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담당 둘을 늘린 이후 스스로 트레이닝 메뉴까지 만들 수 있는 루나보다 엘리랑 무디에게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물론 루나도 내년 은퇴 후 트레이너를 위해 계속 봐주고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이전보다는 덜 신경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나는 선수로서 쌓아온 경험과 트레이너 시험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과 이론을 융합하여 스스로 단련을 잘 해서 출전했던 드림 트로피에서 무난히 플래티넘을 따오는데 성공했다.

 

 위닝 라이브 이후, 팀원인 무디랑 엘리와 같이 루나를 맞아주었다.

 

 

“회장님 멋졌어요!!”

“선배 대단해요.”

 

“오늘도 멋진 레이스였어. 루돌프 이전보다는 못봐줘서 걱정했는데”

“개수일촉이었다.”

※ 개수일촉(鎧袖一触) : 갑옷 소매 한번 스치는정도로 상대를 쉽게 격파한다는 뜻, 우마무스메 애니 1기에서 스페셜 위크가 심볼리 루돌프에게 데뷔전 어땟냐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쓴 사자성어기도 함

 

 루돌프는 위엄있는 걸음걸이로 다가와서 내 옆에 서서 같이 걸어갔지만, 그녀의 표정은 평소에 1착했을 때 나에게 보여줬던 표정이 아니었다

 

 어딘가

 

 매우 지쳐보이는 표정이었다.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내색은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달 후 

 이는 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 ⏰ ==========

 

“트레공. 잠깐 시간 있어?”

 루나의 지친 모습은 본 뒤 한달 후 엘리랑 무디 트레이닝 중에 미호 기숙사의 사감, 히시 아마존이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아 미호 기숙사 반장이네, 미안 지금 훈련중이라서 나중에 따로 연락줄게.”

 둘의 데뷔전이 얼마 남지 않은 트레이닝이라 시간이 빠듯해서 나중에 만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히시 아마존은 그대로 다가와서 내 오른쪽 어깨를 꽉 붙잡았다.

 우마무스메의 악력이다보니 생각보다 아팠다.

 

“무례를 범해서 미안, 그런데 이건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히시 아마존의 표정은 매우 진지한 표정이었다. 

 저 표정 루나와 학생회일 같이 처리했을 때 본적이 있다. 기숙사 후배들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바로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엘리! 무디! 메뉴 얼마나 남았는지 기억하지? 나 잠깐 이야기좀 할테니 마무리하고 있어!!”

 

 내 목소리를 들은 둘은 양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뭔데?”

“회장 관련인데, 트레공 당신, 회장 트레이닝 제대로 봐준지 얼마나 됬어?”

 

 히시 아마존은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3일 전쯤, 파워 트레이닝할 때 데드리프트를 옆에서 지켜봐줬지.”

“쟤네 둘 담당 되기 전까지는 매일 봐줬지?”

 

“그렇지.”

“지금은?”

 

“일주일에 두어번쯤.”

“하...”

히시 아마존은 한숨을 쉬었다.

 

“혹시 최근 서로 만나면서 둘 사이에서 트레이닝 이외 이야기는?”

“거의 없었어. 나도 쟤네 신경쓰느라 바빠서.”

히시 아마존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만날때마다 루돌프는 이상 없어 보였는데.”

“그말 진심이야?”

히시 아마존이 나를 노려보았다. 순간 할말을 잃었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히시 아마존의 일갈이 시작되었다.

 

“트레공은 바보인가? 황제께서 트레공을 위해 일부러 티를 안낼 뿐이지, 이미 황제는 속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단 말이다!! 황제랑 5년동안 같이 했으면서 왜 황제의 속마음을 모르냐고!!

 

그래, 나도 대충 테이오에게 사정은 들어서 알어, 근데 말야 내가 트레공 입장이었으면 아예 둘이 공개연애 하면서 저 둘 받았을거야. 

 

둘이... 좋아하잖아.”

 

히시 아마존의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루나의 마음은 몰랐지만

루나에 대한 나의 마음은

 

히시 아마존의 말대로였다.

 

“황제를 버릴거 아니잖아. 트레공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고. 세간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마 이미 주변에서 둘 관계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남은건 트레공의 망설임인데

 

이미 회장과 트레공 둘 사이 관계 모르는 우마무스메는 이 학원에 아무도 없어, 지금 터프에서 열심히 트레이닝중인 저 새내기 둘도 말만 안하지 이미 알고 있을거라고

 

 서로 싸운것도 아니잖아. 회장좀 보듬어달라고, 회장도 여자야, 그리고 5년정도 됬으면 자기 여자 힘들 때 보듬어주는것도 남자의 역할이잖아

 

 마음속에 아직도 망설임이 있다면 그딴거 맞짱 까서 날려버려!!”

