구트, 아브로라는 머지않은 미래에 내가 원수로 진급하리라고 축복하는 것이다. 별 세 개의 상장 계급조차 분에 넘친다고 여기는 내게.

 

나는 귀족 영애에게 하듯 강구트의 오른 손등에 입맞춤했다.

 

“감사한 말이야. 하지만 장령 계급은 정치적이지. 그리고 내가 유니온에서 겪은 정치란 흉포한 포식자와 같더군. 여기라고 다르지 않겠지. 최고평의회 상임위원회에서도 내게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얘기야. 난 늘 강등을 각오하고 있어. 파면이나 굴라그까지도.”

 

볼을 붉힌 강구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소유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쿠투조프 공작의 삶을 아시지 않습니까? 차르 알렉산드르 1세에게 비난받았어도 그 훌륭한 장군은 충성을 거두지 않았고, 결국 아이리스 제1제정의 군인 황제를 전략가로서 능가하여 원수장(元帥杖)을 거머쥐었습니다. 지휘관 또한 온갖 견제를 겪어내며 조국에 봉사하시니 그와 같습니다. 언젠가 열릴 원수 서임 식전을 상상해 보십시오. 붉은 광장의 연단에서 우리와 함께 3군 장병들을 사열하는 지휘관의 모습을 조국의 전 인민이 지켜보겠지요. 그리고…….”

 

“그리고?”

 

“……파면이나 굴라그 같은 말은 입에도 담지 말아 주십시오. 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지휘관께서 항시 굳건한 위치에 계시도록 제가 몸 바쳐 보필하겠습니다. 다른 함선들도 그리 할 것입니다. 지휘관 없는 북극함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고마워. 소유즈. 나도 너희들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휘관…….”

 

강아지 귀 마냥 옆으로 비어진 머리칼을 쓰다듬자 소유즈도 얼굴 가득 홍조를 띄었다.

 

“지휘관님.”

 

가만히 있던 아브로라가 다가와 내 입술을 빼앗았다. 옛 일을 떠올려 가라앉은 내 기분을 다독이려는 듯, 보드라운 혀로 입 안을 정성껏 어루만져 주었다. 넷이서 함께하기로 한 잠자리에 혼자만 욕심이 지나치다는 강구트의 불평, 그에 역성드는 소유즈의 헛기침 소리를 듣고서야 떨어져 준 그녀의 얼굴은 행복하게 빛났다.

 

“차디찬 바다에서 희망 없이 침잠해 가던 저희에게 지휘관님은 새벽을 선물하셨어요. 부디 믿어 주세요. 지휘관님께서 거쳐 오신 벽람항로의 세력 그 어디에도 저희만큼 지휘관님을 사랑하는 함선들은 없다는 사실을요. 황가, 빛의 교국, 그리고…….”

 

따뜻한 기운도 잠시, 아브로라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고 눈의 광채가 사라졌다.

 

“……감히 지휘관님을 모욕하고 괴롭힌 그 합중국에도.”

 

“그 진영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브로라.”

 

“사정? 저는 합중국 본토에서 모든 과정을 목격했어요. 소유즈. 그때 우리 움직임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지휘관님은 삶을 놓아 버리실 수 있었어요.”

 

“그대가 지휘관을 어떻게 여기시는지 압니다. 그대의 요청에 응하여 귀향 즉시 북극함대 재건에 착수하셨고, 버림받을 위기로부터 그대를 구해내 현역 겸 혁명 기념함의 자리에 올리셨지요. 건함국, 총사령부, 중공업관계장관회의에 최고평의회 상임위원회, 마지막에는 서기장실. 권한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제적 처분 취소를 탄원하셨습니다. 그 대답으로 내려온 10여 회의 특수 임무에 이르기까지, 지휘관께서는 이 모든 것을 수행해내셨지요. 채 회복되지 못한 건강으로요. 지휘관은 그대의 모든 것입니다. 아브로라.”

 

소유즈는 함선들의 대표답게 묵중한, 그러나 상냥한 말투로 대선배를 달랬다.

