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42. 휠 오브 포춘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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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놈의 정체를 보게 되었을 때, 죠타로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이런, 이놈이 휠 오브 포춘의 스탠드 유저인가.”


그자는 창밖으로 보이던 양 팔은 엄청난 근육질이었으나 나머지 부분은 오랜 시간을 굶은 사람처럼 복부 만 툭 튀어나와 있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괴상한 모습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진 카쿄인이 말했다.


“이거 참 괴상한 놈이군요. 우락부락했던 건 차창으로 내밀었던 팔뿐이고… 나머지는 상당히 빈약한 체격인걸요. 허세 그 자체네요.”


그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 하자 폴나레프가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어딜 도망가… 냐!”


폴나레프가 그를 발로 누르자 전의를 잃은 그는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며 소리쳤다.


“주, 죽이지 마세요! 난 그냥 돈 받고 그런 거예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모두가, 심지어 죠타로 마저도-미소뿐이었지만- 폭소했다. 그가 쓰러지자, 괴물 같던 모습의 휠 오브 포춘은 쪼그라들어 구형 자동차가 되었다. 죠셉이 말했다.


“Oh~ God! 스탠드가 사라지고 나니 본체의 체격처럼… 이렇게 쪼끄만 차를 위장했던 거였군. 마치 털을 모조리 깎인 양 같다고나 할까? 꼴사납구먼.”


다시 한번 모두가 크게 웃었다. 곧이어 바위에 입과 사지가 거꾸로 묶인 채 그의 앞에 표지판이 세워졌다.


‘저는 고행 중입니다. 신성한 고행 중이니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죠셉은 그의 차에서 짐을 뒤지며 말했다.


“뭐… 이젠 이놈이 덤빈다 해도 무서울 것 없겠지만… 여권을 뺏으면 한동안 인도에서 못 나오겠지. 흐음… 이름이 ZZ라… 뭐 상관은 없지.”


죠셉은 그의 여권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폴나레프가 말했다.


“박살난 랜드크루저 대신 이 차로 국경을 넘죠.”


모두가 고물차에 타 파키스탄으로 향할 때, 죠타로가 안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넌… 재단에 연락해 다시 돌려보낼 거다.”


안나는 삐친 듯 입을 쭉 내밀더니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


카쿄인이 말했다.


“그런데 죠스타 씨, 차가 정말 낡았는데 국경까지 갈 수 있을까요?”


“뭐, 그건 가 봐야 아는 거지.”


ZZ의 비명을 뒤로 한 채 일행은 산을 넘었다. 죠셉이 말했다.


“으음… 이거 안 될수도…”


‘휠 오브 포춘’의 스탠드 유저 ‘ZZ’! 1달 후 아사 직전 에서야 겨우 구조되며 리타이어!!

그리고… 어딘가의 건물. 노파, 몇 날 며칠을 울부짖던 중얼거렸다.


“마음씨 고운… 우리 사랑스런 아들… J. 가일.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지금… 이제 내 삶의 보람은… DIO님 뿐이다… DIO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삶의 보람. 그런데… 훌쩍훌쩍… 내가 책임지고 파견한 일곱명의 스탠드 유저는 모두 패배했다… 이렇게 면목이 없을 수가! 이런 굴욕이 있을까… 이젠 DIO님을 뵐 낯이 없어.”


한동안 엎드려 있던 엔야는 대뜸 격노하여 길길이 날뛰었다.


“고얀 놈들! 가증스러운 폴나레프! 카쿄인! 그리고 죠타로와 늙다리 죠스타!!”


엔야는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이 엔야 할멈이 직접 네놈들을 상대해주마! 바로 나의 스탠드 ‘저스티스’! 정의의 카드로 말이다아아아!!”


고물 차가 고장난 덕분에 겨우 그날 저녁에나 도착한 곳은 파키스탄의 파이살라바드. 죠타로는 여기의 양장점에서 울 100%의 양장점 주인도 의아해하는 재질로 가쿠란을 재단하여 돌아왔다. 죠셉이 그를 보며 말했다.


