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출처 갤럼. 이거 닉이나 링크 달아도 되나?)


전편 링크 [괴문서] 암컷화 딕터 스트라이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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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달리는 발걸음 소리가 귀에 닿는다.


귀는 팔랑거리며 그 발걸음 소리의 진원지를 쫒고, 이윽고 눈에게 그 진원지를 볼 것을 재촉한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서 그 주변을 둘러본다면, 한창 트랙을 달리며 트레이닝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야,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니까.


해가 지려면, 두어 시간쯤의 시간은 남았을 것이다. 물론 '트레이닝을 더 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그런 것은 아니다.


달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으나, 그 욕망을 피로가 뒤덮을 정도로 몸이 지쳤다. 무거워진 몸은 그렇게 느리게 달렸음에도, 손쉽게 지쳐버렸다.


그리고, 트레이너도 그걸 알고 걱정하며 트레이닝을 끝냈는데, 괜히 무리라도 해서 다치면 죽도 밥도 안되니까.


"...그래도 말이지..."


아깝다. 그리고, 아쉽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도 달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막히고, 멈추어서, 다시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그런 마음을 참기가 힘든 것이다.


상처를 입고 치료할 때만 하더라도, 가벼운 부상이니까 단순히 부상만 치료하고 훌훌 털어내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짧디짧은 시간 동안 퇴색되어가는 빛과도 같이, 몸이 금세 퇴락해버릴 줄은 몰랐다.


"..."


어느새 기숙사로 향하던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멈춰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생각에 잠긴 채로 트레이닝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트랙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 기분 참 뭣같네."


한숨에 이어 욕지기를 내뱉었다.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뭐라도 기분전환이라도 할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뭘하면 지금의 가라앉은 기분이 바뀔까.'를 생각해보아도, 딱히 좋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서 놀까?'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가라앉은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내가 아는 이들은 지금은 아직 바쁘게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을테니까.


...'트레이너는 어떨까?'하며 트레이너에 대한 생각도 들었지만, 아까 가는 길을 슬쩍 보았을 때, 학원 밖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트레이너 룸이 있는 건물로 향하고 있었으니, 트레이너도 일처리를 하러 갔겠지.


그 일처리는 나때문에 생긴 일일테니까. 괜히 내 억지에 동참해서 도와주고 있는데, 그런데도 붙잡아서 '내 기분 전환도 도와달라.'며 더 매달려서 부담을 지우기는 싫다.


그리고, 지금 트레이너와 마주하면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도 죄다 토해내고 싶어질 것 같은 기분이니까. 애초에 그것때문에 인사만 싱겁게 나누고 돌아서지 않았나.


괜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잡생각만 더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생각이 헤어나지 못할 수렁처럼 변해서 늘어나고 있으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옳다.


양손으로 뺨따귀를 소리내어 두들긴다. 달아오르는 뺨의 충격과 아픔이 그럭저럭 머리를 맑게해주는 기분이 든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냥 휴식이다. 기분전환이야 씻고, 먹고, 자고일어나면 해결될 문제다. 지금까지 다 그랬으니까.


그래. 일단 목욕이다. 트레이닝하고 나서 땀범벅인 상태인데, 옷을 갈아입기는 커녕 씻지도 않고는 무슨 잡생각을 하고 자빠졌나.


멈추었던 길을 다시금 걸어서, 기숙사에 들어가 따듯한 물에 몸을 씻어 새옷으로 갈아입으면, 기분은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


나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트랙을 달리는 발걸음 소리가 나를 잡으려는 듯이 느껴져서 내 귀를 유혹했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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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직 안돌아왔네."


기숙사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런 말을 하며 문 옆의 전등 스위치를 딸각이며 전등을 킨다.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이 있기에 방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으나, 웬만하면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것이 좋으니까.


나와 같은 방을 공유하는 어느 기합찬 권법소녀 룸메이트는 오늘 레이스가 있다고 말하며 트레센을 나섰었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뭐, 좋지."


