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scpfoundation/30129047

2편 : https://arca.live/b/scpfoundation/30136409


2편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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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오빠! 오빠! ]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

그녀와 알고 지낸지 어연 10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리 긴박한 어투에 사로잡힌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예나야. 오빠야. 진정하고 얘기해봐. 무슨 일 있어?"


나라도 침착해야한다.

그녀가 두려움에 떠는 만큼 내쪽에서 도움을 줘야할 것이다.

서둘러 갓길에 차를 데고는 블루투스 연결을 종료하였다.


"예나야. 오빠가 지금 잠깐 차를 멈췄거든? 혹시 영상 통화 가능할까?"


[ 엄마가, 엄마가.. 흐윽.. 오빠.. 오빠! ]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듯,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보였다.

자꾸만 어머니를 중얼거리며 나를 찾는 그녀.


"내쪽에서 전화를 걸게. 잠깐 받아봐. 알겠지?"


이쯤되면 지금 예나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강도, 유괴.. 온갖 범죄 사건들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는 예나에게 영상 통화 모드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통화의 대기음이 어찌나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손에 맺힌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때, 드디어 예나가 전화를 받았다.


예나는 어두운 방 안에 있는 듯, 밖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웅크려서 울고 있었다.

예쁘게 눈가에 그렸던 마스카라는 이미 흘러서 기괴한 줄기를 그녀의 얼굴에 그리고 있었고, 그녀의 주위에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예나야. 차분히 얘기해보자? 지금 혹시 어디인지 알아?"


유괴쪽으로 마음이 기울던 찰나, 울음 섞인 예나의 대답이 돌아왔다.


[ 오빠가 예약해준.. 훌쩍, 호텔의.. 방.. ]


정보가 부족하다.

어째서 그녀의 어머니가 곁에 없는지, 왜 그녀가 울고 있는지.

답답함에 짜증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조금 진정됐으면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까? 어머니는 어디에 있어? 도와주고 싶어도 우선 상황을 알아야 해."


[ 엄마는.. 엄마는... 흐흐흑.. ]


시발. 또 다시 원점이다.

이대로 울다간 시간만 흐를 뿐이란 걸 왜 모르는거야.


"최예나!"


그래서 조금 강압적으로 나가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내가 제주도까지 내려갈 수 없지 않는가?


심지어 나는 내일도 출근을 해야한다.

아니, 이제는 오늘이지.


"최예나! 무슨 일인지 똑바로 설명해봐!"


압박이 통했기 때문일까, 무거웠던 그녀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전혀 엉뚱한 지점부터였다.


[ 그 돌.. 동영상 있잖아... ]


"네가 보내줬건 영상? 그 빛나는거?"


[ 응.. 나랑 엄마가 수영을 하고 해안가로 나오는 찰나, 돌이 바닥으로 쏙 꺼졌어. 다들 신기해했는데 막상 사라졌으니 별 수 없이 숙소로 돌아왔는데... ]


"응, 그래서?"


이제야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왜 돌이 나오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무장 병력과 함께 숙소로 들어왔어. ]


"뭐? 21세기 대한민국에 무슨 무장 병력이야.."


어딘가의 영화도 아니고, 얘가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건가?

제주도 어디엔 마약도 있다는데 설마..


[ 진짜야! 총든 사람들에게 박사라 불린 그는 무슨 '격리 실패다.. 무슨 실책이..' 이러더니 내 방을 샅샅히 뒤지고 돌아갔다고! 덕분에 방은 엉망이 됐고, 엄마는 그에 항의하러 프론트로 내려갔어! ]


"알겠어! 알겠으니까 진정하고 계속 말해봐."


진위가 의심되긴 해도 지금은 계속 들어야한다.

빛나는 돌에 무슨 박사 보이는 인물이라니?


[ 그리고 엄마가 나간 순간, 땅이 요동첬어. 그리고, 그리고 엄마는 그 속에 휩쓸려... 흐윽.. 엄마.. 엄마... ]


지진이라고?

