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이상하다.


평소에 비해 반응이 명백하게 굳어있었다.


처음 날 마주한 순간부터, 같이 욕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기괴하게 움직이던 아빠.


알 수 없는 말들을 빠르고 낮게 중얼거리는 모습은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특히나 코에서 피를 왈칵 쏟아내는 바람에 내 이성까지도 흔들리게 만들었을 때는... 위험했다.


그 피들을 보고, 무심코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으니까.


심지어 친아빠한테.


완전 변태잖아... 아빠랑 피를 섞고 싶은 충동이 든다니.


나도 이상성욕자에 해당하는 존재인 걸까?


"........."


아니겠지.


그냥 어른의 몸이 되고서 갑작스레 찾아온 충동을 제어하지 못했을 뿐이다.


성욕이 아닌 호기심, 그렇게 보는 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엄마는 참..."


갑작스레 들이닥쳐 날 깨물어댔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도, 엄마도 뱀파이어니까.


그건 식사라기 보다는 번식에 가까운 행위.


그러니까, 나는... 친엄마한테 강제로...


으음. 굳이 생각하지 말자.


반쯤 인간일 때의 감각으로 비유하기 시작하면, 묘사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으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될 금기같은 짓도 아닌데 뭐.


그저 조금 특별하고 신기한 케이스일 뿐.


그냥 엄마에게 흡혈당했다.


그 정도 말로 일축하면 쉬운 이야기.


"흡혈..."


...흡혈이라는 단어는 너무 야하니까 깨물깨물로 순화하자.


조금 유치한 표현이긴 해도, 막 부끄럽게 와닿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30살이다. 어른이긴 해도, 아직 한참 어린아이.


아빠는 나보다 어릴때 나를 낳았다 했지만...


그때가 스물 여섯이라고 했었나?


...서른도 되지 않은 어린애가 아이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도 조금 놀라웠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엄마는 조금 이상성욕자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척 봐도 아빠보다는 백 살은 더 많은 연상이니까.


뭐. 엄마는 나이에 비해 어리게 사니까 상관없나 싶기도 하지만.


"...머리 엉키기 쉽네."


난생 처음 해보는 머리닦기.


몸은 적당히 아빠가 닦아 주었으나, 중간에 호출을 받는 바람에 급하게 방식만 알려주고 떠났다.


팔에 힘을 빡 주니 머리가 아프고, 아예 풀어버리니 수건이 아래로 흐른다.


그 와중에 머리는 닦아도 닦아도 목을 타고 물기를 흘려보내니... 답답했다.


엄마나 아빠는 언제나 이런 걸 담담하게 해내는 걸까.


문득 그 둘이 어른이라는 것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


뭔가 뒤에서 계속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이겠지.


라고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엄마는 몸을 숨길 생각도 없어보이고.


결국 엄마에게 화가 나 무시하던 것을 풀고는,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 나 이것 좀 도와줘."


"........."


"나 화 안 났어. 엄마."


"지, 진짜냐에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엄마.


이런 걸 보면, 그냥 내가 용서해주기를 기다리며 눈치를 준 것 같기도 했다.


...이런 게 어른의 방식이라는 걸까?


엄마도 아빠를 조금 닮으면 좋을텐데.


당연히 생긴거나 변태적인거 말고, 태도가 말이다.


"사과만 똑바로 하면 용서해줄게."


평생 얼굴 안 보고 지낼 것도 아니니까.


썩어도 부모자식 사이다.


화는 풀고, 사이좋게 지내는 게 맞겠지.


키가 더 큰 내가 용서해야지 뭐.


"미, 미안하다에요... 아들..."


"뭐가?"


"...읏! 용서해준다 했으면서! 속인거다에요...!"


"아니, 뭘 잘못했는지 사과해야 사과지..."


엄마는 분명히 상식이란 것이 결여되었다.


그냥 미안하다고만 하면 그게 사과인가.


"므우... 아들이 아빠 닮아간다에요... 세세한거 따지기 시작하는 거다에요..."


"오히려 엄마가 너무 대충 사는 거라고."


