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빌런?), (수인)

대략 6900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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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라는 직업은 늘 목숨을 걸고 일한다.

 

그렇기에 항상 각오해야 한다. 사나운 몬스터에게 물어 뜯겨 죽을 각오를, 던전 안에서 같은 인간에게 습격당할 각오를, 그리고…

 

“제, 제바아아알!”

 

무너지는 던전 안에 갇힌 채 죽을 각오를.

 

“흐, 흐으윽….”

 

20XX년, 다룰 줄 아는 능력이라고는 불을 조금 쓰는 것밖에 없는 D급 헌터 백선우, 바로 나는 몬스터를 사냥해 얻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짜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던전도 아니었고 동료들도 든든한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힘들게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니 던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전부 탈출했지만 나는 발을 헛디딘 나머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직 몸은 멀쩡하지만, 곧 무너지는 바위에 깔려 죽거나… 기적적으로 살아남더라도 굶주리다가 아사(餓死)하고 말겠지. 

 

좆같은 취업난에 돈 좀 벌어 보자고 악착같이 일했는데 그 끝이 이 모양 이 꼴일 줄이야.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게 인생 마지막 담배라니… 내 처지가 불쌍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회빙환 같은 건 진짜 없나?”

 

담배를 피우며 가능할 리 없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다. 판타지 소설처럼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 먼치킨이 된다든지, 다른 세계로 전이돼 여자친구도 많이 만들고 편하게 먹고산다든지…….

 

그럴 리가 없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 순간 던전 천장에서 떨어진 돌이 내 머리를 가격했고,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정신을 되찾고 깨어났을 땐,

 

“……뭔데?”

 

여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여우 꼬리 9개가 달린 구미호 요괴였다. 

 

//

 

“아니, 씨발.”

 

일단 상황을 정리해 보자. 

 

갑자기 수박만 한 젖통 두 개가 가슴에 생겨났다.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길어진 머리카락은 하얀색으로 변했다.

 

머리 위에는 하얀색 여우 귀도 돋아났고, 엉덩이에는 흰 털로 북슬북슬한 여우 꼬리가 생겨났다. 

 

그것도 9개나.

 

주변에 거울은 없었기에 나는 어림짐작으로 내 몸 이곳저곳을 더듬어서 만져 보았다. 잘록한 허리, 벌어진 골반. 나올 데는 나오고 빠질 데는 빠진 여성스러운 몸매였다.

 

“꿈인가……?”

 

말랑말랑한 찹쌀떡 같은 볼이 붉어질 때까지 꼬집어 봐도, 이 강렬한 고통은 지금 내가 현실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회빙환을 하고 싶었지, 이세계 TS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것도 구미호로 TS라니.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절망하고 질질 짜고 있어 봤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왕에 주어진 두 번째 삶의 기회, 한번 제대로 살아보자. 나는 애를 써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량했다.

 

별이 잔뜩 떠 있는 하늘은 캄캄했고, 주위에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바람에 날려 삭막한 대지 위를 구르는 흙먼지뿐이었다.

 

“내가 축생도(畜生道)를 온 건가….”

 

여우가 돼서 지옥에 와버린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옷이 그대로인 걸 보면 적어도 TS+전이만 됐지 아예 죽어서 옮겨진 건 아닌 듯했다.

 

“옷은 또 왜 이렇게 쪼여.”

 

그 와중에 이제야 입고 있는 옷은 전에 입고 있었던 남성복 그대로인지라 여기저기가 꽉 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어디가 끼느냐고?

 

조금 부끄럽지만… 가슴이 불편하다. 

 

엉덩이도 꽉 낀다. 애초에 꼬리 때문에 바지를 입는 것조차 불가능해서 꼬리만 바지 위로 슬쩍 빼서 입었다. 전체적으로 몹시 불편했다.

 

그 순간, 나는 발밑에 가지런히 개어져 있는 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얀색 저고리에 다홍색 치마였다. 마치 옛날 우리나라의 한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갈아입는 게 낫겠지?’

