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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야구관전



농구는 격렬한 경기 끝에 1반의 승리로 끝났지만 아직 체육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농구 멤버와 헤어지고 다음 응원할 예정인 야구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말이지.

체육대회인데 나는 거의 응원말곤 한게 없어...

그래도 체육대회인데 이런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무턱대고 남녀 혼성으로 경기하면 게임진행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이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남녀 혼성으로 진행됐다고 상상해보면... 어떻게 생각해도 여자가 남자에게 양보하겠지...

그건 체육대회가 아니라 '남자가 운동하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구경하는 행사' 가 되겠네.

내 머릿속에선 남자가 땀흘리는 모습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보고있는 여자들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 세상은 가망이 없겠군.


그리고 야구 결승이 열리는 그라운드에 도착하자 마침 경기가 시작되어 1반과 특기생 팀들이 정렬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양 팀이 인사를 하고 헤어져, 특기생 팀이 수비, 1반 팀이 공격 준비를 했다.

특기생 투수는 키가 크고 유연해보이는 체격의 미소녀로, 마운드에서 투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공을 던질까 생각하며 그 소녀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 아이도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둘이 눈이 마주쳤다.


나도, 마운드 위의 소녀도 서로 눈을 돌리지않고 가만히 보고 있다.

...뭘까?

조금 거북한데 이제와서 눈을 떼면 진 것 같기에 가만히 보고 있지만 상대도 전혀 눈을 돌릴 기색이 없다.

그렇게 서로가 눈을 피하는 일 없이 플레이볼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간신히 투수 소녀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져 타석에 선 1반 선수를 본다.

그리고 다시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야구동아리 1학년 토쿠가와 미에리! 150키로에 근접한 속도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거기에 낙차가 큰 포크볼을 무기로 쓰는 성장이 기대되는 투수이며 장래도 프로야구에서 돈을 쓸어담을 예정! 매력 포인트는 탄탄한 엉덩이! 거기 하타노 코하쿠! 부디 도쿠가와! 도쿠가와 미에리를 잘 부탁해!"


커다란 소리로 성대하게 자기소개...라기 보단 어필을 했다.

그리고 만족했는지 후우 숨을 내쉬더니 타자를 향해 돌아섰다.

너무나 당돌한 모습에 심판과 타자와 관중까지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1반 벤치에서 분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 전에 뭐라는 거야! 존나 웃기네!"

"누구한테 말하는 건지 알겠네! 분수를 알라고 근육뇌!"

"나도 엉덩이는 자신 있다~!"

"난 가슴도 크고!"

"이쪽 봐라 이자식아!"


마운드의 토쿠가와씨는 그 야유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듣고 1반 벤치를 향해 혀를 내밀며 받아치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말한 게 진짜면 학생야구에서도 최고 수준 투수가 아닌가...

1반 애들은 이길 수 있는걸까?

뭐 농구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러쿵저러쿵 소란도 진정되어 간신히 경기가 시작됐다.


타자는 의욕만만한 느낌으로 타석에 서있다.

아까의 말 때문에 저렇게 불이 붙은걸까, 여자들을 저렇게까지 만드는 내 매력이 두렵구나!


...아니 그냥 해본 소리야.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첫 타자가 아웃되었다. 빠르구만!

아웃된 타자와 교대하여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가는 걸 보며 이번엔 제대로 보기 위해 경기에 집중한다.


마운드의 투수가 크게 젖히고 유연하게 팔을 휘두르자, 공이 타자의 몸쪽 상단에 스트레이트로 원 스트라이크.

2구는 바깥쪽 하단으로 다시 스트레이트로 스트라이크, 3구도 같은 코스로 공이 던져지니 타자가 얕보니 말라는 듯 배트를 휘두르지만 스트라이크존에서 볼로 바뀌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토쿠가와씨는 봐주는 일 없이 삼진으로 처리해간다.

그리고 클린업 타자도 공을 건드리지 못하고 삼진.


토쿠가와씨는 교체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내게 브이를 하고 자신의 벤치로 갔다.

자기주장을 잊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1반 수비는 전에 봤던 대로 투수 마이즈미 세리나, 포수 세이카구 유즈카 콤비로 시작됐다.

이 두사람이 얼마나 잘 해줄지가 승리의 열쇠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투수인 세리나가 내 쪽을 봤다.

그 행동에 나는 설마... 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으니.


"1학년 1반 마이즈미 세리나! 사이드 스로 던져 정확한 컨트롤과──"

"투수 빨리 던지세요."

"앗..."


토쿠가와씨와 똑같이 하려 한 것 같지만 이번엔 예상하고 있던 심판에게서 주의가 나와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울상이 됐다.


...그리고 어차피 같은 반이니까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