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도,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저기 혼자 남은 이들이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원래 이곳에 살았다는데, 다른 세계에서 질리도록 살았다면 돌아오고 싶어할 텐데 그 소원을 이루어줄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

 

고민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내게 그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아서,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고민만 하고, 더 나아가진 못했다.

 

고민은 고민에서 끝나버렸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넘어, 차원이 다른 걸 끄집어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애초에 지금 귀환자들도, 이미 유가족들이 울고 불다 지쳐 포기했는데 뿅 하고 나온 것 아닌가. 그 전까지는 행방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걸 해결해줄 수 있을 리가.

 

“흠.”

 

슬슬 카페도 관두고 다른 일을 하며 찾아볼까.

 

이타적인 성격은 아니다. 괜히 내 시간 할애해가며, 나를 희생해가며 도울 정도로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자꾸 눈에 띄니까 치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능력은 어찌 된 건지 주인인 내 말도 듣지 않고 멋대로 사람을 이어주고 대화하게 하려고 알림도 끄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었으니, 그걸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나 : 혹시 몇 년도 즈음에 그 세계로 넘어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큐르는 아직도 마신을 잡는 중인 건지 뭐라 보내도 답장이 없어, 엘리시아를 향해 문자를 보냈다.

 

[엘리시아 : …2026년 같은데, 지금은 몇 년도인가요?]

[나 : 지금은 2032년이에요.]

[엘리시아 : 그렇게 많이 지나진 않았네요. …저는 여기서 6년 산 것도 아닌데, 6년이 지나버렸으니 참.]

 

엘리시아는 뭔가 씁쓸한 듯 보였다.

 

세상이 다르다 보니 시간의 흐름도 조금씩 다른 듯했다. 큐르도 사실 이곳 세상에 비교하면 몇 년 안 지난 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나 : 그럼 혹시 살던 곳이라던가 있나요? 이야기를 전해 주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편지처럼.]

 

답장이 오질 않았다. 오랜 시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은 많았다. 어차피 여기서 커피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면 되는 일이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 있는 그녀이다 보니, 뭘 해도 다른 짓을 한다기보단 생각하고 있구나 싶은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엘리시아 : 6년이나 지난 지금 뭐가 남아있기나 할까요?]

[나 : 한번 가봐야 알겠죠.]

 

확답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주제넘은 짓을 해가며 위로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되리라.

 

 

 

엘리시아가 말해준 곳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해던 것과는 달리, 이미 많은 것들이 바뀌어버린 뒤였다.

 

허름했던 원룸촌. 이라고 했지만, 이미 그곳에 자리한 ‘허름’이란 단어는 지워진 것처럼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깔끔했다.

 

하기야 6년이라는 세월이니 재건축이란 말이 오가지 않을 리도 없었다.

 

[엘리시아 : …역시 그런가요? 그럼 제 흔적 같은 건 이미 다 없어지고 말았겠네요.]

 

전에 카페에 왔던 귀환자와는 달리 가족이 없는 부류였다. 그렇다 보니 이런 상황이 더 씁쓸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돌아와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 : 그래도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멀쩡하시죠?]

[엘리시아 : …그렇다고 해도 돌아가고 싶어요. 여기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당신만이 제 말동무이기도 하고.]

 

자신의 흔적이 없지만, 그건 어디든 마찬가지였던 걸까.

 

앞에 있었다면 우울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았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걸 보면 쓰게 웃음 지었을까.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없는, 그저 단순한 채팅창일 뿐이다 보니 상대의 얼굴이 어떨지 괜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엘리시아 : 괜한 걸음 하게 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나 : 이 정도는 별거 아니죠. 그렇게 먼 곳도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곳까지 힘들게 온 이유는, 이곳에서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흔적이 곧 하나의 길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희망을 품었지만, 아무래도 헛된 희망인 듯했다.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게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인 줄 몰랐다. 다른 사람을 보고 따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채팅을 보낼 무렵, 갑자기 알림이 울렸다.

