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78. ‘더 풀’ 이기와 ‘게브신’ 은두르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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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아스완. 검은 머리에 음침한 인상의 소년이 나무 그늘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친 뾰족머리의 남자가 소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니! 혹시 그거 만화책이니? 신기하다. 이집트에도 만화가 있었구나.”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과자 상자를 내밀었다.


“과자 먹을래?”


소년이 과자를 먹자 다시 남자가 물었다.


“저기… 미안하지만 그 만화 좀 보여줄 수 있을까? 난 취재여행 나온 만화가인데, 신기한 책이나 만화에 아주 관심이 많거든. 고향 집에는 책이 너무 많아서 방이 기울어졌을 정도야. 대신 이 쌍안경 보여줄게.”


소년이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동안 만화가는 소년의 만화책을 펼쳤다.


“어디. 제목은 『오잉고 보잉고 형제의 대모험』이라. 이야, 이거 희한한 그림인걸. 거기에 풀 컬러라…”


만화가는 작가 이름이 없는 것을 보았지만 해적판이니 싶어 가볍게 무시했다.


“어떤 곳에 아주 의좋은 형제가 살았어요.”


그림 속 키 큰 남자가 말했다.


“내 이름은 오잉고.”


키 작은 소년이 말했다.


“난… 보잉고.”


“동생 보잉고는 너무 내성적이라 형 오잉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언제나 외톨이지요. 형 보잉고가 외출했을 때, 보잉고는 어떤 나그네와 인사를 나눴어요. 나그네는 보잉고에게 참 친절하게 대해주었어요. 과자도 주고, 쌍안경도 보여주고… 보잉고는 아주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하지만 그 친절한 여행자는…”


“아, 10시 반이다!”


“전봇대에 목이 찔려 죽고 말았어요.”


만화가는 소년에게 물었다.


“어… 어쩐지 이상한 만화네. 이집트에선 이런 게 먹히니?”


소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만화가는 그 만화책의 책장을 넘겼다.


“게다가 이 책도 이상해. 여기서부터는 백지잖아… 인쇄된 게 하나도 없어. 파본이네. 하지만… 겨우 몇 페이지밖에 안 되는데도 기묘한 박력과 존재감이 있는 만화였어… 무례한 부탁인 건 알지만 이 책, 나한테 팔지 않을래?”


그때, 만화가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 그건 파는 물건이 아니야!”


만화가가 뒤를 돌아보았다. 키가 큰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자 소년이 냉큼 그에게 달려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만화가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이집트의 더위에 맞지 않게 반팔 점퍼에 티셔츠를 받혀 입고 있는데다가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동생 책은 파는 게 아니라고… 냉큼 꺼져.”


만화가가 망설이자 남자는 발로 땅을 세게 차 위협했다.


“짜샤, 내 말 안 들려?! 냉큼 꺼지라고!”


겁에 질린 만화가는 소년의 만화책을 떨어뜨린 채 달아났다. 남자가 책을 주웠다.


“동생아. 모르는 놈하고 얘기하지 말랬잖아. 세상엔 나쁜 놈들이 많단 말야.”


그때, 차장이 종을 울렸다.


“여러분, 아스완 행 버스 출발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어깨에 소년을 올렸다.


“서두르자. 놈들은 부상당한 동료 때문에 아스완에서 병원에 들른다고 하니까.”


그때, 소년은 자신의 만화책을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남자는 그 부분을 보더니 버스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 버스를 탈까.”


몇 시간 후, 둘은 버스에서 방금 전의 버스가 대형 사고가 난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전봇대에 목이 박혀 사망한, 방금전의 그 만화가였다. 사고의 충격으로 멈춰버린 그의 손목시계는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만화책에 쓰여진 그 장면을 보다가 다음 페이지가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아… 새… 새 페이지가… 나타났어…”


“의좋은 오잉고 보잉고 형제는 네 시간 뒤에 버스를 타 사고를 당하지 않았어요. 룰룰♡ 의좋은 형제의 다음 모험은! 아스완에 가보니, 와! 찾았다! 얄미운 적 다섯을 찾았다! 놈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만화 속의 폴나레프가 말했다.


“압둘의 부상은 가볍지만, 카쿄인의 눈이 걱정이네요.”


죠셉이 말했다.


“의사는 입원해야 한다고 했네.”


죠타로가 말했다.


“카쿄인과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헤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군.”


“놈들은 너무나도 걱정이 커서…”


그때, 남자는 버스 밖으로 죠스타 일행이 걷는 것을 목격했다.


“음, 놈들이다!”


“독이 든 홍차를 마시고 말았어요. 꼴깍! 형 오잉고가 홍차에 꼴까닥 죽는 독을 탔던 것이었어요. 만세!”


소년은 책에 쓰여진 예언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혀, 형…”


남자도 그 내용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훗훗훗훗훗. 독을 타면 된단 말이지…”


둘은 버스에서 내려 죠스타 일행을 바라보았다.


“동생아. 우리는 무적의 형제지? 미래를 보여주는 네 만화 스탠드랑… 내 얼굴 스탠드만, 이 변신 능력 만 있으면!”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마치 밀가루를 반죽하듯 쥐어 비틀어 완전히 다른 얼굴로 변신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놈들은 전부 죽은 목숨 아니겠냐?! 우리의 카드는 서적의 신 ‘토트’와 창조의 신 ‘크눔’! 오잉고 보잉고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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