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소설을 쓸 때 이게 정말로 실존하는 세계라고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 있는가? 전 세계를 뒤져보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고, 나 또한 오래전부터 소설 속 세계는 실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오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내용을 장난식으로 소설 속에 집어넣는걸 좋아했다. 내가 지금부터 설명할 병 또한 그런 방식으로 생기게 된 병이다.


암타병이라는 불치병이 있다. 이 악독한 병은 내가 인터넷을 뒤지다가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병으로 이 병에 감염된 인간은 다른 무언가에게 괴상한 성적 욕구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코볼트와 마주치면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당하고 싶어지는 욕망이나 오크를 만나면 여기사처럼 함락 당하고 싶어지는 욕망이 있겠다. 


...이 대목에서 벌써부터 뭔가 이상한 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만, 아서라.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사실 이것도 최대한 약하게 예를 든 것이기 때문이다. 암타병의 증상중 그 증상이 심한것들은 안구 적출이나 사지 절단까지 존재한다. 상상해 보아라 자신의 애인이 웬 암타병이라는 병에 걸리더니 본인 스스로 자신의 사지를 자르고 안구를 적출하는 모습을 말이다. 그런 광경을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겐 다행히도 이 병은 실재하는 병이 아니었다. 그야 내가 장난식으로 만든 소설 속 설정이기 때문이다.


····."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없이 내 앞에서 날 노려보고 있는 소녀는 바라보았다. 푸른 머리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앞에 마주앉아 나를 잡아먹을듯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찔끔 하는 기분에 나는 슬며시 눈동자를 내려 애꿋은 바닥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어제까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