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44. 시저, 과거로부터 이어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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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죠 자식! 함정이라고?! ‘낮이기 때문에 카즈는 저 호텔 안에 함정을 파놓고 있다’ 라고 했겠다!”


말과 달리 시저는 긴장감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함정이 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알기 때문에 온 거다…”


그 시각, 죠셉은 리사리사에게 물었다.


“시저의 감춰진 과거라는 게 대체 뭔데? 그 자식, 마치 떼쟁이 어린애 같았어. 억지로라도 호텔에 들어가려는 걸 막았어야 겠지만… 우선 녀석이 발끈하는 이유부터 들려주쇼.”


리사리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말하겠어요. 시저가 어렸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시저가 왜 그렇게 이상하리만큼 자신의 핏줄을 긍지로 삼는지, 그 비밀을… 부친의 이름은 마리오. 시저가 열 살 때, 마리오는 갑자기 가족을 버렸지요. 그때까지 시저는 자신의 아버지가 나폴리에서 제일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가구 장인이며 이탈리아인 답게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믿음직한 아버지라고 확신했어요. 어머니는 시저가 8살 때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야 말로 시저에게는 이상적인 남자였지요. 그런 아버지가, 아이들에게는 영문도 말하지 않은 태 가족도 집도 일도 버리고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거예요. 열 살 난 소년에게는 큰 충격이었겠죠. 다행히 아버지는 생활자금을 저금해 남겨두었는데, 어머니의 먼 친척 중에 못된 자가 있어서, 시저가 모르는 사이에 그 돈을 가로채 사라졌지요. 아버지의 친구와 이웃들은 남매를 자상하게 돌봐 주었지만… 시저는 성격이 거칠어져 방황하기 시작했고,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금방 고아원에 수용되고 말았어요. 1930년대의 사회복지는 아직 결점투성이였으며 시설은 형무소 이하. 시저는 아버지를 원망했지요.”


“분명 어디서 계집질이나 하면서 시시덕거리고 있겠지! 찾아내 죽여버리겠어!!”


시저는 그렇게 다짐하며 고아원을 탈주했다.


“시설에서 탈주한 시저는 혼자 로마의 빈민굴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어요. 동생들마저 뿔뿔이 흩어져 사라지자 시저는 청춘과 미래를 버리고, 자포자기한 채 사납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악당이 되었던 거예요. 절도, 강도, 폭행, 방화… 저지르지 않은 범죄는 살인뿐. 실수하는 법도 없어 성인 깡패나 마피아도 시저를 두려워할 정도였지요.”


어느 날, 마피아 하나가 시저에게 물었다.


“애송이! 네놈, 시저라고 했나? 성은 뭐냐?”


어린 시저는 그렇게 말했다.


“성 따위 없다!”


“하항, 너 그럼 이탈리아인이 아니구나. 이탈리아인은 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니까.”


그 말에 격노한 시저는 그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다.


“자기 앞을 가로막은 무뢰배와 싸울 때 시저는 봐주는 법이 없었어요. 대부분은 공구로 가차없이 두들겨 팼죠.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확실하게 일주일은 옴짝달싹 못하게 되지만… 그후 맨주먹으로 날리는 일격! 이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어요! 전기가 내달리는 듯 독특한 충격이 있어, 여기에 맞은 사람은 한 달은 혼수상태가 이어졌던 것이죠. 잠재된 파문의 재능이 일부 발휘된 것이었겠지만 이때는 본인도 아직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지요. 서슬 어린 청춘… 그리고 시저가 열 여섯 때, 다시 말해 4년 전. 마침내 아버지 마리오를 발견했지요.”


시저가 발견한 마리오는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저는 그 다음 일을 직감한 듯 식은땀을 흘렸다.


“틀림없어… 저 자식, 로마에 있었구나.”


“그때 시저는 어렴풋하게 ‘난 아버지를 죽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더군요.”


“뒤를 밟아서 저 자식이 얼마나 버러지 같은 놈인지 확인한 다음… 죽여버리겠어!”


