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엑스트라, 아빠가 너무 강함 같은 게 뜨면서 라노벨 테이스트를 섞으려는 망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유념해야 할 것이 <라노벨 테이스트의 웹소와 라이트노벨은 다르다>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라노벨 같은 분위기의 웹소설과 라노벨 자체는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포도향 사탕과 포도 그 자체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교복 입은 히로인이 등장해서 "하와와", "목욕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저녁식사부터?" 한다고 라노벨인 게 아니다.

라노벨맛 나는 웹소와 라노벨을 구분한 기준은 '서사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다.

이계로 건너가 용사가 된 주인공이 여자 엘프 궁수와 여자 마법사 끼고 마왕 목 따러 가는 이야기를 상정해보자.


라노벨은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과 엘프와 마법사가 무슨 대화를 주고받는지, 그 대화에 대한 각 캐릭터의 반응은 어떤지 등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100%는 아니어도 그 비중이 꽤나 크다.


엘프와 마법사가 주인공 두고 캣파이트 벌이고 있으면 주인공놈은 가운데에서 "이런 이런, 곤란하네. 난 그냥 세계를 구원하고 싶은 게 다인데." 뭐 이런 상황을 중점적으로 묘사한다, 이거다.


여기서 두 번째 핵심이 주인공의 수동성이다. 꼭 라노벨은 보면 주인공은 별 생각 없는데 여자들이 주인공에게 꼬이고 주인공은 그걸 꼭 '곤란해하고', '난처해한다'. 그리고 여주의 감정과 행동에 따라 주인공의 반응이 결정된다.


야한 만화 즐겨 보는 사람들은 알 거다. 이상하게도 일본 망가에서는 여캐에게 남주가 쩔쩔매는 게 많이 나온다. 순종적인 여캐가 나와도 그 저돌적 순종성에 남주가 당황해서 오이오이 그러면 곤란하다구! 이 지랄을 한다.


반면, 웹소는 저 소재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강해지고, 어떻게 엘프와 마법사를 내 것으로 획득하는지, 마왕 머가리를 어떻게 갈아마실지에 초점을 둔다.


관계 묘사에도 큰 비중이 없다. 여캐가 남주를 두고 캣파이트를 벌이더라도 그에 할당되는 비중이 적다. 게다가 대개는 여캐가 남주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화살표 하나짜리 단편적 전개다.


거듭 말하지만 웹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이 어떻게 다 쳐부수며 성장하고 대단해지는지다. 이거 외에 관게니 뭐니 하는 건 장식같은 거다. 아예 히로인을 빼버리는 디다트를 보라.


아울러 웹소에서 가장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의 능동성이다.

주인공은 어디 휘둘리면 안 된다. 그게 주변 여자의 감정 같은 사소한 거면 더더욱 안 된다.

나오는 순간 히전죽 시위 나오는 거다. 주인공이 휘둘리는 건 강대한 적, 압도적인 세력, 초월적인 힘, 불가항력적 상황이어야만 하고 그마저도 금방 돌파해서 사이다를 질질 싸야 한다.


웹소설은 영웅 서사다.

영웅은 연애 따위 안 한다.

하더라도 하루 상대다.


그렇기에 웹소 주인공들은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아양을 부려도 초연해야 한다. 아니면 둔감하거나.

XX를 해고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XX를 해서 이득! 이게 끝이지, 히로인 의식하고 정 주고 마음 주고 하다 보면 소설 망한다.


히로인의 감정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 변화한다는 것 자체가 수동성이고 고구마이며 히전죽 각이다.

누나가 왜 잘 안 나오며 왜 문피아 인기 소설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에서 주인공 사촌누나에 대한 독자 반응이 부정적인지 생각해 보라. 참고로 임기첫날 작가는 라노벨 팬픽 쓰다 임기 썼다.


히전죽 각을 주느니 차라리 디다트처럼 히로인을 없애라.

물론 글을 잘 쓰면 상관없지만, 조율이 힘들다.


라노벨 맛 나는 웹소에서 라노벨 막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와 구도가 라노벨에 자주 나오는 요소라는 것에만 국한되어야 한다. 그게 주인공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행보를 뒤흔들면 라노벨이 된다.

