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근황 다시 전하러 들어오면서 댓글들 봤다.


힘내라고 해준 사람들 고맙다.


인생 진짜...전체적으로 볼 때 나아진 상황인지 확신은 못 하겠다.


결국 마음이 약해져서 그랬는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당장은 모르겠다.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정신승리 하고 싶다.


진짜 나도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누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지기만 하고 


나쁘게 생각할 수록 자책감만 커진다.


오늘까지도 집을 왔다갔다하면서 누나 곁에서 지내고 있었다.



수 개월 전에 막무가내로 내가 혼자 결정을 내리고 헤어진 이후로 


누나가 지속적으로 힘도 없고, 스트레스도 점점 심해져서


퇴사도 자꾸 하려고 그랬다.



내가 자기의식이 강하거나 그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통해서 표면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나와의 문제 때문에 퇴사하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자책감에 더 시달렸을 것 같다.


직장이 진짜 괜찮은 편이라, 초과 근무도 별로 없고


이기적이지만 나도 누나가 계속 그 회사를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장도 괜찮고, 내 눈에는 더 예쁘게 보이는게 분명 있겠지만 


누나가 길가다가 눈에 띄고 그럴정도는 아니라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보니까


엄마나 아빠가 한두다리 건너서 좋은 남자 소개시켜주고 그랬음. 


그 사이에 여러번 그랬던 것 같다.



상대방 남자 입장에서 누나가 대단히 기분 좋게 리액션 해주지 않았어도 


마음에 들어서 더 만나고 싶어할 사람들은 충분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함.


충분히 좋은 남자가 있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적어도 외부적인 조건만으로는 정말로 원할 상대가 많을거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누나가 한두번 보고 다 애프터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후에는 소개시켜줘도 안보고 결혼도 안 하겠다고 막 그래서


처음에는 누나의 알 수 없는 태도에 아빠도 화내고 그러셨음.



그러다 누나가 집에서 한번 막 또 소리지르고 화내면서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왜 내가 이 나이 먹고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냐


어짜피 그런 사람들이랑 결혼하면 내가 그 잘난 사람들 맞춰준다고 그러다가


금방 이혼할텐데 뭐하러 자꾸 만나라고 그러냐 그러면서 


하고 한번 집에서 뒤집어 엎어버린적이 있었다.



저번에 누나가 다칠 정도로 난리 친 일이 


어쩌면 징조가 있었던 거구나 하고 뒤늦게 생각이 든다.



그런 이후에는 아빠조차 누나 심기 거스르지 않고 


조용히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대해주고 계시는 느낌이 든다.


엄마는 뭔가 이해해 주려고 정말 노력하셨던거 같음.


돌이켜보자니 엄마도 여자고 그러니까 조금 더 생각해 주신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단순한 정보도 사실상 엄마를 통해서 들은거지만 


여러가지로 부모님께 곤란하게 해드린 내가 너무 한심하고 원망스러워진다.



어쩌면 그 시기부터 그렇게 생각하셨을지는 모르지만 


누나가 뭔가 바운더리 안에 허용하고 있는 남자가 


나 밖에 없어보이는 것도 있고,


내가 누나 집에 간다고 매번 갈 때마다 엄마한테 말 한 건 아니지만,


간 빈도수가 그 이전보다 이상할 정도로 늘어났던건 사실이었으니까.



나의 경우에는 졸업 후 감사하게도 일을 지인에게 잘 받아서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도 1년 반 정도 다니긴 했지만 잘 맞지 않아서 때려쳤고,


이후에는 프리랜서 형태이긴 하지만 주간에 일을 계속 하고 그랬다.



다행히 현재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다보니까 


누나의 출퇴근을 도울 수 있어서 시간 맞춰서 왔다갔다 했다.


저번에 말했던 병원 갔다오고나서 누나가 거동도 불편하고 그래서 같이 지내고 그랬다.


엄마에게도 대충만 얘기해놓은 상태여서 분명 궁금하셨을거다.


걱정 많이 하셨겠지만 애써서 나는 별일 아닌것처럼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거의 주말 동안은 누나 곁에 있으려고 했다.


글 썼던 날에도 누나 집에 청소하고 식사할거 챙겨주고 집에 가려고 했다.


누나한테 모든게 다 미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처음엔 너무 두렵고 그랬다.


