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지휘관, 저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내게 지워진 오해를 그녀 역시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 몸은 이미 고문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내 상처를 소독하고 깨끗한 붕대를 감아주는 그녀의 손길은 역설적으로 따듯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예측한듯 내게 말했다.


-저는 의사. 아무리 당신같은 범죄자라도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녀는 이 모항의 유일한 의사다. 진영에 상관없이 많은 소녀들이 믿고 따르는 자이다. 물론 의사로써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착하고, 상냥하고, 이타적인 모습. 마치 성녀같은 푸근한 인상을 주는 그녀의 모습은 늘 긴장하고 있어야하는 나도 안심시켜주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그녀의 모습은 없다. 차가운 목소리, 경계하는 눈초리, 억지로 하는듯한 손놀림. 


갑자기 목구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더니 눈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올랐다.


-왜 우시는거죠? 혹시 후회의 눈물인건가요?-


-…-


나는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지휘관에서 한낱 아동 성 범죄자가 된 나. 너무나도 억울했다.


-후회하셔도 이미 늦으셨어요. 당신은 더 이상 저희의 상관이 이니에요. 치료가 끝나는대로 당신은 추방될테니 완전히 남남인거죠.-


-죽을 때 까지 후회하시고 반성하세요. 사회에 돌아가셔서도 그딴짓은 상상도 하시지 마시고요. 자, 완성.-


그 사이 치료가 완료된 모양이었다. 더 이상 상처 부위가 따갑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고 주섬주섬 치료기구를 정리했다.


아마 내가 만날 마지막 함선소녀겠지. 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기기로 결정했다.


내 억울함, 구축함 아이들을 강간했다는 것이 오해라고 말하는 것도 더 이상은 질렸다. 악을 써가며 오해라고 주장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지. 그래서 난 넌지시 힌트를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봐..-


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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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이 짹짹 거리는 소리가 지휘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


“일어나셨..나요..?”


정신을 차린 지휘관의 옆에는 한 수녀 복장을 한 소녀가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베스탈..”


-USS 베스탈-


소녀의 이름은 베스탈. 유니온의 공작함이자 만신창이였던 지휘관을 치료한 의사였다.


이번에도 쓰러진 지휘관을 간병했던 것은 그녀인 모양이었다.


“지휘관님이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얼마나 걱정했는데..”


베스탈의 목소리에는 다분히 지휘관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감정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지휘관에게는 그런 감정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지휘관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맙다만.. 나는 널 믿지 않는다.”


“네..?”


“베스탈, 나는 널 믿지 않는다.”


지휘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


베스탈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다음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똑똑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대화는 이미 몇 달 전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흐윽..”


별안간 베스탈의 눈에서 뜨거운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베스탈은 갑자기 흘러나오는 눈물에 당황해했다.


“왜 우는거지? 혹시 후회하고 있는건가?”


“흐윽.. 흐윽.. 네.. 너무 후회스러워요.. 저.. 저라도 지휘관님을 믿어드려야 했는데.. 흐윽.. 흐윽..”


베스탈은 솔직하게 감정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지휘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아무 말없이 베스탈 스스로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베스탈은 진정이 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럼 죽을 때까지 후회해라.”


“네..?”


“네가 말했잖나. 우린 이제 남남이라고. 남에게 신경쓰지 마라. 나도 너희에게 신경 안 쓴다.”


지휘관은 베스탈이 울든 말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이제 지휘관에게 베스탈은 그저 유니온의 수많은 함선 소녀 중 한 명이자 자신을 끝까지 믿지 않은 소녀들 중 한 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흐윽.. 흐윽.. 잘.. 못했어요.. 제가.. 지휘관 님을.. 못.. 믿고.. 흐윽.. 흐윽.. 으아아아앙!!”


결국 베스탈은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차라리 길길이 날뛰며 화를 냈다면 모를까, 담담하게 자신이 한 말로 정확히 되돌려주는 지휘관의 모습에 어마어마한 공포와 죄책감을 느껴버린 것이었다.


지휘관은 그런 베스탈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괴롭다.. 겨우 이런 푸념이나 듣자고 돌아온게 아닌데.. 조만간 모두 끝맺음을 맺어야겠어..’


지휘관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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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3편 정도면 완결날듯


참고로 누군가한테는 해피엔딩이고 누구한테는 매운 맛일듯


+사진 추가를 안했음. ㅈㅅ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