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내 인생 전성기 20대 중반 가장 몸에서 힘이 넘치던 시절이었음.


군대에서 헬스 조빠지게 하고 복학하고서도 공부 -> 헬스 -> 공부 -> 헬스 그냥 이렇게 살았거덩


몸에 힘이 넘치다보니까 이걸 돈 버는걸로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학교 근처에 알바할만한 곳을 다 뒤져봤지


그땐 알바몬으로 이력서 존나 넣어도 시발 전화도 안주니까 답답한 마음에 그냥 시내 존나 걸어다님


걷다가 옷가게 쇼윈도에 '알바 구함' 이렇게 써져 있길래 바로 들어가서

알바 구해요~? 하고 물어봤더니 옷가게 아줌마 표정이 떨떠름하드라


"다 구했긴 한데.. 혹시 필요하면 연락할게 학생~" 이래서 시발 떨어졌노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자취방에 감


좁다란 골방에 쳐누워서 멀거니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지


전기세 을매.. 가스비 을매.. 월세 을매.. 통신비 을매.. 식비 을매..

도합 을매..


돈 나갈데가 지천이니까 존나 우울하드라. 라면도 떨어져서 식빵 프라이팬 구워서 먹는데

딸기잼이 조금밖에 안남아서 조금씩 아껴서 발라먹는데 존나 맛있는거임


그 와중에 편의점에서 팔던 닭다리가 또 존나게 땡기드라

"시발 돈이 있어야는데....... 스발........."


저녁이라 답답한 맘에 다시 밖에 나가볼까 하는데 전화와서 내일부터 오라드라



내일 30분 정도 일찍 가니까 여사장님은 없고 머리 주황색으로 염색한 직원이 반겨주더라고

안면 트고 창고에서 옷정리 존나함.


거기서 한 네다섯달 일한거 같은데 진짜 땀이 미친듯이 범벅이 될정도로 옷 박스 존나 나른거 같다.


20대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우울하고, 뭘 하든 존나게 우울했는데 미친듯이 움직이고 일하니까 잊을 수 있어서 좋았음


근데 옷가게에 박카스가 상시 비치되있어서 하루에 2병씩 마시면서 일했거든


여사장님이 "너는 박카스 먹으면 힘이 나니?" 하고 물어보길래

평소 힘의 약 두배가량 치솟습니다. 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나한테 자꾸 박카스 갖다주더라


뺑끼 안쓰고 진짜 개빡세게 열심히 성실 근면하게 일하니까 여사장님 남편까지 와서 엄청 좋아라함


옷가게에 옷장이 남는게 있었는데 그것도 자기 차에 실어서 내 자취방에 갖다놔주고 고마웠음

시간이 오래 흘렀는데 아직까지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만두는 날에는 다같이 고기 구우면서 회식했는데 집에 오는길에 엄청 시원섭섭하고 그렇드라

알바도 마음 맞는 사람들 만나서 열심히 일하면 좋은 추억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