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그 친구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거야. 그러니까... 31년 전이네

그러니 내가 그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너무한 건 아니겠지

꽤 친한 친구였어, 같이 뭘 하고 놀았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학교 뒷산에 개구리 잡으러 다녔을 것 같아


학교가 경기도 모처의 언덕 꼭대기에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가파른 곳은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초딩에게는 산중 성곽 비슷하게 느껴졌어


30년 전이라 차는 그리 많지 않았어

지금은 번화한 도시지만 당시에는 논밭이나 널린 깡촌이었고 

애들은 들로 산으로 마구 뛰어다녔지


그래서 그 친구가 운동장에서 교실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을 뛰어오르다

발을 헛디디는 것도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

난 심지어 앞에서 달리는 친구가 넘어졌을 때 웃었을 거야, 아마


근데 안 일어나더라

넘어진 뒷모습의 목이 꺾인 각도가 이상했어

피가... 있었나? 모르겠어.

비명소리가 울렸어. 아마 내 것도 있었겠지


뒤는 기억 안 나

일찍들 집에 가라고 보내졌거든

그 계단은 폐쇄되고 학생들은 옆에 훨씬 둘러 가는 완만한 비탈을 이용하라고 교육받았어




그러니 내가 누군가 계단에서 뛰는 걸 볼 때마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렇게까지 신경질적인 반응은 아닐 거야

https://arca.live/b/singbung/39460579 

https://arca.live/b/singbung/39502126

이렇게 말이지




불편충이라도 좋아

그냥 난 한 명이라도 더 그런 걸 안 봤으면 좋겠어




근데 그 친구 이름이 기억이 안 나

같이 재밌게 놀았던 거 같은데.

하지만 30년도 더 전이니 내가 너무한 건 아니겠지





나한텐 무서운 이야기라서 괴담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