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쿨하지 않아. 


알잖아, 리사. 


사람들이 공유하는 이 사진. 이건 쿨하지 않아.


난 예술가야. 이런 건 용납 못 해. 


날 미쳤다고 해도 좋아. 이 순간에 미치지 않은 자를 찾을 수도 없을 테니. 


너랑 함께하고는 싶지만, 나도 내 방식이 있잖아. 


예술은 언제나 나와 함께였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래, 널 사랑해. 하지만 난 그림도 사랑해.


이해해주겠니?



















그녀는 떠났어. 후회하지는 않아. 


리사는 울면서 내게 "미친 새끼"라 일갈했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아직도 예술 타령을 하냐며 소리치곤 떠났어. 


아마, 가족을 만나러 갔나 봐.  


근데 그건 알고 있니 , 리사?


네가 가족을 찾아간다고 할지라도, 가족은 널 볼 수 없을 거야. 


사람들은 심취했어. 자살도 이젠 하나의 예술이지. 


가족들이 널 위해 살아있어 줄까? 


리사는 내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지. 


널 사랑했지만, 마지막에 이렇게 틀어지네.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지?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을 즐기고 있어.


아무개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촬영하고 있어. 


아무개는 가족과 만찬을 즐기고 있고.


아무개는 친구들과 미친 듯이 놀고 있지.


아무개는 여행을 떠났어. 멀리는 아니야. 근처 뒷산이나, 지역 관광지 정도야. 시간은 없거든.



리사는 어디에도 없어. 그녀는 뭘 하고 있을까?















리사가 사진을 보냈어. 


[여긴 어디야?] 나는 물었지만, 그녀는 답장 한번 없어.


[미안했어. 사랑해.] 이 문자를 끝으로, 사라졌어.


아마도, 그녀는 가족을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창밖을 보니 푸른 빛이 감돌아. 


오로라 같기도 해. 여명의 빛이야. 


사람들은 조용해져, 빛에 물든 자들이 메말라가.


그제야 깨달았지.


리사는 죽었구나. 


슬픔은 느껴지지 않아.




좋아, 이제 뭘 할까?


그녀는 떠났어. 나는 남았고. 


하지만 나도 곧 떠나게 될 거야. 시간이 없어. 


리사의 사진이라면,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사람들은 사라져가. 리사는 없어. 


빛이 세상에 퍼져나가. 리사는 없어. 


내 그림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어. 당신은 없어. 


아냐, 아냐, 아냐.


이건 쿨하지 않아.


리사, 이건 네가 봐도 아니지?


넌 이 그림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아니, 당신은 내 그림을 좋아해 준 적이 없어.  


그림 그리는 날 사랑했어. 


아무도 '예술' 따위에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지.


이젠 가치도 없어. 더는 후대에 남지도 못한다고. 


전부 사라질 뿐야.



빛이 점점 더 가까이 와.


저 빛을 포근했을까? 


차갑진 않았을까? 


무섭진 않았을까? 


당신이 있을까?


당신이 있을까? 


난 쿨하지 않아. 오히려 당신이 쿨했지. 


휴대폰을 잡고 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남겨.


[ 사랑했어, 미안해.]


당신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