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그래서, 제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죠?”

 도쿄 경시청의 한 취조실, 니지키 쇼가 앉아있었다. 한참을 거울을 노려보던 그는 취조실로 후루카와 형사가 들어오자 입을 열었다.

 “몇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우리는 여기 너를 강제로 앉혀둔게 아니야. 당연히 너도 알고 있겠지만 니지키, 너는 여기에 피의자 자격으로 앉아있는게 아냐. 우리는 정중하게 참고인 자격으로 서에 출두할 수 있냐고 물었고 너는 그 말에 동의해서 이곳에 온 것 뿐이야.”

 “거부했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체포해갔겠죠.”

 “물론 그건 맞긴 해. 솔직히 말해 너도 깨끗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 그게 싫으면 착하게 살았어야지.”

 “그게 저를 여기서 30분이나 가만히 앉혀둔 이유인가요?”

 “잠시 이야기할 게 생겨서 말이야. 그리고 나는 너보고 여기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잠깐 나가서 담배도 피우고 오고, 정수기에서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러지 그랬어. 우린 여기 너를 구금한 게 아니라고. 수감도 안채웠잖아. 아니면 그거야? 그 자리에 앉아있을 때 항상 묶여있어서 여기서 나가는게 자유롭다는 걸 몰랐던 거야?”

 후루카와는 니지키의 말을 비꼬며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래서 거울 너머에서 30분동안 여기서 가만히 앉아있는 저를 보면서 비웃고 있던 건가요.”

 “비웃다니, 그렇지 않아. 너는 잘 모르겠지만 경찰이란 건 바쁜 직종이거든. 어떤 분들 덕분에 할 일이 끊임이 없지. 어째서 직장인들은 휴가를 가서 쉰다는데 나쁜 놈들은 쉬는 날 일하는 날 구별없이 열심히 사는지를 모르겠어. 어차피 범죄를 저지를 거면 한달 정도 푹 쉬고 그 다음에 범죄를 저지르면 얼마나 좋아. 니지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제가 나쁜 일을 저지르기라도 한 건가요?”

 “네 뻔뻔한 모습, 그리 싫지는 않아. 네가 뭐라고 하던 진실은 바뀌지 않는데도 말이야. 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 나는 네게 네가 한 나쁜 짓을 캐내려고 부른게 아냐. 그냥 얼마전 있었던 일을 가르쳐 주려 부른 거지.”

 후루카와는 몇장의 사진을 니지키에게 던졌다.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사진들을 니지키는 집어들었다. 시체가 찍힌 몇장의 사진이었다. 양복을 입은 남자와 한 바이오로이드는 총에 맞아 쓰러져 있었다.

 “지난 10일, 카나가와현에서 있었던 일이야. 내 관할서는 아니지만 몇가지 자료는 넘겨받았지. 죽은 사람은 폭력단 말단조직원인 우루시하라 코우지야. 그 옆의 여자는 바이오로이드로 모모 모델이라고 말하더군. 나는 잘 모르지만 등장하는 드라마도 있는 모양이야. 카나가와현경에 따르면 이 우루시하라라는 조직원은 바이오로이드를 데리고 다니며 출장성매매를 돕고 있었다고 하더군. 일종의 어깨 같은 놈이었겠지. 고객이 바이오로이드에 손을 대면 막아주는 역할 말이야.”

 “그렇군요. 그래서 야쿠자의 바이오로이드 업계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는 건가요? 아직 형사님도 모르는게 많은가 보네요.”

 니지키는 방어적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건 그쪽이 아냐. 어차피 이 사건은 우리 관할도 아니니 카나가와 현경이 알아서 수사를 하고 조질 조직은 조지겠지. 내가 알고 싶은 건 말야. 네가 이 사건을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가 하는 거야.”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제가 야쿠자긴 하지만 그렇다고 야쿠자 업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라고요. 제가 정보를 팔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요. 저도 아는 일만 압니다.”

 “죽은 우루시하라. 엔도조의 조직원이었어.”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니지키는 후루카와가 자신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대답할 리 없는 답이었다.

 “엔도 형님의 조직원인가요? 안타까운 일이군요. 누가 그런 건지 알고 계시나요?”

