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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엘리제! 그대로 백업해 줘!"

"응."


엘리제의 아버지와 만나고 이틀 후, 우리는 미궁 3층에서 싸우고 있었다.

어젯밤은 섹스로인한 체력소모를 생각해 3층 입구까지 공략하고 야영.

그 후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3층을 공략하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3층의 보스방 앞, 나오는 적은 고블린이다.

우리라면 고블린 정도는 순살할 수 있지만 나는 일부러 손대중하며 전투를 오래 끌고 있었다.

왜냐면 저번에 배운 고블린의 전략, 전술을 고평가한 것이다.

일찍이 나는 '무리지은 오니의 왕국' 에서 압도적으로 뒤떨어지는 적에게 숫자의 차이로 압살당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고블린은 종족중에서도 최저레벨까지 전투력이 떨어졌음에도 포화 공격으로 나의 HP를 서서히 깎아왔다.

그것은 확실히 전술과 전략이었으며 그건 나를 포함한 모든 인류가 깔보던 고블린이라는 종족의 지능을 재평가해야할 사건이었다.

실제로 고블린의 지능은 결코 높지 않다.

이건 상식이다.

미궁의 밖에도 몬스터가 존재하고 내가 살았던 마을 근처에도 고블린이 있었지만 아이가 만든 함정으로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을 정도였다.

이 세계에서는, 모리이 렌의 세계에서 아이가 잠자리의 날개를 떼듯이 고블린을 장난으로 죽이며 노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마을 아이들이 이곳 미궁의 고블린을 함정에 빠뜨려 죽이려 한다면 반대로 함정에 걸려 죽게된다.

그만큼 밖과 안의 고블린에게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미궁에 의해 고블린이 강화된 것인지, 아니면 밖의 고블린이 '퇴화'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이곳 고블린과 싸워서 전술을 이해한 집단과의 전투경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대인 전투 경험이 전무한 엘리제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인간의 최대의 적은 인간이며 그리고 이 인간이라는 건 미궁 내외에 관계없이 어디든 나타나고 또한 그 강함은 천지차이라는 최악의 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조금 시간을 쪼개서라도 경험을 쌓고 가는 것이다.

여기서의 경험은 대 마인전에서도 분명 쓸모가 있을거라고 믿기도 하고.


"이걸로, 마지막! 파이어볼!"


엘리제의 지팡이에서 발사된 화구가 마지막 고블린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 화구는 지금까지의 수박만한 것과 달리 야구공 정도 크기였지만 그 속도는 엄청나게 달라 체감상 2, 3배는 빨라 보였다.


"...응! 파이어볼 개조도 꽤 잘 됐네!"

"에헤헤."


내 과장없는 칭찬에 수줍게 웃는 엘리제.

지금의 파이어볼은 기존 파이어볼을 개조한, 말하자면 파이어볼改 다.

마법은 의지 스텟에 따라 어느정도 개조하는 게 가능하다.

MP를 늘려서 위력을 올리거나 크기를 희생해서 속도를 올리거나 위력을 희생해서 크기와 속도를 올리거나 등등 다양하다.

다만 그 주문마다 더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있고 그게 주문 등급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건 게임의 지식에는 없어서 이 세계의 주민이기에 알 수 있는 지식이다.

이러한 마법의 노하우를 배우는 학원이라는 곳이 있고, 거기선 마법에 한정되지 않고 온갖 학문이나 모험가로서의 지식을 알려주는 모양이다.

당연히 입학금이 엄청나게 비싸고(뭐 지금 나는 낼 수 있지만) 학원에 다니거나 졸업했다는 건 귀족에 가까운 스펙이 된다.

...뭐 그런곳이라 최근엔 귀족들의 소굴로 변했으며 우리같은 평민 출신은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매년 학생과 졸업생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서 학원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이야기가 샜다.

본래 마법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한 마법 개조를 엘리제가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굉장히 높은 의지 덕분이다.

학원 학생들은 부족한 의지 스텟을 마법에 대한 지식으로 보충하지만 엘리제는 그것을 손발을 움직이는 감각으로 할 수 있다.

요점은 인간이 빨리 헤엄치려면 이론과 반복적인 연습을 할 필요가 있지만 물고기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엘리제는 마법의 지식이 없기에 지금은 마도구의 힘으로 발동할 수 밖에 없지만 앞으로 스스로 마법을 습득했을 때는 순식간에 대마도사의 계단을 달려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 옆, 그녀가 모시는 영웅인 나.

최고로 멋진 미래다.


"그럼 슬슬 보스방에 갈까."

"응."


이곳 보스는 고블린 리더와 그 부하.