근데 아오 누나 표정을 보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진짜 내가 글재주가 없어서 미안하다.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누나한테서 분노라던가 원망도 분명히 느껴지고


그러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얼굴에서 다 드러나면서


그런 모습을 보니까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딱히 누나한테 잡혀살거나 그런것도 아니었다.


서로 비교적 자유롭고 간섭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잘 지낼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만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너무 무섭고 불안했다.


걱정이 너무 많이 됐다. 


분명 나는 남에게 이렇게 상관하는 편도 아니었고, 


내가 성장하는 시기에도 누나랑 교류가 대단히 많지 않아서 


그럴 것도 없었다. 


어릴때야 누나나 나를 엄청 귀여워했고 그랬지만 


기억이 선명한 기간동안은 누나에 대한 기억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다. 


그때 돌아갈 수 있다고 쳐도 어떻게 하면 좋았을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갈피를 못 잡겠다.


계속 그런 상태로 밤에 누나가 잠에 들 때까지 근처에 있었다.


잠 들면 조용히 누나 집에서 나가서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옷도 갈아입고 


잠깐 내 방에서 짧게 잤다가 


새벽에 누나 깨기 전에 다시 돌아오고 그랬다.


그래서 솔직히 존나 피곤하고 그랬다.


정말로 눈에서 떼어놓는게 너무 불안했다.



월요일부터는 누나가 어떻게든 출근을 해야해서 


왔다갔다 할때 차로 회사 앞까지 태워다줬다. 


물론 나는 내 차가 없어서 누나 차를 이용했다.


회사 앞까지 태워다 주면 절뚝거리면서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을 


사이드미러로 보고 자리를 얼른 뜨고 그랬다.


그냥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복합적으로 들고 그랬다.


이미 방해라는 방해는 다 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고 멍청한 짓거리인가 싶다.



아무튼 병원 갔다오고 나서 첫 주말 간은 정말 딱히 뭐 별일이 없었다.


둘이 있어도 조용히 지냈고 식사도 따로 했고 대화도 거의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하라고 얘기를 하긴 했는데 


주말까지는 정말 별 말을 안하고 지나갔다.



일하러 나왔을 때도 누나 걱정이 자꾸 되니까 


중간중간 집중도 못 하고 그랬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땐 마음이 덜 힘들었다.


퇴근할 시간 맞춰서 미리미리 나와서 누나 태우러 가고 그랬는데 


전화해서 누나한테 회사 앞에 있다고 말 하니까 대답 짧게 응 정도는 해주더라.


누나가 걸어 나오는 동안 블록을 계속 빙빙 돌고 그랬다.


솔직히 그 근처는 주차 할 곳이 영 없다.


몸도 불편할테니 걸어올 구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서 그랬던것도 있었다. 


옛날처럼 백수도 아니라서 그런지 그렇게 지내는게 솔직히 너무 피곤했다.


생각보다 계속 이동하는게 체력을 많이 잡아먹는데다가


편한 마음이 아니니 몸도 경직되고 그래서 목 뒤 같은데가 계속 땡기더라.


화요일이었나 그때는 누나가 밤에 잠들었다가 


악몽을 제대로 꾼 건지 막 소리도 지르고 엄청 힘들어하고 그랬다.


누나가 잠 들면 보통 기절하듯이 자고 자세도 별로 안 바꾸고 코 골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때는 뭔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버려두지는 못하겠더라.


어깨 흔들면서 깨우고 손 붙잡고 나 옆에 있다고 그러니까 


막 정신없어하면서 깼다가 나 쳐다보고 


내 얼굴 막 손으로 만지다가 막 힘들었다고 그러면서 울고 그러더라.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런지 누나의 손이 차갑더라.


원래 손발이 뜨끈뜨끈한 스타일이라 더위도 많이 타고 그랬던 기억도 났다.


누나 꼭 껴안아 주면서 등 두드려주고 그랬다.


모든게 다 나 때문인거 같아서 누나한테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다행히 얼마 안가서 다시 잠들고 그랬다.



그 다음날 아침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퇴근할때 되서는 누나가 피자나 먹으러 가자고 먼저 카톡을 하더라.


그렇게 누나가 먼저 말 걸어주는데다가 


뭐 먹고싶다고 해주니까 괜히 나도 기분이 썩 나아지고 그러더라.