 니지키는 후루카와의 의도를 모른다는 듯 대답했다.

 “니지키, 내가 왜 네게 묻고 있는지 모르겠어? 얼마전 후지요시다에서 네 조직원들이 죽은 건 기억하나? 나는 현장에서 너랑 닮은 일반인을 만났긴 했는데. 조사결과 엔도조의 조직원이 네 조직원들을 죽였고 그 결과 엔도조의 간부중 하나가 지금 깜빵에서 실시간으로 썩고 있는 중이지. 하지만 듣자하니 엔도 마사루와 너는 그 후로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하지. 신센카이 회장도 속이 썩을 거야. 가장 돈 잘 버는 조직에서 내분이 일어나려 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이야기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우리 조직원이 죽었는데 엔도 조직원이 죽었으니 우리가 보복을 한 거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엔도 큰형님은 저와 부자의 술잔을 나눈 관계에요. 형사님도 그 술잔이 야쿠자에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계시겠죠.”

 “고작 몇천엔밖에 안되는 술잔으로 유세를 떨긴. 야쿠자는 존재했던 시절부터 인의따윈 없던 조직이야. 떨어트리면 산산조각나는, 평범한 도자기에 불과하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조직내 마찰이라도 있는 모양 아닌가? 니지키, 나는 이 바닥에서 수십년을 구른 사람이야. 내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하지 마. 나는 너를 이 자리에 참고인 자격이 아니라 용의자 자격으로 앉힐수도 있어.”

 후루카와는 자신의 수갑을 꺼내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협박이라도 하는 건가요? 아무 증거도 없이 저를 구속하겠다고요?”

 “나는 폭대법이 정말로 좋아. 폭력단 대처법. 이름도 얼마나 좋아.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조직원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조직의 간부가 맡게 만드는 법이지. 말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를 자르는 머리를 한순간에 자르는 법이지. 너도 잘 알겠지. 그 법 덕분에 너도 빵에서 썩었으니 말야.”

 “그 후로 반성하고 나쁜 짓은 안하려 노력중이긴 한데 선량한 시민에게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요?”

 “평범한 시민? 너는 아직 야쿠자야. 너는 지금 엔도를 상대로 항쟁을 벌이려 하고 있잖아. 복수고 뭐고 전부 구실이고 조직내에서 한자리 차지하려는 셈 아니야? 엔도에게 자신의 조직을 전부 주는 척하고 엔도조를 꿀꺽하면 그것만큼이나 좋은 딜도 없는 거지.”

 후루카와의 말에 니지키는 이빨을 물었다. 후루카와는 자신을 몰랐다. 야쿠자의 인의를 무시하고 있었다. 일말이라도 남은 인의를 말이었다. 그래서 니지키가 언성을 높였던 것이었다.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후지요시다에서 있었던 일은 단순한 조직원들간의 마찰이었다고 해명을 들었어요. 제가 왜 엔도 형님에게 복수를 하는 거죠? 그렇게 저를 살인교사죄로 처넣고 싶은 건가요?”

 “그렇다마다. 엔도 마사루가 자신의 조직원을 죽이게 함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자신의 조직원들로 엔도조의 조직원을 죽이게 했다. 이게 이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이야. 카나가와 현경과 이야기하면 다 짜맞출 수 있고 너를 빵에 처넣고 나는 다른 수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겠지. 이쪽도 언제까지나 죽은 야마다의 뒷수습으로 한눈을 팔 여유가 없으니까 말야.”

 “뒷수습이라고요? 제가 왜 그 고생을 하는지 아십니까? 죽은 야마다 큰형님의 복수를 위해서에요. 당신들이라면 절대로 못할 일이요!”

 “그래서 얼마나 복수를 달성했지? 애꿎은 사람들이나 죽이고 다니는 거 아냐? 이 불쌍한 우루시하라처럼 말이야.”

 니지키는 후루카와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야쿠자들을 불쌍하다 부를 위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야쿠자가 하나 더 죽었다고 반길 인물이었다. 아니, 오히려 일이 늘었다고 화를 내겠지.

 “빌어먹을 경찰이 죽었어. 씨발 경찰이 폭력단에게 암살당했다고. 너도 들었을 거 아냐. 솔직히 말하지. 나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최소한 작은 하나라도 확실히 알고 싶다고. 니지키, 엔도조와 항쟁을 하려는 거지?”

