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작품을 냄과 동시에 해석을 올려냈다면 독자들 모두 '아하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봄. 다른 수많은 작품들이 그랬고 거기엔 반감이 없었듯이?
5000의 문제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아주, 오래, 충분히 주었고 각자 만족스러울 답과 해석을 찾을 수 있게끔 유연한 해석의 여유를 마련해놓고는 걷어차버렸다는 것임. 논카논적 세계에 정해진 답이 있는줄도 몰랐던 독자들은 열심히 탐구하면서 그 자체에서 컨텐츠를 얻어갔는데 대뜸 정답자가 나와버렸고 여태껏 해온 해석이 쓸모 없게 되었으니 힘빠지지 않을리가!
어쩌다보니 5000 작가와 (그리고 내가 언급했으니 5999 작가들까지도) "고로시"를 시도한 것과 같은 꼴이 되었는데, 사실 "80% 정확한 해석을 내놓아서 그걸 불호한다" 는 것 자체는 아무리 제가 불호하다 하더라도 '니 개인 취향에 불과하다'를 넘어설 수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예를 들어 탄호니가 "나는 이 글을 투고한 이유가 독자들이 정답을 찾으라고, 일종의 바다거북 스프 게임처럼 투고한 것이다!" 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저의 불호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겁니다. 미스터리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는 게 매력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미스터리는 "풀리기 위해서" 그 쾌감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