그래서 집 근처 검색해서 파스타랑 피자 평 좀 있는 가게 골라서 갔다.


화덕피자집이라 그런지 주문했는데 메뉴가 빨리 나와서 다행이었다.


뻘쭘하게 가게 앉아서 메뉴 나오는데 오래 걸리는 가게였다면 


누나랑 어색하게 말도 별로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싶었다.



비교적 대화가 없는 상황의 식사였지만 맛도 괜찮고 그랬다.


뭔가 목으로 잘 넘어갈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누나도 배고팠는지 열심히 먹더라.


중간에 포크도 하나 떨어뜨리고 그래서 종업원한테 포크 하나만 새로 갔다달라고 그러는데


누나가 부끄러웠는지 잠깐 웃더라.


그런 웃음이라도 보니까 썩 괜찮았다.



집에 돌아와서 누나는 바로 씻으러 들어갔다.


나는 그동안 집에 뭐 부족한지 확인하고 있었는데


생수도 몇개 없고 그래서 필요한거 적어놓고 그랬다.


무거운건 쿠팡에서 주문해놓고 


일반쓰레기 봉투랑 음쓰봉투도 없는거 같아서 사러 잠깐 나갔다 왔다.


아이스크림도 좀 사면서 봉투 사면 예전에는 같이 계산해주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현금으로 달라고 해서 계좌이체로 보내고 그래서 


원래 이게 맞는건데도 번거롭고 좀 씁쓸하고 그러더라.



돌아오니까 누나가 씻는데 별로 오래 안 걸린건지 


이미 나와있어가지고 쇼파에 선풍기 틀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날 보면서 설마 간 줄 알았다고 하더라.


불안한 표정이 여전히 느껴졌다.


걱정할까봐 일부러 쟈켓을 방에 걸어두고 


그냥 반팔 차림으로 갔다왔는데 그걸 못 봤나보다.



봉투 사러 갔다왔다고 그랬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먹을래 하니까 먹겠다고 하더라.


봉투째 들고가서 하나 고르라고 하니까 


나는 뭐 먹을거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나는 지금 별로 먹고싶지 않았는데


안먹겠다고 하면 기분 나빠할까봐 


월드콘 먹겠다고 하니까


누나가 월드콘 꺼내서 까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나 슬쩍 보고 웃었다.


뭐... 나는 그게 일종의 사과하는 표시라거나 


마음이 좀 풀렸다는 거라고 받아들였다.



그날은 처음으로 조금씩 천천히 얘기도 하고 그랬다.


스페인 갔다온 얘기도 해주고 그랬다.


누나가 정말 부러워하는게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누나랑 이렇게 얘기한 것 같다.


비교적 덜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고 그러니까 나도 조금씩 더 편해지더라.



다음에 누나랑 같이 가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그래도 그런 말은 차마 그 때까진 못 꺼냈다.


그때까지도 당연히 그렇게 하면 안 될 짓이라고 생각했다.



밤에도 누나 피곤하다고 해서 잘 준비하고 그랬는데


누나가 그동안의 며칠 동안에 비해서 옷도 더 편하게 입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 2~3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을 하자니 그런 거다.


그러고 자기 전까지 옆에 좀 있어주면 안되냐고 그래서 알겠다고 그랬다.


전날까지만 해도 잠들때 벽 보고 누워있었는데 


그날은 내가 옆에 있는 쪽으로 누워서 폰 보고 그러더라.


그러다가 중간에 날 갑자기 부르더니 고맙다고 그러더라.


얘기 들으니 괜히 좀 마음이 씁쓸하고 그랬다.


똑같이 대답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때까지는 자신이 없었다.



대답은 빨리 못 하고 누나 손 살짝 잡고 그랬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다 미안하다는 말이나 했다.


그냥 정말 모든게 다 미안하고 그랬다.


그리고 애정어린 표현은 할 용기가 없었다.


그러니까 누나가 눈이 붉어지고 그러는게 보였다.


나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눈 닦으면서 반대로 돌아눕더라.


그러는거 보니까 막 한숨을 크게 쉬고 싶었는데


당연히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답답해서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그러면서 한숨 크게 쉬고 그랬다.


그러고 다시 돌아와서 자는 방에서 앉아서 


전자책이나 보고 있었는데 누나 색색 거리는 숨소리 들리더라.