 

 히시 아마존은 할말 다 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엔 내가 왔지만 다음엔 테이오가 올거고, 아무리 테이오가 인수인계 중이라 예전보다 철들었다 쳐도 회장이 트레공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버리면 테이오가 트레공을 가만히 안둘 수도 있으니까. 이참에 회장하고 트레공과 솔직하게 마음좀 나눠봐. 속 시원하게.”

 

 테이오는 루나가 일본 더비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계기로 현재까지 온거니까.

 히시 아마존의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확 어디 시외지 가서 둘이 그냥 진지하게 마음좀 나눠보던가.”

 이말 할 때 히시 아마존의 얼굴이 붉게 보이는건 기분탓인가..

 

 히시 아마존은 말을 마치고 조용히 미호 기숙사 방향으로 걸어갔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석양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가자 터프에서 엘리의 목소리가 고뇌에 차있는 나를 다시 현실로 꺼내주었다.

 

“트레이너쌤!! 저희 메뉴 다 소화했어요!!!!”

 

 엘리와 무디가 나한테 오고 있었다.

 

“히시 선배랑 트레이너 두분 이야기 끝났나보네요. 어라 표정이 왜이렇게 어두워보이세요.”

무디가 내 표정을 보고 질문했다.

 

“아.. 아냐.. 맞다! 나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서 그런데. 둘이 마무리 스트레칭하고 들어가서 쉬어, 오늘 트레이닝 많이 했으니까 야간에 자율훈련은 하지 말고 알았지?”

“네!”

 

========== ⏰ ==========

 

 그뒤 며칠 바쁘게 움직였다.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 루나, 그리고 그걸 알려주고 답을 알려준 히시 아마존의 조언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무작정 루나를 찾아가고 그녀와 대화를 하는거는 부족했다.

 

 오직 내 옆에는 그녀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에게 확실히 알려주기 위한 것이 필요했기에 며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준비는 다 됬고

 히시 아마존으로부터 일갈을 들었던 그날과 같은 석양이 졌을 때

 

 미호 기숙사 앞으로 가서 히시 아마존에게 전화를 했고,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트레공. 맞짱 뜨기로 결심 한건가?”

히시 아마존 표정이 ‘역시! 당신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어. 트레이너는 기숙사 출입 금지니까 루돌프를 불러줘.”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지금 학생회에 급히 내야할 서류가 있어서 한 30분은 자리를 비울 것 같은데, 아 그리고 회장 휴대폰 꺼져있더라고, 그럼 난 이만!!”

 

히시 아마존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 할말만 하고 쏜살같이 학원쪽으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걸 보니 전력질주 수준이었다. 

 

얼핏보면 재밋는 상황이기도 하였으나 무슨 의도인지 대충 파악은 했다. 

 

기숙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했다.

지금 시간은 분명 다른 팀의 오후 트레이닝이 끝난 직후라서 

분명 우마무스메들이 돌아다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아까 미호 기숙사 근처에 왔을 때 어떤 우마무스메도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다.

 

설마.. 이정도까지 준비해둔건가, 

 

루나의 방이 몇호인지는 알고 있다. 그녀가 반진심, 반농담으로 알려줬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루나의 방 앞으로 간 다음 방문을 노크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시한번 노크했다

 

대답이 없었다..

 

 

돌아가야하나..

 

이정도 적막감이면 그녀도 뭔가 눈치 챘을건데

 

아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이킬수 없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 ⏰ ==========

 

한편 트레센 학원의 학생회실에는 심볼리 루돌프를 제외한 현 학생회와 인수인계를 받고잇는 차기 학생회 간부가 전부 모여서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중에 있었다.

 

“히시아마 언니, 지금 회장 트레이너는?”

 

회장의 자리에 앉은, 차기 학생회장 토카이 테이오는 양손을 턱 밑에 괴고 시시각각 보고를 받고 있었다.

 

“무디 블루스로부터 방금 연락 받았는데, 황제의 방으로 문제없이 입성. 노크 3번 하고 그냥 들어갔다고 하네. 아버지가 경찰이라서 미행수사를 어깨 넘어 배웠다는데 진짜 안들키고 잘하네”

 

히시 아마존은 휴대폰으로 받은 내용을 테이오에게 보고했다.

 

“며칠간 힘들었어요. 그래도 회장의 트레이너분께서 바로 행동해서 다행이네요.”

차기 부회장, 메지로 맥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티 선배, 회장 트레이너의 부탁은 잘 해결했어요?”

역시 같은 차기 부회장, 나이스 네이처가 골드 시티에게 질문을 했다.

 

“뭐, 부탁이 약간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있는 사람을 통해서 어렵사니 준비는 다 됬어. 나머지는 트레이너에게 맡기자고.” 

골드 시티는 어깨를 으쓱였다

 

“잘 할거야, 이미 5년간이나 같이 한 사이인걸, 원래 살면서 힘들 때도 있잖아. 그리고 그걸 극복하면 더 좋아지더라고.”

테이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리 3번 부러지고도 부활해서 아리마기념 이겼던 그때처럼?”

소파에 누워있던 나리타 브라이언이 한마디 툭 던졌다.

