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

 

본디 실종, 혹은 사망 추정으로 사라진 사람들이었지만, 사실은 다른 세계로 끌려갔었습니다. 라며 돌아오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었다.

 

다른 세계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오곤 하지만, 그 조건은 세계마다 달라서 참고할 건 되지 못했다.

 

끌려간 이유, 돌아온 이유. 뭐든 간에 다 달랐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원래 세계는 자신이 끌려간 시점으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보기 위한 말.

 

“지금이 몇 년도인가요?!”

 

이 근방에서 귀환한 모양이었다. 이제는 이상할 것 없는 풍경이라 눈길 한 번 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온 그녀의 모습을 보니 어디서 심하게 구르다 온 사람처럼 보였다.

 

“…2032년도인데요.”

“아, 10년, 10년 지났구나… 괘, 괜찮아. 아직 안 늦었네… 고, 고마워요! 아, 혹시 죄송한데 그, 전화 한번 빌릴 수 있을까요…?”

 

괜찮다고 말한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귀환자 중에 험악한 사람도 분명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안쓰러운 사람이 많았기에 도움을 청하면 눈을 돌리기가 뭣했다.

 

큰 건 아니고 그냥 폰 좀 빌려달라는 거니까 그걸 사양할 건 없지.

 

“여기요…”

“감사합니다!”

 

슬쩍 건네니 기뻐하며 받아들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번호를 빠르게 누르는 그녀였지만, 그게 통화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내 폰을 꽉 부여잡은 채 화면만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저기, 연락, 안 하세요? 그냥 통화 버튼 누르면 되는데…”

“그, 그게… 죄송합니다. 이게, 제가 사실 원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이런 모습으로 돌아가도 믿어주긴 하려나 싶어서 이게, 난감해서… 아무튼…”

 

횡설수설 말이 많아지는 그녀였다.

 

뭔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건지 쉽게 전화 걸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참 내 폰을 꽉 잡고 있던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아, 죄송합니다… 원래는, 제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요… 엄마랑 아빠가 놀랄까 싶어서… 저 같은 자식 둔 적 없다고 할까 봐 무서워서 연락하기가 꺼려지네요.”

“…뭐, 모습이 달라져서 오는 귀환자도 많다고 하니까, 그런 모습으로 온다고 해도 돌아왔다는 기쁨에 미소짓지 않으실까요…? 거절당하면 마음 아프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내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여기서 기운 없이 내 폰만 내내 붙잡고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기에 말을 건넸다.

 

그녀는 내 폰을 한 번 더 매만지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그새 엄지가 통화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여, 여보세요? 아, 엄마… 나야, 신우. 한신우. …아니, 정말이야! 농담하는 게 아니고… 이제 막 돌아왔는데 이 상태로 돌아가면 무서워할 것 같아서 전화만 걸었어. 어? 이거 그, 근처 카페에 있는 직원분 폰 좀 빌린 건데… 어, 어어… 와준다고? 여기가…”

 

그녀는 통화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까이서 내용을 듣고 있던 나는 그녀에게 주소를 불러주었다. 그러자 그녀 또한 주소를 전달했고 답을 얻었다.

 

“고마워요. …곧 오신다고 하니까 금방 나갈게요.”

“그러고 보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예? 대답해드릴 수 있는 거면 대답해드릴게요.”

 

폰을 돌려받은 나는 그 폰을 매만지다 주머니에 끼워 넣었다.

 

“혹시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방법이라던가 있나요?”

“돌아오는 방법이요…? 제가 겪은 거 물어보시는 건가요?”

“네.”

 

그녀는 뭔가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저 같은 경우는, 마신을 죽여서인데…”

 

마신.

 

큐르는 몰라도 일단 엘리시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정보 같았다.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 마왕 하나 있었다는 것 같으니까, 마왕을 물리쳤음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건 무언갈 무찌르는 게 돌아오는 방법이 아니란 거겠지.

 

“그렇군요. 뭐라도 하나 마실래요?”

“…저는 물 좀 마시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괜찮죠.”

 

나는 그녀에게 얼음이 든 물을 건넸다. 그녀는 받아들고는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는 ‘캬.’하고 감탄사를 토해냈다.