그리고 한국 웹소 독자들, 특히 문피아 마초 아재들은 라노벨적 서사를 지이이인짜 싫어한다. 웹소로 뜨고 싶다면 라노벨 말고 웹소를 써라.


그렇다면 이제 소설 속 엑스트라(이하 소엑)을 보자. 이 씹뜨억한 라노벨향 웹소는 왜 팔렸는가?

바로 주인공 행보에 히로인들이 큰 영향을 안 미친다. 미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건 동료, 혹은 적으로서의 관계다.

지들 혼자 주인공이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쌩쇼를 하든 말든 주인공은 자기 살겠다고 다 쏴 죽이며 다닌다.

영국 공주년이나 채나윤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도 알 게 뭐냐 시발 이런다. 100화까지는.


 아빠가 너무 강함(이하 아넘강)도 그렇다.

아넘강 이게 진짜 함정인데 아넘강의 핵심은 아빠와 딸의 유사연애가 아니다.

아넘강 분석해보면 플롯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천마 귀환자 주인공의 힘숨찐 현실 적응기다.

주인공이 공무원으로 갑질꾼들 대가리 깨고 다니고 균열 터뜨리면서 아이템 얻고 오만한 드래곤 두들겨패서 애완동물 만들고 남들이 개무시하던 여헌터 조교해서 자기 빠순이 능력녀 만드는 이야기가 주 플롯이다.

딸?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자세히 보면 아빠와 딸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딸에게 영향을 받는 게 없다. 딸이 있든 없든 주인공의 위와 같은 힘숨찐 행보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매 화 댓글에 '딸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같은 게 있는 거다.

당연하다.

딸이 유의미하게 주인공의 행보에 영향을 끼치면(어디 잡혀가든, 딸 때문에 겸직헌터를 관두든, 주인공이 고뇌하든)그때가 연독률 폭락 각이다.

딸은 가끔 나와서 주인공 보고 얼굴 붉히고 볼 부풀려 '연하에게 인기 있는 남자'특성만 충족시켜주면 된다. 그야말로 트로피 히로인이다.


이거 잘못 보고 '와! 아빠물 뜨니까 짱짱 센 딸이 생겨서 주인공 어부바 나데나데하고 XX를 할 듯 말듯 야하게 써야지!' 하면 그게 망한 아빠물이 되는 거다.


여성향에 이와 똑같은 관계를 가진 장르가 있는데, 이게 여주판과 로맨스판타지다.

서사의 초점이 여주의 모험이면 여주판, 여주랑 남주가 얽혀서 꽁냥대고 사랑하면 로판이다.

여성향 쪽은 남성향과 반대로 캐릭끼리 꽁냥대는 로판이 대세다.

이것이 왜 라노벨 보는 씹덕들이 일반적으로 남성성이 떨어지고 여성스럽다는 말을 듣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를 예로 들어보겠다.

전독시 댓글 보면 여자들이 중혁x독자니 수영언니 존예ㅠㅠ 이런다. 캐릭터 그 자체와 캐릭터 간의 주고받는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에 남자들은 '도깨비 골려먹는 거 꿀잼 ㅋㅋ', '메뚜기 알이 생명이면 내 창자의 세균도 생명이다 십숑아!' 이러고 있다. 캐릭터가 어떻게 상황을 헤쳐가는지, 캐릭터끼리 어떻게 치고박고 으르렁대는지 지속적인 관계가 아닌 전략적 구도에 집중한다.


같은 작품인데도 이렇게 보는 관점이 다르다. 라노벨의 초점은 여자들이 보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게 이와 같다.


P.S 웹소 제목과 라노벨 제목 비교해봐라. 제목은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고 이러한 어그로는 1차적으로 독자가 욕망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여고생 몸매 레전드.jpg 이딴 거 왜 쓰겠냐. 이게 욕망이다.


웹소 제목 스타일

-SSS급 전지적 무한 회귀자

-나 혼자 기연을 독식

-망나니가 너무 세다

-천마가 내 가랑이 밑을 김


라노벨 제목 스타일

-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에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와 호랑이님

-내 여동생이 귀여울 리가 없어


이 중에서 아빠물 제목이 제일 비교하기 적절한 듯 싶다


아빠가 <너무 강함>(웹소) VS 아빠 <말 좀 들어라>(라노벨)


차이가 느껴지는가? 이게 초점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