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을 통해 알았습니다. 지우 씨는 트레이너로서 아직 멀었어요.”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내일 사원에 같이 수행하러 갑시다. 포켓몬을 다루는 능력이 높아질 겁니다.”


“아, 알았어..."


라이벌로서 지우의 미숙한 실력을 높이고자 한 채두. 같이 수행가기로 약속을 잡아놓고 그날은 헤어졌다.


…하지만, 그 다음날 지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채두는 지우의 집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페달을 밟았다.


“실례합니다!”


서둘러 계단을 뛰어올라가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는 아직도 꿀잠을 자고 있던 지우가 있었다.


“지, 지우 씨…”


지우가 늦잠 때문에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에 질려버린 채두는 서둘러 깨우려고 했다.


“일어나세요 지우 씨, 오늘 수행가기로 했잖아요.”


“으음~ 5분만 더…”


“일어나지 않으신다면… 할 수 없습니다. 지우 씨한테 살짝 냄새나는 방식을 쓰겠습니다.”


지우가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채두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지우의 얼굴에 앉은 뒤 엉덩이의 위치를 조정해서 항문을 지우의 코에 조준했다.


“으읍?”


지우는 갑자기 얼굴에 무게감이 느껴지고 뭔가 구릿한 냄새가 나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오늘은 아직 한 번도 뀌지 않았으니까… 특별히 짙은 게 나올 것 같아요… 자, 눈을 띄워주는 일격입니다!”


뿌욱! 부르르르륵!!!


채두의 엉덩이에서 지우의 얼굴이 살짝 떨릴 정도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격투타입 관장인 채두는 평소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머지않아 썩은 계란 수십 개를 풀어놓은 듯한 지독한 냄새가 흘러들어 지우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으우웁?! 크아아아악!”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지우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서야 일어나셨나요? 오늘 수행가는 날인 건 아십니까?”


“그, 그랬지… 그것보다 아침부터 갑자기 방귀냄새가… 우욱…”


“사과도 안 하시나요? 아무래도 한 방 더 먹여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채두는 엉덩이를 더욱 밀어붙였다.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읍읍!”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뱃속에 또 가스가… 흐읍!”


부욱, 뿌아아앙!


“끄아악!”


이미 빈사 상태인 지우에게 다시 한번 방귀가 무자비하게 뿜어졌다. 지우는 마음을 굳건히 먹고 어떻게든 버텨냈다.


“후우… 아, 지우 씨. 오늘은 트레이너의 마음을 수련할 테니 포켓몬은 놓고 가세요.”


“쿨럭, 으응…"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온 지우는 기다리고 있던 채두의 자전거 뒷자리에 올라 출발했다.



두 사람이 지우의 집을 떠나 얼마쯤 지났을 무렵, 지우의 귀에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꾸르르르륵…


“으으… 또 배가…” 


뱃속에 가스가 차오른 채두가 슬쩍 뒷자리를 돌아보았다. 지우가 불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우 씨, 실은 지금 가스가 차서…”


“에엣, 그럼 한번 멈춰서 뀌는 게-”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지우 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 이대로…”


지우는 재차 자신의 앞에 있는 엉덩이를 보았다.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던 엉덩이였지만, 채두의 괴로운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 반드시 방귀를 뀌어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오, 오케이! 그럼 조금만…”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쭉 참은 만큼 뿜어버릴 테니 각오하시죠♪”


“응? 그런 법이 어디- 읍읍!“


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채두가 엉덩이를 내미는 바람에 지우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흐으읏!”


뿌어어어어어억!! 부아아아아악!! 뿌뤄뤄뤄뤄뤄럭!!!


삼연발의 습한 방귀가 힘차게 뿜어져나와 지우의 얼굴을 끈적하게 뒤덮었다. 방금 전과는 달리 탁 트인 바깥이었음에도,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텁텁한 썩은 계란냄새가 지우의 안면을 스쳐지나가, 마치 소독차가 약을 뿌리듯이 뒤쪽으로 길고 자욱한 가스 구름을 형성했다.


“후우, 시원하군요. 이대로 한번에 가겠습니다!”


“끄으으으윽…”


채두는 속이 한결 시원해진 기분이 좋아져 스피드를 최대로 올렸지만, 연발로 뿜어진 방귀가스를 모조리 흡입한 지우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도착했어요. 이 위입니다.”


도착한 곳은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지우를 쫄게 할 정도로 높이 솟은 절벽이었다.


“에엣? 이 위를 어떻게…” 


“그냥 올라가면 됩니다. 자 갑시다.”


“가, 같이 가!”


채두가 개의치 않고 등반을 시작하자, 지우는 황급히 채두를 따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크읏… 흡…”


채두의 뒤쪽으로만 따라온 덕분에 지우는 무사히 절반 정도까지 왔다. 채두가 안전한 루트를 확보해 주는 덕이었다. 


그때 지우의 머리 위에서 또다시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은 당연히...


꾸륵, 부그르르륵…


“저기, 괜찮은 거지?”


“뭐, 높은 곳이야 익숙해서 괜찮아요.” 


