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가 연회 도중에 상께 이르기를,

"듣자하니, 전하께서 세자를 폐서인시키시고 뒤주에 가둬 굶겨 죽였다고 들었습니다, 전번에 왔을 때 제가 국본을 그리 대해서는 안 된다고 전하께 아뢰었건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니 참으로 애통합니다."

이에 상께서 이르시길,

"그대들이 이곳에 온 것이 그런 '사소한' 문제를 논하고자 온 것이오?  세자는 이미 광증이 심해져서 왕위를 이어받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 눈물을 머금고 대처분을 한 것이오,  

나 역시 일국의 군주이기 이전에 아비이기도 하오, 내가 오쥭하면 동궁에게 그런 짓까지 하여야 했겠소? 이미 세자의 광증은 어찌 해결할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소."

청사가 이에 답하였으나, 역관이 감히 번역하질 못하였고, 상께서 다그치시자 결국 역관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길,
  
"전하께선 천한 무수리 최씨의 아들이시잖습니까? 분수에 맞지도 않는 자리에 올랐다가 천것들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아들이자 국본인 왕세자를 학대하다가 결국에는 죽이신 분께서 어찌 부자간의 관계를 논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