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소설은 백합입니다. 백합물이 싫으시면 뒤로 가주세요!

스토리

1. D - 729

부스스스...


..병원이 아닌 데서 자는 건 오랜만인 거 같네..


..5년이 지났으니까 오래된 게 맞나?


어제 언니랑 얘기를 해서, 더 이상 병원이 아닌 언니의 집에서 자기로 했다.


"후으으.."


옆을 보니까, 옅은 노란색 머리와 여신이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메리 언니가 보인다.


헤헤.. 메리 언니 아직 자고있ㅇ..


"쿨럭.. 콜록콜록..!"

"세라야..!"


언..니를 깨우려는 건 아니었는데..!


이젠 기침만 해도 피가 나와서.. 언니가 어쩔 수 없이 깨게 되..


"에구..  또 얼굴에 피다 묻었어.."

"미안.. 콜록.."


이러다가 과다출혈로 먼저 죽는 거 아닐까 몰라..


"그래서 오늘은 뭐 하고 싶어?"

"나.. 오랜만에 산책할래!"


뭐.. 산책이라기보다는.. 바깥바람 맞으러 가는 거니까.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 타고 병원을 몇 바퀴 도는 게 전부라..


"그래? 읏차.. 그럼 먼저 씻자?"

"헤헤.. 응!"


언니가 날 들고 욕실에서 씻겨준 다음,


"..정말로 그 옷 입을 거야?"

"나 이 옷이 제일 편해.."

"..어쩔 수 없네."


평소에 입던 환자복을 입고 간다.


5년동안 입으니까.. 이제 안 입으면 허전해..


끼이익- 드르르륵...


언니가 밀어주는 휠체어도 타고,


"자~ 가자~"

"헤헤~"


시원한 바람을 맞으러 간다.


*


난 세라한테  고맙다고 생각해..


대부분의 환자는 데스 하베스트에 걸리면 희망을 다 잃고는 먼저 죽어버리거든..


"언니! 저기 갈매기!"

"진짜네~"


이렇게 희망을 가지고 있어주는 게.. 너무 고마워.


저벅저벅..


음?


하얀 머리에 회색 눈..


...우리 병원에 저런 환자는 없었는데?


뭐.. 상관 없으려나..


"응..? 언니 무슨 일 있어..?"

"흐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생각할 게 조금 있어서."

"아하.."


스윽스윽...


내가 약간 이상한 걸 알아챈 세라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어 준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저 여자한테는 눈을 안 떼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무 궁금해.


"세라야 잠시만."

"어..어? 어디가게..?"

"진짜 조금이면 되니까, 알겠지?"

"우웅.."


미안해 세라야..!


타다닷-


"저기.."


타닷- 휘익-


뭐?!


내가 말을 걸자마자.. 그 여자가 어디론가 뛰더니 한순간에 사라졌다.


..귀신인가..?


으으응..


하아.. 나중에 알게 되겠지?


"세라야~"

"에? 진짜 빨리 끝났네?"

"그치?"


착- 드르륵-


다시 세라한테 돌아와서 휠체어를 밀어주고..


"아, 세라야. 아까 하얀 머리 여자 봤었지?"
"응? 음.. 아! 봤어!"


..그러면 귀신은 아닌데?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으응,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뭔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는데..


..모르겠다~


사아아아-


바람 시원하네..


"이렇게 나와 있으니까 좋당.."

"나도 세라랑 이렇게 나와 있으니까 좋다."

"어..어?!"

"왜? 이런 거 아니야?"

"아니, 그.. 쿨럭..!"


에구구..


또 각혈한 세라의 입과 손을 닦아준다.


이렇게 계속 피를 흘리면 안 좋은데..


"크흡.. 큽.."

"괜찮아, 천천히 진정하고.."

"흐으.. 쿨럭.. 아으으..."


이렇게 피를 계속 흘리면 안 되는데..


이것보다 더 심해지면 혈액팩 가지고 다녀야 되..


