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에 몇 없는 S급 헌터 중 한 명이다.

처음에 S급이 되었을 때는 마냥 좋았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게 익숙해지니까, 유명인사가 된 게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적당히 유명하고 적당히 밥벌이하는 A급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배부른 소리가 되었다.

 

 

“김수현 환자분?”

 

내 이름이 불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평소였다면 S급인 나와 얼굴을 트기 위해 모여들었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금세 실망한 눈치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무관심속에서 간호사에게 향했다. 나보다 키가 살짝 큰 그녀로부터 진료차트를 건내 받았다.

 

”검사 다 끝나셨고요. 이거 가지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차트에는 내 이름과 생년월일 등 나에 대한 것들이 적혀 있다.

그 정보들 중 내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성별] 여

 

 

“하아…”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당장 간호사의 손에 들린 볼펜을 빼앗아 ‘여’ 위에 검은 선을 긋고 싶었다.

그러나 평범한 헌터들도 많이 오는 이 병원에서 이목을 끄는 짓을 할 수는 없다.

 

당장 오늘 저녁에 [‘한국제일검, 하루 아침에 성별 전환?’ S급 헌터 김수현 성정체성 혼란 고백…]

같은 기사를 보고 싶지는 않다면 말이다.

 

나는 간호사에게 대충 눈인사를 한 후 진료실로 향했다.

 

 

 

매끈하게 가공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의 여성이 나를 반겨주었다.

 

“헌터님, 어서 오세요. 검사할 때 불편하시지는 않았나요?”

“네, 뭐….”

 

갈색 단발머리에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

동네에 한 명쯤 있는 평범한 가정의학과 의사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사실 대한민국 최고의 치유사(治癒士) 계열 각성자다.

상대방의 마력을 꿰뚫어보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그녀의 특기다.

아까 전에 내 정체를 파악했던 것도 그 능력 덕분일 것이다.

 

나는 앞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진료차트에 제 성별이 여자로 바뀐 것만 빼면 괜찮았습니다.”

“앗. 저희 간호사가 착각했나 보네요. 아니, 이제 여자가 맞으니까 착각은 아닌가?”

“착각 맞습니다. 저는 ‘남자’니까요.”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말하셔도….”

 

고개를 숙여 내 모습을 보았다.

펑퍼짐한 티셔츠 위로 봉긋 튀어나온 가슴과 옆으로 흘러내린 긴 흑발.

확실히 지금의 몸은 여자이기는 하다.

 

“어차피 저주가 풀리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겁니다.”

“음…. 그거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 당장은 그게 힘들 것 같아요.”

“네? 뭐라고요?”

 

오늘 아침, 내가 흑발의 소녀가 된 것을 알았을 때도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때는 저주만 풀면 원래대로 돌아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이곳을 찾아왔는데, 갑자기 저런 말을 들으니 멘탈이 흔들린다.

 

“어, 어째서죠?!”

“일단 여체화의 원인으로 예상되는 게 저주이신 거죠?”

“네. 어제 ‘서큐버스 퀸’을 토벌했는데, 아마 놈이 죽기전에 걸었을 겁니다. 여기 저주의 표식도 있습니다!”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티셔츠를 올려 배를 보여 주었다.

배꼽 밑에 그려진 하트 비스무리한 문양이 드러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했을 테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관찰했다.

헌터들을 치료하다보면 나체를 보는 일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투사계열 헌터이기 때문에 부상이 잦았고, 그녀에게 알몸을 보인 횟수는 손가락 열 개로도 부족하다.

 

“음, 확실히 생긴 건 비슷하네요. 그런데 이 표식에서는 마력이 보이지 않아요. 혹시 직접 그리신 건….”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에요. 저주가 아직 발동하지 않은 겁니다.”

 

그녀는 검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 설명을 통해 나는 세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현재 내 몸은 생물학적으로 완벽히 여성인 상태다.

그러나 마력 자체는 예전과 같아서 각성자로서의 힘은 그대로다.

마지막으로 여체화의 원인이 저주가 아니므로, 아이템을 사용하여 남성화해야 한다.

