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왕자 파리스. 

 

미인이 많은 트로이의 왕족 중에서 특히나 유별나게 잘생긴 왕자다. 

 

금발에 푸른 눈, 남자답게 잘 생긴 얼굴과 튼튼하고 단련된 몸을 가진 파리스는 활을 특히 잘 쏘고 지혜롭고 용맹하다는 평판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 파리스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선택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한다. 

 

셋 중 하나를 선택하면 선택된 여신에게는 총애를 받지만 다른 둘에게 원망을 받는 저주와도 같은 일이었다. 

 

 

 

신들의 여왕인 헤라가 파리스에게 말했다. 

 

" 나를 선택한다면 부와 권력을 주마. "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말했다. 

 

" 나를 선택한다면 결코 패하지 않을 지혜와 용맹을 주마. "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말했다. 

 

" 나를 선택한다면 네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마. "

 

 

파리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 미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님이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

 

 

파리스는 어리석게도 신분이 가장 높은 헤라도, 자신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아테나도 아닌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 

 

솔직히 세 여신의 미모는 인간인 그가 판단할 수준이 아니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말에 넘어간 선택이었다. 

 

하지만 파리스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으니. 

 

" 약속대로 네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게 해 주겠다. "

 

아프로디테의 말을 곡해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파리스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 여자로 바꾸어 버렸다. 

 

신이라도 사람의 마음을 어쩔 수는 없는 법.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준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물결치는 금발에 청량한 바다와도 같은 푸른 눈, 그 어떤 남자라도 사랑에 빠져버릴 듯한 가녀리고 여성스런 여자가 되어버린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외쳤다. 

 

" 제, 제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

 

" 욕심 많은 녀석. 그 어떤 남자라도 너를 본다면 사랑에 빠질 것이다. 너의 짧은 인생동안 나의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를 빌려 주겠다. "

 

케스토스 히마스. 그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로 신과 인간을 불문하고 그 어떤 남성이라도 유혹할 수 있는 권능이 담긴 허리띠였다. 

 

신들 중의 최고 신인 제우스 조차도 그 허리띠의 권능 앞에선 성욕에 물들어 참을 없었다고 한다. 아니,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마 참을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아무튼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유혹의 권능을 얻게 된 파리스를 두고 아프로디테는 구름을 타고 홀홀홀 날아가버렸다. 

 

그런 아프로디테와 자신을 원망스레 노려보며 떠나가는 헤라와 아테나를 보며 파리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이게... 이게 아닌데... "

 

절망하는 그녀는 세상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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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왕자였던 파리스. 그는 이제 그녀가 되어 트로이로 돌아왔다. 

 

사실 파리스는 특별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파리스의 누이인 카산드라는 태양신 아폴론의 총애를 받아 운명을 예언할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파리스가 태어날 당시 파리스가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 원흉이라며 파리스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파리스의 어머니인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는 차마 파리스를 죽일 수 없어 산에다 버리라 명했고, 그런 파리스는 양치기 부부에게 주워져 목동으로 자랐었다. 

 

이후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하다 '어떤 사람도 카산드라의 예언 능력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라는 저주를 받았고, 그 와중에 목동인 파리스의 정체가 밝혀져 파리스는 왕자의 신분을 되찾게된다. 

 

트로이 왕가에선 파리스 왕자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정작 파리스는 트로이로 돌아가던 도중 아프로디테의 은총(?)으로 인해 여자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파리스는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왕궁에 입궁조차 하지 못했다. 

 

" 헥토르 왕자님. 성문 앞에 자신을 파리스 왕자라고 하는 미친 여자가 있습니다. "

 

" 왕족을 사칭하다니, 왕족 사칭은 사형이란 걸 모르는 외부인인가? 내가 직접 가 보겠다. "

 

트로이의 1왕자 헥토르는 용맹, 지혜, 성품 모든 게 완벽한 남자였다. 살면서 그 어떤 오점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헥토르는 그런 남자였다. 

 

왕인 아버지에게는 총애받고, 국민들에게는 존경받았으며, 아내인 안드로마케에게는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그리고 그럴 자격이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런 그는 왕궁 문 앞에 쪼그려 앉아 훌쩍거리고 있는 파리스를 만났을 때 인생의 오점이 생겨 버렸다. 

 

 

 

" 내가, 내가 파리스라구... 사실 왕자라 그래서 왔단 말이야... 근데 어째서... 훌쩍. "

 

파리스는 자신을 여자로 만든 아프로디테 여신을 그래도 신이라고 원망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했다. 

 

트로이의 왕궁까지 오면서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던가. 

 

여자가 되면서 나약해진 몸 때문에 자신에게 끈적한 시선을 보내는 남자들을 두들겨 패려다 힘의 약해졌음을 깨달으며 강간당할 뻔 하고, 그런 파리스를 구해주고 어떻게 해 보려는 남자가 나타나 녀석들끼리 싸울 때 도망쳤다. 