"이, 이이... 이!"


눈가에 물기가 맺히는 엄마.


아니, 이상하잖아. 잘못한 건 엄마인데.


대체 어떻게 뱀파이어가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스, 슬슬 용서 안해주면 안 도와준다에요!"


이젠 부모라는 위치와 어른으로서의 지식을 빌미로 협박하는 엄마.


더럽고 치사하다.


그러나 나 또한 지기 싫은 마음에 엄마를 노려보니, 곧 대답이 들렸다.


"카, 칼로 쿡쿡 찌른거 잘못했다에요..."


"응. 엄청 간지러웠어. 웃겨서 턱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


"미안하다에요..."


식칼은 먹을 음식을 요리하는 도구.


당연히 살아있는 것에게 사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었다.


그런 무딘 날로 반복해서 찌르는 것은 으레 살결이 간지럼을 타기에 충분한 조건.


솔직히 장난이라고 하기엔 선을 넘긴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난 고작 식칼로 찌르는 사소한 잘못을 사과받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그 정도는 친한 사이에 장난이 과격해지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정도니까.


"근데, 진짜 사과할 건 따로 있지 않아?"


"므웃! 모, 모르겠다에요... 엄마는 기억 안 난다에요!"


몸을 배배 꼬며 볼이 상기되어 있는 상태.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정하는 모습은 어이가 없었다.


"뻔히 기억하고 있구만 뭐!"


"그, 그건 아들이 무력한 몸으로 엄마를 유혹해서 어쩔 수 없었다에요! 거부라도 했으면..."


"말도 못하는 갓난아기한테 뭘 바라는 건데?!"


진짜 중요한 건 흡... 아니, 깨물깨물에 대한 문제.


나는 그게 처음이었단 말이야.


"그리고, 세상에 아들의 처음... 첫... 처, 첫 그걸 뺏는 친엄마가 어딨는데!"


"친엄마 아니다에요! 아들은 깨물깨물이 아니라 배 아파서 낳은 주워온 자식이다에요!"


"인간들은 그걸 친자식이라 부르거든?"


"우린 뱀파이어다에요! 아들은 엄마 다리밑에서 주워온 자식이다에요!"


"나는 반쯤 인간이라고!"


살다살다 친엄마에게 주워온 자식 소리를 듣다니.


게다가 다리밑에서 주워왔다니.


틀린 표현은 아니었지만, 뭔가 열받는 말이었다.


"아, 아, 아..."


뭔가 말하려다 내 말에 말문이 막혀 버벅대는 엄마.


뭘 잘했다고 분노를 삭히지 못하며 말을 더듬는지 황당했다.


그리고 곧 질러지는 엄마의 망언.


"아까 깨물깨물해서 뱀파이어 만들었으니까, 사람아니다에요!"


직접 자기 입으로 "뱀파이어적으로도 친아들이 맞습니다." 라고 실토한 셈이다.


인간, 뱀파이어 그 어느쪽도 아닌 존재.


그렇기에 두 종족 모두 해당되어, 어느쪽으로 해석되어도 친자식인 존재.


엄마는 자폭을 했다.


"그런 자식한테 깨, 깨물깨물 한 건 괜찮은 게 아니잖아!"


"그, 그으... 엄마도 어쩔 수 없었다에요! 이제 곧 200이 조금 안 되는 나이인데... 그 동안 사람들 깨물깨물 못하게 아빠가 막았다에요!"


"노처녀잖아! 아무리 그래도 쌓여있는 흡... 깨물깨물 욕구를 친아들한테 풀어?!"


"엄마는 발정기다에요! 흡혈욕구가 막 솟구치는 시기라 어쩔 수 없었다에요!"


세상에.


저게 정녕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가능한 말이란 말인가.


그렇게 막 갖다붙인다고 다 말이 되는 게 아닌데.


애초에 뱀파이어한테 발정기가 어딨어.


그냥 욕구불만이잖아.


"그럼 이불같은거에 하면 되잖아!"