“그게 아니라 속이 안 좋은 거 같아서…”


“아아, 그쪽이었습니까. 가스가 좀 차긴 했는데 충격만 안 받으면…”


‘콰직’


‘…!?’


바로 그때 채두가 잡고 있던 부분이 무너져내렸다. 채두는 균형을 잃고 추락하나 싶었지만,


‘철푸덕!’


“으읍!”


바로 아래에 있던 지우의 얼굴을 깔아뭉개면서 간신히 추락은 면했다. 눈 깜짝할 새에 날벼락, 아니 엉덩이 벼락을 맞은 지우는 순간 당황해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으읍… 수, 숨이…”


“죄, 죄송합니다! 지금 비켜드릴 테니까 움직이지 마세요… 아앗…”


뿌우욱!!


“…!!!???”


지우가 숨쉬려고 버둥거리는 바람에 채두의 엉덩이에서 방귀가 새어나와 그 아래 깔려있던 지우의 얼굴로 스며들었다. 단 한 방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내보냈기 때문인지 채두의 속 깊숙이 있던 방귀가 나오며 지금까지의 것에 뒤지지 않는 악취가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아앗, 시, 실례했습니다…/// 어라? 지우 씨?”


“……”


“지우 씨!? 정신 차리십시오! 이러다가 추락해요!”


계속해서 채두의 방귀냄새를 맡은 결과 한계에 도달해 순간 정신을 잃고 만 것이었다. 정신이 나간 지우의 손은 당장이라도 절벽을 놓칠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지우 씨 미안해요…// 지독한 거 한방 갑니다! 흐읏…!!”


뿌르르르르르르륵!! 푸쉬시시시시…


“우욱… 응? 으아아아아!!!” 


방귀의 충격으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지우의 의식이 돌아왔다. 떨어지기 직전 방귀의 잔향이 남아있던 채두의 엉덩이를 힘껏 움켜쥐어 간신히 살아남았다.


“아앗, 그렇게 잡아버리면…/// 아무튼 지우 씨, 제가 없었으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큭, 아직도 냄새가… 뭐라고?” 



따지고 보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냐는 말을 수십 번씩 속으로 삼키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정상에 도착했다.


“자, 도착했어요!”


“하아… 공기와 땅의 소중함을 알겠어…”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평한 땅을 보고 지우가 혀를 내두르던 그때, 사원 쪽에서 스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수행오겠다고 했던-“


“시끄럽다!!! 지금 몇 시인 것 같나?!”


“……!?”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보다 훨씬 늦어 있었던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여간 요즘 어린 것들은 정신이 해이해져서 못 쓰겠단 말이야. 벌로 사원 청소를 해라!” 


“네, 네엡-!”


도착하자마자 스님에게 날벼락을 맞은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걸레를 들고 복도로 향했다.



“지우 씨 때문이잖아요! 왜 저까지 말려들게 합니까?”


“미, 미안…” 


“하아, 이런 곳까지 와서 청소나 해야 한다니… 아! 지우 씨, 내기 하나 어떻습니까?”


“내기?”


“이 사원 복도를 세 바퀴 먼저 도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물론 지면 벌칙인 거 아시죠?” 


“뭐, 청소도 금방 끝내고 나쁘진 않겠네.”


“두말하기 없는 겁니다? 자리 잡고 준비… 시작!”


“우오오오오오옷!” 



맹렬한 스피드로 겨루는 지우와 채두,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채 한 바퀴를 돌았다.


“너 생각보다 꽤 빠른데?” 


“그쪽도요! 그래도 제가 이길- 으윽!”


“응?” 


채두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속력을 줄였다. 지우는 순간 쟤가 왜 저러지 하고 살짝 불길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아니, 찬스다! 지금까지 채두한테 늘 지기만 했으니 오늘이야말로 이기겠어!”


라며 계속 달렸다. 그러나 그때 채두는,


꾸르르르르륵…


‘나, 나란 사람도 참, 하필 이런 때에 방귀가 나오려고…’


채두의 뱃속에서 그동안 쌓인 가스가 밖으로 나오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이대로는 지고 말 거야! 일단 뱃속에 찬 가스를 내보내야겠어…’


채두는 엉덩이를 쭉 내밀고 고양이 자세를 취하며 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독가스를 내보내려는 듯, 항문은 계속 움찔거리며 일촉즉발의 상태였다.


‘오옷! 채두 발견! 이대로 한 바퀴 더!’


그새 한 바퀴를 완주하고 온 지우는 채두를 발견하고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거리를 좁혔다. 눈앞에 강력한 독가스 폭탄이 막 폭발하려는 것도 모른 채.


‘더, 더 이상은 못 참아...’


채두의 가스가 한계치까지 모였다. 채두는 평소 방귀를 뀔 때 지우가 죽지 않을 정도로 위력을 조절했으나, 지우가 없다고 생각한 지금은 속 깊숙히 있던 독가스까지 모아 최대한 농축시켜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최대 위력의 가스를 장전한 엉덩이는 당장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바로 뒤까지 다가온 최악의 타이밍에...


