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포챈 유저가 딥웹에서 본 것 중 가장 끔찍한 것은 무엇이냐는 포스트에 올린 어느 한 고어 애니메이션의 내용.

정체불명의 화장실에 갇힌 소녀들이 상황과 해결책에 관한 논의를 하며 점점 절망에 빠져 자기 파멸로 달려나간다는 줄거리는 인터넷의 유저들을 사로잡을 만큼 흥미로웠다.

나도 그 중 하나였고 그래서 사키 사노바시를 찾아보기 위해 일주일 가량을 인터넷에서 떠돌기도 했다. 


아무리 구글링을 해보고 웹을 떠돌아봐도 보이는 건 레딧놈들의 트롤링과 무수한 추측들 뿐. 

그러던 와중 오늘 아카라이브에 누군가 올린 흥미로운 글을 보게 돼서 내가 추측했던 것도 한번 올려봅니다. 



우선 첫 번째로 의문이 드는 점은 바로 제목.


이 애니메이션이 4chan에서 처음 언급됐을 때 글쓴이가 말한 이 애니의 제목은 go for a punch다. 

한 방 먹이러 가자. 같이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드는 이 제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소녀들이 절망에 빠져 피와 자해로 범벅이 된 애니메이션의 제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직역의 가능성을 생각해봐도 一撃(일격),一発(일발) 혹은 パンチ(펀치) 같은 단어들이 주는 뉘앙스를 생각해봤을 때 도저히 줄거리와 매칭되지도 않고 오히려 대조되는 가벼운 느낌만 준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봤을 때 go for a punch라는 제목이 진짜라면 영어권 유저들이 이 애니를 업로드할 때 원래 제목을 해석해서 바꾼 것이 아니라 임의로 붙인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뒤에 언급된 제목인 saki sanobashi 사람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은 이 제목은 솔직히 의문점만 가득하다.

saki sanobashi는 읽어봤을 때 일본어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말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는 말은 일본어를 모르는 유저가 일본어 제목을 잘못 읽고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데, 이와 관해서는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아까 전, 아카라이브의 유저가 올린 글에서처럼 bashi가 batsu(벌)을 잘못 읽었을 가능성도 충분하고 先延ばし(sakinobashi) 미룬다는 뜻의 사키노바시를 오독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애초부터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이 아니라 모든 유저가 추측하듯이 등장인물의 이름일 가능성도 있다.


batsu를 잘못 읽었을 경우의 제목은 어느 아카라이브 유저가 추측했듯이 어떤 것에 대한 벌 혹은 사키의 대한 벌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와 잘 부합된다.

사키라는 한 죄없는 소녀가 아무런 까닭없이 화장실에 갇혀 끝내 죽어버리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에 충분히 붙일 수 있는 제목이다.

일본 유저들이 추측하는 先延ばし(sakinobashi)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서히 절망에 빠져가며 연명해가려고 발버둥치는 내용에 붙이기에 적합한 제목이다.


해석에 따라서 어느정도 그럴싸한 추측은 가능하지만, 또 이에 관해서 의문점이 드는 게 바로 띄어쓰기다.


saki sanobashi, saki와 sanobashi 사이에 띄어쓰기가 되어있다. 알다싶이 일본에는 띄어쓰기가 없다. 앞서 추측했던 さきさんの罰나先延ばし 둘 다 있는 그대로 한 덩어리다.


앞서 오독했을 가능성이 있던 제목들을 음차해서 띄어쓰기를 해보자. 


saki san no batsu , sakinobashi 


앞의 제목의 경우에는 saki와 ~씨를 뜻하는 san을 띄어서쓰고, 뒤에 말은 전부 한 의미이니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통채로 쓴다.

이와같은 띄어쓰기를 보면 오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saki san no batsu같은 경우는 분명히 앞의 saki와 san이 분리되어 있고 san이 ~씨를 뜻하는 아주 간단하고 널리 알려진 일본어임을 감안했을 때, 이와 같은 제목이 갑작스레 saki sanobashi처럼 

san이 없어진 것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뒤의 제목같은 경우는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는데 대부분의 희귀한 애니메이션이나 그런 것들을 원제 그대로 업로드하거나 음차하는 것을 봤을 때, 갑작스레 없는 띄어쓰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글을 잘못 읽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구글 번역기에 한자로 된 일본어 애니 제목을 번역해보기만해도 さん과 조사 の의 띄어쓰기 구분이 확실히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자로 원제가 표기 됐다면 더욱 오독의 가능성은 낮고, 남은 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표기인데, 이와 같은 제목을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로

표기하는 건 되게 드문 경우기도 하고, 이런 고어 애니메이션을 향유하는 서양 매니아들이 원제와 음차를 철저히 지키는 것을 봤을 때, 간단한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를 틀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다른 80 90년대 일본 고어 애니메이션들도 정확한 원제와 띄어쓰기를 포함한 음차가 확실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순수하게 saki sanobashi라는 제목을 띄어쓰기와 함께 생각해봤을 때 나오는 내 결론은 단 하나밖에 없다. 오독이 아닌 인명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줄거리와 고어애니메이션임을 생각해봤을 때 어울리는 제목들은 앞에서 말했던 것이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옛날 고어 애니메이션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등장인물의 이름을 딴 것은 거의 없긴하다.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살펴봤을 때, 원제는 saki sanobashi 즉, 등장인물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영어권 유저들이 임의로 붙인 제목이 go for a punch일 가능성이 높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saki sanobashi는 go for a punch로 둔갑된 것일까?


