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부의 개! 저주나 받아라!'


'히나 선도부장의 심부름꾼! 파란 악마!'


'겉으로는 우아한 척 하면서 속은 새까만거 다 알아! 죽어버려라!'


오늘도 여김없이 방해가 들어온다.


나를 시기하고 방해하려는, 하찮은 이들의 멸시와 조롱, 그리고 비난. 어째서인지 하루도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오늘 하루는 어지간히도 재수가 없었다고 해야하나, 저것들이 유독 기승을 부렸다고 해야 할까.


야근하고 쪽잠을 잔 뒤에 마시려고 넣어둔 에너지 드링크의 밑바닥이 뚫려 구멍이 새고 있었고, 학교의 신발장에 넣어둔 실내화에는 말뚝이 잔뜩 박혀 있었다. 책상에는 정체모를 초록색 끈끈이가 발라져 있었고, 전산작업 도중 정전이 발생하여 컴퓨터가 셧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참사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것도 모두 나를 시기하고 깎아내리려는 학생들의 소행이다. 게헨나 선도부의 위용이 두려운 나머지 이런 식으로 밖에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것들은, 행정관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다. 행정관은 곧 선도부의 얼굴이니, 선도부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화살이 나에게로 향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


내가 할 일은, 히나 선도부장의 충실한 비서가 되는 것. 완벽하게 선도부장님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면 그만이다.


"흐아아~.... 드디어 끝났네요....."


눈이 아프다 못해 황산을 들이부은 것 마냥 쓰라린 감각이 드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업무가 끝났다.


창 밖에는 이미 푸른 달이 올라 게헨나 전역에 푸른 빛을 내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일어나고 나서 20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아마 내일도 이런 하루가 반복될 것이다. 한스러운 것이 있다면, 체력에는 한계가 있고 24시간 이라는 시간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일까.


"으음... 이것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깜빡 잊고 있었네요."


업무용 책상 옆에 놓인 골판지 상자. 그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내용물은 전부 나에게 쓸모없는 것들 뿐이다. 나를 저주하는 글이 적힌 종이부터, 못을 박아 못쓰게 만든 실내화까지. 하나도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불쾌하게도 업무실의 한 공간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이.


지금까지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 정확히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행정관의 업무로도 시간이 모자란데, 미식연구회나 만마전이 일으킨 사고의 뒷처리까지 하느라 정말 눈코뜰 새도 없이 바빴다. 미식연구회 녀석들, 도대체 몆번이나 학생식당을 폭파시켜야 만족하는 것일까? 나중에 미식연구회 부장인 쿠로다테 하루나를 불러다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아야겠다.


아무튼 이 상자를 계속 놓아 두었다가는 언젠가 업무실에 뿌리를 내려버릴 지도 모른다. 이왕 눈에 들어왔으니, 어서 치워버려야지. 비록 소중한 취침시간이 분리수거를 하느라 줄어들겠지만, 이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요한 일이다.


인간의 심리란 매우 복잡해서 예측하거나 그 알고리즘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던가. 업무와 개인 학업, 감정과 스트레스마저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을 터인 나의 짜증은 신발장을 열자마자 플라스틱 폭탄처럼 터져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XX!! 어떤 년이 이딴 짓을 해놓은거야!!"


온전히 신발만 들어있어야 할 곳에는, 흙과 깨진 화분 파편이 내 신발과 뒤섞여 있었다. 본래의 나라면 이런 사보타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지만, 어째서일까. 지금 만큼은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간 쌓여왔던 조금의 짜증들이 연료가 되어 선도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미 모두가 하교하고 난 뒤라 아무도 들을 이가 없다는게 다행일까. 게헨나 선도부의 행정관이 화를 냈다는게 알려지면 더 신이난 불량학생들의 장난이 기승을 부릴테니.


"XX... 진짜... 야근 하고났더니 이게 무슨 꼴이니고..."


마침 쓸모없던 물건에 복면 같은 것이 있어서 흙과 깨진 도자기 파편을 쓸어담고, 신발 안쪽의 흙을 최대한 털어내고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터벅터벅 걷는 자신의 발걸음이, 오늘은 지걱거리는 듯한 발바닥의 이물감과 뒤섞여 불편한 짜증을 자아냈다.