잠든것 같아서 불 끄고 방 밖으로 나갔다.


무드등은 켜져있어서 불은 껐는데 혹시 몰라서 방 문은 열어놓고 


밖에 쇼파에 누워서 내일 일하러 가서 어떻게 해야할지


확인하면서 정리하고 그러다가 나도 잠 들었다.


계속 예민하고 피곤한 상태인데 


그래도 그날 마음이 좀 풀려서 금새 잠 든것 같다.



다음날에 알람 울려서 놀라서 깼는데 누나는 계속 자고 있더라.


누나 깨우려고 흔드니까 막 애교 부리는 소리 내면서 


나 팔 잡고 끌어당기려고 하길래 


막 안된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고 그랬다.


계석 정신도 못 차리고 있는데 일어나려고 하길래 일으켜 세워주고 


끌고가듯이 화장실에 집어넣고 나니까 씻기 시작하더라.



나는 그동안 이불 정리하고 그러는데 


오랫동안 세탁을 안 했는지 조금 냄새도 나고 그래서 


한번 빨아야겠다 싶더라.



근데 그 사이에도 계속 일하러 가거나 경로가 잘 안 맞아서 


결국 주말에 코인세탁소 가서 해야했음.



누나가 기분이 많이 풀린건지 회사 앞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때도 고마워 말하고 내리고 그랬음.



그러니까 나도 머쓱해지고 그랬던거 같다.


모든게 다 최악일것만 같았던 글을 쓰고 그랬던게 너무 민망하다. 


방금 지워버릴까 싶었는데 내 가장 나약한 순간을 되돌아보기라도 해야하나 싶어서...



혹시 몰라서 스페인 사진은 지웠다.


친구한테 사진 보여주다가 여기 올렸던 사진도 보여준 것 같은 기억이 났다.



다행인건지 아니면 또 다른 파멸을 향하는지 모르겠지만 


수요일을 계기로 누나와의 관계는 일시적으로라도 좋아진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주의 토요일에는 외과가서 다친곳들 다시 확인하고 


테이핑 필요한 부분만 다시 하고 왔다.


겸사겸사 이불도 그때 돌리고 왔다.


군데군데 상처난 곳에 흉터가 조금 남기는 하겠지만 큰 문제 없어서 정말 다행히다.


진짜 발바닥 쪽은 크게 다칠뻔 한 거였다.


정말 더 깊게 들어가거나 옆으로 갔어도 후유증 이상으로 안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던 거다.


토요일엔 같이 저녁식사하고 천천히 집 주변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그러다가 발 아프다고 그래서 업어주고 집에 돌아왔다.


확실히 누나가 가벼워졌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집에 도착해서 근처 계단을 오르니까 그래도 힘들긴 하더라.


문 닫고 들어가서 누나 내려주는데 내 이름 불러서 누나 쳐다보는데 


갑자기 내 얼굴 잡고 입 맞추더라.


솔직히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말 해야할지 모르겠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한테 애정표현을 해준다는게 당연히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러지만


그동안 내가 지은 잘못들과 이런 상황들 때문에 너무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서 힘이 풀려가지고 입이 떨어지고 나서 신발도 안 벗은채로 누나 옆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누나도 말 더 안하고 그대로 옆에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누나가 훌쩍거리면서 울기 시작했다.


내가 누나한테 완전히 사로잡힌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그때 그렇게 누나가 우는걸 보고있을 수가 없었다.


누나 신발 벗겨주고 내 신발 벗고 나서 서로 어깨를 끌어안은채로 잠시 있었다.


그러고 잠시 우는게 그치고 나니까 누나가 한숨 팍 쉬면서 미안하다고 그랬다.


뭘 대답해야할지 그때는 전혀 모르겠더라.


그냥 누나가 미안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누나를 들고 방에 데리고 가서 눕혀줬다. 


그렇게 못 걸어다닐 정도는 아닌데 


그때까지는 왠지 수발을 다 들어주고 하는걸로 


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던거 같다.



누나가 옷 갈아입는걸 도와달라고 그랬다.


그동안은 더 아플때도 혼자서 잘 갈아입었는데


그때는 마찬가지로 다른 생각보다는 해달라는걸 왠만하면 다 해주고 싶었다.


바지랑 상의도 벗겨주고 하면서 누나가 더 야위었다는것도 깨닫게 되고 그랬다.