 “아니요.”

 니지키는 딱잘라 말했다. 그 대답에 후루카와는 한숨을 쉬었다.

 “형사님은 제가 엔도 큰형님과 싸우기라도 바라는 건가요?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형사님의 수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난 차라리 둘이 항쟁이라도 벌였음 좋겠어. 그러면 싹 잡아서 깜빵에 처넣어서 폭력단체를 일망타진할 테니까. 이렇게 서로 간만 보면 죽어나는 건 일반 시민들이야. 언제까지 총알에 눈이 달려서 폭력단만을 죽이겠어? 결국 총알은 일반인을 죽이게 되어있어. 그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막거나 그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모든 싸움이 끝나는게 제일이겠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니지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참고인의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후루카와는 그가 나가는 것을 막을 방법도 권리도 없었다. 그는 그저 나가는 니지키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니지키가 경찰서를 나서자 문앞에서 기다리던 마에다가 그에게 달려왔다.

 “형님 괜찮으심까?”

 그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니지키를 보았지만 니지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얼굴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냥 형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엔도 형님의 조직원이 카나가와에서 죽은 모양이야. 그 죄를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셈이겠지. 내가 한 일이면 몰라도 하지도 않은 일로 감옥에 갈 순 없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알아봐. 다른 조직이 엔도 형님과 우리 조직을 이간질하는 것일수도 있으니까.”

 “알겠슴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하나야마 형님에게서 연락이 왔슴다. 회장님께서 부르신다고 함다. 아마도 엔도 큰형님과의 건 떄문이라고 생각됨다만 형님, 엔도 큰형님과의 관계는 괜찮을까요?”

 니지키는 자신을 걱정하는 마에다의 머리를 주먹으로 꿀밤을 먹였다.

 “뭔 소리야. 엔도 큰형님은 우리 윗조직이야. 형님께서 우리를 때릴 이유가 어디있어. 그때 일도 서로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고.”

 후루카와가 말한 일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만일 그 일을 엔도 마사루가 자신에게 보복을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면. 야쿠자는 증거나 진실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일을 합의할 수 있는 대가가 필요한 곳이었다. 만일 엔도가 오해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 지, 니지키는 예상할 수 없었다.

 “다른 일이 있어서 부르시는 거겠지. 위에 조직이 엔도 형님의 조직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니지키는 속의 걱정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며 말했다.

 “그래서 차는 어디에 있어?”

 경시청의 앞에는 작은 주차장이 있었지만 니지키의 차는 그곳에 세워져 있지 않았다.

 “경찰놈들이 야쿠자의 차는 죽어도 안된다고 해서 좀 떨어진 곳에 세워뒀슴다. 더운 날이지만 어쩔 수 없죠.”
 마에다는 한숨을 쉬며 경시청 옆 보도로 걸어갔다. 니지키는 경비를 서는 경찰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눈치챘다. 그같은 존재는 경찰에게 있어서 증오의 대상이겠지.

 “가다가 카페에 들려서 커피라도 한잔 해야겠어. 네 말대로 슬슬 더워지네.”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깥을 걷는 것만해도 고역일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6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런 더운 날이었지만 니지키는 담배를 물어야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냈다.

 그때 도로 위를 한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마에다는 그 모습을 보며 놀래며 자신의 바지에 있는 권총을 뽑아들려 했다. 그 오토바이를 탄 남자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두 사람의 앞을 지나가며 총을 빼들었다.

 마에다가 권총을 들기도 전에 수십발의 총알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니지키는 몸을 날렸지만 마에다는 그러지 못했다. 그의 몸을 수많은 총알들이 관통했고 그 뒤에 서있던 불쌍한 경찰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토바이는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고 니지키는 초연과 피안개가 자욱한 현장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그는 죽은 마에다를 보고 외쳤다.

 “마에다! 마에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니지키가 흔드는대로 힘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니지키는 오토바이가 달려나간 방향을 노려보았지만 그곳에는 어떤 오토바이도 없었다.



다음화 : 총력전






https://arca.live/b/lastorigin/30558490?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