"그러고보니... 뭔가 빠진게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분리수거를 거의 다 끝냈을 때 쯤, 상자의 내용물이 하나 없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강아지 목줄... 그건 선생님이 가져갔었죠."


갑자기 얼굴이 화악 붉어지며 얼마전 겪은 굴욕이 머리에서 다시 재생되었다. 선생님과 한 내기. 동전의 앞면과 뒷면, 동전의 앞면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는 이 목줄을 목에 차고 네 발로 기면서 강아지처럼 짖는 벌칙.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이번에도 나를 시기하는 누군가가 조작을 한걸까. 허공으로 튀어오른 동전은 바닥에 떨어지며 앞면을 보였고, 그와 동시에 나의 승리는 바닥으로 추락하여 산산조각 났으며,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의 증표라는 듯이 목에는 붉은 목줄이 채워졌다.


누군가가 들으면 곤란하다며 강아지 처럼 짖는 행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봐주긴 했지만, 목에 목줄을 차고 교실 바닥을 기는 추태는 가히 치태를 넘어선 굴욕이었다.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선생은 그런 상태로 산책까지 하자는 정신나간 소리까지 했다. 그 때의 심정은 차마 말할 수 없다.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흑역사로 남아 '게헨나 M 변태녀' 라거나 '선생님의 진성 M 개'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가야 했겠지. 주제넘게 선생에게 들이댔다가 호되게 당한 것이라면 나름대로 위로는 되지만... 그 때의 기억이 뇌리에 스칠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이유는 두가지일 것이다. 첫째. 교육의 장인 교실에서 목줄을 차고 네 발로 기었다는 것. 둘째. 나를 훑는 선생님의 눈길과 바지 중간에 불룩 튀어나온 무언가를 보아버린 것. 그 자세였다면 아마도 속옷까지 보였을 것이다. 딱히 내색은 안했지만 아마도 다 보셨겠지. 잠깐... 선생님이 무심코 침을 삼키며 그런 생리적 현상을 보였다는건... 혹시 내가...


"아...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 재수가 없다고 해야할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 쯤. 빗줄기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망상은 필름이 끊기고 달아오른 얼굴은 식었다. 게헨나의 장마철이 사작되려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사물함에 넣어둔 우산을 깜빡하고 두고왔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냉장고에서 새던 에너지 드링크도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공작을 한 것이 분명해요. 게다가 업무중에 발생한 정전까지... 이렇게 타이밍 좋게 나쁜일이 겹치는건 분명 누군가가 사보타주를 하고 있는 거에요!"


"아니... 아코. 정전이라면 일부러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냉장고에 있는 드링크가 터진건 그냥 불량품인거 아닐까.... 너무 억측이야."


"선생님. 선도부원들을 노리는 적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방심하는 틈을 노려 선도부원들을 공격하려는 불온 분자들은 항시 주변에 깔려있다고요.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잡아먹히고 말거라고요."


"선도부의 활동 특성상 적이 많다는건 이해 하지만, 정전이 난 것도 우연 아닐까. 요즘 장마철이라 전기 관련 설비 이상이 잦잖아."


"어제는 누군가가 제 신발장에 깨진 화분이랑 흙을 제 신발과 섞어놓기 까지 했다구요! 봐요 선생님. 이게 누군가가 저를 주시하면서 사보타주 하는게 아니라면 뭔가요? 갑자기 터져서 새는 음료도, 정전이 난 것도, 버스에서 취객이 난동을 피워 버스가 지연된 것도 전무 누군가가 꾸민 음모에요. 제가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못 믿겠다는 건가요? 짐작 가는 범인의 목록만 해도 질 것 같지가 않아요. 감시카메라 영상만 전부 확인해도 범인이 잡힐걸요? 저랑 내기 하실레요 선생님? 제가 범인을 잡아온다면 선생님은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20바퀴를 돌아주셔야겠어요!"


"아... 알았어... 아코. 알았으니까 진정해."


선생님 앞에서 흥분해버린 나머지, 말을 쏟아내느라 입이 말라버렸다. 빨대를 타고 넘어오는 냉기를 품은 음료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 느껴질 때 쯤, 내 흥분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후우... 저는 게헨나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것 뿐인데... 부장님을 온 정성을 다해 보필할 뿐인데 왜 나에게만..."