힘겨운 트레이닝으로 땀범벅이 되는 것은 이곳 트레센에선 흔한일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른 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기분좋은 일은 아니니까.


신발을 벗어던지고, 이내 그대로 걸음을 옮겨 옷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옷장의 서랍칸을 열어 뒤적거리며 갈아입을 속옷을 찾는다.


"버려야하나..."


예전에 입던 속옷들은 죄다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되어버려서, 몸이 불어날 때마다 새로 속옷을 샀었다.


그러면서도, 이젠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입지못하는 속옷은 버리지 않았다.


아깝기도 하고, '어쩌면 원래대로 다시 되돌아가지는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가 머릿속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뒤적거리며 맞지 않는 예전의 옷 사이에서 맞는 옷을 찾아해메야하니, 그것도 땀때문에 눅진눅진하게 달라붙은 옷을 입고 그러고 있으니, 고역이 따로 없었다.


"아. 여깄네."


속옷사이를 뒤적거리던 손이 마침내 목표로 했던 것을 찾아 붙잡아 들었다.


"...."


큼지막한 속옷이 내 손에 걸려나와 눈앞에 들렸다. 지금 들고 있는 속옷과, 옷장 서랍칸안에 그대로 들어있는 예전에 입었던 속옷들이 크기 차이가 내 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확연히 인식하게 하여, 그것이 묘하게 짜증나서 볼일이 끝난 서랍칸에 괜히 성을 내어 확 밀어닫아버리게 만들었다.


속옷을 챙긴 다음 이어서 겉에 적당히 걸칠 옷도 챙기고나서야, 본래 목적했던 욕실로 향했다.


"웃-차..."


땀 때문에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옷을 벗어다가 욕실 한구석의 빨래바구니에 집어던진다.


찝찝함을 덜어내어 나신이 된 몸으로, 이윽고 욕조로 향한다.


샤워기를 손에 든 채, 몇번 수도꼭지를 돌리며 수온을 가늠하며, 이내 헤드걸이에 걸어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를 시작한다.


"후으으..."


적당히 따듯하고,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피부에 말라붙어있던 땀을 씻어내가는 기분은 무척 상쾌하다. 무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물줄기를 맞으며, 그에 더해 손으로 몸을 문지른다.

그렇게 문지를 때마다, 피부에서는 기분 좋은 상쾌함이 느껴지고, 더해진다.


그런데...


"-읏...!"


갑작스레 느껴지는, 몸이 저릿해지는 감각과 뒤따라오는 떨림.


그리고, 내 목에서 나온 야릇한 신음.


"으...."


이윽고, 넌더리를 내듯이 입을 떨며 시선을 살짝 내렸다.


가슴의 끝이 마치 물기라도 머금은 듯, 왠지 아까보다 더 크게 부풀어올라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팔을 닦아내다가, 살짝 손이 스치기라도 한 것일까.


"..."


기분 나쁘면서도, 기분 좋은 감각.

그렇기에, 더 느끼고 싶어지는 감각.


지금 느낀, 그 감각이 무엇인지 모를만큼 어리지않다.


단지, 그것을 느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다. 홀로 있음에도, 혹여 '누가 보지는 않았을까.'하며 두리번 거리게 만들 정도로.


"...후우."


이내 나는 한숨을 내쉬며 수도꼭지를 닫아 돌렸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차차 약해지다가 줄어들더니, 이내 아래의 수도꼭지에서 대신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욕조의 배수구 구멍을 막아 물이 빠지지 않게 만든다.


이내 욕조에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나는 쭈구려 앉은 채로 욕조를 채워가는 물에 몸을 담그었다.


"이러면, 조금 낫겠지..."


괜히 샤워하다가, 다시금 손이 스치기라도 하면 그 감각을 느낄 것이 두려워 목욕으로 선회한 것이다.


만약 거기에 빠져버리면, 무언가... 다른 무언가도 생각이 나버릴 것 같아서.


"...다른 걸 생각하자."