 

나는 낑낑대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조금 부끄럽지만… 가슴이 불편하다. 

 

엉덩이도 꽉 낀다. 애초에 꼬리 때문에 바지를 입는 것조차 불가능해서 꼬리만 바지 위로 슬쩍 빼서 입었다.

 

갈아입고 나니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딱 맞네?’

 

바닥에 놓여 있던 여성용 한복은 내 몸 사이즈에 딱 맞았다. 마치 누가 치수를 재서 맞춤 정장처럼 직접 준비해 놓은 것 같았다.

 

……근데 나 어떡하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건 좋은데,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대체 어떤 놈이 무슨 의도로 나를 이렇게 만들어서 전이시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 

 

이곳이 이세계인지, 지구의 다른 곳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반드시 나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일단 근처에 마을 비슷한 거라도 있는지 찾아보자. 나는 변해버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라진 눈높이, 변해버린 몸무게. 여성 신체의 특수 부위 몇 군데 때문에 걷는 것조차 야하게 느껴진다. 사악할 정도로 커다란 흉부가 출렁거리고, 흔들린다.

 

……부끄럽다.

 

나는 팔짱을 껴서 무거운 가슴을 받치고, 붉어진 얼굴을 식히며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

 

“처음 보는 아가씨인데, 누구요?”

 

“오, 오, 오크…?”

 

몇 시간이나 걸었을까. 끊임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도시 하나가 보였다. 작은 마을도 아니고 대도시라니, 살았다 싶은 마음으로 애타게 달려갔다.

 

도시 입구 앞에 서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인간이라 인지했지만, 가까이 가니 무언가 이상했다.

 

초록색 피부, 지나치게 뚱뚱한 몸매, 어눌한 말투. 그야말로 던전에 자주 출몰하는 정석적인 오크 종족이었다.

 

“뭐, 오크 처음 보쇼?”

 

나무 방망이를 든 오크가 위협적인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봤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도시를 돌아가려고 했던 건지.

 

“그, 저, 저게….”

 

“얼른 들어가쇼. 할 일 많으니까.”

 

뭐야, 이걸 보내 줘?

 

“네, 네엡!”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달려서 빠져나갔고, 무사히 도시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우와…….”

 

눈 앞에 펼쳐진 도시의 광경은 엄청났다.

 

사실 오크 근위대부터 눈치를 채긴 했지만, 여기는 내가 ‘헌터’일 때 사냥했던 몬스터들이 다 함께 살아가는 듯한 모습의 도시였다.

 

오크들이 칼을 차고 행진했고, 고블린들은 동전을 세며 킬킬 웃는다. 언데드들이 마차를 짊어지고 다니고, 자동차도 가볍게 부수는 사냥개 괴수가 벌렁 드러누워서 악마에게 재롱부리고 있다.

 

밤을 새워서 걸어왔던 건지 어느새 낮이 되어 하늘에는 검은 태양이 빛났고, 그 태양 아래에서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괴조들이 비행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는 인간이 없는 도시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기가 이세계의 인간 도시였다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씨발, 상상조차 하기 싫다. 

 

도시를 발견했다는 희망에 아무 생각 없이 마구 달려온 건 몹시 위험한 짓이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어디를 봐도 여우 요괴로 보이는 나는 쫓겨났거나… 살해당했거나… 혹은 납치당해 여우 수인 성노예로 살아갈 위험성도 있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하지만 보아하니 이곳은 인간이 없는 몬스터 도시이다. 누가 봐도 몬스터처럼 보이는 나도 눈치 볼거리는 없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드디어 나는 가슴을 펴고 걷기 시작했다.

 

“저기, 여우 아가씨!”

 

“히이이익!”

 

바로 그때,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걸었다. 갑작스러운 접근에 몹시 당황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지만, 상대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하아. 저기, 몬스터 아카데미 가시는 길 맞으시죠?”

