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세상으로 잠시 떠나는 것과 같다. SCP도 그 점은 다르지 않다. 독자는 작가가 써 놓은 제목을 읽으며 그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린다면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탐험하며 즐기고 때로는 슬퍼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세계가 얼마나 웅장하고 놀랍고 멋지며 압도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냐가 아니다. 중요한 건 몰입감이다. 용암이 들끓는 화산에 용이 살다한들 사실 용암이 토마토 주스로, 용은 종이로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그 세계를 즐길 수 있을까? 이 세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작가가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만든 '엄청나게 강력한 괴물'을 독자 앞에 둔다고 해도 독자는 이 세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가 처음 작품을 쓰게 만들었던 그 영감을 표현하지 말고 독자가 그 영감을 느끼게 해라.


 사람은 생각보다 남의 이야기를 이해하려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가 가상의 이야기일 경우 더욱 그렇다. 독자의 손을 잡고 작품 세계를 같이 탐험을 해도 모자랄 판에 독자가 알아서 세계에 몰입하기를 바라는가? 행복을 표현하고 싶으면 등장인물을 웃게 하지 말고 독자를 미소짓게 해라. 절망을 표현하고 싶으면 등장인물을 절망에 던져놓지 말고 독자가 절망을 느끼게 해라. 광기를 표현하고 싶다면 등장인물이 사람을 죽이게 하지 말고 독자가 그런 생각이 들게끔 해라. 너는 그냥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다녀갈'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1인 인형극에 장단 맞춰줄 사람은 없다.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가? 독자가 너의 세계의 문을 닫고 나올 때 어떤 말을 하길 바라는가? 단순히 "좋다."라는 감상평을 원하지 마라. 최대한 구체적으로 원해라. 그리고 그 말을 듣기 위해 작품을 설계해라.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이라는 것은 웃음과 눈물, 그리고 놀라움으로 끝날 또다른 인생의 편린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