내일 트레이닝은 어떨까, 아니면 단순히 오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 먹을 거다. 적당히 목욕하고 나서 맛있게 저녁을 먹으면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대충 저녁때쯤이 되면 레이스를 나갔던 무테키나 트레이닝을 하던 다른 사람들도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려 할테고, 카페테리아에서 적당히 도란도란 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분전환에 좋을테니까.


그 다음에는, 기숙사로 돌아와서 일찍 자자.

무테키도 레이스로 피곤할테니, 일찍 자자고 하면 군말없이 들어주겠지.


그렇게, 내일은 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고, 오늘보다 더 나은 기록을-


"....?"


그렇게 이어져나가던 생각은, 몸이 떠오르는 듯이 느껴지는 부유감에 떠밀리듯이 갑작스레 멈추고 사라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물이 가득찬 욕조에서 떠오른 가슴이 그 부유감이 자신으로 인한 것이라는 듯이, 물 위로 그 살색을 내세우며 살짝 떠올라있었다.

마치 내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을 비웃듯이.


"..아 진짜..."


그저 가슴이 물에 떠오른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묘하게 화나고, 짜증났다.

화풀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참지 못할 것 같은 울분이 차오른다.


그래서, 그것을 손으로 잡아 눌러, 물 속에 담궈-


-아.


"아읏-"


아까의 일을 금방 잊어버린 대가는 컸다.


그저 스친 것만으로도 몸에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참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하게 힘을 줘서 짓누르며 자극했다.


아까의 감각보다 배는 강하게 느껴지는 감각,

무언가 뜨거운 것이 차오르는 기분,

물속에서 거세게 떨리는 몸,


"-읏..아아..."


몸속에서 터져나오는 듯한 신음으로 되돌아왔다.


"우으...."


이윽고,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솔로뾰이에 대한 것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

그러나, 차라리 그렇게 한차례 털어냄으로 편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못참겠어."


어린 아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성욕이 있고, 어떻게 풀어야하는 지 알고 있는 나이.

예전에도 했었지만, 몸이 바뀐 이후로는 바뀐 몸에 대한 혐오감과 부끄러움으로, 계속 참다가 정 참지 못할 때만 해왔다.


괜히 이런 곳에 힘을 낭비하면 기록이 더 나빠질까, 무엇보다 이런 몸으로 변한 것에서 성욕을 탐하면 점점 구렁텅이에 빠질 것만 같았으니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가슴께에 뻗는다.

그리고 그 끝을 천천히 쓰다듬듯이-


-잡는다.


"읏!"


분명히 조심스레, 아까 짓눌렀을 때보다, 아까 스쳤을 때보다도 조심스레 잡았을 것이 분명함에도, 직접 눈으로 보고 의도를 담아 움직인 손짓은 자극적이었다.


"후으.. 후으으..."


천천히 문지르듯이 조심스레 손바닥을 굴려가며, 손바닥을 따라 그 아래에서 굴러져 가는 끝자락의 감촉을 느낀다.

굴려져가는 그것의 감각이 느껴질 때마다, 즐긴다기보다는 감내하는 것에 가까운 신음이 튀어나와 수증기가 가득한 욕실을 달군다.


한손으로는 그렇게 가슴의 끝자락을 문지르고 굴리며, 다른 한손은 그 아래의 배를 훑듯이 타고 내려간다.


"후윽.. 으으읏..."


그저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아야 할 복부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의 가슴을 따라 예민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느껴지는 감각은 더 없이 예민해서, 감각을 달구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골은 먼 곳에.


내려가는 손이 닿는 곳은, 그 배의 아래이자, 허벅지의 사이.


그 안에 숨은, 계곡.


그 계곡의 문턱 앞에서, 배를 타고 내려온 손은 짧은 여정을 마치고 멈춰선다.


"후으... 후으으..."


가슴의 끝자락을 문지르던 손도 잠시 멈추고, 그 계곡 앞에 멈춰선 손을 가만히 응시한다.

마치 그 손이 계곡을 향해 움직이면, 마치 감당할 수 없는 감각이 몸을 지배할 것만 같기에, 나는 숨을 고른다.