"케흐.. 괜찮아.."

"휴우우.."


그나마 열이랑 두통은 없어서 다행인가..


"푸흐.."

"응?"

"아니, 갑자기 웃긴 생각나서."

"뭔데?"


..데스 하베스트 환자를 4명을 만나봤는데, 이렇게 웃은 환자는 처음이기도 하고.


"뭔가, 뱀파이어가 있으면 좋아할 거 같은 몸이라고 생각해서?"

"푸흐, 진짜 웃긴 생각이긴 하네."


피가 필요한 뱀파이어와 피를 흘리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나마 뱀파이어라도 있으면 좋았지. 연구해서 저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봤을 테니까.


"...하아아아.."


뚝.. 뚜두둑..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부정적으로 바뀌는구나..


꼬오옥...


큰 한숨을 쉬면서 울고 있는 세라를 한 번 안아준다.


"도대체..!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흐에에에엥..!!!!!"


..진짜 세상 불공평하지?


널 버린 부모란 자식들은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너는 이렇게 고생을 하니까.


나쁜 새끼들은 명줄이 길고, 착한 사람들은 명줄이 짧은.. 이런 거지 같은 세상.


"괜찮아 세라야.. 네 잘못이 아니야."

"흐윽.. 끅.. 끄으..!"


그리고.. 결국엔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울어서.. 더 이상 밖에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 아니었거든..


"언니..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아니야 괜찮아 세라야. 우리 내일 또 나갈까?"

"저..정말..?"

"그럼! 언제나 나갈 수 있다고?"
"으..응! 내일도 나갈래!"


다시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다..


"언니.. 나 옷 좀 벗겨줘.."

"응? 알겠어~"


씻을려고 그러나?


일단, 세라의 부탁대로 옷을 벗긴다.


휙.. 훅..


그렇게 보이는 건..


단발과 장발의 사이 정도와 옆머리가 길고 앞머리가 눈을 약간 가리는 청록색 머리와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없고, 손도 핏줄과 뼈가 다 보인다.


다리도 얇아서 한 번 치면은 부러질 거 같아..


"어..언니.. 그렇게 보면은 부끄러운데.."

"아, 아. 미안.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눈 밑에 다크서클도 있고.. 생기도 없고....


그리고 몸 자체가 작아, 키는 152쯤에 몸무게 40..


진짜 말 그대로 뼈야. 이거는. 살이 없고, 그냥 뼈라고.


"우으으..! 그렇게 계속 보지 마!"

"...."

"어..언니..?"


꼬오옥...


"가..갑자기 왜 그래..? 나 무서워.."

"..아니야, 괜찮아."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세라한테 활짝 웃어준다.


누가 누굴 걱정해야 되는지 원..


"에취..!"

"!!"


벌컥- 타다닥- 촤아아악-


"언니 옷 다 젖어!"

"난 네가 감기 안 걸리는 게 더 중요해!"

"아니! 옷 다 젖어서 언니가 감기 걸린다니ㄲ..! 콜록..!"


끼릭- 솨아아아- 풍덩-


세라의 재채기 소리를 듣자마자 따듯한 물을 틀어서 씻겨주고, 욕조에도 물을 받아서 따듯하게 해준다.


뭐.. 내 옷이 다 젖긴 했지만..


...감기 걸려도 약 많아서 괜찮아. 지금까지 먹은 약이 몇 개인데.


"흐으.. 이거 좋당.."


..좋아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네.


솨아아아-


그렇게 나도 옷을 벗고 씻은 뒤,


풍더엉-


"일로 와, 세라야."

"웅!"


푸우우욱...


"언니..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세라야."


아직까지, 그 부모란 놈들이 왜 이렇게나 귀여운 세라를 버렸는지 모르겠다.


..신이 있다고는 안 믿지만...


만약 있다면...


제발, 그들에게 천벌을 내려주시길.


휘이이잉...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신한테 하는 부탁이라.. 뭐, 한 번쯤은 들어줘도 상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