 

트로이에 와서는 왕자라고 말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믿지 않았고, 관심있는 남자들이 슬쩍 다가와 왕자인걸 믿어줄테니 자신과 함꼐 가자면서 여관으로 데려가려 하길래 고간을 걷어차고 도망왔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왕궁 입구에서조차 그녀를 믿어주지 않았다. 

 

" 파리스? "

 

그러나 파리스는 처음 보게 된 자신의 형 헥토르와의 첫만남에서 기적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 누, 누구? "

 

" ... "

 

헥토르는 사실 파리스를 못알아봤다. 하지만 남심을 녹이듯 애처롭게 울고 있는 그녀를 보자 안쓰러움이 들어 파리스라 불렀으나, 파리스의 얼굴을 보고는 숨을 들이킨 체 멍하니 그녀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태양의 빛으로 만든 실과도 같은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에 여신에 가까운 완벽한 얼굴. 그 뺨에 흐르는 눈물이 남심을 터질듯 자극시켰다. 

 

아내도 있는 헥토르였지만 그는 파리스에게 반해 버렸다. 사랑보다는 욕정에 가까운 하지만 욕정만 있는 것은 아닌 특이한 감정이었다. 

 

파리스의 아름다운 모습때문만이 아닌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케스토스 히마스의 권능에 영향을 받았을 터지만 헥토르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알았다고 해도 파리스를 본 순간부터는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헥토르는 눈 앞의 여자가 자신의 동생인 파리스가 아닐지라도 상관없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해 보이는 눈앞의 여성을 놓치기 싫었다. 

 

" 기다리고 있었다. 파리스. 난. 네 형이자 트로이의 1왕자 헥토르다. "

 

" 미, 믿어주는 거에요? "

 

" 솔직히 믿긴 힘들구나. 네 사정을 설명해다오. "

 

그렇게 헥토르는 파리스에게 세 여신과 아프로디테의 은총(?)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일개 인간인 그가 신들에게 물어볼 방법은 없었으니 말이다. 

 

" 믿어주마 내 동생 파리스. 누가 뭐래도 난 너를 믿어주겠다. "

 

" 혀, 형님... "

 

파리스의 호칭에 헥토르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가 원하는 건 남동생 파리스가 아니라 여자 파리스였으니. 

 

" ...그 모습으로 형이라는 호칭은 알맞지 않구나. "

 

" 그, 그럼... "

 

그렇다고 20년 넘도록 남자로 살아온 파리스가 헥토르를 오라버니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헥토르님이라 부르거라. "

 

" 네... 헥토르님. "

 

파리스는 왕궁 밖에서 자라 뭔가 어색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수줍어 하는 듯한 그 모습에 헥토르는 이성이 날아갈 뻔 했지만 참았다. 

 

헥토르는 파리스를 데리고 아버지이자 트로이 왕인 프리아모스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그리고 파리스의 사정을 얘기하자 프리아모스는 불같이 화를 냈다. 

 

" 이 아이를 받아들이면 헤라님과 아테나님에의 원망을 살 것이다. 카산드라 말이 맞았구나! 파리스가 결국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야! "

 

프리아모스는 돌아온 왕자 파리스를 재앙 덩어리 보듯 했다. 그리고 그런 프리아모스 뒤에서 카산드라가 외쳤다. 

 

" 당장 파리스를 죽이고 헤라님과 아테나님께 용서를 빌어야 해요! "

 

파리스는 처음 보는 누이의 그 말에 사색이 됐다. 왕궁에 돌아오면 휘황찬란한 미래를 살 줄 알았으나,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될 판이었다. 

 

왕도 왕비도, 누이인 카산드라도, 그리고 궁내의 다른 모두가 파리스의 존재를 환영하지 않았다. 

 

" 저, 저, 저, 저는.. 저는.... "

 

사방에서 자신을 죽여야 된다고 소리치자, 파리스는 얼굴이 새하얘져서는 말을 더듬었다. 

 

어떻게든 자기 변호를 해야 했지만 믿을 사람 한 명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목소리가 떨리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때, 핵토르가 나섰다. 그는 파리스를 죽여야된다 소리치는 신하들에게 외쳤다. 

 

" 트로이 왕가의 일이다. 모두 다물어라! "

 

그리고 헥토르는 파리스 앞에 서서, 아버지인 프리아모스에게 첨언했다. 

 

" 파리스를 죽이면 파리스를 총애하는 아프로디테님께서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 것입니다. 파리스를 죽이는 건 옳지 않습니다. "

 

트로이 제일의 용장이자 자랑스러운 자신의 아들인 헥토르의 말에 프리아모스는 머리가 차분해졌다. 

 

" 그래도 그 아이를 받아들일 순 없다. 트로이 왕가 자체에 재앙을 불러올 수가 있어. "

 

" 제가 맡지요. 돌아온 왕자가 아닌 제 시녀로 들이겠습니다. "

 

" 장차 내 뒤를 이어 왕이 될 네가 굳이 그럴 이유가... "

 

" 아버지. 이제까지 고생하며 살아온 동생을 아끼는 재 마음을 이해해주십시오. "

 

프리아모스는 헥토르의 눈빛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보았다. 