"..."


여러번의 심호흡이 이루어지고, 지금까지 달궈져 왔던 흥분이 가라앉아가고, 흔들리는 물결이 가라앉을 정도의 긴시간이 지날 때까지, 나는 그 물속의 손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내 계곡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


떨리는 숨이 나오지 못하는 신음을 대신하고, 몸을 떨다못해 물결 없이 평온했던 물을 첨벙거릴정도로 요동치며, 머리가 새하애지는 기분이 머릿속을 가득매웠다.


그럼에도, 한번 계곡에 닿은 손은 멈추지 않아서-


"앗! 아앗-아! 흐앙!"


연신 멈추지 않고 문지르고, 이내 손가락으로 계곡을 파고들듯이 들쑤시고-


"으극-! 흐으아-아... 앗..."


멈추어 두었던, 가슴을 희롱하던 손도 그 기세에 동참하여 손가락으로 그 가슴의 끝을 꼬집듯이 쥐어짠다.


"우흐- 후으극! 후에-엑! 앗-"


몸을 뒤틀며, 다만 그 손짓은 멈추지 않는다. 설령 앞으로 넘어져 물속에 머리를 담구게 될정도라도.


"-웁!"


따듯한 물이, 신음하려고 벌어진 입으로 들어와 숨을 막아버린다.


괴롭고, 참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 숨막힘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소리없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더욱더 격렬히 손을 움직이며, 그 감각을 탐해간다.


그러면, 숨을 쉴 것을 요구하는 폐가 더욱 더 입을 벌리라고 요구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숨이 아닌 물.


그렇게 괴로운 것이, 어째서인지, 더욱 기분 좋아서.


가슴을 잡아 뜯을 듯이 더욱 강하게 쥐어짜고, 계곡을 파내버릴 듯이 손가락을 더욱 집어넣어 희롱하다가-


-일순.


뒤틀리며 떨던 몸이 대신 곧게 펴지고, 이내 크게 전류가 감돌듯이 떤다.


감고 있던 눈은 그 떨림에 눈꺼풀을 들어올려 물속에서 눈을 뜬다.


무언가가, 욕조의 물보다 따듯한 무언가가 계곡을 빠져나와, 자신이 빠져나온 계곡과 허벅지를 데우듯이 물속에서 퍼져나간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 그것, 아니 그 사람.


괴로움의 순간에서, 환희의 순간에서, 떠오르는 상대가-



-트레이너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워간다.


물속에 잠긴 채로, 마치 머릿속의 얼굴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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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흨!... 쿨럭!..큽! 크릅!.."


손을 뻗어, 욕조의 턱을 잡아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욕조의 턱을 잡은 채로 욕조의 밖을 향해 얼굴을 내밀어 폐속에 가득하게 들이삼켰던 물을 게워냈다.


"크읍! 게에-엑.. 쿨럭! 컥!"


기침을 하고, 얼굴을 문지르며 얼굴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내고, 따가운 눈도 몇번을 감았다 뜨면서 눈에 감도는 따가움을 없애간다.


"아... 아으...후윽"


가쁜 숨을 내쉬며, 흐려졌던 정신이 다시금 차차 제자리를 찾아간다.


계속해서 거칠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모자란 산소를 채워나간다.


...내가 물속에서 요동치며 움직인 탓에, 욕실의 바닥의 배수구에는 욕조에서 넘쳐나온 연신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욕조에 가득 받아져 있던 물은 욕조의 절반이 간신히 넘은 양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후으...젠장..."


정신이 제자리를 찾자, 방금 전까지 했던 일이 부끄러워져 머리를 감싸쥐었다.


솔로뾰이에 정신이 팔리고는, 물에 빠졌음에도 멈추지 않고 즐겼다.


그것도, 물에 빠져 익사해가는 괴로움조차 같이 즐길정도로.


하지만...


"..정말로... 굉장해서-"


-멈출 수 없었다.


그 쾌락이, 환희가, 괴로움이, 모두가 자극적이었고, 매혹적이었고, 그렇기에 그것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떠올랐던 한 사람의 얼굴이 계속 맴돌아-


"..읏."