 

몬스터 아카데미라니, 그건 또 뭐야.

 

“어, 몬스터 아카데미요…?”

 

“에이, 오늘 입학식이잖아요! 근처 몬스터들과는 달리 엄청 강한 힘이 느껴져서 몬스터 아카데미 학생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요?”

 

머리에 노란색 뿔 두 개가 달린 붉은색 머리의 발랄한 소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다행히 나는 분위기를 못 읽는 답답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바로 맞장구를 쳤다.

 

“네, 가고 있죠. 근데 방향이 어디였는지….”

 

“아~ 신입생이시구나? 저도 신입생이에요! 잘됐네요. 저희 같이 가죠?”

 

뿔 달린 소녀가 내 앞으로 나서자, 나는 그녀의 뒷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박쥐 같은 붉은색 날개, 그리고 매끄러운 붉은색 꼬리. 설마 얘는…

 

“저는 구미호인데, 그쪽은…?”

 

“아하, 저는 레드 드래곤 해츨링, 릴리라고 해요! 같이 S급 몬스터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해 봐요!” 

 

꿀꺽.

 

레드 드래곤의 해츨링이라니.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레드 드래곤을 떠올렸다.

 

3년 전, 갑작스레 중국을 덮친 재앙… 화룡(火龍)이 단 며칠 만에 몇백만 명의 중국인을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간 사건이 기억났다.

 

우리나라는 안 와서 정말 다행이었지. 레드 드래곤이라고 하니까 괜스레 그런 기억이 났다. 물론 아예 다른 레드 드래곤일 테지만…….

 

“전 이렇게 불을 뿜을 수 있어요! 구미호 님은 어떤 걸 할 수 있으세요?”

 

릴리는 입을 벌려 하늘에 파이어 브레스를 발사했다. 그 엄청난 고열에 대기가 뜨거워질 정도였다.

 

“네? 저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약한 불을 뿜는 것밖에 없는데. 그나마 내가 D급 헌터로 활동하게 해 주는 감사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능력을 쓸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 구미호로 변했다고 뭘 또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어떡하지…?

 

“어떤 걸 할 수 있으세요?”

 

계속해서 캐묻는다. 어떡하지? 일단, 불이라도 정상적으로 발동하는지 한 번…….

 

―화르륵.

 

‘씨발.’

 

“우와 대단해요!”

 

불꽃을 만들어내자 나타난 건 원래 내가 내보내던 붉은색 불꽃이 아니었다. 신묘한 푸른빛으로 타오르는 불꽃… 마치 여우불 같았다.

 

이렇게 능력도 바꿔주는 거야? 어이가 없다.

 

“그나저나 릴리 씨는 어째서 몬스터 아카데미에 오게 되셨어요? S급 몬스터가 되고 싶어서?”

 

몬스터 아카데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정보가 필요하다. 너무 소극적으로 있는 것도 좋지 않으리라. 그래서 그녀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는 저희 엄마처럼 되고 싶었어요! 몇 년 전에 혼자 인간 세계로 가셔서 수백만 명을 죽였다죠. 그런데도 멀쩡하세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잠깐만, 서로 다른 레드 드래곤 맞지?

 

“쭝…국이랬나, 아무튼. 대단하죠, 저희 엄마?”

 

설마 여기… 에이, 아니겠지. 

갑작스레 불안감이 나를 집어삼켰다.

 

“저도 S급 몬스터로 성장한 다음에, 게이트가 열리면 그걸 통해서 인간 세계로 간 다음… 어머니보다 더 많은 인간을 죽일 거예요!”

 

“하, 하, 하하…….”

 

“…왜 그러세요? 구미호 님?”

 

가녀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버렸다.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낭만 가득한 판타지 세계도 아니었고, 행복한 미래도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여기는 『게이트』 너머니까.