갈비뼈 있는 부분이 더 드러나 보이고 그러니까 마음이 참 불편했다.


누나도 내 반응을 보고 더 다른걸 부탁하거나 하지는 않았었나보다.


토요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일요일에는 알람도 안 맞춰놓고 있어서 내가 늦잠을 잤다.


화장실 때문에 깼는데 누나가 샤워하고 있어서 기다렸다.


예전에는 소변 누고 그럴때는 화장실에 서로 벌컥벌컥 들어오고 그랬던 적도 있다는 걸 새삼스레 기억하고 그랬다.


샤워 끝나고 나오길래 들어가서 소변 누니까 


누나가 그냥 말하고 들어오지 하고 말 하더라. 


관성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익숙한 듯한 느낌의 대화가 


점점 다시 내 정신을 반대쪽 방향으로 흐트러뜨리려는 것 같이 느껴졌다.


심지어 이미 뭐든 해줄 기세로 있는 상태로 


어디까지가 경계인지도 희미해지고 있었던거 같다.



점심 먹고 나서 산책하는건 그렇고 


스트레칭 좀 하겠다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다.


지나서 보면 다 누나 손바닥 위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스킨쉽이 많은 행동인데 그걸 또 그냥 해주고 그랬다.


발 바닥을 바닥에 똑바로 대고 힘 주는걸 못해서 다리 잡아주고 등 밀어주고 그랬다.



이상한 행동이나 생각을 딱히 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날 저녁 이후에는 응급실에서 받았던 약도 다 먹고 그래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누나가 와인 한잔 먹자고 그래서 안주도 별거 없이 


누나 집에 있던 와인 하나 뜯어서 마시고 그랬다.


뭔가 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신없이 끌려다닌거 같다.


그날도 대단한 일이 일어난건 아니었지만 같이 알콜도 집어넣고 얘기도 하다보니까 


잠깐 지금 상황을 덜 의식하게 되면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느껴지고 그랬다.



월요일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차 태워줄때도 비슷하게 점점 뭔가 이어진 행동들이 아닐까 싶다. 


누나가 내리기 전에 고맙다고 말하면서 안전벨트 풀고 


내 머리 잡더니 키스하고 도망가둣이 내리더라.


나도 확 부끄러워지고 얼굴이 뜨거워져서 


누나가 내리고 문 닫자마자 빠르게 도망가듯이 차를 끌고 이동했다.


막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니까 속이 답답해지고 그래서


편의점에서 코카콜라 신제품 나온거 하나 사서 빠르게 들이키다가 


사래까지 들려서 한참 기침을 하고 그랬다.


생각보다 맛도 별로 없더라.


진짜 멍청하고 얼빠진 놈이다 나는.



월요일에는 일이 없어서 주말동안 지저분한 건 청소해놓자 하고 


내 옷도 가지러 왔다갔다 할 겸 집에도 돌아갔다 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부모님께서 둘다 집에 안 계셔서 민망하고 어색한 상황을 겪지 않았다.


그동안도 일부러 새벽에 조용히 왔다갔다 하면서 엄마 아빠 얼굴 볼 일도 적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러면서 결국 누나 집에 


다시 내 물건이 하나씩 많아지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한숨이 나오고 그러더라.


그러다가 내 침대에 드러누워서 다시 생각에 잠기고 그랬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쯤 되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전화 바로 받으시더라.


전화 해도 괜찮냐고 여쭤보니까


응 괜찮아. 말해도 괜찮아.


엄마 목소리 그렇게 들리는데 


뭔가 속에서 바로 울컥 하더라.


괜히 침대 옆에 쭈그려 가지고 엄마한테 죄송하다고 그러자 마자


얼굴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콧물이 다 갑자기 존나 흘러나오더라.


엄마는 처음에 너가 갑자기 결정하고 바로 한달동안 여행도 가버리고 그래서 


많이 놀라고 그랬는데,


누나가 너랑 이렇게 최근에 친해진 것만 해도 어디냐 하시더라고.



실제로 얼굴보고는 그동안 제대로 못 했던 얘기를 


오히려 그때 갑자기 하게된게 아닌가 싶다.



아직 이해하고 그러지는 못한다고 하셨다.


엄마도 아직은 불편하고 이러지 않았으면 했는데, 


둘이서 같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누나가 막 얘기했다고 그러시더라.