전화 상태를 유지하며 서둘러 DC 인사이드의 '지진희' 갤러리로 들어가보았지만 아무런 글도 없었다.

애초에 제주도에 지진이 일어나긴 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직접 눈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


"예나야, 119에는 전화해 봤어? 혹시 지금 프론트로 나가서 밖을 보여줄 수 있을까?"


[ 무리야.. 땅이 점점 커지면서 흙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벌써 건너편 7층에도 흙이 보인다고! 여긴 9층인데! ]


화면 너머로 예나가 자기 방 커튼을 치워 밖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보이는.. 흙더미들.


영화에 나오는 CG라 해도 믿을 만한 스케일의 거대한 토사가 점점 부피를 키우며 건물을 삼키고 있었다.


흙더미에 파뭍힌 건물은 그대로 부식되며 흙 속으로 들어가는 상황.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는 안봐도 뻔했다.


"저런게 왜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건데?"


[ 흙이랑 같은 높이는 전파가 통하지 않는거 같아. 전파는 커녕, 자동차도 움직이질 않아. 가로등도 전부 꺼졌어! 마치 문명 이전의 느낌처럼! ]


"지금 전화는? 우린 통화하고 있잖아."


[ 저 흙보다 높은 곳에 올라오면 괜찮은거 같아. 지금도 사람들이 서둘러 옥상으로 향하고 있어. 오빠, 나 어떻게 해야해? 엄마는? 엄마는?? ]


예나는 갑작스런 산사태에 혼란에 빠져있는 것 같다.

문명 이전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릴.


"예나야, 우선 사람들을 따라서 옥상으로.. 잠깐! 너 문! 객실 입구를 봐!!"


그녀의 방 틈 사이로 어느새 흙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의지를 가진 생명처럼 정확히 예나를 향해 쇄도하는 흙들.


[ 꺄악! ]

예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 앞에 놓인 책상을 걷어찼고, 그것은 그대로 흙에 파묻혔다.

그리고 피어나오는 연기.


"뭐, 뭐야..."


책상은 흙에 부딪치자마자 연기를 내며 부식하기 시작했다.

이내 불과 몇초도 안되는 사이에 전부 녹아 사라져버렸다


"예나야, 도망가!!"


화면에 갑작스레 잡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화면 너머로 그녀의 입이 움직이며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도저히 입모양을 읽을 수 없었다.


"예나야!! 최예나!!"


휴대폰이 그녀의 손에서 떨어졌는지 화면이 빙글거리며 돌아가는 것을 느꼈고, 뒤이어 연결이 종료되었다.


통화가 끊긴 검은 화면을 바라보며 잠깐 생각에 잡혔다.


장난이라기엔 너무 현실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현실이라기엔 말이 되질 않았다.


"시발! 시발!"


집으로 가던 자동차의 핸들을 꺾어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1시.


지금은 6시간 후 출근을 해야한다는 사실보단, 그녀의 안위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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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은 방금 전화가 무색할 정도로 고요했다.

코로나로 인해 항공편이 몇 없어 이용자가 별로 없는 것도 한 몫 했지만,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모두가 평온해 보였다.


서둘러 카운터로 달려가 제주도 행 항공편을 찾아보았다.


"결항?"


하지만 금일 예정된 모든 항공이 결항인 상황.

애초에 몇 안되는 항공편이 모두 끊기니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하아..."


새벽 3시라서 그럴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접수원은 기상 악화로 인해 제주도행이 모두 결항이라고 하였다.

혹시 내게 숨기는 것이 있나 싶어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아도 그녀는 딱히 생각이 없어보였다.


"어떻게든 방법이 없나요?"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지금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요! 근데, 기상 악화라니 말이 된다 생각해요? 밖을 봐요! 날씨가 안 좋나!"


"저희도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르는거라 딱히 할 말이..."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쳐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그저 한결같이 '죄송합니다.' 뿐.


옆에도 어느새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왔는지 성을 내고 있었다.