‘나, 나와아앗! 흐으으읏!!!’


뿌화아아아아아악!!! 뿌부부우우우우욱!! 뿌뤄뤄뤄뤄어어어어어억!!!!!


“읏? 이건… 끄아아아악!!! 수… 숨이…!’


폭발하고 말았다. 채두한테는 그저 일상적인 수준이지만, 밀폐된 공간이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정도까지 농축된 방귀가 힘차게 뿜어져, 지우의 안면을 강타하고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후우우우우… 역시 최대 위력은 부끄러워…///” 


“우… 욱… 채두… 너무해…”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생성되는 특유의 구릿한 악취가 복도 한가운데 퍼져나가며 지우의 코를 찔렀다. 살면서 겪었던 것 중 가장 강력한 방귀를 정통으로 맞은 지우는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져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채두는,


“아, 레이스 중이었지. 단숨에 가속해서 지우 씨를 따라잡겠어!”


그대로 엉덩이를 내밀고 출발 자세를 잡았다. 바닥에 엎어진 지우의 코앞에 아직까지 가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항문이 놓였다.


“채두야… 나 여기에 있-“


“준비, 출발!”


뿌웅- 뿌뤄뤄뤄러러럭!!!


“끄… 으윽….”


채두는 남아있던 방귀 한 방을 추진력 삼아 뛰어나갔다. 아까의 것보다는 적은 양이었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은 지우에게 막타를 날리기에는 충분한 위력. 지우는 그대로 거품을 물고 뻗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채두는 여유롭게 두 바퀴를 마저 돌았다.


“이겼다! 레이스 끝! 후우, 그러고 보니 중간에 지우 씨를 봤던 것도 같은데, 중간에 멈춰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어쩐지 신경이 쓰인 채두가 돌아와 보니 게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우가 보였다. 죽은 듯이 드러누운 지우의 몸에서는 아직도 채두의 뱃속에서 만들어진 썩은내의 잔향이 남아, 그 악취를 만들어낸 장본인의 코까지 자극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지우 씨!? 우욱, 어디서 정화조라도 터졌나…”


“으윽... 채, 채두야... 방귀 좀 그만...”


간신히 실눈을 뜬 지우가 남긴 말은 그것이었다. 잠시 갸우뚱하다가, 이내 그 의미를 알아챈 채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발갛게 상기되었다. 진심으로 뀐 최대 위력의 방귀를 다른 사람이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바, 방귀…? 아앗…////// 지우 씨… 지금 숙녀의 프라이버시를 몰래 지켜봤단 겁니까…?”


“엥? 지금까지 뿡뿡 뀌어댔으면서-“


“시끄럽습니다! 숙녀의 마음도 모르는 이 포남충, 처벌을 내리겠어요!”


“에엣? 설마…”


채두가 뒤로 돌아서서 지우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두 바퀴나 돌고 난 후였음에도, 채두 특유의 텁텁하고 숨막히는 방귀냄새가 도복에 배어있었다.


“벌칙도 겸하는 겁니다! 흐읏…///”


푸쉬시시시시시시시시……


“채, 채두야, 이러지 말자- 으읏? 끄아아아악!!! 끄으윽…”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희미한 소리와 함께 미지근한 열풍이 엉덩이에서 새어나오며 지우의 몸 전체를 끈끈하게 뒤덮었다. 소리없는 방귀가 더욱 지독하다,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아까의 삼연발보다도 더욱 숨막히는 계란 방귀냄새가 지우의 코로 매캐하게 스며들며 남아있던 의식을 저세상으로 날려버렸다.


“윽, 역시 소리없는 방귀는 너무 심했나... 지우 씨만 아니었어도... 바보///”


자신의 냄새에 경악한 채두는 한 손으로 코를 움켜쥐고, 남은 손으로 엉덩이의 잔향을 지우 쪽으로 휘저으며 자리를 피했다.








“으… 윽… 채두는 어딨지…?”


한참 지나서 복도에 자욱한 냄새가 빠질 무렵에야 지우는 눈을 뜨고 채두를 찾아나섰다. 사원 입구로 향하자 근처에서 채두가 군고구마를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지우 씨, 스님께서 청소 잘했다고 군고구마를 주셨는데, 엄청나게 맛있어요! 삶은 계란도 있습니다!”


“그, 그래…? 너 많이 먹어…”


그 끔찍한 방귀냄새를 떠올리자니 뭔가 입에 넣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마음도 모르는지 채두는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잔뜩 우겨넣고 있었다.


“그럼 저도 이걸 마지막으로…”


“오, 두 녀석 다 있었나.”


채두가 고구마를 다 먹기 무섭게 안쪽에서 스님이 나타났다. 채두는 재빨리 마지막 고구마를 입에 우겨넣었다.



“그럼 지금부터 명상을 시작하겠다. 강한 정신은 트레이너를 강하게 만든다. 포켓몬과 마음이 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해야 한다.” 


“후우우우우…” 


지우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는 포켓몬 마스터가 될 거야, 그러니 나는 트레이너로서 강해져야 해…’


그렇게 다짐하고 정신을 집중하는 지우. 하지만 그 옆에서는...


