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piracy

 

더 컨스피러시

 

마법사, 대통령의, 음모

 

 

 

오리대혁명, 

판타지 혁명문학

 

 

 

2. 신성 전이 논쟁 (Transcendence Dispute)





인간은 신을 대리할 수 있는가.



 

 

아길레라 대사제는 용사를 사랑했다.

 

자그마하게 타오르는 화톳불 사이에서, 조용하고 따스한 빛이 내리쬘 때 아길레라는 용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흔한 북서부 인류의 황금빛, 그러니까 평범한 금발의 단발머리에 푸르르지만 수수한 고향집의 따스한 밤바다를 보는 것 같은 미려함이 있었겠지.

 

“가지마.”

 

용사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이 가녀린 엘프 소녀의 손에 말없이 자신의 손을 얹어 주었다. 아길레라는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마왕성에 가서 그가 겪게될 일 조차도.

 

“괜찮아.”

 

아길레라는 그의 갑주 위에 감추어진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내린다. 밤 하늘의 별빛은 어두운 숲과 멸망의 이야기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듯, 아름답고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길레라는 자신의 머리를 그에게 파묻고 구슬피 울었다.

 

용사는 절그럭 소리를 내며 자신의 건틀렛의 벗겨내고, 그녀의 머리에 포근한 손을 얹어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사람들을 지켜낼게.”

 

아길레라는 용사를 꽈악 끌어안았다. 그리고, 진하게 입을 맞추며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종족간의 사랑을 속삭여 낸다. 물끄러미, 그 뒤에서 물끄러미 불알친구가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어 보이고 있을 뿐이던가.

 

용사는 아길레라의 어깨를 다잡고 그녀에게 약속했다.

 

“내가 고칠게, 모두를 지켜낼 거야.”

 

용사는 가슴이 조금 쓸린다는 듯 약간 몸을 고쳐냈고, 다시금 포근하고 따스하게 아길레라를 꽈아악 끌어안아 주었다.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일, 멸망의 전날의 모습은 참으로 미려하고 아름다운 하늘이 내리 쬐고 있었던가. 아길레라가 울먹이며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고백한 것이 참으로 아름다웠던가?

 

 

아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 둘이서 사랑을 속삭이고 안타까워 한다는것이나, 엘프나 인간이나 종족간 결합이 전혀 무의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건 정말로 진짜 조또 한치도 중요하지 않았다.

 

불알친구 요제프 루테인은 조용히 주먹을 꽈악 쥐어보였다. 당장 달려들어, 이들의 음모를 밝히고 파티를 개판 낸 뒤 설전을 치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적어도, 불알친구 또한 그러지 않았다.

 

 

...

..

.

 

 

“세계를 구하셨군요 용사님.”

 

 

여신이 말했다.

 

 

레벨헤르는 자신의 가슴팍을 확인했다. 분명히 마지막 전투에서 섬뜩한 광선에 두들겨 맞고 대문짝만한 구멍이 났었는데, 놀랍게도 자신의 멀쩡했다. 다행스럽게도, 딜러가 데미지를 맛있게 잘 조려준 덕분에 동시에 막타를 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파티원들이 모두 살아남지는 못했다.

 

적어도, 아길레라가 알려준 작은 진실대로 세상의 시작이자, 끝인 여신은 자신을 마중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희생을 말미암아, 나아갈 세상에 대한 것 조차 말이지.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했습니다.”

 

도도하고, 미려한 사슴뿔이 달린듯한 모습의, 만물의 어머니 그자체인 여신의 존재는 마치 세상을 모두 품은 듯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태초의 청초를 담은 것처럼 웅장해 보였다.

 

 

“그... 참, 크긴 하네요.”

 

 

용사는 헛기침을 내뱉어 보였다.

 

“이상한데, 시선 두지말고 집중하세요 용사여.”

 

 

불타는 마왕성과 함께, 세계의 끝자락에서 구원받은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간다. 앞으로 삶을 이어갈 수많은 이들의 모습과 함께, 또한번 반복될 인과 율의 규칙들 사이에서 용사의 치성은 전대, 전대, 전전대, 전전전대 용사들처럼 칭송받으리라.

 

세상의 어둠이 물러나고, 아름다운 자연이 다시금 생명의 꽃을 틔우며 어둠이 내리기 전까지 세상의 삶이 이어져 나가는 윤회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용사는 실로 이 대단한 전경에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여기서 제가 희생하고 제 모든 힘을 다시 반납하면 된다 이거죠?”

 

레벨헤르는 헬멧과 갑옷을 벗어던진다. 툭툭, 떨어진 갑주사이로 금발의 묶은 단발머리가 흩날린다. 여신은 그걸 어떻게 미리 알고있냐는 듯 요상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용사는 그대로 손을 꽈악 펴쥐고서는 말했다.