앞서 살펴봤듯 go for a punch는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에 비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제목이다. 한방 먹이러가자. 절망에 미쳐가며 자살을 하는 소녀들이 찍힌 애니메이션에 붙이기에는 그닥 적합한 제목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상의 가벼움을 따져봤을 때는 오히려 있을법도 한 제목이다. 9/11의 점퍼들이 뛰어내려 죽는 영상을 올리며 네티즌들이 붙인 제목은 lol superman이다 

그 참사의 무게를 생각해봤을 때 ㅋㅋ수퍼맨이네라는 제목은 엄청나게 가볍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녀들이 절망해 다 같이 자살하는 애니메이션 제목도 아무런 생각없이 다 죽으니까 걍 한방 먹인다는 의미로 go for a punch라고 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럴 경우 go for a punch라는 제목은 9/11 점퍼들의 모습을 담은 lol superman처럼 이 영상의 여러 이름들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마음에 걸리는 것이 굳이 제목을 바꿔 올릴 필요가 있을까.

이것처럼 희귀한 일본 고어 애니메이션같은 것들을 보존하거나 영어권 웹에서 올릴 때에는 대부분 원제를 그대로 음차해서 쓴다. 특히 희귀한 영상은 콜렉팅의 의미가 더욱 크니.

널리 알려진 영상들이라면 원제가 잊혀지고 사람들이 여러 제목을 붙일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조금은 의아하다.


saki sanobashi라는 원제가 go for a punch로 바뀔 만큼 영상이 퍼졌을까.

물론 이건 다 가설이고 어느 한 유저가 원제를 좆까고 제목을 바꿨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희귀 고어나 성인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원제로 불리는 것을 생각해봤을 땐 의아한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의문점은 사실 별건 아니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다.


옛날 성인용 고어 애니메이션을 보면 큰 컨셉은 페티시를 만족시키기 위해 빠른 전개로 자극적인 장면들이 전개되는 것들이 많다. 

사키 사노바시의 줄거리를 보면 컨셉은 고립된 공간에서 절망에 빠진 소녀들이 자살한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 목격담을 올린 글쓴이가 올린 것을 보면 고어적인 요소도 많이 내포한 것으로 보이나 그것만큼이나 심리적인 공포나 절망감 또한 이 작품의 포인트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때 당시의 트렌드인 강간 살인 갑작스러운 죽음 sm 등 말초신경을 건드려 페티시를 만족시켜주는 요소와는 많이 동떨어져보인다.


고어 애니메이션은 페티시와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하기 위해 괴인, 괴물, 남자, 강자와 같은 막강한 힘이 소녀, 여자, 아이,약자에게 작용되는 것이 많았다.

사키 사노바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소녀라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무력감과 심리적 절망감은 강조할 수 있지만, 강자가 약자에게 선사하는 무자비에서오는 통쾌함은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80,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은 지금보다 더더욱 매니아적인 측면이 강했고, 특히나 성인애니메이션 그것도 고어라면 특히나 특정 매니아층만이 향유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소비자층이 원하는 자극보다는 어찌보면 실험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은 조금 힘들어보인다.


물론 그 당시 80,90년대 일본 서브컬처는 괴짜들과 참신한 소재들로 가득차있었고, 이런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사키 사노바시가 독특한 것은 맞지만 목격담을 봤을 때 고어적인 요소는 확실히 있었음에 틀림없고 소녀들이 알몸으로 그려졌다는 말을 봤을 때, 어느정도 성적인 측면도 강조한 부분이 있긴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 만연했던 트렌드와 다른 게 조금 신기하긴 하다.


정리. 


1. go for a punch는 영어권 유저들이 임의로 붙였을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직역했을 가능성은 무척 낮음.

2. 음차와 띄어쓰기, 서양 매니아들이 애니메이션에 하던 표기를 생각했을 때 오독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음. 등장인물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음. 근데 그 당시에 고어애니메이션의 제목을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한다?

3. 엄청 희귀한 이 영상이 원제가 아니라 go for a punch라는 제목이 붙여졌다는 사실자체가 의아스러움. 매니악한 작품들의 원제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4. 그 당시 성적인 애니메이션이 지향했던 흐름과는 다른 내용 자체가 조금 의문스러움.


걍 내 추측일 뿐이고 다 틀렸을 가능성도 있음. saki sanobashi도 제목이 아닐 가능성도 있고 진짜 제목은 완전 다른 것일 수도 있고.

의문점들을 주저리 읊은 거라 가겹게 봐주셈




번외ㅡ 사키 사노바시 찾다가 발견한 일본 소설

줄거리. 4 명의 소녀가 눈을 뜨자 모르는 장소의 화장실에 갇혀있었다. 통신 수단은 인터넷뿐. sns를 이용해서 탈출하려는 소녀들이지만...? 


이거보고 4chan놈이 이 내용으로 saki sanobashi만든 줄 알았는데 발행일 보면 알겠지만 4chan놈 썰이 3개월 가량 빠름 ㅋㅋㅋ

화장실에 여자들이 갇힌 다는 내용이 우연찮게 4chan에서 글 올라오고 3개월뒤에 소설로 발간됨.

사키사노바시랑은 관련없지만 신기해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