“하아… 하아… 크윽…!”


명상 중인 채두가 어째서인지 호흡을 거칠게 하고 있었다. 그런 채두의 뒤쪽에 스님이 매를 가지고 섰다.


“흣… 으읏…”


스님은 어수선해진 채두의 머리통을


“(꾸짖을) 갈!!”


이라고 소리치며 강하게 내리쳤다. 


“아흑! 아파요오옷…”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스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돌아갔다.


‘채두는 또 무슨 일이지… 아니, 마음이 흐트러지면 안 돼! 집중하는 거야!’


그렇게 지우가 명상에 집중했지만, 채두는 결국 한계에 직면했다.


‘더 이상은… 못 참아…’


채두는 천천히 한쪽 엉덩이를 지우 쪽으로 슬쩍 들고는, 아랫배에 살짝 힘을 주었다.


‘지우 씨 미안해요…// 흐읏…!’


푸쉭… 푸슈슛… 푸쉬이이이이이……


채두의 가장 위험한 무기, 비장의 소리없는 방귀가 속 깊은 곳으로부터 항문을 통해 조용히 새어나와 팬티, 도복 바지를 거치며 엉덩이 전체를 데우고는 마침내 바깥 공기를 오염시키며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여러 번에 걸쳐 살포된 가스는 채두의 엉덩이 근처에서 하나의 끈적하고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되어 희생양을 향해 서서히 퍼져나갔다. 물론 그 희생양이란- 


‘어라? 채두 씨가 갑자기 조용해졌- 우욱!?’


숨을 크게 들이쉴 차례가 된 지우는 무심코 주변 공기와 함께 ‘채두 특제 침묵의 독가스’를 들이마시고는 정신 집중을 깨뜨리고 말았다. 참고 또 참던 끝에 새어나와서 그런지 유별나게 지독한 썩은내를 자랑하는 소리없는 방귀. 그 물큰하고 텁텁한 부패성 악취가 앉아있는 지우의 몸 전체를 감싸며 호흡을 곤란하게 했다.


“쿨럭쿨럭! 우욱…”


지우는 갑작스럽게 코를 가격하는 그 악취에 그만 기침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런 지우의 곁으로 스님이 다가왔고,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 (꾸짖을) 갈!!”


역시나, 번개같은 불호령이 떨어졌다.


“아얏! 죄송합니다- 우욱?!”


매로 머리통을 얻어맞은 충격이 컸는지 무심코 숨을 들이킨 지우는 스님의 매보다 훨씬 무서운 채두표 독가스를 잔뜩 마시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스럽게도 순간 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은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지우 씨, 나 때문에…// 하지만… 흐읏!’


뿌스읏, 뿌슈우우우우우우우웃-


아까 먹었던 군고구마 탓일까, 채두의 뱃속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지독한 방귀가 또다시 침묵 속에서 항문을 통과해 주변 공기와 섞여들었다. 지우 쪽으로 천천히 흘러나가던 가스는 ‘지우’라는 장애물에 부딪히자 지우를 가볍게 감싸며 더 밀려나가지 않고 주변을 맴돌았다. 원래 채두의 방귀가 잘 흩어지지 않고 한 자리에서 끈적하게 머무는 성질이 있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가스가 추가되며 지우 주변의 가스 농도는 치명적인 수준까지 올라갔다.


‘크흐읍… 지독해…’


가만히 앉아 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가스 폭탄에 둘러싸인 지우는 숨을 쉬면 쉴수록 생명력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앞 풍경이 일그러지는 듯한, 마치 화산가스와도 같이 텁텁하고 숨막히게 하는 유황 계열의 방귀냄새가 집중을 계속해서 방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정신이 흐트러지면 또다시 스님에게 머리를 맞을 것이었고, 그 고통으로 인해 숨을 크게 쉬었다가는 주변의 가스로 인해 후속타를 얻어맞게 될 판이었다. 결국 이 독가스 지옥에서 명상을 끝까지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지우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우의 옆에서는 계속해서,


푸후우우욱, 뿌샤아아아아아아앗...


이런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쉴새없이 추가되고 있던 것이었다.



“그만해도 좋다.” 


“푸하앗! 허억- 허억-“


소리없는 방귀의 공포로부터 해방된 지우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신선한 공기를 듬뿍 들이마셨다. 공기가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 지우는 채두의 지독하고 숨막히는 방귀냄새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럼 지금부터 트레이너의 마음가짐에 대해 강연하겠다. 잘 듣도록.”



“그리고, 이건 이래서…”


지루한 강연이 30분째 이어졌다. 지우는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긴데… 다리도 저려오고… 채두는 괜찮은가?’


‘쌔액… 쌔액…’


지우가 돌아보니 채두는 이미 눈꺼풀을 덮은 채였다. 지우는 채두를 향해 소곤소곤 말을 걸었다.


“채, 채두야… 스님께서 화내실걸…”


“음… 흐음…”


채두는 눈을 뜨긴 했지만, 잠결에 이곳을 자신의 집이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지우 쪽으로 엉덩이를 들고는-


“으음… 배 아파… 흐읏!”