 

“그간 벽람항로의 지원, 적색증축의 기술, 잔불, 모든 방법을 동원했어도 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밀 영역에서 지휘관께서 몸을 던져 이끌어 주신 덕분에 우리는 ‘열쇠’를 손에 넣었지요. 그뿐인가요? 나는 물론 러시아, 벨로루시아, 그리고 북극함대의 모든 함선들로 하여금 역사의 굴레를 떨치고 진정한 의장의 능력을 발휘토록 하셨습니다. 지휘관은 따라서 나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그런 분께서 지난날의 학대와 모독에 지친 몸으로 격무에 시달리실 때마다 내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귀향 후 1년째가 되던 1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업무로 밤을 샌 다음날, 세베로모르스크 모항의 마지막 건선거와 양산함 생산 시설 완공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축사를 읊던 중 나는 정신을 잃었다. 소유즈와 강구트가 당황하는 함선들을 진정시키고 나를 침상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 때를 떠올렸는지 가만가만 내 팔목을 어루만지는 강구트의 손을 나는 꼭 쥐었다. 그리고 내 손을 다시 강구트의 남은 손이 덮었다. 소유즈가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글 유니온의 함선들을 동료로 여깁니다. 그 분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지휘관의 뜻에 따라서이기도 하나, 두 가지 확신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확신이란 무어냐? 기함 동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아브로라를 대신하여 강구트가 물었다.

 

“첫째, 그 여인들도 인간의 형상과 감정을 지닌 함선. 이렇게 헌신적인 지도자를 배척할 리 없다는 믿음이지요. 표면적인 이유와 별개로 거스르지 못할 외압이 지휘관과 그 분들 사이에 작용하였으리라고 봅니다. 지휘관 말씀대로 간부 군관은 정치와 뗄 수 없는 위치에 있고, 정치란 굶주린 육식수와 같으니까요. 게다가 영웅에게는 시샘하는 무리가 붙기 마련입니다. 마치 승냥이 떼처럼. 그리고 둘째는…….”

 

소유즈는 빙그레 미소 짓고 내 볼에, 인중에, 입술에 키스했다.

 

“여기, 우리가 사랑하는 지휘관의 존재 자체입니다. 지휘관께서 우리 곁에 계시는 한 저는 어떤 세력이라도 동료로 환영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내게 속삭였다.


“오직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두려움 없는 이 만사에 너그러우며 만인에게 친절하도다.’ 지휘관과 함께하는 한 우리 북방연합의 함선들도 그처럼 행동할 수 있어. 옳은 말이다.”

 

“역시 소유즈는 총 기함 자격이 있어요. 감복했습니다.”

 

강구트가 옛 경구를 읊으며 긍정하는 가운데 아브로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빛이 죽은 눈동자와 스산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그러면 이번엔 제가 여쭙지요. 당신 말씀대로 지휘관님의 파면이 합중국 소녀들의 진의가 아니었다면, 지휘관님의 역할이 세이렌과의 전쟁에 있어 독보적임을 그 나라 상층부에서 재평가한다면 반드시 되찾으려 할 터. 유니온 함대가 당도했을 때 당신은 동료 된 도리로 우리 지휘관님을 양보하실까요?”

 

“그러지 않기 위해 우선 무력 외의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세이렌과의 전투가 일상이 된 우리 실정을 들어 설득하거나, 바렌츠 해의 전황이 교착 상태임을 밝히거나, 북방연합의 영토에서 나는 희토류를 위탁 함대 편에 제공하는 등 무엇이든지요. 자존심을 내려놓고 우리 전력이 미약함을 읍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였는데도 지휘관을 탐한다면, 그 때는 원하지 않으나마 함대 총원의 의사에 따라…….”

 

소유즈의 얼굴이 굳었다. 우아하게 코르셋을 풀어 나가던 손과 팔이 멈추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을 세이렌과 동격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보는 눈이 아리도록 완벽하게 다듬어진 그녀의 몸에 결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을 이끄는 지도력, 외교 감각, 전투 기술, 전략가로서의 인내심. 북방연합의 이 아름다운 기함을 구성하는 모든 눈부신 재능이 하나의 감정에 물들었다. 자신의 지휘관을 빼앗으려는 그 누구와도 목숨을 걸어 맞서겠다는 각오.

