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 발정나서 트레이너 룸에 찾아온 우라라. 


 



창문을 살짝 열면 습하고도 후덥지근한 열기가 들어오는 계절.


열린 창문 너머, 눈앞에 보이는 것은 초록빛의 무성한 잎사귀들.


봄에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벚꽃은 때가 지나고 비가 연거푸 내리며 그 분홍빛을 머금은 채로 떨어졌고, 대신 무성하게 자라난 초록빛 잎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연 채로 바깥바람을 살짝 쐬려 했지만, 이내 침습해오는 열기와 습기에 질려 다시금 창문을 닫는다.


봄이 지나, 트레센의 여름이 시작되었다.




"확 더워졌네~"


창문을 닫고 힘 빠진 목소리로 실없는 말을 하면서, 이내 시선이 바라보는 것은 한쪽 벽에 달린 선풍기.


그 옆의 에어컨을 향해 시선이 잠시 향하기도 했지만, 하지만 덥다고는 해도 혼자 있는 트레이너 룸에서는 낭비라는 생각, 그리고 미리 청소하지 않았던 에어컨 필터를 생각하곤 시선이 되돌아왔다.


"-어이쿠."


선풍기의 전원을 켜자, 이윽고 선풍기 바람에 날아갈 듯하던 서류뭉치 한 무리를 잡는다.


이내 선풍기 바람에 다시 날아가지 않도록, 서류뭉치를 두텁고 무거운 책 하나로 눌러두려던 찰나...



/ 똑똑- / 


"...."


익숙한 노크 소리에 책과 서류뭉치를 양손에 쥔 채로 멈추어 선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로 그저 굳어버리자, 대답을 바라는 듯이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큼, 흠흠.."


살짝 목을 가다듬으며,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은 다시 책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둔다.


/ 쿵- 쿵쿵-! /


그리고 이내 노크를 넘어 부술 듯이 두드려지고 있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후우-"


흔들리는 문 앞에 멈춰서서, 살짝 마음을 가다듬으며 심호흡한다. 


그리고, 이내 그 문을 연다-



"트레이너-!!!"


"-읏...!"


문을 열자마자, 그 문이 마치 레이스 경기장의 게이트라도 되는 것처럼 뛰어 들어온 우라라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문을 열기 전부터 자세를 다잡고 준비까지 했었음에도, 받아낸 자세 그대로 뒤로 한두 걸음 정도의 거리만큼 밀려나게 만드는 충격.


"으... 정말- 위험하잖아... 우라라."


가슴이 살짝 뻐근해질 정도의 충격에 살짝 신음하며, 이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도리질하고 있는 우라라를 부른다.


"트레이너어-!... 에헤헤-"


이내 쫑긋 세운 채로 연신 나에게 부딪혀오던 분홍빛 귀가 머리카락과 함께 뒤로 넘어가더니, 이내 환하게 웃는 우라라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나의 눈앞에, 창밖의 벚나무에서는 져버렸지만 우라라의 눈동자 안에서는 여전히 피어있는 한 쌍의 분홍빛 벚꽃이 보인다. 


그 벚꽃의 눈동자는 나와 눈을 마주치듯이 바라보다가, 이윽고 그 아래서 웃음 짓는 입가를 따라 눈꼬리를 내리기에. 우라라의 웃음이 더더욱 밝게 느껴진다.


무언가 혼을 내보고는 싶어도, 그런 웃음을 보면 화내고 싶은 마음이 누그러진다.


"이렇게 뛰어오지 말라니까..."


"에헤헤...  미안해, 트레이너-"


할 수 없이, 살짝 지나가듯이 던진 꾸중을 우라라는 멋쩍은 듯이 건네는 사과로 답해왔다.


이내 품 안에 안기어 있는 우라라를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정확히는- 


내려놓으려고 '했다.'



우라라를 내려놓으려 팔을 풀었으나, 우라라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제 팔로 나를 감싸 안아 버티어 매달려왔다.


"...우라라-?"


"그대로 안아줘. 트레이너- "


몸을 감싸 안은 우라라의 팔이 조일 듯이 파고들어온다.


"...."