갑자기 서럽다. 내가 그대들에게 뭘 했다고 나에게 이러는 건가요. 지금의 선도부가 있기에 학교가 혼돈에 빠지지 않는 것인데.


"아코는 힘내고 있구나."


"에...? 서, 선생님...?"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는건 좋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돼. 너희가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치는게 학교의 존재 의의야. 학교를 지키다가 학생이 상처입어 버리면 본말전도잖니. 선도부 업무에 관해서는... 내가 깊게 관여할 수는 없지만, 업무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조치를 해볼까? 너도 히나도 너무 고생하잖아. 치안 유지 업무라면 조금은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우우.... 그... 그건..."


머리를 쓰다듬은 선생님의 손. 머릿결과 두피로 느껴지는 그 따스함. 그것이 세상을 덮어버려 선생님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 사적인 관계는 안됩니다. 그... 아직... 은요."


"하하. 아코랑 사적인 관계는 아직인 건가? 난 아코랑 친해지고 싶은데."


"저랑 그런 관계가 되고 싶으신가요...?"


"나는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은걸."


"...바보."


"반응이 심하잖아!?"


밉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선생님이 미워졌다.


"그래서, 오늘 부른건 이유는 이거려나? 음... 삼리상담?"


"아... 이런... 선생님의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도 모자라 오늘 불러낸 목적도 잊어버렸네요. 이 서류를 봐 주시겠어요?"


"흐음... 아코.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샬레 내부에서 게헨나 선도부에 불만이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해 줄 수는 없어.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게 누구인지 알려줄 수도 없고. 샬레는 모든 학원 자치구에 대해 중립의 위치에 있는 만큼 편파적인 업무처리를 하거나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아. 이건 선생인 내가 보장할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내가 책임지고 그런 관행은 배제할 거야. 알겠니?"


"으음...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포기하도록 할게요. 아쉽네요."


"하하...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럼 이만 가봐도 되겠니?"


"바쁘신 건가요?"


"응. 오늘은 아비도스에 가봐야 할 일이 있어서."


"음... 알겠습니다. 바쁘신데 방해할 수는 없죠."


그렇게 선생님을 먼저 보내고, 나는 카페에 남아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하아... 이거 얼마나 더 해야 끝나는 걸까요..."


빈 플라스틱 용기가 7개쯤 테이블을 나뒹굴 때가 되어서야 업무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카페의 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가로등이 켜져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으응~---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요... 지치네요... 집에 가서 눈좀 붙여야겠어요..."


집으로 향하는 길. 길거리를 지나다가 공원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 서서 걸음을 멈추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 샬레에 소속된 학생들 중에는 게헨나 출신도 있다. 다른 학교 출신도 제법 있겠지. 대외적으로는 중립과 공정을 표방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각 자치구의 이권을 두고 다투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샬레를, 이대로 놓아두어도 괜찮은가? 게헨나 학원에, 히나 선도부장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를 그런 조직을? 하지만 직접적으로 샬레에 개입할 수는 없다. 그들의 권력은 각 자치구의 위에 있으며, 샬레에 개입하려 하는 것은 다른 자치구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가 된다.


그런 리스크들을 최소화 하면서 불온 요소들을 배제할 방법은... 선생님을 통해서 하는 것 밖에는 없다.


그런 선생님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


......


...........


아니.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지? 지금처럼, 여기까지 해온 것 만으로도 충분하잖아. 이렇게 한 것 만으로도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은데. 샬레까지 처리할 목록에 넣으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손가락질 당하고, 음해당하고, 숟한 음모와 사보타주에 시달리는 내가 달리 하소연할 곳이 어디 있어? 선생님밖에 없잖아.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셔. 흥분해서 되지도 않는 소리를 늘어놓아도 다 들어주시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다고.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한 같잖은 동정도 하지 않아. 선생님의 앞... 아니 곁이라면 온전한 아마우 아코로서 있을 수 있어.


이건 이미 다른 학생들이 눈치 챘을지도 몰라. 내가 선생님을 한두번 만난 것도 아니고, 아까 그 카페에 게헨나 학원 학생들이 있었을 수도 있어.


