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것이 없어 거실을 뒹굴던 어느 한가로운 날, 내가 유치원생 때 시절이 담겨있는 사진첩이 보여서 펼쳐보았다. 나름 내 인생 가장 순수했던 적이라 생각이 들어 붙여져있는 사진을 세세하게 바라보았다. 작은 골대를 놓고 축구공을 차는 모습, 유치원 밖에서 유치원까지 뛰어들어오는 모습, 처음으로 배를 타던 모습, 방울토마토를 심었던 모습 등등. 이땐 참으로 순수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니 나와 내 친구들, 그러니까 당시 친구들하고 화장실에서 물장난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이때는 화장실에서 물장구만 쳐도 신났었는데.'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흐뭇할 즈음, 갑자기 머리에서 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교통사고처럼 큰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떠오르는 것도 이상했지만, 떠오른 것이 순수와는 정반대인 것도 이상했다.

 

당시에 나와 내 친구들이 소변을 볼 때였는데, 개구리와 사마귀 등을 잘 잡고 피부도 까무잡잡한게, 시골소년이라는 이미지가 어울리는 한 친구가 말했었다.

 

"야. 너네는 동그란 거 몇 개 있어?"

 

우리는 '그 동그란 것'이 무엇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성인이라도 그것이 고환을 의미했음은 알지 못할 뿐더러, 상식적으로 8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았을리가 만무했다. 그러자 그 까무잡잡한 친구는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것에 우월감을 느꼈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고추 아래 달린 거 말이야. 거기에 동그란 거 몇 개 있냐고."

 

그때 우리는 어렸고, 그래서 좋고 나쁨, 당연한 것과 특이한 것,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을 비교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까무잡잡한 친구를 제외한 나와 다른 친구들은 그 주머니를 만져보았고, 다들 2개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그게 정상이었다. 2개 이상이라니, 무슨 코끼리도 아니고. 하지만 그 까무잡잡한 친구의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충격적이지, 그때는 그러려니 했었다.

 

"그래? 난 무려 5개나 있다. 부럽지?"

 

미친 것이 분명하다. 고환이 5개라니, 미친 게 아니고서야 말이 되는가. 부랄이 5개? 세상에. 하지만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는 그 말에 열광했다. 일단 많으면 좋은 것으로 여겼으니까.

 

"대단하다. 우린 2개밖에 없는데.."

"너희들도 조금만 힘내면 나처럼 될 수 있어!"

 

그러던 와중에 한 아이는 이렇게도 말했다.

 

"나 다시 만져보니까 3개인거 같아!"

 

장담컨데 거기 있던 모든 남자 아이들은 다 부랄이 2개였을 것이다. 5개? 3개? 부랄이 세포 분열했다가 다시 합쳐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부랄이 5개라. 그럼 2개보단 정자 생산이 훨씬 많다는 말이 될 수도 있나?

 

아니, 어쩌면 그때 당시에는 정말로 5개나 3개가 아니었을까? 아직 고환이 여러 개로 분열되어있는 상태였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합쳐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 마치 중국과도 같은 것이다. 위, 촉, 오나라가 서로 통일하겠다고 싸우지 않았던가. 어쩌면 부랄도 서로 단일부랄로 통일하려다 효율성을 위해 2개로 합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이것은 지금 생물학의 기초부터 뒤엎을 대발견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쳤을 때, 사진첩에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