뿌아아아아아악!! 뿌류류류류류륫!!!


벌레소리 하나 안 들리던 사원을 더럽고 천박한 방귀소리로 흔들어 놓았다. 그 가스에 직격당한 지우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누구냐!”


신성한 강연 시간에 가스를 뿜었다는 사실에 스님이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선지 채두가 아니라 지우 쪽으로 다가왔다.


“이 녀석,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데 뭐하는 짓이냐!” 


“에? 에엣!? 저 아니에요!”


스님은 방귀탱크의 정체가 지우였다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지우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으나,


“문답무용이다! (꾸짖을) 갈!!” 


“끄아악! 아파아아앗!”


“우욱, 냄새… 지우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저질입니다…”


‘뭣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채두가 코를 막으며 지우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지우는 당장이라도 저 년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일단 채두가 지우보다 훨씬 강하고, 스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하아, 정말이지 지저분한 놈이구만… 나는 잠시 볼일이 있어서 외출할 테니, 각자 수행에 힘쓸 수 있도록.” 


스님 역시 채두의 물큰한 방귀냄새에 질려버린 모양이었다. 강당에는 지우와 채두 둘만 남았다.


“지우 씨, 스님을 화나게 하면 어떡합니까?”


“전부 너 때문이잖아!”


“아닙니다, 지우 씨. 당신은 아직도 마음의 레벨이 낮습니다. 다시 명상하세요.” 


‘하아… X같은 방구탱크새끼…’


지우 따위가 어떻게 매일 프로틴을 먹는 채두를 이길 수 있겠는가. 지우는 마지못해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방금 전에도 방해만 없었으면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꼬르륵…’


‘아, 고구마라도 먹을 걸 그랬나…’


“저기 지우 씨, 전혀 집중 못하고 계시는데요.”


“아앗, 집중하고 있었거든!”


“하아, 제가 뭐랬습니까… 일단 명상을 계속하십시오. 저도 ‘갈’을 넣어보겠습니다.” 


“아, 니예니예.”


지우는 장렬히 머리를 내밀고 채두의 ‘갈’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우의 얼굴 앞쪽에 따스한 뭔가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길함을 느낀 지우가 눈을 뜬 순간,


푸슈우우우… 뿌르륵!!!


“우웃!?”


눈앞의 엉덩이에서 방귀가 터져나와 지우의 머릿결을 흔들었다. 잠시 후, 여전히 적응 안되는 답답하고 구릿한 냄새가 습격했다.


“우욱, 냄새! 뭐하는 거야?!”


“후훗, 이게 제 나름대로의 ‘갈’이랍니다. 어떻습니까?”


“우웨엑, 그만 좀 뀌어라-” 


“어라? 지우 씨. 명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한번 더 ‘갈’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뜻입니까?”

 

“바, 바로 하겠습니다!”


채두가 천천히 엉덩이를 내밀어보이자 지우는 깜짝 놀라서 재빨리 명상에 돌입했다. 저 냄새를 더 맡았다간 진짜 죽을 것 같아서였다.


지우는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채두의 엉덩이는 지우를 그냥 놔둘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푸후웃, 푸쉬시시시시시…


‘응?’


뿌슷, 프스스스스스스스스-


‘우욱! 이 냄새는…’


일전의 그 소리없는 방귀가 새어나가 공기에 섞여들었고, 앉아있는 사람 주변에 무겁게 가라앉아 숨을 막히게 했다. 난데없이 가스를 들이마시게 된 지우는 하마터면 집중을 잃을 뻔했다.


“어라? 마음이 어수선해지신 건가요?”


바로 앞에서 들리는 채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지우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채두의 ‘갈’이 두려워였으리라. 그러나…


‘괘, 괜찮아… 이 정도 참는 건 뭐-‘


“…에잇//”


뿌화악!! 부르르르륵!!


“끄아아아악!! 우욱, 쿨럭쿨럭!” 


그 순간 채두의 엉덩이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이 기세좋게 퍼져나가 지우의 호흡기를 유린했다. 숨쉴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지독한 냄새를 동반한 그 열풍에 지우는 즉시 무너져내렸다. 


“앗, 힘을 너무 많이 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것도 똑바로 못 견디십니까? ‘갈’ 하겠습니다.”


‘X발…’


불합리한 변명과 함께 채두는 지우를 향해 엉덩이를 밀어붙였다.


“갑니다, 하앗!”


뿌러러러러러럭!!!


“크아아아아아악! 냄새!”


“후우… ‘갈’을 했더니 왠지 기분이 좋네요. 정신을 집중하세요 지우 씨.”


‘어떻게든 이 미친년의 엉덩이를 틀어막을 방법이… 그렇지!’


“저, 채두야.” 


“뭡니까? 또 ‘갈’을 당하고 싶은 겁니까?”


“그게 아니고… 채두 너도 방귀를 참는 수행을 해보는 게 어때? 나 혼자 수련하는 것도 아니잖아.”


