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의 여름 합숙 기간.


세 시간을 넘게 타이어를 끌고 내달렸음에도, 키타산 블랙과 마치카네 탄호이저는 도통 지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치긴 커녕 온 몸으로 투지를 내뿜고 있었다. 


특히나 들러붙은 앞머리를 살그머니 옆으로 제치며 나를 향해 입술을 핥는 키타산의 모습은... 평소의 순한 모습과 너무나도 달라 무서워 보일 지경이다.




"앞으로 한 시간만 더 하면 될 거 같아!"


"아와와와... 트레이너 님을 안아보면 좀 더 힘 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땀에 흠뻑 젖은 수영복 차림의 탄호이저가 타이어 줄을 풀고 흐느적대며 다가왔다. 확실히, 타이어만 세 시간이나 끌었으니 힘들긴 할 것이다.


그런데 왜 날 안는게 힘이 난다는거지?


혹시 탄호이저는 내가 남자라는 걸 눈치챈건가?




"날 안는 거랑 힘내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귀여워서 그래요...!"




...아닌가?


하긴, 남자라는 걸 눈치챘다면 저런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올 리 없다.




"자, 한 번만 안아주는거야?"


"후후후-... 고마워요."




그대로 나를 제 품 속에 안아버리는 탄호이저. 커다란 가슴 속에 얼굴이 파묻히며, 정수리에 고개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여자인줄 알아서 이러는 거겠지? 


제발 그러기를 바라고 있지만... 요즘은 솔직히 말해서 이미 알고 있는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최근 들어 몸을 밀착해오는 것도 그렇다. 


일부러 유혹하려고 이러는건가?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내가 알아서 덮쳐주길 바래서 이러는거야?


남자가 주도해서 고백해주길 바라는 우마무스메는 꽤 많으니까. 키타산과 탄호이저도 그런 부류일 수 있다. 


우마무스메는 인간보다 월등히 강하지만, 실상은 여느 여자나 다를 바 없는 감성을 가진 종족이니까.


탄호이저는 온 몸을 밀착해오며 나를 꽈악 껴안더니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결코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다.




"탄호이저?"


"조금만, 조금만 더요... 트레이너 님에게 생각보다 기분 좋은 향기가 나요! 으응, 엄청 마음에 드는 냄새인데에..."




그러자 스티븐 제라드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린 키타산이 다가오더니, 탄호이저를 붙잡고 떼어낸 후 그대로 모래밭에 내던졌다. 




"왓쇼이!!!"


"뭉?! 무으앍?!"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모래밭을 나뒹구는 탄호이저. 




"흠, 흠! 저희는 이제 다시 훈련하러 가볼게요!"




코피를 흘리며 일어서는 탄호이저를 찌릿- 하고 노려보는 키타산. 어쩐지 제 것에 손댄 도둑년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시선이었다.


그럼에도 탄호이저는 에헤헤- 하고 바보처럼 웃더니 키타산과 무어라 쑥덕대며 다시금 타이어를 몰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벼려진 담당들의 시선이 지평선을 향한다. 역시, 평상시엔 장난스러워 보여도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한 아이들이다. 




"트레이너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요! 남자였다면 바로 1등 남편감인데!!!"


"뭉!!!"




마지막 한 마디만 안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럼 트레이너 님,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혹시 모르니까 방문은 꼭 잠그시구요~"




어느덧 여름 합숙의 밤이 찾아왔다.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이 이미 제 숙소로 들어간 시간. 


먼저 들어가보겠다는 키타산은 상관 없지만, 탄호이저는 무엇이 걱정인지 내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내게 방문을 잠그라며 신신당부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미친 것도 아니고, 우마무스메가 여자 방에 들어와서 뭘... 하겠어?"




은근히 식은땀을 흘리며 탄호이저의 걱정을 나무란다. 


대답이 없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위를 바라보자 즐거운 듯 나를 내려다보는 두 시선과 마주쳤다.




"그렇죠! 이렇게 귀여운 소녀인데, 우마무스메들이 손을 댈 리가 없죠! 히힛..."


"키타산 양 말이 맞아요~... 트레이너가 여장을 하고 있지 않는 이상 괜찮을 거에요!"




탄호이저의 말을 끝으로 두 소녀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나 역시 잠을 자기 위해 지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 앞에 가구라도 하나 세워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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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라드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린 키타산


원래 여장남자 트레이너는 2편이 없는 단편 괴문서인데 다음편 기대한다길래 급하게 만들어옴

아마 다음편 안에 끝낼듯

이제 제라드 쓰러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