그런 불온 분자들이 선생님을 먼저 채가버리는 음모를 벌인다면? 그런 간악한 년에게 선생님이 집중하느라 나랑 만날 시간조차 빼앗겨 버린다면.


아비도스, 트리니티, 산해경, 밀레니엄, 백귀야행, 붉은겨울 연방. 그 많고 많은 학생들 중에 선생을 사모하지 않는 학생이 없을 수가 없다.


어쩌면 저 학원들 중에 속해있는 간사한 년이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돼... 내 유일한...."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된다고. 그런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나의 선생님을 그런 년들에게 빼앗기는건 최악이야.


"하하...하..."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다. 지금 선생님이 아비도스의 여우들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거라면? 사실 아비도스에 업무상 이유로 간게 아닌 사적인 이유로 방문하는 것이라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속박된 것이라면?


어쩌지? 어쩌면 좋지? 내 속내를 털어놓고 아마우 아코라는 소녀로 있을 곳은 선생님의 곁. 단 하나 그곳밖에 없는데. 그거마저 잃어버리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라는 건데...!


"아... 답은... 간단해..."


지금 해야 할 일은, 집으로 가서 목줄을 들고 선생님을 기다리는 일이다.


"헉... 헉... 아코... 무슨 일이야? 급한 일이라고 해서 서둘러 왔는데...."


"어머... 땀이 잔뜩이네요... 닦아드릴게요."


현관문을 넘어선 선생님은 급히 달려오기라도 한 것인지, 온 몸에 땀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공기중에 퍼져 향수처럼 코로 스며드는 선생님의 진한 체취, 흥분한 듯이 거친 숨소리.


그것들이 내 심장을 빠르게, 더 빠르게 뛰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가 엑셀을 밟듯이.


"고마워... 아코. 급한 일이라는게 뭐야?"


"아... 그건 말이죠. 저랑 내기 하나 하실레요?"


"아... 아코...? 문은 갑자기 왜 잠그는...? 목줄은 왜 들고 있는거야?"


침입자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관에는 삼중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내 지문이 없으면, 안에서도 밖에서도 열리지 않는다.


"룰은 저번과 같아요. 동전을 던져서 승부를 내는 거에요. 지는 쪽이 이 목줄을 목에 차고 네 발로 걷는거죠. 선생님은 힘들어 보이시니까, 제가 대신 던져드릴게요. 저는 저번에 선생님이 고르신 앞면으로 할게요."


"아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문 열어."


동전은 이미 던져졌다. 승리의 여신은 이번에도 나에게 등을 돌렸고, 동전의 뒷면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아핫- 이번에도 선생님이 이기셨네요. 그럼 승부가 났으니..."


목에 굴욕스러운 개목걸이를 차고, 미리 줄과 연결해놓은 줄을 선생님의 팔에 채웠다.


"무슨.... 아코.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풀어."


"멍멍- 저는 선생님의 충실한 강아지랍니다~ 저랑 놀아주시겠어요?"


"아코. 너 너무 일만 한 것 같다. 진정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쉬어. 학교에는 내가 유고결석계 내줄 테니까."


"에잇-"


"컥...! 아... 아코...!"


키보토스 밖에서 온 인간은 연약하다고 했던가. 키보토스의 학생들과는 달리 탄환 한 발만 맞아도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폭발에 휘말리면 그대로 몸이 산산소각 나버리는... 그런 유리조각상 같은 존재.


하지만 그 속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다. 그 따스함과 소중함, 유일한 존재라는 것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무언가를...


깨지기 쉬울 수록. 그 가치는 극대화되는 것이다. 설령 이렇게 학생 밑에 깔려 어쩌지 못해 하는 선생님이 그 증거다.


이 증거를. 내 기둥을 아마우 아코라는 울타리 안에 영원히 가둬둘 것이다. 선생님, 당신은 제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아요.


지금부터 제가. 이 아마우 아코가 후회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해 드리겠습니다.


"절대 놓치지 않을 거에요. 선생님. 지금부터 선생님의 위에서 아름답게 울어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의 목을 왼손으로 붙잡은 채, 오른손으로 옷의 단추를 풀



아 배달음식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