 

“일단,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왜 당장은 못 돌아간다는 거죠? 아이템만 쓰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아이템이 국내에 없어서 해외에서 구해야 해요. 지금 바로 찾아서 연락해도 아마 일주일은 넘게 걸릴 거예요. 국가간 아이템 거래는 절차가 복잡하거든요.”

“그렇군요….”

 

당분간 이 몸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가? 그래도 아이템이 없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된 김에 길드장한테 말해서 휴가나 써야겠다.

지금 내 모습은 여중생쯤 되어 보이니까, 그 악덕기업 사장 같은 놈도 별 말 안 하겠지.

 

“저기 선생님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진단서에 마력량이 반감되었다고 적어주시면…”

“후후,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김수현 부길드장님.”

“역시 안 되겠죠… 응?”

 

치유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길드장이었다.

 

 

 

“기, 길드장님… 이 아니라, 사람 잘못보신 것 같은데요…?”

 

애써 모른 척했지만 이미 늦었나 보다.

 

“수현군, 이제는 수현양인가?”

“하아…. 군으로 해주세요.”

 

그가 나타난 것은 조금 의외였지만, 상관없다. 이 꼴을 보고도 게이트로 보내지는 않겠지.

 

“길드장님, 보시다시피 제 몸이 이래서 휴가 좀 쓰겠습니다.”

“기각한다.”

“…네? 왜요?”

“지금 서울을 중심으로 대량의 게이트가 발생하고 있어. 모두 B에서 D급이기는 한데, 그 양이 너무 많아서 인원 자체가 부족하다.”

“그 말씀은….”

“낮은 등급에 배정해줄 테니까, 머릿수만 채워. 언론에 들키면 안 되니까 적당히 B급 정도로 해서 임시 자격증도 발급해줄게.”

 

어차피 낮은 등급에 보낼 거면서 이렇게까지 해서 보낼 필요가 있나 싶지만,

길드장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해는 갔다.

 

그는 마법사계열의 S급 헌터인데, 지나칠 정도로 안전지향적이다.

가장 낮은 등급인 E급 게이트조차도 협회에서 정한 인원수를 딱 맞춰서 보낸다.

가끔은 놀고 있는 S급이나 A급을 관리감독으로 파티에 끼워 넣기도 한다.

 

그런 성격을 미루어 봤을 때, 이번 사태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낀 게 분명하다.

나는 일종의 안전장치, 유사시에 한 파티라도 살리기 위한 셈일 것이다.

 

눈치채지 못했다면 모를까, 그걸 알고 나서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에휴… 알겠어요. 대신 오늘 일하는 거는 수당까지 챙겨주셔야 됩니다.”

 

그러자 길드장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물론이지.”

 

쳇, 성격까지 나빴으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텐데….

 

 

 

****************

 

 

 

삐용삐용!

 

여기저기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다.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길드장의 [텔레포트] 마법으로 순식간에 도착한 이곳은 게이트가 나타난 곳이다.

 

나는 길드장과 함께 게이트에 다가갔다.

느껴지는 마력으로 봤을 때, C급 게이트인 듯하다.

최대로 나올 수 있는 등급은 B급, 열마리까지는 나 혼자서 커버 가능한 수준이다.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그 꼬마는 누구입니까?”

 

한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큰 덩치와 악성곱슬머리가 돋보이는 이 남자는 B급 헌터 최덕구, 우리 길드의 헌터다.

등급은 낮지만, 몸집이 워낙 커서 기억이 난다.

 

남자였을 때도 나보다 살짝 컸는데, 이제는 아예 고개를 위로 꺾어야 될 정도다.

 

“아, 덕구야. 이 친구가 이쪽 게이트 마지막 인원이야. 등급은 너랑 같은 B급이고, 이래 보여도 제 몫은 할 테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흠.”

 

최덕구는 내가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은 듯하다. 하긴, 이런 꼬마가 갑자기 파티에 낀다고 하면 나라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길드장님이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뭐….”

“그러면 여기 게이트는 너한테 맡긴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바로 도망쳐야 한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지?”

