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3n일 남기고 현타가 온 본인은 유머챈을 돌아다니며 현실을 도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대 수능 영역별 최악난이도 문제 발견!


일단 국어는 내가 수능장에서 풀어봐서 왜 잦같은 문제인지 알고있음. 그때 당시에 지문내용이 이상하게 써있어서 낚인 샠기들 많았을거임.


여하튼 그건 차차하고, 1997 수능 수학문제를 보자.



어? 의외로 첫번째 비주얼은 만만해 보였다.


예컨데 2018년도 가형같은 문제에 비하면 그렇게 흉악해보이지 않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자.


우선 여기에서는 집합적으로 정의된 A와 B가 있다.

그런데 A의 내용이 아주 고약하다.

(이때 본인도 당황함)


P(X)Q(Y)=0  '그리고'(=and) P(Y)Q(X)=0인 실수 (X,Y)를 모은 집합이 A이다.

 OK, 여기까지는 좋다. P와 Q가 각각 근이 7개, 9개니까 뭔가 해결책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다음 조건이 다소 충격적이다.


"A는 무한집합이다"



필자도 이후 똑똑한 친구에게 문제를 풀도록 시켜 본 바, 조건 A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모르겠다는 걸로 미루어 볼 때, 아마 이 조건 때문에 멘붕이 오리라 생각된다.


생각해내는 방법은 총 두가지다. 하나는 임의의 숫자를 곱했을 때, 반드시 그 곱이 0이려면 '적어도' 하나는 0이어야 한단 것을 떠올리면 쉽다.

나머지 하나는 아마도 출제자가 의도한 바는 이것같은데, ???=0인 항등식이 성립하려면 0×x꼴이 되어야 한단 것이다. 아마 고교 과정을 고려하면 이게 의도같다.


그런데 P(X)Q(Y)=0 '이고' P(Y)Q(X)=0 이므로 두 개가 동시에 항등식이어야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보면 P(X)Q(Y)가 안의 변수만 대칭적으로 집어넣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P와 Q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공통근 a를 새로 도입하겠다.

그리고 "공통근 a는 반드시 적어도 하나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며, 이 조건이 없으면 집합 A는 불가능하다.

또, a는 X 또는 Y중 무엇에 대입되어도 상관없다.(어차피 X,Y의 본질은 똑같다. 다만 다를 수도 있는 상황을 교수가 보여주고 싶었을 뿐임.) 대신 반드시 하나는 존재해야 한다.


여하튼 여기까지 했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자.



B는 (X,Y)인데 함 모아봐라. 그런데 우선 (X,Y)는 A의 원소이며, 동시에 X=Y인 특수한 경우만 모을거니까 함 모아봐라. 근데 n(B)는 최대로 모아보렴^^


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다.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그런데 특수한 경우를 묻고 있다. X=Y가 같은 경우는 다시말해 P(a)Q(a)=0인 상황만 보자는 것과 같다.(X=Y니까 굳이 그리고 논리를 다시 볼 필요는 없어진 것. 하나만 봐도 되는 상황)


이제 처음에 나온 P와 Q 자체에 대한 진술을 보자.

P는 근이 7개, Q는 근이 9개다. 어 그러면 이거 아닌가?

P와 Q중 적어도 하나만 0이 되면 B가 제시한 조건은 전부 성립한다. 그렇다면 "최대"인 경우이므로 그냥 단순하게 P의 해집합과 Q의 해집합이 공통인 원소가 하나도 없을 때 최대 아님? 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보니 그냥 7+9=16이네? 뭐야 존나 쉽네?

라고 하면 뒤지는거다. 나도 여기서 뒤질뻔했다.

정신차리고 다시보자.


(X,Y)는 일단 A의 원소인데...


그렇다! 일단 A를 해석하지 못한 학생이 98%겠지만, 조선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최소 2%이상의 학생은 A와 B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답률이 씹창난 것은 바로 인간 기억력의 한계와 집중의 함정에 있다.


실은 필자도 현역이었으면 무지성으로 16쓰고 뒤졌겠지만, 다년간의 n수 경험과 29번 문제가 이렇게 나올 리 없다는 점,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뭔가 A를 안 쓴 것 같다는 점이 찝찝하게 느껴졌다.


정상적인 문제는 주어진 조건을 전부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만 보면 A의 내용은 아무 필요없는 얘기가 된다. 여기서 눈치를 깠다면 위로 다시가서 보자.

A의 핵심은 P와 Q의 공통근 a가 적.어.도 하나 존재해야 한다.

B의 함정은 우선 A의 원소가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의 가장 악랄하고 교활한 점은 집합논리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근을 묻는 간단한 문제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 질문하는 건 다음과 같다.


너 B가 A에 포함되는 논리관계 파악하고 있어?


라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말해 B에 앞서 A를 만족하는 것들 중 최대를 묻는 것이다.


그러면 왜 답이 16이 안되냐? 이유는 간단하다. 에초에 A가 아니거든. 교수는 A and B를 질문하고 있지, B이지만 A의 원소는 아닌 것에 대해 질문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P와 Q의 근이 전부 다르다고 하고 A를 다시보자.


그러면 P(X)Q(Y)=0 and P(Y)Q(X)=0인 상황에서 예로 X를 잡아서 보자.(Y를 잡아도 상관은 없다.)


P(X)×임의의 숫자=0  and Q(X)×임의의 숫자=0인데 P와 Q 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a가 없다.

왜냐고? 아까 내가 가정한 게 P와 Q가 공통근이 없다면서? 그러니 당연히 둘 다 동시에 0이 되는 경우가 없으므로 나머지 곱해지는 쪽이 변하면 0이 아닌 경우가 발생해버린다. 그것도 무수히 많이. 즉, 항등식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 파괴되는 것.


그러므로 적어도 하나는 공통근이 존재해야만 일단 A가 성립하고, 딱 하나만 성립할 때가 빼야할 것이 최소이므로 n(B)의 최대는 바로 이때이다. 답은 7+9-1이라서 15였다.


참으로 지랄같은 문제였다. 만약 이 문제가 n(B)의 최소를 물었다면 정답은 9로 그나마 정답률이 준수하게 나왔을 테이지만, 잔혹한 교수들의 무자비한 강펀치에 쓰러진 97년 고3들에게 이 풀이를 바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