 

수많은 몬스터들은 갑자기 생긴 던전 안에서 등장한다. 혹은 갑자기 열린 게이트 안에서 무더기로 뛰쳐나온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대체 이들은 어디서 온 걸까.

 

이계라는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추측도 있었지만, 다른 세계로 가 본 자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증거가 없으므로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젠 확신할 수 있겠네.’

 

내가 증인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게이트 너머의 이계. 몬스터들은 직접 게이트를 연 다음, 이 세계에서 인간 세계로 넘어간다.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그리고 바로 그때,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나도 게이트를 통해서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육체는 변해버렸지만, 정신은 그대로니까 어쩌면 돌아간 뒤 나의 가족과 지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이 생겼다.

 

“드래곤 님, 지금 당장 게이트를 통해 인간 세계로 갈 수 있나요?”

 

“엥, 아카데미 가는 거 아니었어요?”

 

“아, 그렇죠. 그냥 궁금해서….”

 

레드 드래곤 해츨링 소녀는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지성 괴수들은 그냥 어느 때나 축출되어서 막 보내지지만, 저희 같은 엘리트들은 마왕님이 설립하신 몬스터 아카데미에서 3년간 교육을 받고 좋은 대우로 전송되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몬스터 아카데미라는 학교를 졸업해야 돌아갈 수 있다니.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아예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3년간 괴물들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 따위를 고뇌하던 나는 어느새 몬스터 아카데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와아~ 같이 들어가죠, 얼른!”

 

레드 드래곤 해츨링 소녀가 손을 잡자며 내밀었지만, 이런 여자아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좀 부담스러웠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몬스터 아카데미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강한 괴물들한테 괴롭힘당해서 목숨을 위협당하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나는 결심했다.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게이트를 통과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몬스터 아카데미라는 곳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

 

“…….”

“크르르르릉!”

“하, 쓸모없는 짐승들뿐이군.”

“여우 언니, 같이 점심 먹을래요?”

“그어어어어!”

 

혼란스럽다.

 

앞자리에는 해골바가지 마법사, 리치.

뒷자리에는 악마 귀족.

옆자리에는 폴리모프한 레드 드래곤 해츨링.

대각선에는 의자를 물어뜯고 있는 켈베로스,

 

…그리고 건물 밖에서 수업 듣는 거인까지.

 

정말 혼란스럽다.

 

-드르륵.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안경을 쓴 채 옆구리에 책을 낀 묘령의 여인이 등장했다. 그녀는 책을 내려놓고 자기소개를 했다.

 

“1년간 너희들과 같이 지낼 선생, 헤브네어 슬라임이야. 얘들아, 다 같이 잘 지내보자!”

 

미친, 선생님은 또 슬라임이다.

 

슬라임 선생님은 출석부를 편 뒤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기 시작했다.

 

“릴리어 폰 스트라하이트.”

 

“넵! 줄이면 릴리에요!”

 

내 옆자리의 레드 드래곤 해츨링 소녀가 제일 처음이었다. 언젠가 내 순서도 올 텐데, 잠깐만… 내 이름은 뭐지?

 

“악마 니베리우스.”

 

“하찮은 미물이 내 이름을 부르다니.”

 

원래 이름을 써도 되려나? 아니, 날 TS시킨 사람은 아카데미에 입학시켜 놓고 새로 생긴 이름도 안 알려주면 어떡해?

 

“켈베로스”

 

“컹! 컹, 컹! 컹, 컹, 컹!”

 

주륵, 손에 땀이 났다. 손발이 차갑게 식어서 후들후들 떨렸다. 대체 내 이름은 뭐지.

 

바로 그때,

 

-띠링.

 

[소월향의 여우구슬: 0/100]

 

[여우 구슬이 텅 비어 있으면 당신의 힘은 무척 약해집니다. 여우 구슬을 채우기 위해선 남성의 정기를 흡수하십시오.]

 

“다음은… 소월향.”

 

“……네.”

 

나는 조용히 눈앞에 띄워진 안내문을 읽었다.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나,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