"구, 구멍난다고 혼난다에요! 바, 밤새 '둘째만들기' 당한다에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공포에 질리는 엄마.


...엄마가 잘못을 하면, 언제나 밤에 하는 그걸 말하는 걸까?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본 적이 없었으니 모르지만.


엄마의 반응들을 떠올린다면 무시무시한 체벌이 분명했다.


그럼 이불같은 말랑말랑한 건 안된다 치고.


"바닥이나 벽같은 건?"


"딱딱해서 별로다에요. 하나도 기분 안 좋다...에요. 그래서 아들이다에요."


결국 그래서 선택한 말랑말랑하고 구멍 안 나는 게 나였다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납득이...


납득이.........


"되겠냐!"


"아우, 아우우..."


또 몸을 웅크리고 바들바들 떠는 엄마.


누가 보면 가정폭력의 현장인 줄 알겠네.


그것도 서른밖에 안 된 아들이 엄마를...


"애초에 말이야. 아빠한테 들킬 거라 생각하지 않아? 당연히 모습이 변하는데..."


"아, 아들은 이미 반쯤 뱀파이어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에요... 안 변할 줄 알았다에요..."


"그럼 그게 더 문제잖아!"


만약 안 변했다 친다면, 단순히 욕구를 풀기 위해 날 이용했다는 의미.


서로 모습이 고정된 뱀파이어 끼리의 흡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엄마는 터무니없는 변태가 아닐까?


뱀파이어적으로.


슬슬 화보다 경이로움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아빠한테는 잘도 참았네...?"


"아, 아빠한테도 하려 한 적은 많다에요."


"다 실패했어? 신체능력은 엄마가 압도적으로 좋지 않아?"


문득 볼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는 엄마.


"아빠는 인간이다에요... 그런 짓은 잔뜩 하고 싶지만, 한 번 하면 모습이 변해버린다에요..."


"그게 엄마한테 문제가 돼?"


그 다음 말을 이어갈 때엔,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 탓이겠지.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풍경 속 엄마는,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가 좋다에요... 그 커다란 덩치도 듬직하고, 안아주면 이불처럼 따뜻해서 좋은 거다에요... 목소리도 낮고 달콤하고..."


...뭔가 열받는다.


저런 반응은 처음 보는 모습이니까.


나는 저게 담고있는 감정의 이름을 모른다.


분노일까? 아니면 흥분? 모르겠다.


"그게 뭐야. 그리고 아빠는 이상하기만 한데, 그게 왜 좋아? 비상식적으로 크고. 목소리도 하나도 안 귀여운데!"


"아들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되는 거다에요."


"이미 어른이거든?"


서른밖에 안 되긴 했지만.


"푸흐으..."


갑작스레 울다 눈가를 훔치고 웃는 엄마.


참 종잡을 수가 없었다.


뭔가 기분이 홱홱 변하는 느낌.


...뭐, 귀엽기야 했지만.


"이리 오는 거다에요. 엄마가 머리 닦는 법 알려준다에요."


"갑자기 마음이 변했어? 아깐 속았다고, 싫다고 했잖아."


"아들이 생각보다 귀여워서 해주는 거다에요. 사랑을 이해하게 될 때쯤에 잔뜩 놀려주는 거다에요."


"진짜 취향 참... 물론, 엄청 귀여운 엄마 아들이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건 맞지만 말야."


아빠는 엄마를 보고 저 귀여움은 시대를 거치며 쌓은 귀여움이랬지.


그렇다는 것은, 자식이 생길때마다 그 존재는 더욱 귀여워진다는 뜻.


엄마의 아들인 나는, 당연하게도 엄마보다 귀여운 존재니까.


"...그래도 엄마는 2등이야. 내가 본 뱀파이어랑 사람중엔 제일 귀여우니까."


"에헤헤... 고맙다에요, 아들."


분명, 이게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이겠지.


ㅡ 띵동


그때, 울리는 벨소리.


"아빠다에요! 일단 문 열어주고 온다에요!"


엄마는 그대로 내 머리를 닦아주다 말고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런데, 아빠가 오기엔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