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벌레 울음 소리와 매미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여름 날의 방 안은 몹시도 습기차고 더웠다. 문이라도 열고 싶지만, 혹시라는 게 있으니까...




"더워어..."




후덥지근한 열기에 저도 모르게 헥헥 거리며 완전히 드러누웠다. 땀이 축축하게 온 몸을 적셔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 어차피 3층이니까- 창문 정도는 열어도 괜찮을거야.


숨을 삼키며 벽을 짚고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열어재낀다. 그리고 하품을 하며, 다시금 침대에 몸을 뉘었다.




여름 합숙 기간의 남자 트레이너는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는 걸, 깜빡 잊어버린 채.








한참 잠을 자던 중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서히 눈을 뜨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와 어딘가 묘한 여자의 냄새. 


여자 냄새...?


"으... 뭐야아...?"


이불이 불룩했다. 내가 한 게 아니다. 


얇은 이불 너머로 새근새근 내뱉는 숨결이 아랫도리를 자극했다. 그러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남자 트레이너는 여름 합숙 때 곤히 잠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서, 설마..."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옆으로 젖히자 보이는 것은 하아- 하아- 하고 숨을 내뱉으며 아랫도리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우마무스메.


나리타 브라이언이었다.




아니 잠깐.


담당도 아닌 우마무스메가 여긴 왜?!




"나리타 브라이언! 뭐하는 거야!"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부드러운 꼬리와 그녀의 두 손이 나를 부여잡은 채 놓아 주지 않았다. 브라이언의 날카로운 금안이 나를 노려 보면서 인자봉 위에 새근 새근 숨을 내뱉었다.


가까이 있으니 우마무스메 특유의 부드러운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수컷을 발정시키는 이상한 냄새... 녹진녹진하게 변해버린 분위기 속에서 음욕에 젖은 브라이언의 눈빛과 마주치자 소름이 쭉- 끼쳤다.




따먹힌다.


무조건 따먹힌다.




"트레이너, 왜 숨겼어?"


"수, 숨기다니?"


"모르는 척 하지마. 남자인거, 왜 숨겼어?"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를 추궁한다. 대답하지 못하자 브라이언이 제 옷을 모두 벗어던졌다.




"으읏..."




발딱 서 있는 인자봉을 말없이 들여다 보며 하아- 하아- 하고 흥분하는 브라이언. 


쫑긋거리는 귀가, 내 아랫배를 톡 톡 치며 대답을 재촉한다.


브라이언의 커다란 생가슴이 다리에 와닿는다. 풀어헤친 그녀의 묵빛 머리카락이 등허리를 간지럽힌다. 나는 황급히 브라이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그게. 사정이 있어서어..."




따먹히기 싫어서 여장했다고는, 죽어도 말 못한다.




"두 번 말 안해. 똑바로 말 안하면, 이거 입에 넣어 버릴거야."




브라이언이 입맛을 다시며 슬그머니 내 인자봉에 볼을 비벼왔다.


꿀꺽- 나도 모르게 목울대를 삼켰다. 대체 내 옷은 언제 다 벗겨놓은거지?




"저기, 옷은 언제 다 벗겼어?..."


"자고 있을 때 슬쩍. 내가 시끄럽게 창문으로 들어왔는데도 엄청 곤히 잠들어 있었어. 다 벗기고 나서도 트레이너, 잠만 자고 있었으니까.




그럴수가...


완전히 방심했다.




당했다는 시선으로 내려다보자, 여전히 인자봉을 눈 앞에 두고 시선을 고정한 브라이언이 보였다. 발딱 서 있는 인자봉에 입을 맞추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참아 내면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보다는, 정욕에 몸을 완전히 맡기기 직전의 짐승과도 같은 모습.




"이, 일단... 고개부터 치워줄래? 숨결 때문에, 그, 너무 힘들어서..."


"나, 첫키스야."


"에?"


"첫키스라고. 똑바로 말 안하면 트레이너 인자봉에 내 첫키스 줘 버릴거야. 보아하니 트레이너도 동정 같은데. 첫 동정을 내 입 안에 싸고 싶은 건 아니겠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브라이언. 


생각보다 더 미친년이었다. 


첫키스로 협박하는 우마무스메라니? 




"우린 방금 만난 사이잖아...! 첫키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지!"




내가 브라이언을 알게 된 건 당장 오늘, 키타산과 탄호이저의 병합 훈련 때였다.


나를 맹렬히 노려볼 때부터 이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러자 브라이언이 피식- 웃으며 내 인자봉을 부드럽게 훑어왔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인자봉은 발딱 세워 놓고 있잖아."


"아니, 이건..."


"몸은 정직하니까. 트레이너는 몰라도, 인자봉은 기대하고 있는거야."


"잠시만, 제발 진정해줘...!"


"진정? 트레이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비웃음을 흘린 브라이언이 커다란 가슴으로 내 인자봉을 부드럽게 감싸온다. 


흐읏-! 하고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리자, 끈적한 정욕에 휩싸인 브라이언이 내게 속삭였다.




"어째서? 왜 진정해야 해? 여장까지 하고 트레센 트레이너가 된 것도 모자라서, 여름 합숙 때 창문까지 열어놓는 건 따먹어 달라고 애원 하는거 아닌가? 제정신인 남자가 트레센 트레이너가 된 시점부터 이미 이상하지 않아?"




아니야, 아니야...!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그, 그건. 그러니까아..."


"응, 더 이상 할 말 없겠지, 트레이너. 그러면 이제 인자봉 콱 물어 버릴게. 입에 낼름 넣어 버리고서 마구 핥아 버릴거야. 정신 나갈 때까지 먹어 버려서는 허리 빠질때까지 쥐어 짤 테니까."




남자를 보고서 정신을 놓아 버린 우마무스메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하물며 체격까지 왜소한 남자라면...


이젠 다 틀렸어-




"나한테 흠뻑 빠져서 동정 내 줘 버리고 싶다고 할 때까지 열심히 입으로 물어다가 쪽쪽 빨아 버릴 테니까. 응, 반드시 트레이너가 먼저 덮치게 만들거니까..."




베에- 브라이언의 끈적한 침이 인자봉 위로 내려앉았다.




"아이는... 츄릅- 열 넷 정도만 낳자. 나라면 트레이너의 모든 걸 받아줄 수 있으니까. 트레이너는, 응. 그냥 얌전히 누워서 나랑 같이 아기 만들기만 하면 되는거야. 알았어?"




인자봉에 감싸인 브라이언의 침과 부드러운 살결을 애써 외면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머리는 안된다고 외치는데, 몸은 브라이언에게 따먹히길 원하고 있다. 수컷으로서의 즐거움을 깨달아버리고 싶다고 안절부절하고 있다. 


이젠 답도 없다. 나는 서서히 가슴을 비비기 시작하는 브라이언에게, 나지막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사, 상냥하게... 해 줘."


"...방금 그거, 엄청 꼴렸어 트레이너."


"에?"


"그럼, 잘 먹겠습니다♡"




뜬금없이 들려오는 애정어린 목소리. 


당당한 여장부같은 외형과 판이하게 다른 그 음성에 슬며시 눈을 뜨자, 그와 동시에 브라이언이 입꼬리를 올리며 발딱 선 인자봉 끝에 츄웃-♡하고 입을 맞춰버렸다.




"하윽?!"




왠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야한, 음탕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허리가 튀어 올랐다.


그저 인자봉에 첫키스를 하는 모습일 뿐인데, 단순한 키스일 뿐인데엣... 


어째서 나는, 브라이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