“예, 걱정마십시오.”

 

길드장은 텔레포트 마법과 함께 사라졌다.

아마 다른 게이트들을 모두 돈 후, 자신이 맡은 곳으로 갈 것이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저기, 꼬마야? 길드장님이 직접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절차 때문에 자격증 좀 확인할게.”

“네, 뭐….”

 

길드장이 발급받은 임시 자격증을 건네주었다.

이름만 대면 이런 자격증은 1분도 안 돼서 나온다니, S급이 참 편리하기는 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렸던 혜택인데…. 지나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는 표현이 적절한 상황이다.

 

“음, 이름은 이수현? 우리 부길드장님이랑 이름이 같네?”

 

이름은 놔두고 성만 바꿨는데, 진짜 나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나 보다.

원래 중성적인 이름인 게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투사계열이고, 레이드 경험은 있니?”

“몇 번 있어요.”

 

사실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런 외모로 많다고 해봤자 믿지 않을 게 뻔하다.

 

“일단, 알겠다. 경험이 있다고 하니 설명은 따로 필요 없겠지? 대신, 들어가면 오빠 말 잘들어야 한다?”

 

‘오빠’라니…. 소름이 돋는다. 듣기만 해도 이런데, 내 입으로 직접 말한다면 피부가 닭살로 뒤덮일 것 같다.

 

“네, 헌. 터. 님.”

“…그래.”

 

 

 

****************

 

 

 

나와 5명의 파티원들은 게이트 앞에 섰다.

파티장인 최덕구가 말했다.

 

“자, 들어가기 전에 장비 점검합시다. 우리 길드장님 성격 다들 아시죠?”

 

내가 장비한 갑옷은 길드 창고에 굴러다니는 것이고, 검 또한 싸구려다.

원래 쓰던 장비들이 아니라 조금 어색하지만, 고작 C급 게이트니 상관없다.

 

그보다 불편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옷이었다.

 

아침에 병원에 갈 때, 여자 옷이 없어서 내 티셔츠를 입었는데, 이게 굉장히 헐렁헐렁하다.

 

바지는 반바지를 입었는데도 무릎 밑까지 내려왔다.

게다가 조금만 걸어도 흘러내려서 허리띠를 몇 번이고 두른 후 불로 지져서 붙여버렸다.

 

전투 중에 벗겨지는 대참사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이제 돌입하겠습니다!”

 

파티원들은 모두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투사 셋에 마법사 둘, 치유사 하나. 그것이 우리 파티의 조합이었다.

 

나는 파티장이자 메인 탱커인 최덕구 뒤에 자리를 잡았다.

안 그래도 큰 덩치에 갑옷까지 입으니 골렘처럼 보이기도 했다.

 

“C급 게이트, 제1파티. 진입!”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동굴이 나타났다.

 

진입 전에 들었던 사전 탐사 내용대로, 이번 게이트의 내부환경은 동굴이었다.

 

통로가 좁아서 전방과 후방 두 군데만 주의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편한 환경 중 하나다.

 

물론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펌킨 라이트!”

 

우리 파티의 마법사가 외쳤다. 그러자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광원은 바로 호박모양의 랜턴, 마법 소환물이었다.

 

“빛도 확보됐으니, 천천히 진입합시다!”

 

방패에 철퇴로 무장한 최덕구를 필두로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고, 도중에 D급 몬스터들이 나타났지만 처리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레이드가 끝나나 싶었는데, 갑자기 파티장이 외쳤다.

 

“모두 정지!”

 

그가 진입을 멈춘 이유는 바로 눈앞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전투준비를 했다. 경험상 이런 이질적인 장소에서는 위험한 일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 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온다! 다들 조심… 끄아악!!!”

 

콰아앙!!!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파티장이 날아갔다.

 

다른 파티원들은 모두 보지 못했지만, 나는 자욱한 흙먼지 속의 거대한 주먹을 보았다.

 

이윽고 다시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 끔찍한 장면이 펼쳐졌다.

