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라트가 목구멍을 태우며 넘어간다. 그녀가 좋아하는 술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표정은 마치 독배를 드는 것 같다.


 각오했던 일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후회와 죄책감은 조금씩. 그리고 맹렬하게 그녀의 정신을 죄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후회따위 하지 않는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잔을 입에 가져다 댄다. 


 그녀는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제하는 편에 속했다.  


 사람은 취했을 때 가장 솔직해진다. 적, 친구, 배신자, 그 누구든 술이 들어가는 순간 이성과 판단력이 흐려지고 쉬이 말을 하게 된다. 술은 그녀의 코트 속에 숨겨둔 단검과 같았고, 그것을 그녀는 아주 잘 써먹었다. 심지어 상대가 그녀의…


 그녀는 잔에 담긴 술을 단번에 입에 쏟아냈다. 독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느껴지는 쓰라림이 잡념을 지워냈다. 

거칠게 입가에 묻은 술을 닦아내고 다시 잔에 술을 따르려 했지만 어느새 아라라트는 바닥이 나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뿌리며 테이블 한쪽 구석에 둔 파이프를 물고 익숙한 손길로 불을 붙였다. 

파이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향이 코 끝을 훑고 지나간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펼쳐둔 편지 위로 다시 시선을 옮긴다. 

다시 연기 한 모금을 빨아올린다. 


 '코바, 어째서 내 죽음을 필요로 하지?'



 짧고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그녀는 그 안에 담긴 당혹감과 의구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잠시 외면하고 있었던 것을 떠오르게 했다.


 "콜랴가 죽었다."

고저없는 건조한 목소리가 어둠이 장막처럼 드리운 밤을 가로지른다.


 "...아니, 내가 콜랴를 죽였다. 내 손으로 내 친구를, 내 연인을 죽였다."

다시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후회처럼, 증오처럼, 사랑처럼 연기가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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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정하다가 잘못 삭제해서 그냥 고닉파고 다시 올림.


모티브는 아는 사람은 대충 다 알거라 생각함. 


원래 의도는 후회하지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그리고 싶었는데, 처음 쓰는 거라 그런지 필력이 조루임. 


평가/ 비평 부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