 

" 그래... 네 말이 곧 나의 뜻이니. 원하는대로 하거라. 핵토르. 동생을 아끼는 네 마음이 기특하구나. "

 

파리스에게는 보인 적 없는 자애롭고 다정한 말투였다. 파리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헥토르가 부러우면서 동시에 자신을 구해준 그가 너무도 고마웠다. 

 

" 고, 고맙습니다. 헥토르 님. "

 

" 그래, 내가 널 지켜주마, 파리스. "

 

파리스는 핵토르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남자다운 모습에 그를 동경했다. 자신도 그처럼 되고 싶다고. 

 

예전 남자였던 그녀에겐 헥토르는 이상과도 같은 자신의 롤모델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은 그처럼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가질 수 없으니 더욱 동경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파리스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몰랐다. 핵토르의 속마음을. 완벽함 속에 감추어진 어두운 욕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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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파리스의 심판에 대해 봤다가 TS회로 돌아서 써봤어요. 

 

뒷 내용도 좀 생각해 봤는데요. 간단하게 줄거리만 적겠습니다. 소설처럼 쓰려니 요즘 시간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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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에서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파리스는 의존할 사람이 헥토르밖에 없었기에, 헥토르가 동침을 원하자 어쩔 수 없이 헥토르에게 안기게 됩니다. 

 

헥토르가 원한 것이었지만 주변에선 파리스가 헥토르를 꼬셔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죠. 

 

헥토르는 결코 아내인 안드로마케를 두고 바람을 필 남자가 아니니까요. 실제론 아니었지만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파리스를 비난합니다. 

 

그럴 수록 점점 파리스는 자신을 평범하게 대해주는 헥토르에게 의존하게 되고, 헥토르가 그 어떤 요구를 하든, 어떤 변태적인 플레이를 강요하든 따르게 됩니다. 

 

그럴 수록 주변에선 그녀를 비난하고, 그럼 또 다시 헥토르에게 위로 받고, 악순환의 반복되는 삶을 살게 되는데, 

 

원작과 달라져서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헬레나를 납치하지 않지만 전쟁은 일어납니다. 

 

헤라와 아테나의 수작이었습니다. 파리스를 아내로 얻는 나라가 트로이가 누리고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될 거라는 말이었죠.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로 쳐들어오게 되고, 파리스를 그리스군에 넘기자는 여론에 파리스는 더더욱 헥토르에게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던 도중 파리스가 당하고 있는 평판과 대우가 모두 헥토르가 의도한 것이란 걸 알게 됩니다.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파리스는 잘못된 선택을 해버리고 말죠. 

 

그리스 군과 밀서를 보내고 그리스 군의 승리를 도웁니다. 내부 첩자가 있으니 트로이는 당연하게도 멸망하지만 헥토르는 죽지 않고 살아 도망갑니다. 

 

그리스는 연합군이었는데, 누가 파리스를 갖느냐에 대해 격한 토론이 일어납니다. 비단 말 뿐만 아니라 폭력으로, 피와 칼로서 말이죠. 

 

피와 살이 난무하며 또 다른 전쟁의 서막 속에서 파리스는 깨닫습니다. 

 

물건 취급 당하는 지금보다는 예전 헥토르에게 사랑 받던 그 때가 더 낫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그녀를 원하는 남자들은 너무 많았고, 손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으니까요. 

 

사랑 없는 관계를 맺어야 했고, 폭력적인 섹스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런 파리스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원망하기까지 합니다. 

 

기도는 안 들어도 욕 하는 소리 만큼은 기똥차게 듣는 신들답게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나타나 벌을 주려 하죠. 

 

그러나 파리스의 꼴을 보고는 미안함을 느낍니다.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제안합니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말이죠. 

 

파리스가 제안한 건 남자로 돌려달라거나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녀는 남자로 돌아가도 원래대로 살 자신이 없었죠. 

 

그런 그녀가 원한 건 트로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정을 줬던 헥토르에게 자신을 데려다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헥토르에게 물어볼 게 있었기 때문이었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옛 트로이 땅에 새로운 영지를 만들어가는 헥토르 앞에 도착했습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그녀의 요혹의 권능을 가져가 달라고 하죠. 파리스는 헥토르의 진심을 알고 싶었습니다. 

 

파리스를 다시 보게 된 헥토르는 놀랍게도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끌어 안았고, 아프로디테의 허리띠가 없음에도 진심이 담긴 입맞춤을 몇 분이고 멈추지 않았습니다. 

 

헥토르의 태도가 변하면 자살하자고 결심했던 파리스는 그런 헥토르의 반응에 주저앉아 울면서 그와 입을 맞추며 끝이 납니다. 

 


여기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 파루스의 심판 TS버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