 

검고 매끈한 피부의 고릴라 같이 생긴 것이 최덕구를 씹어 먹고 있었다.

 

와그작! 와그작!

 

생긴 것은 고릴라와 비슷하고 크기는 코끼리만한 저 몬스터의 이름은 [스멜러], 동굴에서 나타나는 A급 몬스터다.

 

특징은 눈과 귀가 없어서 오로지 후각으로만 먹잇감을 찾는다는 점.

그리고 힘이 어마어마하게 강력해서, S급 투사계열 탱커도 그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점.

 

저런 괴물이 등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A급 하나 정도면 나 혼자 상대 가능하다.

 

따라서 내가 시간을 끌고, 다른 파티원들을 후퇴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해 보였다.

 

“아. 아. 도망쳐!!!”

 

그들은 공동입구로 달려갔지만, 갑자기 천장이 부서지며 또 다른 스멜러가 등장했다.

 

“그라라라라라!!!”

 

쾅! 쾅! 쾅!

 

“꺄아악!”

“으아아아악!”

 

30초. 나를 제외한 파티원들이 몰살당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공동에는 피떡이 된 파티원들과 나, 그리고 스멜러 세 마리가 남았다.

 

“…씨발.”

 

 

 

****************

 

 

 

우리 속담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어도 침착함을 유지하면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도 해당하는 걸까?

 

“그르르…”

 

눈 앞에는 스멜러 한 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한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죽였다. 힘만 세고 느려터진 녀석들이라서 어렵지는 않았다.

 

남은 한 마리도 똑같이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문제가 있다.

 

둘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 싸구려 갑옷과 검이 부서졌다.

아무리 내가 S급이어도 맨 손으로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투 중에 입구가 무너져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이지만 딱 한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숨는 것.

 

이 뻥 뚫린 공동에서 어떻게 숨나 싶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스멜러는 오로지 후각으로만 먹잇감을 찾는다.

따라서 냄새만 지우면 코 앞에 있어도 잡히지 않는다.

 

나는 곧바로 공동 가운데의 흙무더기로 향했다.

 

그 흙더미의 정체는 바로 녀석들의 배설물, 즉 똥이었다.

 

“씨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살아야 되나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라라라라!!!”

 

더 이상 고민하지 말라고 위협까지 해주다니, 참 친절한 몬스터다.

 

즉시 똥더미에 몸을 던졌다. 그 냄새나는 것을 몸 곳곳에 발랐다.

 

“으악! 냄새!”

 

마침내 코앞까지 다가온 스멜러, 나는 놈을 향해 소리쳤다.

 

“좆 같은 자식아, 똥에 방향제좀 뿌려라!”

 

그렇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놈은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이 귀도 없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냄새를 지운 지금 나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하아…. 구조는 언제쯤 오려나….”

 

게이트에 들어온지 대략 1시간 정도 지났다.

 

게이트 밖으로 나간 파티원이 없으므로,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나는 죽은 파티원들을 보았다. 나름 S급인데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내 정체를 말할 걸 그랬다.

 

그랬더라면 저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런 무식한 고릴라들은 충분히 이겼을 것이다.

 

“너는 우리 구조만 오면 내 속으로 썰어버린다.”

 

멍청하게 공동을 돌아다니는 놈에게 엿을 날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왔다.

 

“으윽…, 뭐지?”

 

처음에는 똥독이 올랐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아픈 곳은 정확히 배꼽 아래, 이상한 표식이 그려진 곳이었다.

 

 

 

불길함을 감지한 나는 즉시 옷을 올려 상태를 확인했다.

 

“하필이면 왜 지금….”

 

단지 그림이었던 저주의 표식에서 보라색 빛이 나고 있었다.

저주가 발동한 것이다.

 

“제발 아무일도 없어라… 으읏!”

 

점점 몸이 뜨거워진다. 아랫배를 중심으로 온몸에 열이 올랐다.

 

걸레 같은 서큐버스년. 도대체 무슨 저주를 박아넣은 거지?

 

그때 줄곧 두리번 거리던 스멜러가 고개를 돌렸다.

