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제우스가 자신의 형제들을 크로노스로부터 풀어주고 괴물 삼촌들의 힘을 빌려 기득권 세력인 티탄들을 물리치며 시작된다. 올림푸스 신화의 시작인 것이다.



 하지만 제우스는 티탄들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두고두고 두려워한다. 결국 그는 "신 이상의 힘을 가진 대영웅"을 만들어 언젠가 재발할 전쟁을 대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웅이 바로 헤라클레스이다.즉,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일리아드-오딧세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헤라클레스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습작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가 신화 내적으로 제우스가 바람둥이 강간마인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실제로 제우스는 헤라한테 잔소리 들을 때마다 '위대한 영웅을 위한 숙원사업'이라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는 제우스의 '설정'에 대한 이야기고, 이런 전승이 유행하게된 것은 크게 2가지 외적인 이유로 설명되기도 한다.


1. 내 애는 아니고, 혹시 제우스의 자식?

 기본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행하던 것은 기원전 몇 백년이다. 그러니 당시에 피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하고 싶어도 기술력이 부족해 힘들었을 것이다. 콘돔도 없고 피임약도 없던 시절이니.


 거기에 고대 귀부인들은 남편의 소유물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 집 안에서 치장하고 베 짜는 게 일생의 전부이며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스 도시 국가 중에서 가장 선진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아테네조차 길거리를 함부로 다니는 성인 여성은 창녀 외에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니 젊은 나이에 집 안에서 오도카니 시간만 보내는 것이 얼마나 따분했을까? 그것도 한창 예쁘고, 예쁘게 꾸미기 좋아할 젊은 여성들이 말이다. 그렇게 남편 몰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다보니 어느 순간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 부부가 쌍으로 곤란해지는 것이다. 아내는 외도한 사실을 들킬까봐, 남편은 아내의 외도 사실이 드러날까봐. 서로 불편한 눈치만 보던 귀족 부부는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입을 맞추는 것이다.


"제우스 X발 새X가 왔다 갔나 보네 ㅎㅎ ^^;;"

 


아내 입장에서는 호색한으로 유명한 제우스에게 강간당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고

남편 입장에서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당했으니 일개 인간인 본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오히려 이 쳐 죽일 놈의 no애비 자식을 영웅으로 키우면 최소한의 속죄가 되는 것이다.



2. 고아원 원장 제우스설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보는 눈이 많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왕과 귀족 부부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딴 것 없는 평민이나, 사고쳐버린 미혼모는??



고대 그리스는 여성으로 살기도 빡셌는데 하물며 미혼모의 삶은 끔찍했을 것이다. 복지고 나발이고 그런거 없으니.


그래서 아기를 위해서라도 잘 클 수 있는 곳에 맡겨야 했는데, 당시에 고아원이나 보육원의 개념이 있었을까? 그냥 복불복으로 아무 곳에나 버려두고 도망쳐야 했을 것이다.



그나마 럭키하게 친절한 부부의 집에 버려진다면 아기는 키워질 수 있었겠지만 이는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라는 것은 고대 미혼모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아기가 그나마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제우스 신전이었다. 아무래도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신전이다 보니 아기를 버리는 엄마에게도 "최고 주신이 보살펴 주실거야"라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며, 주신의 신전답게 공물도 많이 받다보니 다른 신전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풍족해 고아원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이야기 중 최고의 바람둥이이자 최강의 강간마로 소문난 제우스. 하지만 그가 왜 그러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 배경을 알게되면 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생길 수도 있다.



3줄 요약

1. 제우스의 모든 강간 행위는 헤라클레스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

2. 귀족과 왕족에게 "왕비의 사생아는 사실 제우스의 아들임"은 좋은 변명거리

3. 그 이하의 평민에게 제우스 신전은 아이를 버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