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방에서 일베하는 할배 짤 있었는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나노

탁, 타닥, 탁, 탁...
침침한 눈과 떨리는 손으로 치는 김 노인의 타자는 채 30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67년 동안의 오랜 세월을 산 탓일까, 남는 게 시간이어서 그런 것일까.
묵묵하게, 장장 1시간을 원하는 바를 써내려가던 김 노인은 마침내 짧은 한숨을 내쉬며 키보드에서 손을 뗀다.
자신의 눈으로 봐도 확실히 좋다. 68세의 백발 노인이 쓴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맞춤법이 잘 지켜져 있었고,
손주가 썼다고 해야 믿을 만한 수준의 유머 감각이 탑재되어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작성 버튼을 누른다.
잠깐, 아뿔싸, 여기가 아니다.
여긴 이재명 갤러리다. 분명 국민의힘 갤러리로 올라가야 했을 글이다.
어디부터 잘못이었던 것인가. 왜 여기에 있는가.
김 노인은 사과보다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글 여기저기를 훑는다.
어떻게 해야 이 놈을 지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휠을 연신 굴리기를 5초, 화면 우측에 무언가 나타난다.
커서를 옮기며 무엇인지 보는 김 노인. 이내 새빨간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푸르러진다.
"항문견 왔네 ㅋㅋㅋ 완장 일 안 하고 뭐함"
단 한 번의 실수로 그토록 싫어하던 찢빠에게 모욕당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노, 아니, 그보다는, 황망함이 가득한 손가락으로 그것을 누른다.

아. 이건 또 뭐냐. 처음 보는 화면이다.
삭제된 글? 곧 이동?
이윽고 찢갤의 첫 페이지로 이동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감조차도 잡지 못한 김 노인.
급하게 손자에게 묻기 위해 전화기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