코볼트와 거의 같은 구성이지만 전투력은 거의 비슷해도 이 쪽이 훨씬 귀찮다.

하지만 그게 또 좋은 경험이 된다.

게다가 슬슬 엘리제의 레벨이 5가 될 시기다.

보스를 잡으면 5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엘리제의 고유 스킬 '사랑의 요람'은 섹스한 상대의 HP, MP, 상태이상을 완전 회복하는 스킬이다.

초기엔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면 HP, MP를 10% 소모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좋은 스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킬을 사용한 섹스는 일반 섹스와 어떻게 다른지 시험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보스방에 향한 우리가 본 것은 참살된 시체들이었다.


"이, 건..."

"히..."


무심코 목 안쪽에서 신음소리가 나온다.

엘리제도 입가에 손을 대고 비명을 억누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눈으로 시체를 조사한다.

죽은 건 신참 모험가들일 것이다.

남자 셋에 여자 한 명의 파티.

여자쪽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는지 전라에 공허한 표정으로 죽어있다.

최종적인 사인은 가슴부터 배까지 크게 찢어진 상처.

아마도 안의 장기 뭔가를 뽑아냈을 것이다.

남자들 쪽은 전부 사지가 잘려 죽어있다.

그 얼굴을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이 구도로 보건데 그들은 문자 그대로 손도 발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이 여성이 강간당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지극히 음습하고 잔혹하기 짝이 없는 범행.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희희낙락하게 하는 인간은 내가 아는 한 크게 나눠서 3개.

도적, 종교인, 마인이다.

이 중 가능성이 높은 순서로 치면 마인, 종교인, 도적이다.

도적의 가능성이 가장 낮은 건 이들의 무장이나 금품이 무사하기 때문.

다음이 종교인인 이유는 장기를 가져간 것에 강한 메시지를 느끼니까.

마신을 숭배하는 종교단체는 이렇게 고통의 끝에 죽은 제물을 마신에게 바치는 것으로 자신들이 마인이 되는 의식을 실시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마인 또한 비슷한 의식을 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래도 마신은 보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영혼을 바라는 듯, 마인들은 이렇게 습격한 사람을 고문하고 나서 그 영혼을 마신에게 바치는 것 같다.

즉,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마신 숭배자 아니면 마인이며, 그게 의미하는 것은────.


"하앗!!"


내가 전력으로 뒤돌아보며 쏜 참격은 누군가의 기습을 막아냈다.

아슬아슬했다.

직감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어렴풋한 감각에 몸을 맡기고 반사적으로 뿌리친 검극이 우연히 적의 기습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참격은 너무 무겁다.

내 몸이 땅을 굴렀다.

곧바로 일어나 자세를 잡지만 치명적인 틈.

순간 죽음을 각오했지만 의외로 추격은 없었다.

그것에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간신히 적의 정체를 봤다.


"호, 막았군. 꽤나 스테이터스가 높은가보구나."


그렇게 말하며 적, 오리올이 즐거운 듯 웃었다.

오리올은 언뜻 보면 붉은 머리의 미남으로 보였다.

그러나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한 쌍의 검은 뿔,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는 것만으로 공포심이 느껴지는 그 분위기가, 그가 인류의 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젠장!! 왜 여기에 마인이 있는거지!?

10층에서 보스를 쓰러뜨려야만 나와야하잖아!!!

...아니 진정하자.

그래, 그건 게임의 얘기다.

이건 현실, 그럼 마인은 낮은 계층 어디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게임이라면 정해진 장소에서 나타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마인은 낮은층에서 부활한 것.' '약해져있으며 초보들을 죽이는 것으로 상처를 회복하던 것.' 이 두가지.

그렇다면 제물을 찾아 어디를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다.

엘리제가 실어증에 걸리지 않고 나의 노예가 되었듯이 공략 사이트의 정보는 어디까지나 지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혼자서 혼란을 가라앉히고 있자 마인이 품평하듯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네놈들 정도의 영혼을 사냥한다면 나도 단번에 회복되어 마신님의 부활도 한 걸음 다가가겠군. 특히..."


옅은 웃음을 짓는 오리올이 엘리제를 가리킨다.


"거기 여자, 어떤 신의 가호를 받고 있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신의 가호? 무슨 소리지?"


내가 시치미떼며 그렇게 말하니 마인이 흥, 하고 시시한듯이 코를 울렸다.


"내 눈은 속이지 못한다. 보면 그 녀석이 어떤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지 명백하지."


그러고 마인이 어디에선가 검은 대검을 꺼내들었다.


"신의 눈에 띌 정도의 인재. 어떻게 해서도 사냥해주지."


그리고 나는 예상치 못한 마신전에 돌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