 

마신 잡겠다고 사라진 큐르에게서 문자가 온 듯했다.

 

[큐르 : 마신 잡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았어… 힘들구나.]

 

처음에는 무언가 달성한 기쁨이,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허탈함이 묻어나오는 문장이었다. 기뻐하다가 시무룩해지는 큐르의 표정이 떠올랐다.

 

얼굴을 본 적 없지만, 뭔가 딱 어리광쟁이 느낌이 날 듯했다. 말투도 뭔가 할아버지를 보고 배운 듯한 손녀딸의 말투 같아서 귀여워 보였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답장이나 보내주는 게 내 할 일이었다.

 

[나 : 수고했어. 아쉽네. 솔직히 마신 잡아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인가 봐. 아니면 죄다 잡아서 그런가…? 아니, 따라 하진 마. 다들 달성 목표가 다 다른 거니까.]

[큐르 :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애초에 너무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나 싶구나.]

 

큐르는 뭔가 불평하듯 말했지만, 그걸 정하는 건 내가 아니었기에 차마 무어라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나 : 아무튼 수고했네, 푹 쉬어.]

[큐르 : 조금 있다가 또 문자 보낼 테니, 그때도 답장해다오.]

[나 : 그래, 좋아.]

 

자신이 강한 드래곤이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문자를 보낸 지 며칠 안 되어 마신의 모가지를 따왔다는 걸 보면, 분명 세계관에서 최강이라는 자리를 두고 싸울 정도로 강하다는 거겠지.

 

그건 엘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또한 세상이 멸망한 뒤에도 살아남아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서 무얼 더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기에.

 

 

 

 

시간이 흘렀다. 문자를 자주 보내오던 큐르는 이제 바빠진 건지, 문자 보내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아쉽다는 건 아니지만, 전에 말한 마신을 마저 잡으러 떠난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그녀가 귀찮게 군다고 해도, 그게 싫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결국, 그 탓에 1개월이 지난 지금, 엘리시아와만 대화하며, 유대감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무엇을 했었는지, 자신이 지냈던 세상은 어땠는지, 무엇을 생각하며 지냈고, 어떤 삶을 보냈는지. 별의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세상 이야기까지 오가게 되었다.

 

[엘리시아 :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하셨죠?]

[나 : 네, 뭐. 그냥 프랜차이즈.]

[엘리시아 : 그런 게 좋은 거죠.]

 

평소대로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어느새 퇴근 시간이 돌아왔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려는데, 괜히 신경 쓰인 나는 능력을 켜 화면을 툭툭 두드렸다.

 

큐르로부터 온 문자는 뭐 없었다. 감감무소식인 채팅창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신음했다. 어디 가서 마신과 싸우다 죽은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에 턱을 매만졌다.

 

“그럼 수고하세요.”

“수고하셨어요.”

 

인수인계를 마치고 그렇게 돌아가려는 찰나, 어디선가 멀리서 대포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카페를 나온 뒤, 오늘은 또 무슨 소란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건물들 사이로 무언가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서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디 던전에서 브레이크라도 걸렸나. 아니면 헌터들끼리나 귀환자들끼리 싸운다던가. 재미있어 보였지만, 조금 먼 것 같아 굳이 다가가진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폰이 울리는가 싶더니 점장님의 전화가 와 있었다.

 

[서준아! 여기 이상한 여자가 널 찾는데, 네 손님이니?!]

“…이상한 여자라뇨?”

 

나를 보러 올 손님이 어디 있다고.

 

미간을 좁히며 무슨 소린가 해석하려는 찰나, 점장님의 목소리 너머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여자라니, 큐르라고!]

[히익, 미안, 아니 죄송…!]

 

…전에 대화하면서 얼핏 들은 카페 위치를 기억하고선 찾아왔나 보다.

 

기억력이 좋은 건지, 언젠간 돌아가 찾아보겠다고 벼른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조금 무섭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