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고대의 옛날, 어둠만이 가득했던 우주에 어느 하나의 열매로 인해 탄생한 신들이 있었다. 신들은 열매에서 깨어났을 때 자기들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라는 걸 깨닫고는 깊은 공허감에 시달렸었다. 이에 신들은 처음엔 절망에 빠졌지만 곧 이성을 되찾고는 어둠만이 가득한 이 우주에 자신들의 힘으로 태양과 달, 땅, 하늘, 강, 바다를 만들었고, 이윽고 생명체들을 창조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지적이면서 지혜가 많은 생명체들을 탄생시켰는데,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드래곤 등 수많은 지적생명체들이었다. 지적 생명체들은 서로 자신들만의 지혜를 이용하여 문명과 문화를 만들고 더욱 더 번성하여 세상은 전보다 전 생명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신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는 영광스럽고 축복받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신전을 만들고 온갖 귀한 물질로 만든 물건들을 만들었다. 그 중에는 공예의 신이 물을 한 모금만 담가 마셔도 만병을 통치하고, 술 잔에 한잔을 다 따르면 영생을 얻는 술잔을 만들었다. 공예의 신은 자신의 잔이 벼락이나 낫, 화살과 같이 흉악한 무기보다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신은 몰랐다. 자신이 만든 잔이 비극을 일으킬거라곤...

 

 

새 생명이 탄생한지 300년 후 공예의 신은 지상을 내려다보던 중 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한 소년을 보았다. 그 소년은 형제가 다 죽고 혼자서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이에 공예의 신은 그 소년을 불쌍히 여겨 그 잔을 소년한테 마시게 하여 병을 고쳤다. 이에 소년은 공예의 신한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는 열심히 신을 헌신하겠단 맹세를 하였다. 그래서 공예의 신은 그 소년한테 술잔을 왕가의 보물로 주었다. 그 소년이라면 자신의 백성들을 평안히 이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으니까.

 

실수였다.

 

30년 후 공예의 신이 하사한 잔에 물을 모두 담아 마신 왕은 50년동안이나 그 물을 먹은 시점부터 자신이 늙지 않다는 걸 깨닫자 그 잔이 자신한테 영생을 줬다는 걸 깨닫고는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위해 주변 국가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불로불사가 된 왕은 자신의 변한 육체로 더욱 더 약탈을 하고 50년동안이나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50년동안 불로불사의 육체를 얻은 왕에 큰 반감을 품었던 자들이 잔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왕의 몸을 독으로 둔하게 만들어서 몸과 머리를 분리시켜 묻어버렸다. 왕은 죽지도 못하는 육체로 인해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잔을 손에 넣은 반역자들은 그 잔의 정체가 영생을 준다는 걸 깨닫고는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생을 준다는 잔의 존재를 깨달은 다른 지적생명체들이 그 술잔을 두고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술잔으로 인해 폭군이 다스리던 국가는 완전히 흩어져버리고, 백성들은 고통을 받았다. 그 술잔을 손에 넣은 종족들은 다른 인간에서부터 드워프, 엘프, 오크, 심지어 가장 강력한 드래곤들까지 있을 정도로 매우 다양했고 영생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영생을 손에 넣은 자들은 매우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아니 어쩌면 죽으면 죽었지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 술잔으로 인해 전쟁이 벌어졌고, 불과 10년만에 70%나 되는 생명들이 죽어나갔다.

 

이런 일이 지상에서 벌어지자 신들은 경악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땅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죽였던걸까? 신들을 수근거리면서 이런 수라도와 같은 상황에 경악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비극의 원흉이 자신들이 만든 물건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닫고는 큰 충격에 빠졌다. 거기에서 가장 충격에 빠졌던 신은 바로 공예의 신이었다. 자신의 선행이, 자신이 만든 그 잔이 수천, 수만, 수천만의 생명을 앗아가버렸다는 것에. 전쟁의 신이나 번개의 신의 무기보다 더 많은 생명을 뺏어갔다는 것 자체에 공예의 신은 절규하였다. 그 공예의 신의 선행을 안 신들은 처음에는 그를 비난했다. 곧이어 이성을 차리고는 공예의 신의 나쁜 의도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지적생명체들의 싸움을 중지시켰다. 싸움이 중지된 사이 공예의 신은 지상으로 내려가 술잔을 회수하러갔다.