 

 

그 어떤 무구도, 최종장비도 가지고 올 수 없는 이 신성의 전당에, 레벨헤르는 조용히 고함쳤다. 어디선가 날아온 용사의 검이 그녀의 손에 쥐어진다. 아니 그것은 검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선과, 악의 그 사이를 가르는

 

날카로운 심판이었을지니.

 

 

“이것은 정의일지니, 나는 그 화신일지라.”

 

 

여신은 움찔해 보이며, 다급히 자신의 가장 큰 심복을 부르려 했다.

 

“나는 옳음이요. 나는 규칙이니, 

이제 구 권세의 힘은 물러나고. 새로운 질서가 다 잡힐지어다.”

 

 

한 인간의 삶이라기에는, 밥먹고 싸우고, 정의로운 일밖에 한적이 없는 

 

레벨헤르, 디 오르페니아 란슬롯 은 정확한 자세를 잡고서 그대로 자연의 여신, 어머니 세렌의 다급한 마법영창을 늘상 하던대로 페링 해 내며

 

 

슈쾅!

 

 

재빠르게, 뒤쪽으로 이동한 뒤.

 

 

뻐칵!-

 

 

 

소리를 내며 정의에 칼등으로 여신의 뒤통수를 후려까니

퍽치니, 억하는 소리가 나고 바스라진 그녀의 모습을 뒤로하고

 

 

일단, 교리상 죽은건 아니라고 치며. 장막의 뒤로 끌어낼 지어니

 

(전) 용사는 베드에스 하게 권좌에 올라, 세상의 치세를 바라볼지니

 

레벨헤르, 그 성처녀 기사이자 용사의 새로운 이름은

 

(현) 여신대리.

 

 

정의와 인간의 여신,

그녀의 권세앞에 인류는 영원한 영광을 누리게 될지어다.

 

콧노래 소리와 함께, 오늘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악`은 자신의 양복을 잘 차려입고, 옷 매무세가 이상하지는 않은지 살피며, 간만의 휴가에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신들의 계단과

신들의 메인홀을 거쳐

 

신들의 전당에 도착했을 때, 대악마가 본 것은 뭔가 반쯤 박살나있는 뿔과 왠 눈앞의 번쩍이는 갑옷을 휘던진 한 여인이었던가.

 

“에에에에엑? 이게 뭐야?!”

 

호출을 받고 왔다만, 난잡한 상황이지만, 세상이 태어날때부터 맡겨진 악역으로써의 노련함이 그의 서늘한 등골을 다잡았고, 이내 겨눠진 신살의 관념적 칼날의 위협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대악마는 외쳤다.

 

“여신은 어디로 갔어! 넌 누구야!?”

 

레벨헤르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여신님은 잠시 쉬러갔어. 아주 잠깐동안 내가 대신 그녀의 일을 할거야.”

 

대악마는 오돌오돌 떨면서 눈앞의 이 여인의 모습에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치의 의구심조차 없는 완전무결한 선의와 친절로 무장한 그 모습, 악의나 의구심 따위는 단 한치도 찾아볼 수 없는 고결한 마음.

 

대악마 벨뷔트는 마음속에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과, 끝없는 소멸의 공포 사이에서 경악했다.

 

“누구 맘대로!”

 

레벨헤르는 고개를 갸우뚱 해보이며 말했다.

 

 

“누구의 마음인지가 중요해? 그런건 잘 모르지만.”

그녀는 머리를 묶어내며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난 좀 쉬고싶거든? 


나랑 게임 한판 하지 않을레?”

 

 

이미, 악마는 이 무시무시한 광경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직시했다. 

 

누군가의 건실한 직장은 누군가의 놀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인가.

 

 

“안돼에에에에에!”

 

 

아무튼, 대악마는 앞으로 영원히 휴가를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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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엘프 정찰총국 보고서 ]

 

 

전략정보부

 

보고서 번호: 011422 - 01

 

날짜: 000, 4

 

목적: 교리 연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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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Yoséf Rutain

 

동남부 인류로 추정되는 이 역사적 인물은

 

이후, 대공국의 성립과 인류종 신화의 창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본인 자체는 마법이나 전투에 재능이 없었으나, 

 

용사가 실질적인 세력을 구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실질적인 군사력,

보급, 정치, 행정, 지역호족들과의 유착을 기반으로

 

인류아종의 신화를 정설로 고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대공국에서는, 호국경이라는 작위를 후사한 뒤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 호국경 동상에 관한 민원 – 0753, 9112 ]

 

 

귀하의 민원에 대하여 사려깊은 답변을 드립니다.

 

각 도시마다 주어진, 호국경, 애국자동상에 대한 예산은 각 중앙관료 회의를 통해 배정되었으며, 이 모든 제작 일체에 국내업체가 아닌, 자치령 업체에 굳이 외부수주를 맡긴 이유에 관해 물으셨습니다.

 

이에 예산심의 관리 위원회의 답변을 제출합니다.

 

[ 낙찰되신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최저낙찰, 그 이상의 이유는 없으며, 귀사의 주장대로 40% 더 빛나는 호국경 동상이 애국심에 이바지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