“…확실히, 저는 남들보다 방귀가 잘 나오는 체질이니 그런 수행을 해봐도 괜찮겠네요.”


‘좋아! 통한 건가!’


“그러자면 지우 씨의 협력이 좀 필요합니다.”


“으… 응?”


“잠시만 거기 꼼짝말고 계십시오, 얍!”


“우와앗?! 뭐, 뭐하는 짓이야?”


채두는 눈 깜짝할 새에 지우의 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 버렸다. 졸지에 애벌레 꼴이 된 지우는 어이없었을 것이다.


“제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수행의 일부입니다. 하는 김에 이것도 해봅시다.”


“뭐라고- 읍읍!”


박스테이프로 지우의 입이 봉해졌다. 지우는 닥쳐올 불행을 예감했는지 계속 발버둥쳤다.


“준비 끝입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읍- 으븝?!”


채두는 거리낌없이 지우의 얼굴을 엉덩이로 깔고 앉았다. 지우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다음으로 채두가 하는 말은 더욱 어이없는 것이었다.


“만약 제가 방귀를 뀐다면 지우 씨가 고통스러울 겁니다. 즉, 필연적으로 방귀를 참을 수밖에 없겠죠.”


“읍-?!?!?! 웁우읍!!!”



이렇기 채두의 방귀 참기 수행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채두의 괄약근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꼬르륵…’


“아, 배고파… 이걸 가져다 두길 잘했네.”


장기전에 대비해 채두는 먹을 것을 준비해 놓았다. 물론 그 먹을 것이란-


“읍?으브븝?”


“뭡니까? 지우 씨도 군고구마 좀 드시려고요? 아니면 계란?”


‘읍읍! 으으읍!!!!!!’


고구마와 삶은 계란은 절대 섞여서는 안될 조합. 지우는 그 끔찍한 위력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최대한 저항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노력만.


“아하하,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냠냠…"


채두가 뭘 하든 간에 엉덩이 밑에 깔린 지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채두의 뱃속으로 독가스 재료가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30분 후, 지우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꾸르륵… 부그르르르…


채두의 뱃속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방금 전 들어간 먹거리들이 복잡한 화학 반응을 통해 방귀가스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일 터였다.


“읍, 으으읍…”


“마, 말하지 말하주세요! 괜찮으니까…”


그러나 괜찮을 리가 없다는 것은 채두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고구마는 메테인이나 이산화탄소 등, 방귀에서 냄새가 없는 가스의 양을 늘리는 역할이다. 따라서 고구마만 먹는다면 방귀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만큼 유황 성분의 비율은 낮아져 냄새는 덜해지게 된다.


그러나 계란이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계란 노른자의 주성분은 황, 이것이 장내에서 분해되면 끔찍한 냄새를 풍기면 황화수소가 된다. 이 가스는 냄새도 냄새이지만 농도가 높으면 진짜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독가스로, 황이 포함된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면 방귀의 양은 적을지라도 그 냄새는 실로 살인적인 수준이 된다. 소리 없는 방귀가 독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며, 안 그래도 몸매 유지를 위해 프로틴을 매일 챙겨먹는 채두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이 둘을 같이 먹는다면 – 양은 엄청나게 많은데 냄새는 엄청나게 치명적인 가스가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차피 평소 방귀탱크로 유명한 채두가 뱃속에 가스를 오래 품을 수는 없을 테니까.


구르르르륵… 쿠르르르…


채두의 뱃속에서 나가려고 아우성치는 가스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결국 채두는 한계에 달했다.


“더, 더는 무리입니다! 지금 방귀를 뀌겠습니다!”


채두는 지우의 얼굴에서 엉덩이를 살짝 띄웠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는 못했다. 치명적인 가스가 괄약근 바로 앞까지 내려온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으읍?”


“지우 씨, 더 이상 움직이면 바로 나올 것 같습니다…”


“……!?!?!?”


“여, 여기서 방귀를 뀔 테니까 지우 씨는 다른 방으로 도망가세요…”


채두는 엉덩이를 내밀어 당장이라도 방귀를 뀔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그렇지만 묶여있는 지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읍! 읍읍읍!!!” 


‘야 이 미친년아! 나 묶여있다고!”


안타깝게도 지우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폭발 직전의 채두에게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지우는 애벌레처럼 기어서라도 도망가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때가 너무 늦었다.


‘지금쯤 다른 방으로 대피했겠지… 그렇다면-‘

한계에 달한 채두는 지우가 묶여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묶어놓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 따위 생각해낼 겨를이 없었다. 단지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휘몰아칠 폭풍에만 온 정신을 쏟아부을 뿐.


“으으으읍-!!??”


“지금 뀝니다… 흐읍!”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롸라라라아아아아악!!!!!


“으으읍! 크흡, 으흡!!!”