누나가 여태까지 성인되서 엄마한테 행복하다고 말한 적 한번도 없는거 같다고 말하셨다.


누나가 엄마한테 이미 연락을 한번 했다는 거였다.


그런 얘기 듣고 있으니까 진짜 여러 감정이 막 


소용돌이 치면서 눈에서 진짜 눈물이 내 몸에 액체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안구에서 콸콸 나오더라.


콧물도 존나게 나와서 분명 존나 추한 몰골이었을거임.


왜 그렇게까지 우는지도 솔직히 몰랐고 지금도 모르겠다.



엄마랑 아빠가 우리 둘을 너무 기계적으로 키워서 그런거 아니겠냐면서


아빠랑 엄마도 미안하다고 그러시더라.


계속 숨기고 어떻게 언제까지 살겠냐고 하시면서


엄마가 한번 아빠랑 얘기는 해봤었다고 하시더라.


아빠도 준비가 되면 둘이 같이 와서 


엄마랑 아빠랑 얘기해보자 차분하게 의사를 전달하셨다.



정말 나는 천하의 쓰레기같은 불효자인데


이런걸 어떻게든 유연하게 해결하려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감사와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엄마한테 미안하고 감사하다 그랬다. 


그래도 아직은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고도 말했다.



그렇게 얘기하고 전화 끊고


한번 제대로 내 방에서 혼자 소리내서 울고 그랬다.


그러고 정신 차리고 짐 챙겨놓고 집에서 싹 다 씻고 면도도 깔끔하게 하고 그랬다.


예전에 자주 가던 헤어샵에서 머리도 자르고 가려고 전화도 해봤는데 


그 미용사분이 다른데로 갔다고 하시더라. 


그새 시간이 짧지 않게 지나갔다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거기서 자르지 않고 


누나집 근처에서 가끔씩 가던 곳 있어서 전화하니까 5시에 된다고 그러더라.


누나 퇴근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약하고 짐 챙기고 누나집으로 다시 이동했다.


가면서 진짜 별 생각 다 하고 그랬다.


이미 별 일 다 겪으면서 부모님께서 이미 포기하신건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가족들끼리만이라도 서로 보호하고자 하는 행동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자꾸 얘기를 하다보니까 너무 TMI인거 같기는 하지만,


아빠 쪽 가족은 어릴때도 이미 사이가 안 좋았고 


조부모님이 다 돌아가시면서 관계가 사라졌다.


가끔씩 아빠 혼자서 납골당 갔다오시거나 하는 정도.


엄마쪽은 다들 잘난척 하고 그런 집이라 맨날 엄마도 눌려살고 그러면서 


누나랑 나를 그 위로 올리려고 교육열에 힘 쓰고 그랬던것 같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들 성인이 되고 그러면서 연락이 끊기고 그랬다.


나랑 누나 둘 다 사촌들을 만나는것도 짜증났던 기억만 난다.


그러다보니까 누나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서로 잘 만나고 그러지 않았던거 같다.


결혼식 정도 참석하고 그랬던거같은데 나는 고등학생때고 그래서 잘 가지도 않았다.


괜한 소리를 한거같다.



그냥 이후에 그러다가 지금까지 흘러오다가 


엄마가 나까지 성인이 되고 나서는 


본인 손에서 떨어뜨려 놓으시면서 변하시려고 했던것 같다.


이후에 누나도 힘들어하고 그러면서 더욱 그냥 


우리 가족들이 서로 잘 지내는게 더 중요한거라고 자주 얘기하시고 그랬던 거 같다.



솔직히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진짜 부모님 생각은 모르겠다.


그날 통화 이후로 자꾸 생각을 정리하다보니까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렇게 혼란한 가운데 머리 자르고 바로 차 끌고 


누나 회사 돌면서 연락 올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누나가 전화와서 오늘 늦게 가야 할거같다고 그래서 


먼저 식사도 하고 기다리지 말라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끊으면서 사랑해 라고 말 해줬다.


당연히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도 


여전히 복잡한 심리상태라 모든게 다 혼란스럽고 그랬다.


그렇게 누나 집에서 짐도 정리하면서 분리수거도 하고 왔음.



식사도 별 생각 안들어서 김밥 한줄 사먹고 말았다.