젊은 커리어 우먼으로 보이는 여자는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헤진 머리나 번진 화장에서 그녀 또한 매우 다급함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딸이 위험하다고요! 전화도 안되고, 당장 비행기 띄워요!"


"죄송합니다. 기상 악화로 인해.."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

여기서 죽치고 있어봐야 달라질 것이 없어보였다.


"네, 기장님. 아직 항공편 176-C 랑은 연락이 되고 있질 않아요. 아마 주무시는거 같은데, 부기장님은 휴대폰이 꺼져있어서.. 네? 무전이 아예 안된다고요?"


포기하고 방향을 돌리려던 찰나, 그 옆자리 접수원이 기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걸 확인했다.

순간, 사회인으로서 하면 안되는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해바리고 말았다.


전화를 하는 그녀의 수화기를 뺏어 서둘러 말을 이었다


"지금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제 여자친구가 지금 그곳에 있단 말이에요!"


[ 누,누구.. ]


"빨리!"


[ 몰라! 인공위성으로 그 부근만 관측이 되질 않는다고! 하늘이 매우 더러워서 그런거겠지.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방금 전화할 때만 해도 하늘은.."


[ 아이씨! 별 그지 같은게! 지금 이럴 때 아니니 빨리 직원 바꾸게! ]


"이쪽도 급하다구요!"


더이상 말할 생각이 없는지 묵묵부답인 전화기.

지가 통신이 안된다면서 뭐이리 느긋한 상황인가.


"시발!"


"꺄악!"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던지고는 공항 밖으로 나왔다.

비행기가 안되면 배편이다.


방금 공항에서 일련의 사건들로 제주도에 현재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서둘러 그녀에게로 향해야한다.


차에 시동을 거는 찰나, 보조석 문이 열리며 아까 옆에서 성을 내던 여자가 들어왔다.


"제주도, 가는거죠?"


서로가 서로의 목적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기에 딱히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벌써 시간은 5시를 가리키는 상황, 서둘러 내려가도 3시간은 걸리기에 이른 새벽 텅 빈 도로 위로 엑셀을 밟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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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전라도 광주를 지나, 해남에 도착했을 무렵 이미 해는 중천에 떠오른 상태였다.


조수석에서 여자는 멈추지 않고 그녀의 딸로 보이는 번호에 전화를 수십번, 수백번 연락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전원이 꺼져있다는 알림음 뿐.


우리에게 남은 한가지는 배를 타는 것 밖에 없었다.


"거의 도착했어요. 항구에 내리자 마자 아무 어선이나 빌려 빨리..."


해남 종합 버스터미널을 지나 슬슬 땅끝마을에 가까워지자 시간의 낭비를 막기 위해 그녀에게 계획을 말했다.

항구에 내리자마자 배를 빌릴 수 있는 장소에서 빨리 빌려 내려가자는 것.


돈을 2배, 3배로 주면 바로 출발해 줄 것이다.

조업을 하지 않는 배라도 돈이면 안될 것이 없으니.


그저 배를 타도 몇 시간이나 더 가야한다는 것에 목이 탔다.

예나와 연락이 끊긴지 벌써 7시간 째다.


"빨리, 더 빨리 갈 수 없어요?"


"지금 최대로 밟고..."


콰앙-!!!!!!


말을 하려던 찰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이 우리를 강타했다.

알 수 없는 힘에 빠르게 달리던 차는 그대로 날아가 논 위를 몇 바퀴를 굴렀고, 깨진 창문 속 유리조각이 몸을 스치며 상처를 냈다.


다행이 에어백이 터져 목숨을 부지했지만, 차는 완전히 망가진 상황.


하지만, 부숴진 차의 보험이나 수리보다 아무것도 없는 길 위로 생긴 충격이 의문이었다.


비틀거리며 차 밖으로 나와도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는 평온한 도로.

그저 저 멀리서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탱크, 레토나 들이 보일 뿐이었다.


잠깐.

땅끝에 군인?