 

“으엑.. 꼭 그렇게 비유를 할 필요는 없잖아, 브라이언 부회장.”

브라이언의 비유에 테이오의 표정이 의젓한 표정에서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래도 이번거는 인정하지, 어차피 회장은 먼저 내색 안할거니까 트레이너를 움직여서 먼저 다가가게 하고, 그걸 위해서 기숙사까지 통제할 계획을 세울거라고는 예상조차 못했다.”

에어 그루브가 사과를 깎으면서 말했다.

 

“사실상 기숙사 전체를 통제하는거라 이사장님께 승인 받는게 제일 걱정되었는데, 나참...이사장님은 회장 상태 듣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치며 ‘실책! 후회! 대잘못! 내가 잘못했네 어떻게든 URA를 막았어야했어!!’ 하면서 자책하는 바람에 타즈나씨랑 진정시키느라 30분간이나 고생했다고. 

 

 그래도 몇 년전만 해도 회장바라기였고, 회장으로부터 위로받았던 그 테이오가, 이제 회장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준비할거 생각하면.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네.”

사과를 다 깎고 포크들을 준비했다.

 

“사과라도 먹어라, 내 트레이너가 사다준건데, 맛있어서 나눠 먹을려고 가져왔다.”

 

========== ⏰ ==========

 

방을 열자 루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놀란 표정이 아닌걸로 봐서는 이미 문밖에 내가 와있었다는걸 알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기숙사 못들어오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 시간대에 아무한테도 안들키고 내방 앞까지 올 정도면, 테이오인가..”

 

루나의 얼굴은 어제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수척해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트레이너 전공지식용 책이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구겨진 종이들을 비롯해 수많은것들이 어질러저 있었다.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문무양도 완전무결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그녀의 방은 평소의 모습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잠깐. 시간좀 돼?”

나는 조용히 루나를 불렀으나, 루나는 창밖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대답해주었다.

 

“걱정 안해도 돼, 왜 왔는지 알아, 그대가 여기까지 아무한테도 안보이고 올 정도라면 꽤 많은 이가 고생했을텐데, 쓸데없는 배려를. 나는 괜찮아. 보다시피 멀쩡해.”

 

전혀 안멀쩡하다.

나는 루나에게 가서 그녀의 왼팔을 붙잡았다.

 

“전혀 안맞어, 지금 너는 배중사영이나 다름없어, 바람이라도 쐬자.”

“괜찮다 트레이너. 아직 오늘 목표한 분량도 공부 못했고.”

※ 배중사영(杯中蛇影) –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나치게 의심을 하고 걱정을 한다는 뜻

 

“아냐. 지금은 쉬어야해.”

나는 루나의 방으로 들어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별다른 저항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서로 30cm 사이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그대는 내 트레이너이니 트레이너의 조언을 따라야지, 바람이라도 쐴까? 사실 나도 마음이 구곡간장해서 공부가 잘 안되는 참이었어.”

“드라이브라도 어때?”

※九曲肝腸(구곡간장) : 굽이굽이 사무친 마음속

 

 자신의 생각 이상을 제안한건지 루나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곧 미소지으면서 대답했다.

 

“좋아, 그래도 지금 이 복장으로 나가기에는 좀 그렇군, 밑에서 기다려주지 않겠나? 우리 둘 때문에 지금 기숙사에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데 우리를 위해서 견여금석 해주고 있는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안쓰러워서 말이지.”

※堅如金石(견여금석) : 굳기가 금이나 돌 같음

 

========== ⏰ ==========

 

 트레이너가 계단을 따라서 내려갔고, 창문 밖을 보니까 기숙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차까지 가져왔다.

 

 옷장을 열고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바보같은 사람...

 

 5년 전, 모두가 성적과 명예로만 나를 바라볼 때

 유일하게 내가 걸으려는 길을 보고 나를 바라본 사람

 

 분명 자신의 방침이 있을때도

 최대한 내가 원하는 것을 배려해준 사람

 

 내가 부상을 입었을때 끝까지 나를 간호해준 사람

 

 7관 이후에도 오직 나만을 따라와준 사람

 지금까지 같이 동고동락해준 사람

 

 그를 생각할 때 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분명 그럴 의도가 없는걸 알지만, 그의 옆에 다른 여자가 붙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를 믿기에 그리고 그게 내가 걸어야할 길인걸 알기에 참으려 했다.

 

 황제 심볼리 루돌프는 그것을 참을 수 있었다.

 여성 루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속부터 무너져간다고 느꼈고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 그가 손을 내밀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하고보니 옷을 갈아입었다.

 

 방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가기 전에 나를 지켜보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트레이너가 널 눈치 챘을지는 모르겠는데, 몰래 상황 지켜보느라 수고했어, 지금 여기 일어나고 있는 상황, 학생회에 보고중이지? 히시아마도 거기 있을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오늘 외박할 것 같다고 전해줘.”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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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서배 준비한다고 많이 늦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