그러다가 8시 넘어서 누나가 9시쯤 갈거같다고 그래서 맞춰서 데리러 갔다.



이미 퇴근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릴 수 있었다.


근처에는 택시들도 몇대 있었지만 그리 눈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누나가 나오는게 보여서 시동 걸고 누나가 차 문 열고 탑승했다.


타자마자 누나가 고맙다면서 바로 키스하더라.



엄마 연락이 뭘 다 허락했다던가 그런 얘기도 아니었는데 


뭔가 누나의 능동적인 행동에 점차 다 받아들이기 시작했던거 같다.


그렇게 누나 어깨 붙잡고 같이 반응해주면서 길게 입을 맞추고 있으니까 


누나가 두 팔로 껴안아주고 그랬다.


숨쉬기 불편할 정도로 그렇게 입술을 떼지 않고 둘이서 계속 그랬던거 같다.



그러다가 옆에 택시가 사람을 태웠는지 지나가는 소리에 입술을 뗐던 기억이 난다.


얼른 그래서 나도 출발하려고 했는데 괜히 당황해서 손도 버벅대고 그랬다.


누나가 옆에서 히죽거리면서 웃으면서 피로가 다 풀리는거 같다고 말했다.


나도 괜히 흥분하고 당황하고 그랬던거같다.



집에 돌아와서도 괜히 머쓱한걸 어떻게든 해 보려고 


누나 옷 갈아입는 동안 밖에서 와인 따라놓고 그랬던거 같다.


다 지금 생각이 드는거지만 날씨가 그동안 더워지면서 변하는 속도만큼이나 


누나의 심리도 나의 심리도 변해가고 있던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누나가 처음 다치는 날 쯤에는 


통 넓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짧은 바지로 변하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그냥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거지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날도 더워지면서 선풍기도 계속 틀어놔야하는 날씨가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도 꼬박꼬박 정리해서 치워야 했다.


둘이서 그날 마신 와인도 냅두면 상할거라는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한 병을 둘이서 다 마셨던거같다.


자기 전에도 입술을 맞추고 그러기는 했지만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느낌으로 서로 관계를 회복했던거 같다.


그리고 엄마께도 중간중간 연락을 계속 드렸다.


물론 누나랑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건 당연히 말하진 않았고...


한번도 내가 내 입으로 말한 적은 없다.



특별히 이상한 말을 하신다거나 의심하는 느낌의 표현도 안 하셨고 


아무렇지 않은 가족들 처럼 전화로 대화를 했다.


그냥 관계를 지키려는 엄마께 너무 감사하다.


모든 걸 다 아신다고 해도 지금까지 참아주신 것도 감사하고,


이렇게까지 간 상황인지 모르신다고 해도 의심을 하시고 있을 때도 


한번도 나쁘게 말 하신적은 없다.


적어도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셨던게 아닐까 싶다.


반면에 내가 너무 큰 상처를 드렸다는 게 정말로 죄송하다.


용서받을 짓도 아니고 당연히 용서하지 않으셔도 괜찮다는 생각도 했다.


그냥 서로 수면 위로 꺼내지 않고 이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결국엔 나라는 놈이 선택하는 건 똑같은 방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을 정리하면서 주절대다보니까 별 얘기를 다 했다.


바늘 위에 서 있는 상황이 아닌 정도라도 된게 어딘가 싶다.


지금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긴 하다.


지금 누나는 이미 잠들었음.


아까는 같이 누워있었는데 


영 잠이 안와가지고 여기다가 이야기 또 남기러 와서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까


말도 길어지고 피곤해지긴 하네.


한동안 누나가 충분히 거동도 편해지고 


완전히 나았다 싶을때 까지는 이렇게 유지할 생각임.



정말 솔직하게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생각해보려고 해도 마음이 너무 복잡해.


돈이라도 썩어넘치게라도 있다면 아무도 모르는데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그렇지만 또 그런데서 사는게 더 익명성도 없고 괴로울거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남한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인데


돌아보니 가장 소중한 내 가족들에게 폐란 폐는 다 끼치고 지내버렸다.


누나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끼니 그거 하나로 지내고 


반대로 나도 누나가 내 곁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쓰레기같은 독점욕이 아닌가 싶어서 너무 한심하고 괴로움.


진짜 살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있었나 싶음.


별 좋은 얘기도 아닌데 말만 너무 길어져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