“죠타로, 재단의 비행기는 내일 도착할 거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도록 하지.”


그날 새벽, 영 잠이 오질 않아 담배나 피우러 숙소의 옥상에 올라간 죠타로는 담배를 피우려다 말고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안나를 발견했다.


“여기서 안자고 뭐하는 거지?”


안나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그쪽을 바라보다 죠타로라는 것을 알곤 안심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죠타로, 하늘이 참 예쁘지? 뉴욕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이야.”


죠타로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죠타로의 집은 별이 잘 보이는 편이긴 했지만 여기만은 못했다.


“그렇군…”


안나는 죠타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죠타로… 우리 체펠리 가문에는… 징크스 같은게 내려오고 있어.”


죠타로가 의문을 표하자 안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의 고조 할아버지, 윌 A. 체펠리 씨의 어머니도, 그분의 아내도, 내 증조 할머니도, 할머니도, 엄마도… 체펠리 가문의 배우자는 모두 젊어서 아이를 낳고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는 징크스가 있어… 우리 엄마는… 내가 3살 때 돌아가셨지…”


죠타로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나는 항상 아빠한테 물었어, 엄마는 어디 있냐고. 그때마다 아빠는 항상 하늘을 가리키며… 저 별나라에 있다고 말했지… 하지만… 아빠도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안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죠타로는 그녀를 위로해주어야 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방법을 몰라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이제 내 주위에서 나를 ‘안나’라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어… 영감은 바빠서 날 신경써주지 못했지… 학교에서도 선생이고 친구고 나를 재단의 후계자 ‘안나 안토니오 체펠리’로만 대우했어… 내가 수없이 사귀었던 남자들도… 하나같이 나를 재단의 후계자로만 바라봤지… 하지만…! 나를 안나로 본건… 여기의 사람들이 처음이야… 죠셉 할배도! 카쿄인 군도! 폴나레프 씨도! 압둘 씨도…! 그리고…”


안나는 눈물을 닦고는 죠타로를 바라보았다.


“죠타로… 나는…”


안나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미소를 지으려 하다 죠타로의 품에서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죠타로는 잠시 당황하더니 아무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죠타로는 묘한 기분을 받았다…

다음날, 공항에 재단의 비행기가 도착하자 모두가 그녀를 배웅하고 그녀도 미소를 지으며 짧지만 인상깊었던 모험을 다시 새겼다.


“아가씨, 이제 가셔야 합니다!”


수행원의 말에 안나가 소리쳤다.


“알았어! 기다려, 금방 갈게!”


수행원이 비행기로 나가자 안나가 말했다.


“모두, 정말 고마워! 그리고 죠타로…”


안나는 상기된 얼굴로 무언가 망설였다. 그 모습에 폴나레프가 오묘한 미소를 짓더니 카쿄인과 죠셉을 바깥으로 재빨리 이끌었다.


“자, 자. 우리는 밖에서 기다립시다. 안나 양, 잘 가!”


“이, 이봐, 폴나레프. 왜 그러나…?”


“왜 그러나요, 폴나레프?”


공항에 안나와 죠타로만이 남자 안나는 죠타로를 보며 어느때 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안나는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로 달려나가며 환한 미소와 함께 죠타로에게 손을 흔들었다.


“Bye bye! 죠타로! 다음에 꼭 보자!”


그녀를 태우고 미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등진 채 죠타로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 넣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죠셉이 말했다.


“그럼 가 볼까!”


죠셉과 카쿄인이 주차해 놓은 지프로 걸어갈 때, 폴나레프는 뒤에 살짝 처져서 걷는 죠타로의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야, 죠타로. 볼에 립스틱 묻었다.”


죠타로는 순간 흠칫 하더니 팔로 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이거야 원… 이군.”


폴나레프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죠타로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죠타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죠타로! 폴나레프! 뭐하나?!”


죠셉이 둘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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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스윗한 죠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