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의 꿈 」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기억의 홍수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제니는 긴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은 평상시에 꾸던 알렌과 함께 수련을 하고 마물의 숲에서 몰래 둘이 시간을 보내던 일상의 꿈과 다른 꿈이었다.




ㅡ " 신부 입장! "




가주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던 제니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알렌이 미소 지으며 자신을 기다려 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드레스를 쥐고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결혼식을 망칠 수 없는 노릇. 가주의 손을 잡고 한걸음 한걸음 버진로드를 걸어갔다.


꽤 걸었다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버진로드는 끝이 나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바라보며 기다려주던 알렌과 주례석에 서있던 성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전대국왕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깜짝 놀라 가주의 손을 놓칠뻔하자 가주는 손이 아플 정도로 꽉쥐었다. 손의 고통에 가주를 올려다 보니 가주 대신 자신을 이끌던 사람은 알렉스였다.


비명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입만 벙끗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알렉스가 웃으며 말했다.




ㅡ " 무슨 일이야? 그렇게 너무 놀라면 우리 아이한테 좋지 않아, 쉬이 진정해 "




그러면서 그는 나머지 한 손으로 웨딩드레스의 배 부분을 쓰다듬었다. 평소 고된 훈련과 임무로 탄력적인 몸매를 유지하던 그녀의 몸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아이라도 임신한듯 그녀의 배는 크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ㅡ " 아..으.아아...으.... "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그녀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물끄럼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ㅡ ' 아... 아이라니.. 아닐거야... 아... 알렌은? 알렌 어딨어..? '




어미가 다른 남자를 생각한 것이 불만인듯 뱃속에서 태동이 크게 느껴졌고, 옆에서 알렉스가 달래듯이 속삭였다.




ㅡ " 그래그래, 내가 아빠야. 너가 엄마랑 아빠의 아이야. "




제니는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 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니의 머리 위로 전대국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 " 이것으로 신랑 알렉스 경과 신부 제니 경의 결혼식을 마치겠네, 두사람 다 축하하마, 행복하게 살게나 "


ㅡ " 축하해!! "

ㅡ " 잘어울린다! "

ㅡ " 행복해라!! "




등 뒤에서 옛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 ' 아니야.. 아니야! '



ㅡ " 두 사람다 행복해라 "




저 멀리서 제일 듣고 싶지 않았던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가 웃으며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밤하늘과 같이 짙은 흑발의 여성이 「그」와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 이스 공작가 손님방 : 제니 」



" 꺄아아악 ! "


" 정신이! 정신이 드는게냐!! "


" 아.. 아버지.. "


" 거기 누구 없느냐! 당장 누가 가서 의원을 !! "




꿈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아버지 였다. 많이 허둥대고 있는 아버지.. 저런 모습은 드문데..


제니는 그의 아버지에게 손을 뻗었고, 그녀의 손을 궁수가주는 꼬옥 움켜쥐었다.


괜찮으냐 걱정어린 말투로 자신을 달래는 아버지를 보니 제니는 마음이 평온해 짐을 느꼈다. 



' 아, 다 꿈이었구나.. '



마음의 평안을 얻으며 다시 누우려고 한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 아, 아버지 알렌은요..? "


" 그녀석이랑 혼담을 나누러 왔다가 이꼴이 된건데 눈 뜨자마자 그녀석을 찾는거냐? "




궁수 가주는 이 재수 없는 가문에 더이상 있기도 싫었고, 제니가 몸을 가눌 정도로 회복만 된다면 당장에라도 같이 돌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딸이라고 하나 있는 녀석이 눈뜨자마자 한다는 소리가「알렌」타령이라니...




" 네녀석, 조금만 더 회복만 되면 당장 가문으로 돌아갈줄 알거라 "




방금까지 애틋했었던 궁수가주의 목소리는 분노로 서렸다.


아버지의 위압감에 이제 막 꿈에서 깬 제니가 할 수 있는 대답은 [ 알겠습니다. ] 하나 뿐이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성녀 솔과 의원이 방문하였다. 의원은 먹지고 못하고 잠만 자고 있었기 때문에 기력이 조금 쇠한것 말고는 문제 없다 하였다.


솔은 혹시 모르니 자신도 정밀진단을 해준다 하였다. 자신과 제니를 제외하고 모든 인원을 밖으로 내보낸 후 솔은 제니에게 말을 걸었다.




" 몸안에 사특한 기운은 남아있지 않네요 "


" 그래... 다행이네, 신경써줘서 고마워.. "


" 바로 가문으로 돌아가십니까? "


" 그래야겠지.. 아버지께서 화가 많이 나셨어.. 헤헤 "


" 제가 궁수가주님께 말씀드릴테니 이곳에 좀 더 머무르십시오 "


" 나도 그러고 싶은데.... "




제니 또한 알렌과 제대로 된 대화도 못 나누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에게 자신이 과거에 취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 감히 그의 곁을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제니가 떠나면 솔은 더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제니를 돌봐준다는 명목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회복한 이상 머물 이유가 사라진다.


솔은 잠시 알렉스를 불구로 만들어 버리고 그를 돌봐준다고 얘기할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비록 허울뿐인 부마라도 그는 곧 황족이 될 사람. 그를 불구로 만들어버리기엔 감수해야할 위험이 꽤나 컸다. 알렉스가 고발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혀를 지지거나 정신을 나가게 해야하는데 그런 쪽으로는 성녀로써 아직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솔 스스로는 왜 이곳에 남고 싶은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알렌이 보고 싶고 그를 만지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이곳에서 떠나고 나면 그의 곁을「흑발 계집애」혼자 독차지 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제니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 제가 경의 몸에 알수 없는 기운이 남아 있어서 거동하기엔 위험하다고 가주께 말해 주겠습니다. "


" 아니.. 왜 이렇게까지... "


" 알렌경과 만나기 싫으십니까? 이대로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을수도 있으실텐데요 ? "




갑자기 공작가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솔의 모습이 의아하긴 했지만 자신도 이곳에 남아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솔의 의견에 찬성하였다.


비록 궁수가주가 다시 제니의 방에 들어와 난리를 치긴하였으나, 성녀의 얘기에 토를 달지 못하고 먼저 돌아가게 되었다.





그 시각 공작부인의 방에는 알렉스와 공작부인 뿐만 아니라 엘리스도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공작부인을 몰래 만나 「물건」만 전해주려던 알렉스의 허술한 계획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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셤기간이라 안그래도 뒤죽박죽 필력이 지멋대로네요..


좀만 방심하면 얘기가 산으로 갈 삘 ;;;,;



용사물은 셤기간 동안 꾸준하지만 천천히 나올거에요

(연참은 진짜 여유있을때나 가능하단 소리) 


용서해주세요...




시작하고 쓰면서는 32편 내외로 생각했는데... 이거 매료용사 급으로 길게 늘어날 삘..



앞으로의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면 


알렉스의 고난기는 계속 되다가 「흑전화」를 이용하여 함정에 빠뜨리려 합니다.


그러나 사태가 이상하게 진행되어 알렌과 알렉스 둘 다 황궁에 끌려갑니다.


곧 이스공작가의 이야기는 끝나고 황궁에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용사물 하면 빠질 수 없는 전쟁파트? 혹은 멸망파트? 로 이어지고 이야기는 끝납니다.


장편으로 진행되기에 점점 루즈해 지실까봐 알려드리는 스토리 라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