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가제. 그래, 이유는 좋지. 지식 전달의 매개체를 지키자. 종이책의 맥을 잇자.


분명 순문학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음. 흔히 웹 소설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문체나 다른 주제를 사용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무언가 많겠지.


근데, 책이라는 것도 결국엔 '상품'임.


작가는 그를 생산하는 '생산자'이고 말이야.


상품의 가치는 생산자가 정하는게 맞아. 그렇지만 그 상품을 구매할지 말지는 구매자가 결정해.


그게 시장 경제야. 구매자는 호구가 아닌 이상에야 그 책의 가치와 가격을 저울질 하겠지.


그렇게 저울질에서 패배한 책들은 경쟁에서 탈락되고, 생산자는 저울에 올릴 가격을 낮춰. 가격을 낮추면 책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저울의 높이가 어느정도 맞아 떨어질테니.


책 이외에도 그래. 흔히 수요와 공급이라 하지.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팔리고, 그렇지 않은것은 안팔려. 안팔리는 것들은 소비자한테 팔리기 위해 가격이 싸지고, 팔리는 것들은 이득을 조금 더 뽑기 위해 가격이 높아지지.


근데 도서 정가제는 그 근간을 뒤흔드는 기괴한 무언가야.


엄연히 가격이 매겨지고, 사고 팔리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소값이 정해져. 이상하지?


판매자가 경쟁을 위해 자기 책 가격을 낮추려는 것도 반대하는, 그런 뭐 이상한 법안이야.


다른 과일이나 채소, 그외 여러 식품들은 철에 따라 가격이 평소의 두배 가까이 싸지기도, 비싸지기도 하는 반면에 얘들은 그냥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하지 않을 최소값을 지니고 있는거야.


맨날 농부들 죽어간다고 말은 해도, 지나치게 풍년이라 오히려 이득을 보지 못하는 농부들을 위해 사과의 최솟값을 정해야 합니다~라는 법안은 아직 없잖아. 근데 얘는 있어. 이상하지.


그것 말고도 이유는 더 있어.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애들이 지들 목적에 벗어나서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거야.


말했듯이, 구매자는 상품을 살지 말지 정할 권리가 있어.


주제가 마음에 안들었든, 가격이 마음에 안들었든, 문체가 마음에 안들었든. 종이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독자들, 그러나 글을 읽고싶은 독자들은 다른 상품을 물색해. 그렇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게 웹소설이고.


거기에 만족한 독자들은 분명 있을거야. 종이책에 비해 가벼운 문체가 마음에 들었든, 가격이 마음에 들었든, 휴대성이 마음에 들었든.


이건 웹소설 판매자가 전략을 잘 세운거겠지. 종이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세운거야.


근데 도서 정가제를 여기다 적용하려 하니 어이가 없는거지.


애초에 종이 책에 적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칙을, 종이책이 아닌것에까지 적용하려 하는거야.


자기 사과보다 더 싸게 파는 집에 가서 넌 왜 사과를 싸게 파냐고 역정을 내는거지. 웹 소설이 불법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지들이 매력이 없어서 도태된 것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지들 가격을 유지하고, 경쟁자들을 조지려는 그 태도가 나는 정말이해가 되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