여자도 조수석 문을 발로 차 부시고는 나와 내 옆에 섰다.

그녀 역시 같은 의문을 품었는듯, 다리에 난 상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저 딸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잠깐만요!! 잠깐만요!!"


그러나 군부대도 바쁜 것은 매한가지였는지 달려오는 그녀를 익숙한 모습으로 무시한체 계속 묵묵히 갈 길을 갈 뿐이었다.


혹시 충격이 군 부대에서 저지른 일이었던건가, 제주도 사건도 군대에서 벌인 실험인가 갖가지 생각이 드는 찰나 하늘이 가리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 군 부대 또한 웅성거리며 차를 멈추고는 하늘을 향해 손을 가르키며 뭐라고 소리쳤고, 이내 우리에게 그림자가 씌워지며 뭔가가 뺨에 달라붙기 시작하였다.


"이건.. 흙?"


물가에 젖은듯 끈적한 진흙이 조금씩 날아와 얼굴에 붙고 있었다.


"서둘러! 벌써 육지에 맞물렸어! 핵을 찾아야해!"


가장 앞서가던 레토나 차량에서 흰 가운을 입은 서양인이 나왔다.

영어를 할 줄 알았던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내 그가 예나가 말했던 사람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핵을 분리해서 격리시키면 막을 수 있어! 빨리!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지만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있는 D계급 아닌가!"


"접촉하는 순간 동화됩니다! 통신도 불가!"


"제길! 차량 돌려! 최대한 빠르게 북쪽으로 간다! 필요하면 북한에 있는 핵을.."


"지금 대한민국에 핵을 발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세계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그깟게 무슨 상관인가!"


"막아."


"제길! 시간이 촉박하다고!!"


의견이 부합하지 않는지 군복을 입은 별을 단 남자와 가운을 입은 박사가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 주위에 있는 것은 군복을 입은 남자의 부하들.


박사는 꼼짝없이 그들에게 둘려쌓여 욕설을 내뱉으며 레토나 차량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우리를 신경 쓸 틈도 없이 방향을 돌리는 레토나 차량.


그러나 그들은 한 발 늦어버렸다.

그림자가 더욱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형태를 들어냈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 봤던 것과 같이 거대한 토사가 모든 것을 삼키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예나에게 다가갔던 속도와는 비교도 안되는 빠른 속도.


흙 사이 사이로 농가와 가축들이 보였다.

전부 부서지면서 녹고 있었지만.


본능적인 생존의 위기를 느꼈다.

내 옆의 여자는 너무 놀란 나머지 주저 앉아버렸고, 나는 서둘러 군인들의 차량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차량에 올라탄 순간 펼쳐지는 폭식의 현장.

달리는 차량 뒤로 흙더미가 모든 것을 삼키고 있었고, 같이 왔던 여자는 단말마 조차 내지르지 못한채 그대로 파묻혀버렸다.


예나는.. 아마.. 이 안에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에 가진 것 없는 인간인 나는 그저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병사들도 두려움을 느끼는지 저마다 욕설과 눈물을 흘리며 운전대를 잡거나 기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그들 차량에서 들리는 끊기는 무전 소리만이 우리의 미래를 예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 토사. 통칭 [ 폭식 ]이 해남과 접촉한 것을 확인. 이내 수뇌부는 전라남도를 포기하기로 결정. 이 시간부로 전방에 배치된 미사일을 발사하겠습니다. ]


"흐윽.. 흐윽.."


병사들의 눈물 소리가 좁은 차량 안을 감쌌고, 우리의 위로 흙더미들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질척거리는 진흙이 차량 사이로 조금씩 들어올때마다 신경이 얼어붙는 것 같았고, 숨을 쉬기 불편해졌다.


이내 흙이 차량의 바퀴에 닿자 잘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고, 모든 통신이 먹통이 되었다.


내가 내려오지 않았다면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

예나야, 너는 이 안에 있는거니?


꼭 사람의 입처럼 벌려진 토사 사리로 침 마냥 진흙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내 토사는 우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빛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