"...우라라, 오늘 참기 힘들었단 말이야."


이내 마주 보던 눈동자가 살짝 감기더니, 그 얼굴이 옆으로 비켜 지나가듯이 움직여 내 어깨 위에 살짝 걸쳐진다.


"우라라, 너-"


"후으으...."


우라라가 내쉰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빙글빙글 어지럽게 타고 들어와, 머릿속을 채워가는 듯하다.


그 숨결과도 마찬가지로 달아오른 부드러운 살결의 볼이 내 볼에 맞닿더니, 맞닿은 살결을 통해 제 열기를 내게 전해온다.


이젠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이런 감각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살짝 눈을 돌려서 볼을 맞대고 있는 우라라의 얼굴을 살피려하자 보이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열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붉게 물든 볼.


눈이라던가 표정을 가늠하게 할만한 것은 지금 와서는 보이지 않으나, 지금의 우라라가 무슨 상태인지 알아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 이제는 익숙한 일이니까.


"우라라, 약은?"


"...아침부터 꾸욱- 참았어... 트레이너가 먹여줬으면 해서..."


"하아..."


"미안해, 트레이너..."


"...괜찮아."


나는 다시 팔을 뻗어 우라라를 안은 채로, 소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을 닫아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작은 생수병을 하나 챙겨, 우라라를 안은 채로 소파에 앉는다.


안겨있는 우라라의 몸은 살짝 뜨겁다. 뜨거운 열기와 묘하게 코가 간지러운 향기가 맴돌아, 이상하게 가슴이 뛴다.

 

그런 감각을 무시한 채로 이내 시선이 향하는 것은 소파 앞의 접대 테이블, 그 접대 테이블 위의 한쪽에 놓인 작은 약상자 하나이다.


우라라가 사용할 발정 억제제이다.


"자- 우라라... 아~ 하렴."


"...아~"


약상자에서 꺼내어 포장을 뜯은 하얀색의 알약이 우라라의 입에 살짝 들어가더니, 이윽고 물과 함께 우라라의 목을 넘어 꿀꺽 삼켜진다.


"...잘했어. 우라라."


"으응..."


약을 먹은 우라라는 나를 껴안은 채로 마주 보듯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살짝 고개숙이고 기울여 얼굴을 내 품에 묻는다.


"트레이너- 나, 이대로 잘래..."


그런 말과 함께, 이윽고 우라라의 숨소리는 점차 잦아들더니 새근새근 잠드는 듯한 숨소리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우라라의 숨소리와 선풍기 소리가 합쳐져, 마치 무언가의 자장가처럼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품 안에 안긴 채로 잠든 우라라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우마무스메 특유의 뜨거운 체온 때문일까. 무언가의 열기가 우라라를 안은 내게 감돌면서 잠기운을 싸악 몰아내는 듯하다.


그리고 콧가를 간지럽히는, 무언가 달콤하면서도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향기. 


그것이 무엇임을 알고 있음에도, 막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렵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이끌리듯이 끌린다.


살짝 심호흡하며 그 향을 살짝 맡아본다.


그러면-











"-안 돼."


퍼뜩 든 생각에, 스스로 다그치듯이 말하며 기껏 들이마신 숨을 죄다 내뱉는다.


...분홍빛 귀가 내가 내쉰 숨에 살랑이며 움직인다.


그 살랑이는 귀를 보고 순간 놀랐으나, 살랑이던 귀는 어느새 다시 가라앉아 있었다. 


"...퓨우--"


살랑이는 귀를 보고 놀란 마음은, 여전히 잠든 듯이 숨을 내쉬는 우라라의 숨소리를 듣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


우라라는 여전히 나를 꼭 안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우라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머리라도 살짝 쓰다듬어 줄까. 하는 마음에 손을 뻗다가, 이내 잠을 깨울까 생각을 바꿔 등을 옷 위로 살짝 쓰다듬어 준다.


쓰다듬어 주던 손을 그대로 우라라를 안아, 이내 나도 눈을 감고 소파의 머리받침에 목덜미를 기대어 눈을 감는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기 전에,  차라리 그냥 잠드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자, 천천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