이미 가라앉아가는 흥분을 되새기고, 욕실을 가득 메운 수증기 사이에서 마치 보일듯 말듯 아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다른 이를 떠올리며 솔로뾰이를 한 적이 없었지만, 몸이 변하고 난 다음부터는 트레이너가, 그가 생각나서-


-멈추기 힘들다.


'솔로뾰이가 아니라 그 몸에 안겨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을 황급이 털어내듯 흩어버리려 하면서도, 가슴을 아리는 아쉬움은 참기 힘들다.


그것 때문에, 솔로뾰이도 최대한 하지 않고 참으려고 하지만, 욕망은 결국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쌓여서 돌아온다.


그리고, 털어내도 이토록 잔향이 남아-


"-하아. 진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머릿속에 감도는 얼굴은 지워내지 못한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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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의 배수구 구멍을 다시금 열어 물을 빼내고, 다시금 샤워를 시작해 몸을 마저 닦아냈다.


한차례 욕망을 해소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샤워하던 중에 가슴에 살짝 손을 얹었으나, 이전과 같은 떨리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 하는 짓인지.."


그것이 몹시 하찮고 어이없어 자신을 탓하면서도, 아까의 감각은 잊기 어렵다.


이내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고, 욕실의 문을 살짝 열어 방을 살폈다.


"...."


혹여 내가 솔로뾰이에 빠져있는 사이에 무테키가 돌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걱정스러웠으나, 방의 모습은 내가 욕실에 들어가기 전과 다를바가 없었다.

단지, 아까 욕실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밝았으나, 욕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창문너머로 비쳐들어오던 햇빛이 주홍빛으로 바뀌어서, 지금이 저녁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참 오래도록...했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욕실에서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잠시 환기할 요량으로 욕실의 문과 함께 방의 창문도 살짝 열어두었다.


그러다가, 아까 기숙사로 돌아와 창문 옆 책상 위에 대충 내려두었던 휴대폰의 화면이 갑작스레 켜져 거기에 시선이 닿았다.


내 휴대폰은 누군가의 문자 메세지가 수신되었는 듯, 대기 화면이 발광하고 있었다.


"전화도 아니고 메세지라..."


나는 휴대폰을 집어들어 잠금을 해제하고, 그 메세지를 확인했다.


[야에노 무테키 : 경기장에서 돌아가던 중 길이 막혀 많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혹시 저를 기다리신다면 기다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후지 씨에게도 늦는다고 메세지를 보내긴 했습니다만, 수신 확인 알림이 뜨질 않습니다. 후지 씨를 보신다면 제가 통금시간보다 늦을 것 같다고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테키의 문자. 저녁시간이 다되었음에도 이런 메세지를 보내는 것을 보아하니, 적어도 저녁을 같이 먹기는 그른듯하였다.


[딕터 스트라이커 : 알았어. 저녁먹다가 후지보면 이야기 해줄게. 조심해서 와라.]


"전송..."


문자 메세지를 전송하자마자, 거의 곧바로 답신이 도착했다.


[야에노 무테키 : 감사합니다.]


"휴대폰 붙잡고 있는 건가.."


그렇게 돌아오는 답신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레이스에 대해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쁜 결과를 보고 돌아오는 것은 아닐 듯하다. 그냥 감이지만.


그래도 궁금해져서, 휴대폰을 든 채로 '레이스는 어땠느냐.'며 물어볼까 하다가, 이내 화면을 끄고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어차피 물어보는 것은 무테키가 돌아오면 할 수 있고, 해가 거의 넘어가려고 하고 있기에, 이대로 있으면 저녁시간을 놓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그런 혼잣말을 하며, 나는 아까 대충 벗어두었던 신발을 신발장에 고이 정리했다.


이어서, 신발장안에서 다른 신발을 꺼내 신어 기숙사를 나섰다.