 

고마우나 여기까지다. 그만 끊어야겠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나서야지. 너희들을 데리고.”

 

세 사람이 일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유니온 함선들이 내게 귀환 의사를 타진한다는 건 높으신 분들 보기에 대 세이렌 전선이 영 재미없어졌다는 방증이야. 체면이고 옛 과오고 신경 쓸 계제가 아니니 멘탈 큐브의 최고 적성자를 되찾아와 상황을 호전시키라는 명령을 받았겠지. 그런 그들을 거부하려면 두 가지를 직접 보여야 해. 첫째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내 의지, 둘째는 함대 전력. 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힐 만큼의.”

 

전열함과 후열함, 수상함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력과 방공력. 어떻게 분류하든 우리의 열세이다. 그러나 타개책은 달리 없다. 세이렌과 싸우는 지금 국가 군사력의 척도는 사람의 모습을 한 함선들의 수효와 그들 각자의 능력이기에.

 

돌아보니 세 사람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농담으로도 얼버무릴 수 없이 큰 전력 차. 나조차 아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음이다. 귀한 휴식을 망쳤다는 죄책감이 다가왔다.

 

“어쨌든 유니온은 풍요로운 동네야. 함선, 자원, 유능한 지휘 인력, 어느 모로 보나. 지금쯤 나 같은 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잊어버렸겠지. 이 춥고 먼 곳까지 나를 데리러 오다니, 일어나지 않을 일이야. 방금 귀환 운운한 건 못 들은 셈 치자. 아브로라.”


“지휘관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안심이 되네요. 또한 죄송스러워요. 아침을 맡는 자로서 잠시나마 어두운 모습을 보여 드렸으니까요.”

 

소유즈가 미소를 띄우며 다시 속옷 매듭을 끄르는 가운데 아브로라는 그렇게 사과하고 내게 다시 입맞춤했다. 입술을 뗀 후 보여 주는 얼굴에 도로 화색이 돌았다.

 

“지휘관님께 용서를 빌어야겠네요.”

 

그리고 마지막 걸치고 있던 얇은 셔츠마저 벗어던지며 승마 자세로 내게 올랐다. 예술품 같은 나신이 달빛을 받아 희끄무레 빛났다.

 

“자, 사죄를 받아 주세요.”

 

“이봐, 기념함 동지! 어찌하여 총의 아닌 독단으로 순번을 결정하는가? 과정이 자연스러웠던 건 훌륭하다만.”

 

“함령에서 나오는 노련함은 어떠한 전장에서도 진가를 발하니까요. 해역이든, 침실이든. 그러나 순번이 밀렸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구트. 아직 자정 전이며 지휘관은 건재하십니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우리 셋을 몇 번이고 품어 주실 겁니다.”

 

동의를 구하듯 부드럽게 소유즈가 키스하자 강구트와 아브로라가 뒤따라 내 귓불에 입맞춤했다.

 

“혁명 중에도 휴식은 필요한 법. 복잡한 화제는 내려놓고 즐기도록 하자. 지휘관 동지여.”

 

“보드카 한 병을 다 비우지는 못하셨지만 오늘 밤은 특별해요. 아브로라에게 무얼 하셔도 괜찮답니다. 지휘관님.”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을 벗어던진 세 명이 내게 다가들었다.

이제부터는 몸과 몸으로 마음을 나누며 아침까지 함께할 참이다. 내가 이 아름답고 용맹한 겨울 전사들의 소유물임을 되새기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과 존경을, 앞으로의 희망을 속삭이는 소녀들에 감싸여 나는 기원했다. 부디 내게 다시 찾아온 이 기회의 나날을 보람되게 채워 갈 수 있기를. 토론하고, 전략을 세우고, 해역을 누비며, 세이렌과의 싸움에만 우리의 힘과 지혜를 부을 수 있기를. 타 세력의 관섭은 일절 없이.


무엇보다도, 유니온의 함선들이 나를 잊고, 새 지휘관 아래 일치단결할 수 있기를.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