앞서 채두는 지우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놓았다. 코로 숨을 쉴 수밖에 없는 지우에게 격렬한 썩은내가 뿜어졌다. 지금까지 맡은 방귀는 전부 애교 수준이었다는 듯, 콧구멍으로 스며들어간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기관지를 거쳐 폐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후각신경에 강렬한 자극을 가했다. 지금까지 맡은 방귀냄새가 ‘지독한’ 수준이었다면, 이 냄새는 지독함을 넘어서서 ‘고통스러운’ 수준이었다. 아니, 지금까지의 방귀는 어떻게든 음식물에 비유할 수 있었다면, 이것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식용 물질과도 일대일 대응을 시킬 수가 없는, ‘부패’와 ‘죽음’을 대표하는 그런 냄새였다. 지옥이 있다면 그 공기는 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채두와 같은 체질의 악마들이 계속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순간 지우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이 모든 고통은 지우의 몫이었다. 당사자인 채두는 실로 엄청난 쾌감을 느끼며, 온몸을 전율하며 남아있는 가스를 깊숙한 곳으로부터 모두 내보내는 것이었다.


“흡!”


푸후웃!!! 뿌아아아아아악!!!!


“…흐읍!”


뿌샤아아아아아아- 뿌웃!!!


“흐아아아앗!!!”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륵!!!!!


채두의 엉덩이로부터 쉴새없이 방귀가 쏟아져나오며 방 전체에 자욱하게 퍼진 가스의 농도를 높였다. 지우의 눈에는 말 그대로 엉덩이가 불을 뿜으며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방귀로 죽을 수도 있다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 으읏… 내, 냄새 대박…”


‘사… 살았다…’


마침내 채두의 항문이 불을 뿜는 것을 멈췄다. 지우는 몇 발인지 모를 독가스를 들이마시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살아남기만 하면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아니, 그것 역시 착각이었나.


“바닥에 앉아서… 읏…”


“…으읍!?”


채두가 영문도 모르고 지우의 얼굴을 깔아뭉갠 것이다. 아직까지도 짙은 가스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발사구가 지우의 콧구멍에 정확히 조준되었다. 지우는 유황 용액 속에서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읍읍!!! 읍!!”


‘이 미친년아! 눈치 좀 채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뭐 기분 탓이려나. 이런 지독한 가스, 지우 씨가 없을 때 다 뀌어버려야지!”


‘아직도…? 아, 하하하하…’


인간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위해 최후의 희망을 아껴놓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없애버리는 것이다. 지우는 채두의 방귀가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으나, 그 희망이 산산조각나는 순간 순수한 절망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채두는 남은 가스를 모조리 농축시켜 발사할 준비를 마쳤다.


“후우, 그럼 가볼까… 흐으으으읏! 흐읍…!!”


뿌워어어어어어억!! 뿌화아아아아아악!!!


방금 전보다는 확연히 줄어든 양. 그러나 이는 많은 양의 방귀를 압축시켜 놓았기에 그러할 뿐, 그 냄새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이… 이제 한계…’


치명적인 가스를 너무 많이 들이마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우 그 자신이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기 때문일까, 점점 지우의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렇게 죽는 건가...’


“후우, 마지막 한 방으로 끝내야겠어…”


‘그래도, 그렇게 나쁜 삶은 아니었지…?’


지우는 마침내 삶의 의지를 포기한 채, 닥쳐올 자신의 운명 앞에 목을 내밀었다.


“간다… 흐으읍!!!”


후슷, 뿌스스스스으으으으으으으읏…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듯한 희미한 소리와 함께 최후의 소리없는 방귀가 새어나왔다. 살인적인 농도의 공기 덩어리가 지우의 호흡계와 신경계를 휘저으며 지우의 의식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


“후우, 시원하다- 우욱, 냄새!”


뱃속의 모든 가스를 내보낸 채두는 만족스러운 듯이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걸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코를 잡고 모든 창을 열어 방 안에 충만한 유독가스를 내보냈다. 자칫 정전기라도 이는 순간 대폭발이 일어날 정도의 가스가 좁은 방 안에 고여있었다.


“으으, 코가 썩을 것 같아… 지우 씨가 없어서 다행이야… 빨리 환기를… 에엣? 지, 지우 씨!?”










“ㅈ... 우... 씨...! 지우 씨...!”


“…음? 흐응… 꿈인가… 머리가…”


지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욱신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에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거리는 채두가 보였다.”


“…다행입니다! 정신이 드셨군요!”


“으응… 채두… 뭘 먹은 거야…”


“죄, 죄송합니다, 흐윽, 묶여 있었을 줄이야…”


지우는 그것도 기억 못하느냐고 따지려 했으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채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잠시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래도 지우 씨,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아무래도 제 방귀는 참을수록 냄새가 독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거 확실한 정보구만…”


지우는 아까 전의 지옥을 떠올려 보았지만, 그 냄새가 어떠했는지 기억에 남지를 않았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채두가 엉덩이를 지우 쪽으로 슬쩍 기울였다. 그리고는 지우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흐읍!”


푸쉭- 뽀오옥!


상당히 귀여운 소리의 방귀를 풀어놓았다. 그러나 그 냄새까지 사랑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다. 몇 달간 썩은 듯한 계란 냄새가 순식간에 코까지 올라왔다.


“참지 말고 뀌려고 합니다!”


“우욱! 참든 안 참든 지독한 건 똑같잖아!”


