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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러는 잠시 열한 살 소년으로 돌아갔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부모님 저택의 침실에 누워 있었다. 그가 누워 있는 침대의 침대보는 유럽에서 가장 질 좋은 리넨이었지만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어린 맥스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끔찍한 고통이 그를 짓눌렀다. 침대 옆에서 이틀째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그의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쉼없이 계속 기도했다.


방 한구석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 세 명이 서 있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의사 한 명이 말했다.


"이 아이를 보십시오! 열이 계속 오르고 있고 통증이 심각합니다. 위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맥스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Gott wird ihn beschuetzen(주님이 이 아이를 지켜 주실 겁니다)."


'맞아, 주님이 날 지켜 주실 거야. 주님이 날 지켜 주실 거야.'


확신에 찬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에게 힘을 주었다.


한 시간 후, 맥스는 온몸이 차에 깔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호흡이 가빠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드님이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통증만 경감시키도록 해주십시오. 가방에 들어 있는 주사만으로도……………."


다른 의사가 말했다.


"Ruhe, bitte(조용히 해 주십시오!)


맥스의 아버지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의사의 말을 막았다. 그는 계속 기도만 하고 있었다.


"아버지, 부탁이에요! 통증을 멈추게 해 주세요!"


맥스는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발작처럼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에 아이의 말이 묻혀 버렸다.


한 시간 후, 통증은 더 극심해졌다.


"아드님의 몸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어요. 저희에게 도움이 되는 약이 있습니다!"


의사 하나가 비난조로 말했다.


콜러 부부는 의사들의 도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을 믿지 않았다. 누가 감히 신의 장대한 계획에 간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더 간절히 기도했다. 결국 그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아들을 주신 건 신이신데, 왜 그 아들을 데려가겠는가? 맥스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힘을 내라고 속삭였다. 신이 그를 시험하는 거라고,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처럼 믿음을 시험하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


맥스는 믿음을 가지려 안간힘을 다했지만 고통이 극심했다.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의사 한 명이 그렇게 말하며 방에서 나가 버렸다. 


마침내 새벽이 되자 맥스는 거의 의식을 잃었다. 온몸의 근육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예수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 날 사랑하지 않으시는 건가?'


맥스는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침대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창가에 서서 동이 터 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아버지의 낮은 기도 소리가 맥스의 귓가에 들렸다.


바로 그때, 맥스는 어떤 형상이 머리 위에 떠다니는 걸 느껴졌다. 


'천사인가?'


눈이 심하게 부어올라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맥스에게 뭐라고 속삭였지만 천사의 음성은 아니었다. 맥스는 그가 의사 가운데 한 명임을 알아차렸다. 이틀 동안 계속 방 한구석에 앉아 영국에서 새로 온 약을 쓰게 해달라고 부모님께 간청하던 의사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의사가 맥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맥스의 팔을 잡았다.


"좀 더 빨리 했어야 했는데."


주사바늘이 팔에 살짝 찌르는 느낌이 들었지만 통증 때문에 거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다음 의사는 조용히 소지품을 챙겼다. 그는 떠나기 전 맥스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이 약이 네 목숨을 구할 거야. 난 약의 힘을 믿는단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마법 같은 영혼이 혈관을 따라 흐르는 듯했다. 온몸에 온기가 퍼지면서 통증이 경감되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맥스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열이 내리자 맥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신의 기적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아들이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졌다. 그들은 아들을 차에 태우고 교회로 가서 사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아드님이 살아남은 것만도 주님의 은총입니다."


사제가 그들에게 말했다.


맥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걸을 수가 없습니다!"


콜러 부인이 흐느꼈다.


사제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드님의 믿음이 충분하지 않아 주님께서 벌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천사와 악마, 댄 브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