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 전 이었나, 난 중견 정도 되는 회사에 취직했었어.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도 유별난 사람이 한 명 있었어. 마츠다(가명)라는 이름이었는데, 내 상사였지. 


그는 평소 겁도 없을 뿐더러, 유령도 안 믿고, 영능력자는 다 뻥이나 치고 다니는 사기꾼이라며 욕하던 사람이었어. 그러면서도 툭하면 게시판에서 오컬트 같은 내용을 찾아오기도 하고... 아무튼 상당히 괴짜인 축이었지만, 그래도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려 하는 꽤 좋은 녀석이었지. 나랑도 죽이 잘 맞아 서로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제작년 가을 즈음, 아마 워크샵 때 였을 거야. 당시 우리는 부장이 소개해준 한 온천 마을의 작은 여관에 묵기로 했어. 짐을 풀고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 여관 주인이 찾아와서는 우리에게 신신당부하던 말이 있었는데,


"근처 신사에 발을 들여선 안됩니다. 절대로요."


당시 우리는 그 여자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위압감이라고 해야 하나? 포스가 장난 아니었기에 그냥 얌전히 있기로 했어.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 마츠다 씨는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아니나 다를까 담력시험 같은 어린애들이나 할 짓을 하자고 몇 명을 데리고 가더라고, 다행히 그 때 난 깊게 자고 있어서 불려가지 않을 수 있었지.


다음 날, 마츠다 씨는 못 보던 부적 하나를 들고 무용담을 늘어놓듯 자랑을 하고 있었는데, 부장이 그걸 보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걸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더군.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근처 신사에 있던 바위에서 뜯어낸 거라고 실토하니까 그걸 듣자마자 부장이 대뜸 노발대발 욕지기를 내뱉는거야. 마츠다 씨도 처음 보는 부장의 모습에 당황했는지 연신 고개만 숙이면서 사과해댔고 말이야. (최근 알게 된 것이지만, 부장의 부모가 그 여관 쪽 지주랑 관계가 있다거나..? 그랬다고 해. 지금은 부장과도 연락이 안 되서 그 부적이 뭐였는지는 못 물어보겠지만...)


다들 부장을 말리느라 신경을 쓰진 못했지만 여관 주인도 온갖 욕을 하며 저주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 하지만 그는 역시나 별 생각 없이 넘어갔던 모양이야. 실제로도 당시 마츠다 씨와 같이 나갔던 사람들 모두 얼마 간 별 일이 없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일당들 중 한 명인 야마다 씨가 갑자기 큰 병에 걸리게 되었다더군. 평소 감기도 안 걸릴 정도라고 주변에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기에 모두가 의아하게 여겼지만 당시에는 다들 워크샵 때의 일을 떠올리진 않았었어. 뭐, 그때 쯤 회사 일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하지만 마츠다 씨만은 뭔가 마음에 걸렸는지, 며칠 뒤 이자카야에서 나한테 최근에 꾸기 시작한 꿈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더군.. 목이 길고 눈과 입이 까맣게 칠해진 커다란 여자가 같이 부적을 떼러 갔던 사람들을 쫓아오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 야마다 씨가 제일 처음으로 잡혔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마츠다 씨는 원인모를 두통에 시달려 자주 병가를 나가게 되었고 눈에 띄게 어두워졌어. 병원을 몇 군데나 들려봤지만 이상은 없었고, 점점 두통에 지쳐가다 못해 오컬트 쪽으로도 손을 빌려 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해.


그 즈음, 당시 마츠다 씨의 꿈에 나왔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거나 사고를 당하기 시작했고, 그 때 마다 그는 꿈 내용을 되뇌이며 하루하루 괴물이 자기와 가까워진다고 무서워했어. 당연히 기초적인 업무조차 힘들게 된 마츠다 씨는 사측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었고, 이후 연락조차 끊겨버렸지. 


이 이야기 때문에 오컬트를 완전히 믿게 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마츠다 씨가 그 때 내게 해줬던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아.


"뒤를 돌아봤는데, 내가 마지막이 아니었어."


우연이라고 믿고 싶지만 마츠다 씨와의 연락이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워크샵 때 들렸던 마을은 산사태로 인해 모두 흙에 파묻혔다고 하더군.


도대체 그 날, 마츠다 씨는 도대체 뭘 떼왔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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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괴담글 모티브로 함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