“그렇습니까? 그럼 다시 한번-“


그러면서 엉덩이를 이쪽으로 향하고 한방 더 뀌려던 채두를 지우는 간신히 뜯어말릴 수 있었다.



그 후 스님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지우는 돌아갈 채비를 맞추고 어째서인지 늦어지는 채두를 기다렸다. 잠시 후 채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뭐 놓고 온 거라도 있었어?”


“아, 아뇨 딱히…//”


그러는 채두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화끈거렸다. 어쨌든 준비를 마쳤으니 올라온 길로 내려갈 차례였다. 바로 절벽이었다.


“으으, 이걸 내려가야 한다니…”


지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레 내려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어이! 네놈들 뭐하려는 거냐!”


멀리서 스님이 달려오며 호통을 쳤다.


“에엣? 여길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본 거냐… 설마 올라올 때도 이렇게 온 건 아니겠지?”


“아, 하하…”


‘X발…’



“오늘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둘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흐읏…” 


“뭐, 뭐하는 거야?”


채두가 엉덩이를 내밀며 힘을 주는 불길한 장면을 목격한 지우가 재빨리 저지했다.


“죄송합니다, 또 나오려고…”


“조금만 내려가면 되니까 여기선 참아 줘!”


“그건 그렇네요-“


‘덜컹’ 


“?!?!?!”


그 순간, 거짓말같이 엘리베이터가 멈춰 버렸다. 언제 내려갈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저, 지우 씨…” 


“응?”


“아까는 말씀 못 드렸습니다만, 실은 사원에서 나오기 전에 남아있던 군고구마랑 계란을 먹고 왔습니다. 좀 뀌고 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있다는 것. 자세히 보니 채두의 배가 가스 때문에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말 걸지 마세요! 잘못하면 나와 버립니다…”


부그르르륵… 꾸우욱…


지우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아까 방에서 당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밀실에 있는 상태, 이런 곳에서 채두가 참지 못하고 뀌어버린다면 정말 큰일날 것이다.


“쓰읍… 아까부터 누르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곧 한계가…!”


한계에 달한 채두, 움직이지 않는 엘리베이터. 지우는 머지않아 일어날 폭발을 각오하고 미리 숨을 참고 있었다. 바로 그때,


‘덜컹… 위이잉-‘


“돼, 됐다…”


간발의 차로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채두의 배는 여전히 빵빵하지만, 최소한 엘리베이터 내 공기는 아직 깨끗했다. 지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가 간신히 아래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채두가 먼저 엉덩이를 막으며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그럼 지우 씨, 저는 저쪽에서 방귀를 뀔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주세- 앗…//”


“…뭔데?”


나가던 도중 채두가 문에서 멈추더니 더 움직이지 않았다. 채두에게 막혀 밖에 나갈 수 없는 지우는 순간 어째서인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적중했다.


“지우 씨…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호에엣?!”


채두가 두 손을 엉덩이에서 떼고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지우를 향해 엉덩이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흐으으으읏!”


뿌와아아아아악!!! 뿌롸롸롸라라락!!!! 뿌화아악!!! 푸쉬이이이이잇...


“응구우우웁?!?!?! 끄으윽…”


참고 참아서 농축된 극악의 방귀. 그 농도는 생화학무기와도 비견되는 수준으로, 지금까지 맡아온 채두의 방귀를 모조리 모아 압축시킨 듯한 느낌이었다. 후각신경을 태우는 듯한 듯한 치명적인 냄새, 지근거리에서 그 냄새를 들이마신 지우는 균형을 잃고 엘리베이터 안에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더욱 불행한 것은-


‘덜컹… 위이잉-‘


“후우… 후우… 아, 죄송합니다 지우 씨… 어라? 어디로 갔지…?”



“우우우우웁!! 크어어어어억!!!” 


지우가 쓰러지면서 올라가는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었다. 맑은 공기가 없는 밀실. 눈물이 맺히게 할 정도로 자극적이면서도 짙은 농도의 유독가스가 자욱한 엘리베이터. 그 안에서는 아무리 숨을 쉬어도 채두의 방귀로만 호흡할 수 있었다.


“차, 차라리 죽여줘…”


위로 올라간 엘리베이터는 다시 내려와야만 한다. 채두가 아래층에서 버튼을 눌러놓은 탓에, 지우한테는 불행하게도 엘리베이터가 위층에 도착해서 지우가 기어나가기 전에 다시 문이 닫혀 버렸다. 결국 지우는 엘리베이터가 한번 왕복하는 내내 채두가 만들어놓은 가스실에 갇혀서 고통받아야 했다.


그 후 채두는 너덜너덜해진 지우에게 연신 사과하며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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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534227


어제 얘기했던 채두 방커소설 핫산. 원본이 냄새 묘사가 너무 부족하길래 옮기는 과정에서 방붕이의 망상을 좀 집어넣었음, 정확히 옮기기보다는 최대한 꼴리도록 적당히 바꿔가고 내용도 좀 추가하면서 썼는데 내 능력이 부족해서 안 꼴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