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1-27. 흑기사의 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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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키이잉


익숙한 소리에 스피드왜건이 환호했다.


“오오! 해냈다, 이 소리! 두꺼운 철문에 유탄이 맞은 듯한 소리… 항상 듣던 파문이 흐르는 소리야!”


브루포드가 쓰러지자 죠나단은 주먹을 거두었다.


‘이… 이제까지 본 좀비와는 달랐던 사나이… 브루포드! 그의 출생과 정신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도 인간의 피를 빨아 동료를 늘리는 좀비! 해치워야만 한다!’


그러나 죠나단은 이제까지 받은 데미지에 주저앉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브루포드는 다시 칼을 잡았다.


“나는… 흑기사 브루포드! 이 정도 고통에! 굴할 수는 없다!”


브루포드가 덤벼들자 스피드왜건은 그를 비난했다.


“꼴불견이구나, 브루포드! 그렇게 추한 꼴이 되어서도 좀비의 살의를 어쩌지 못해 공격하려 들다니!”


브루포드가 죠나단에게 달려들었으나, 죠나단은 움직이지도, 방어하지도 않았다.


“아니?! 죠스타 씨, 뭐 하는 거야! 피하거나 공격을 해야지!! 죠스타 씨! 왜 움직이질 않아?! 설마 피를 빨려 못 움직이는 건가?!”


그리고 브루포드의 검은 정확히 죠나단의 볼에서 멈췄다. 죠나단의 볼에서 피가 흘렀다.


“대체 뭐지?! 둘 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은 지금… ‘이 정도 고통’이라고 했다… ‘고통’… 이라고. 지금 당신은 ‘고통’을 느꼈다!”


브루포드가 바닥에 주저앉자 그가 앉은 바닥에서 꽃이 피어났다.


“꼬… 꽃이다… 브루포드의 발치에 있던 시든 꽃이 피기 시작했어.”


브루포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쓰러졌다. 그러자 체펠리 남작이 말했다.


“흑기사 브루포드의 육체는 파문을 맞아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고통을 되찾기도 했지! 다시 말해 인간으로 서의 고통을! 파문은 좀비 브루포드의 육체를 멸한 것과 동시에 고결한 인간 브루포드의 영혼도 되살려낸 게야!”


“그래서 나는 당신과의 싸움을 멈추었다… 그래서 당신은 참격을 도중에 멈추었다!”


그때, 스피드왜건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아! 브루포드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차 있었던 브루포드의 얼굴이 누그러졌다.


“저 얼굴은! 조금 전까지 분노와 증오에 일그러졌던 얼굴이 아니야!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식처럼 안식에 잠긴 얼굴이다!”


마침내 브루포드가 입을 열었다.


“이놈… 내가 도중에 검격을 멈추리라고… 그렇게 믿으며 공격하지 않았던 것이냐! 그렇게까지 인간을 믿을 수 있었나?!”

“크아으윽!”


브루포드의 육체가 파문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브루포드는 오히려 평온한듯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 이 고통이야 말로 삶의 증거. 이 고통이 있기에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인가…”


브루포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나는 지금 기묘한 안식을 느낀다. 이제 세상에 대한 원한은 없어… 이렇게 멋진 사나이와, 이렇게 따뜻한 인간과 끝끝내 만났으니… 나의 여왕 곁으로 떠나리라… 300년 후 세계의 벗이여. 그대의 이름을 들려다오.”


“죠나단 죠스타.”


“죠나단… 나의 검에 새겨 놓은 이 말을 그대에게 바치겠다!”


“Luck! (행운을)”


“그리고 그대의 미래에 이것을 가지고 가도록!”


브루포드는 자신의 피로 칼자루에 새겨진 글자 앞에 하나를 더 썼다.


“Pluck! (용기를)”


직후 브루포드의 육신이 재가 되기 시작했다.


“브루포드!”


“후후…”


긍지 높은 전사 브루포드는 검과 갑옷만을 남긴 채 재가 되어 흩어졌다. 죠나단은 크게 분노했다.


“이 무슨 아이러니! 이 무슨 기묘한 운명인가! 이럴 수가!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죽여야만 하다니! 원한을 품고 처형되었다고는 하나 이렇게 당당한 자를! 고귀한 마음의 소유자를! 음험한 광기로 바꿔 놓는 가증스러운 돌가면!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 가면을 조종하는 디오!!”


그때 체펠리 남작의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죠죠! 뒤를 보게!”


“타커스!”


“흥!”


콧방귀와 함께 타커스가 발차기를 갈겼다. 그러나! 타커스가 공격한 것은 죠나단이 아니라… 전우 브루포드의 갑옷이었다.


“이 겁쟁이 자식! 77회륜의 시련을 넘어선 기사의 수치로 구나!”

“MUOOHHHHH!! UOHHHHHH!!”


타커스는 괴성을 지르며 브루포드의 갑옷을 짓밟아 산산이 부숴버렸다.


“이… 이럴 수가! 전우 브루포드의 유품과도 같은 갑주를 무참히 박살내 유산탄처럼 날리다니!"


“위… 위험해! 체펠리 씨 위험해요!!”


부서진 갑옷의 파편이 체펠리 남작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오오오오! 어, 어마어마한 파편의 면적! 그리고 폭발을 방불케 하는 스피드! 지면에 엎드릴까? 아니면 뛰어서 피할까?! 안 돼! 어느 쪽이든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드는 파편 중 어느 하나에 맞고 만다!”


결국 체펠리 남작의 선택은… 공중에 뛰어올라 눕는 것이었다.


“코오오오오오오! 이 수밖에 없지! 맞는 면적을 최소화한 파문방어!”


파문을 최대한 방어했으나 결국 일부를 맞고 뒤로 날아가버렸다.


“체펠리 씨!!”


다행히 급소는 피한 덕분에 체펠리 남작은 금방 일어났다.


“휴~ 살았네. 나 원… 이 친구의 영혼을 디오의 저주에서 풀어주려면 고생깨나 하겠구먼.”


“웃기지 마라! 뼈 째 다진 고기로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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