 

“하아, 살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낼 즈음 카페의 문이 열렸다.

 

“…신우야!”

“어, 엄마…!”

“…신우니?”

 

그녀의 어머니 되는 분이 와서는, 바뀌어버린 그녀의 모습을 매만지듯 쳐다보다가, 이내 울컥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아버지 되시는 분은 말없이 모녀를 안아주었다.

 

어쩌다 보니 만남의 장이 되어버린 카페는 조금 소란스러워진 것 같았다.

 

커피 세 잔이 주문된 건 덤이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도 받고, 인수인계도 마친 나는 퇴근 후 발을 돌렸다.

 

오늘은 오후 알바가 없는 날인지라 푹 쉴 생각이었다. 그 전에, 큐르나 엘리시아에게 말 한 번 건넬 시간이었다.

 

[나 : 오늘 카페에 귀환자가 왔다 갔는데, 그 사람은 마신을 잡아서 돌아왔다더라.]

[큐르 : 마신? 별거 아닌 걸 잡고 돌아갔다고?! 나도 마신 잡으러 갈래!]

 

큐르는 내 정보를 듣더니, 눈에 쌍불을 켠 사람이 보낼 법한 메시지를 보내곤 사라졌다.

 

[나 : 야.]

[나 : 야? 진짜 감?]

 

이어지는 답장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마신이라는 걸 잡으러 간 모양이었다. 쟤네 세계에는 마신이라는 게 있구나. 그렇게 생각할 무렵, 엘리시아에게 보낸 메시지의 답장도 돌아왔다.

 

[나 : 오늘 카페에 귀환자가 다녀갔는데, 그 사람은 마신을 잡아서 돌아왔다네요.]

[엘리시아 : 정말요?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네요. 이미 저 혼자만 남아서 무언갈 처치하고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해요.]

 

큐르와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조건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데, 두 명이 극명하게 갈리는 꼴을 보니 참 착잡한 마음이 오갔다.

 

이렇다면 다른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좋겠지만, 엘리시아의 경우 다른 누군가와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지라 아마 조건에 맞게 알아오는 것도 난항을 겪을 게 뻔했다.

 

[나 : 죄송해요. 도움이 되지 못했네요.]

[엘리시아 : 아니에요. 도와주시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나 : 다음에는 시도해볼 만한 거로 가져와 볼게요.]

 

나는 괜히 미안해져서,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던졌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동시에 엘리시아의 기운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녀는 그 메시지를 보더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던 말을 보내왔다.

 

[엘리시아 : 그건 그렇고, 서준 씨. 당신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저처럼 이상한 용사 같은 일을 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나 : 알다시피 제 능력은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것뿐인지라, 바뀌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입니다. 그냥 카페 아르바이트 정도.]

 

자조적인 말을 던졌다.

 

딱히 나도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엘리시아의 앞에서 주름잡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엘리시아 :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돌아가면 세상이 참 많이 바뀌어 있겠네요.]

[엘리시아 : 그래도 저는 당신이 이런 능력을 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가.

 

이런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말곤…

 

[엘리시아 : 살아있는 사람도, 괴물도 없는 이곳에서, 저를 제외한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건 괴로워요. 죽고자 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다가와 준 것이 기쁜걸요.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죠.]

 

확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의 삶을 북돋아 주었다. 믿어지진 않았지만.

 

문제는, 내가 그녀를 선택한 게 아니란 점이었다.

 

엘리시아의 상황을 알고, 처지를 알고 안쓰러워 손을 뻗어준 게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거만해지는 것은커녕, 자랑스러워할 수도 없었다. 뿌듯함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씁쓸함만이 입에 담겼다.

 

[나 :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괜한 겸손을 떠는 것도 하지 못했다. 괜히 자신의 일을 과시하는 것만 같아서, 그냥 언급도 꺼린 탓이었다.

 

[엘리시아 : 고마워요. 당신 덕이에요.]

 

“…….”

 

하지만, 그녀는 잊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그게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답답해진 가슴을 움켜쥔 나는 오늘도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