그것도 정확히 내가 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서, 설마…. 아닐 거야.”

 

놈은 천천히 나를 향해서 걸어왔다.

 

쿵. 쿵.

 

어떻게 내 위치를 찾았지? 무슨 냄새를 맡은 거지?

 

즉시, 내 몸을 뒤졌다. 냄새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잠시 후 내 손이 멈춘 곳은 다름아닌 음부, 얼마전까지 균열이 아니라 좆이 달려있던 곳이다.

 

허리띠를 끊어내고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이 균열에 닿자 찐득한 감촉과 함께 낯선 자극이 느껴졌다.

 

“하윽! 뭐, 뭐야…. 이게 무슨….”

 

비록 여자의 몸은 처음이었지만, 이 점액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음액이었다. 내 몸은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것이다.

 

분명 저주의 효과다. 저주 때문에 이 몸이 흥분한 것이다.

 

평소에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썼던 주문을 읊었다.

 

“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윽! 마르고… 닳토… 토… 흐앙♥ 헙!”

 

아니야, 이건 내가 낸 소리가 아니야.

 

“그르르르…”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스멜러. 놈은 내 위치를 특정한 듯하다.

 

명색이 S급인데, 고작 A급 몬스터한테 죽는 건가?

 

이윽고 검은색의 거대한 손이 다가왔다. 아, 으스러트려 죽이려나 보다.

 

 

그런데 나는 죽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놈은 나를 죽이지 않았다.

 

스멜러는 나를 자신의 얼굴까지 가져갔다. 그리고 거대한 혓바닥으로 내 몸에 묻은 똥을 핥았다.

 

자기 똥을 처먹다니, 더러운 새끼.

 

“읏. 으윽.”

 

그렇게 구석구석 핥아졌다. 내 몸에 걸쳐진 티셔츠는 놈의 침 범벅이 되었다.

 

왜 바로 죽이지 않는 거지? 저장식품의 개념인가? 하지만 놈들의 멍청함을 고려했을 때, 그럴 리가 없다.

 

남은 경우는 한 가지였다.

 

“그르르…”

 

놈은 내 가랑이 사이로 코를 박았다. 그리고 공기를 힘껏 들이켰다.

 

“윽!”

 

공기가 음부를 스쳐지나가자 짜릿한 자극이 느껴졌다.

 

아무리 저주 때문이라고 하지만, 남자였던 내가 보지로 느낀다는 게 수치스럽다.

 

녀석은 그렇게 한참이나 냄새를 맡은 후, 나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거대한 자지를 들이밀었다. 좆대가리가 아까 봤던 최덕구의 철퇴보다 크다.

 

“야. 아니지?”

 

저게 이 작은 구멍에 들어갈 리가 없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저딴 자지 버티지 못한다.

문제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 육체는 많은 마력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강인했고, 투사계열 각정자인지라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이런 점이 참 좋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자, 잠깐! 제발 멈춰… 아악!!!”

 

놈이 내 양팔을 짓눌렀다.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제는 도망가지도 못한다.

 

이윽고 거대한 귀두가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놈이 허리를 흔들며 삽입을 준비한다.

 

“씨발! 좆 같은 서규버스년! 너는 꼭 되살려서 다시 죽인다… 아아아아악!!!”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끔찍한 고통. 거대한 자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마취를 하지 않고 급하게 머리를 꿰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고통은 그것 이상이었다. 생살을 칼로 저며내는 것 같았다.

 

“제, 제발 그만… 으윽!”

“그라라라!!!”

 

놈의 포효가 공동에 메아리 친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소리도 듣지 못하는 녀석들이 왜 말을 할까?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저 포효는 암컷을 압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암컷을 제압하고, 수월하게 자지를 박기 위한 것이었다.

 


손이 구속당하고, 자지가 박힌 상황.

 

나는 더 이상 S급 헌터가 아니었다. 그냥, 암컷이었다.

 

 

 


--------------------------------------


생태적 특징 묘사하다 보니, 중요한 떡씬을 못 썼다...

나중에 이어서 쓸지는 잘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