그러나 마리오는 어딘가로 놀러가는 것이 아닌, 콜로세움 지하로 내려갔다. 뒤따라간 시저는 콜로세움 지하에서 세 남자가 조각된 벽을 발견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리오를 찾던 시저는 그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두건을 쓴 사내의 옆모습을 조각한 벽의 손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을 알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이 다이아몬드임을 알게 된 시저가 그것에 손을 대려는 순간, 마리오가 달려왔다.


“위험하네, 젊은이! 여기서 뭘 하나! 그 보석을 건드려선 안 돼!”


“이 자식!”


마리오를 보고 흥분한 시저는 자신도 모르게 벽을 건들고 말았다. 그러자 벽에서 수십 개의 갈고리가 튀어나왔다.


“뭐… 뭐야, 이 벽은!”


시저가 당황하는 사이 마리오는 시저를 몸으로 밀치고 스스로가 갈고리에 관통되었다. 마리오를 꿰뚫은 갈고리는 마리오를 벽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시저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다… 다가오지 말게! 이건 이놈들의 함정이야! 다가오는 자의 호기심을 이용해 자는 동안 양분으로 삼으려는 함정!!”


“시저는 수십년 전 할아버지 윌 A. 체펠리의 죽음에 돌가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조부의 의지를 이어받아 파문 수련에 평생을 바치고 나치 독일보다 먼저 이 유적을 발견했던 것이 아버지 마리오였으며… 벽의 생물을 쓰러뜨릴 방법을 밝혀내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다는 것도 당시의 시저는 몰랐지요. 벽에 빨려 들어가던 탓인지, 시저가 성장한 탓인지… 마리오는 자기 아들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저… 젊은이, 부탁이 있네… 나의 죽음을 베네치아에 있는 리사리사라는 여성에게 알려주게… 이… 이 벽은 살아있고 언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일 당장이라도 되살아나려 한다고… 말일세. 시간이 없네… 어서, 어서… 이 생물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그녀밖에 없네… 어서, 서둘러! 부, 부탁하네…”


마리오는 그 말 만을 남기고 벽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시저는 깨달았어요. 아버지는 아들이 이렇게 무서운 일에 말려들기를 바라지 않았음을. 아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마리오가 그러했듯 할아버지 윌의 의지를 이어받으리라 확신했겠죠. 모르면 그만이다… 싸우는 건 자기 하나로 족하다… 그렇기에 가족을 버렸고, 그렇기에 말없이 집을 떠났건 거예요.”


시저는 마리오가 사라진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너무 늦고 말았다.


“아버지…!”


시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절규했다.


“시저의 오해에서 비롯된 증오의 깊이는 그대로 아버지에 대한, 일족에 대한 드높은 긍지로 채워졌어요. 그리고 시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파문 수련을 시작했고요…”


그녀의 이야기에 죠셉은 시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랬구나… 카즈는 시저의 원수였구나!! 미안하다. 시저, 일족에 대한 네 마음을 무시해서.”


그러더니 죠셉은 주먹을 꾹 쥐며 다짐했다.


“그런 네가 함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싸우려 했다면, 카즈를 쓰러뜨릴 작전도 분명히 있겠지. 마음이 변했다! 한낮의 결전을 원한다면 나도 나서겠어, 시저 체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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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 안토니오 체펠리(Caesar Anthonio Zeppeil)

생년월일 – 1918년 5월 13일 이탈리아 왕국 나폴리 

신장 – 186cm, 체중 – 90kg

가족관계 – 마리오 체펠리(아버지, 사망), 스칼렛 체펠리(어머니, 사망), 동생 4명(사망 및 실종 추정)

종교 – 가톨릭, 학력 – 볼로냐 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중 

좋아하는 것 – 비프 스트로가노프, 오렌지색, 해바라기

싫어하는 것 – 촌스럽거나 제멋대로인 녀석, 사과 껍질 벗기는 소리, 벌레

여자친구 – 많음. 이상형은 딱히 없어 여자친구 역시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14세부터 40대까지.

장례 희망 –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 취미 – 라이터 모으기

기타 – 본명은 체사레 체펠리이나 본인은 영국식, 시저 체펠리를 더 선호한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서투르나 한번 친해지면 여자친구보다 더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