다들 저녁을 먹으러 갔는지, 기숙사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누구라도 만나서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카페테리아로 가는 길. 하늘은 이미 검푸르게 변해가고 있어서,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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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의 주변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듯한 이들로 북적였다. 기숙사부터 카페테리아까지 걸어오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린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고 대신 가로등의 불빛이 주변을 비추고 있다.


카페테리아의 앞에 도착하자, 이윽고 카페테리아에서 칠흑색 머리카락 아래 활기찬 얼굴 하나가 다른 이들과 무리지은 채로, 자신을 둘러싼 무리가 떠드는 이야기에 답하며 걸어 나왔다.


무테키가 부탁했던 것도 있기에 나는 걷던 걸음을 그대로 옮겨, 그 무리의 앞으로 다가가 그 중심인물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후지."


"아, 딕터 씨. 저녁식사에 좀 늦으신 것 같네요."


후지를 둘러싼 무리의 눈동자들이 한순간 나를 향했으나, 무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좀 늦었지. 혹시 무테키한테서 온 문자 메세지 봤어? 통금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메세지를 보냈다고 했는데, 네가 아직 못본 것 같다고 나한테 이야기 좀 전해달라고 하더라."


"아. 잠시만요.. 좀 줘볼래?"


이내 후지는 나와 마주보던 시선을 옆으로 돌리더니, 이윽고 옆에 있던 아이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왜 네 휴대폰을 다른 애한테서 받는거냐?"


"그러게요~ 흠. 확인했어요."


후지는 천연덕스럽게 휴대폰을 받아들어 메세지를 확인하더니, 이내 익숙한 일이라는 듯이 다시금 휴대폰을 옆에 있던 아이에게 돌려주었다. 받아들던 것과 같이 돌려주는 모습도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것에 무언가를 따지기도 힘들정도로.


"그래... 난 이제 밥먹으러 이만 가본다..."


"네에~ 좋은 저녁 되세요~"


이윽고 후지를 둘러싼 무리는 나를 뒤로 한 채로, 다시금 자기들끼리 떠들며 떠나갔다.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그 무리를 잠시 쳐다보다가, 카페테리아의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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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이 조금 지났기 때문인지 카페테리아의 좌석은 군데군데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이 보였지만, 빈자리가 더 많았다.


혹시 같이 앉아서 먹을 만한 익숙한 얼굴이 있는지 한번 둘러보았으나, 모르는 얼굴만 한가득이였다.


누군가와 같이 먹는 것은 포기하고, 이내 저녁메뉴를 고르러 식권 자판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뭐 먹을까..."


식권 자판기에는 여러가지 메뉴가 떠있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배가 살짝 고프더라도 양은 적고 채소 위주인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기야 하지만, 지금 몸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다행히도, 트레센의 카페테리아에는 그런 류의 메뉴도 준비되어있다.


"두부 스테이크."


햄버그 스테이크가 먹고 싶기야 하지만, 혹여 살이 찔 걱정과 타협해서 내린 결과물.


"...단 것좀 먹고 싶은데."


이미 메뉴를 정했음에도, 식권 자판기의 확정버튼을 눌러야하는 손은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었다.


눈 앞의 화면에는 음료수와 간단한 디저트의 사진이 떠올라 시선을 유도하고 있었기에, '타협해서 햄버그 스테이크를 고르지 않았으니, 다른 간식 하나쯤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무언가를 더 고르려해도 살이 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한참을 식권 자판기의 화면과 씨름했을까.


"아직 못고르셨습니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재촉하듯 불렀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내가 환청이라도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이 그것이 환청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등을 돌리자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검은 정장 위의 얼굴, 퀭해보이는 눈동자가 안경너머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는 숨을 삼켰다.


"...흡."


"안고르실겁니까?"


내가 메뉴를 고르던 어느새, 트레이너가 내 등 뒤에 서있었다.


욕조에서의 행위로 가라앉았던 마음이, 그에게 놀라 한순간 크게 파문이 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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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조현병 걸린 것처럼 방향성을 못잡네.

오타 검수 프로그램 못돌렸어. 오타 있으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