 

공예의 신은 지상에 내려오면서 그동안 벌어졌던 흔적들을 둘러보았다. 가장 찬란했던 문명의 몰락을 보았다. 가장 풍요로웠던 대지의 황량함을 보았다. 수많은 생명체들의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부모의 품에서 죽은 한 어린아이의 시체였다. 공예의 신은 그 아이의 신체를 들고는 털썩 주저앉고 또 한번 크게 울고 절규했다. 몇달이 지났을 때 공예의 신은 어느 화려했던 성의 폐허 안에 숨겨진 잔을 드디어 찾아냈다. 하지만 신은 기쁘지않았따. 자신이 좋은 의도로 만들었던 잔이 수백개의 무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음을... 그리고 신의 힘이 없어 재생력이 없는 상태에 한번 심장이 파괴당하거나 뇌가 파괴당한 불사자들을 보았다. 이런 죽지도 못하는 저주를 내린 신을 원망을 하는 것을... 이런 잔을 만든 자신이 원망스럽고 증오스러웠다. 그래서 공예의 신은 그 잔을 힘차게 내려 깨트렸다.

 

까창!

 

깨지지 않았다. 이에 공예의 신은 가장 뜨거운 화산에 잔을 던졌다. 녹지 않았다. 오히려 화산을 멈추었다. 공예의 신은 온갖 방법을 들여서 잔을 파괴하려 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제야 공예의 신은 이런 비극을 초래한 자신이 만든 잔이 모든 생명을 빨아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불사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소문마저 들었다. 이는 필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신들한테 복수하려는 것만은 확실했다. 공예의 신은 이런 상황에 더욱 더 절망했다. 그 때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신님? 왜 우시는건가요?"

 

그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공예의 신은 절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긴 장발의 19살의 아가씨가 서 있었다.

 

"아. 난 말이다... 아주 못된 짓을 한 신이란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신이지."

 

"에? 왜요? 왜 나쁜 신인데요? 지상에 벌어진 전쟁을 슬퍼하셨잖아요?"

 

신은 자신을 천연스럽게 부르는 아가씨를 보면서 눈물을 그치고는 자신의 만든 잔과 그로 인해 벌어진 모든 일들을 설명했다. 모든 만병을 고쳐주고 영생을 주는 술잔을 만든 일과 폭군이기전에 소년을 살린 일,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진 전쟁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그래서 난 내가 만든 잔을 파괴하려 했단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잔은 파괴되기는 커녕 생명을 얻었지. 그리고 나 때문에 불사자들이 내 고향을 파괴하려 한단다."

 

"음... 그럼 그 잔을 파괴하지 못하면 영원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거네요."

 

 "그래... 이 잔을 파괴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간단하네요. 신님. 그걸 모든 사람들한테 나눠주면 되잖아요?!"

 

"잠깐만? 잔에 든 물을 아예 나눠주자는거지? 그럼 모든 생명체들이 내 잔때문에 불로불사를 얻어서 생명체가 너무 차게 될텐데?"

 

공예의 신은 그 아가씨의 황당무계한 대답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당황했다. 그 아가씨는 너무 많은 전쟁으로 충격을 먹어 엇나간 대답을 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가씨의 눈은 매우 청렴하면서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공예의 신은 그 아가씨의 대답이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눈을 보니 진심이로구나... 그래. 어떻게 하면 될까?"

 

"그건요..."

 

공예의 신은 그 아가씨의 대답에 어떻게 해야할지 그녀한테 물었다. 아가씨는 공예의 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그 때 공예의 신이 들었던 답은 간단하면서도 실로 효율적이었다.

 

며칠 후, 공예의 신은 불로불사의 잔을 들고는 하늘 아래 어딘가로 던졌다. 공예의 신은 그 아가씨가 말한 방법대로 알려준 장소에 던졌다. 불로불사의 잔은 그 물을 영생을 주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 소문을 들은 생명체들은 그 신이 던진 장소에 가서 물을 마시려 했다. 하지만 그 잔이 던져진 장소는 누구도 다 마실수 없었다. 심지어 너무 짜서 다 마실 수 없었다. 그제야 불로불사를 바란 자들은 그 장소가 어떤 곳인지를 깨닫고는 포기해버렸다. 그 아가씨가 말한대로 모두가 마실수는 있지만 다 마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장소였다. 그 장소는 바로...

 

바다였다.

 

그리고 그 후 공예의 신은 잔을 바다에 버리기 전에 불로불사의 효능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아가씨한테 마지막으로 마시게하였고, 자신의 신력을 모두 몰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의 실수에 책임을 지고 공예의 신의 자리를 그 아가씨한테 양도하였다. 전대 공예의 신은 자신의 실수로 죽을 수 없는 자들을 이끌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들이 편히 쉴수 있을때까지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