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아래 서있는 것만으로도 고역인 더위.

아스팔트가 지글거리며 녹아내려 신발에 쩍쩍 달라붙어 발목을 붙잡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지옥 같은 더위에, 양산 따위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고.

따끔거리는 피부와 흘러내리는 땀으로 흥건히 젖은 티셔츠는 몸에 달라붙었다.

습기는 태양아래 끓어올라 몸을 익혀버리니.

숨을 쉬는 것 자체가 힘들지경이었다.

전염병이라는 것은 이런 고온에도 죽지 않는 것일까.

더위를 참지 못하고 마스크는 점차 얇아져 갔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만큼 시원하진 못하리라.

마스크는 하나의 벽이었다.

벽돌에 입과 코를 박아 넣고 숨을 쉬는 기분이었다.

답답했다, 순환되지 못한 공기가 텁텁하기까지 했다.

침이 생기지 않았고, 마스크에서 빠져나온 한 올의 가닥이 애매하게 목구멍에 걸려 목젖을 건드린다.

구역감이 치솟아 헛구역질을 내뱉었으나, 그 한올의 가닥은 오히려 목젖을 휘감았을 뿐이었다.

침을 모아 삼키면 그래도 조금 나아질까.

하지만, 뜨거운 날씨에, 땀은 흥건하건만, 침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결국 마스크를 살짝 내려 손가락으로 목젖을 건드렸고.

'우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헛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다행히도 손톱에 걸려나온 한 올의 가닥.

이딴게 이렇게 사람을 가지고 놀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인중에 맺혀 있던 땀이 흘러 찝찔한 맛을 내었다.

“썅...”

소매로 인중과 턱, 목과 이마를 닦아내자 소매의 무게가 미약하게나마 늘어난 것만 같았다.

매미들도 더워서 죽었는지, 울지도 않는 조용한 여름 낮.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모습이었다.

얇은 외투로 히잡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티셔츠 하나에 얇은 반바지 하나 걸치고 얼은 생수를 들고 다니는 사람.

나처럼 양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이 죽어 버릴 것 만 같은 날씨에도 정장을 입은 안타까운 직장인들 또한 보였다.

답답한지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미묘한 동정심까지 유발하지 않는가.

직장 동료로 보이는 둘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자, 한 사람이 툭툭- 동료의 어깨를 치며 말을 내뱉었다.

“야 야.”

“아, 왜 씨발...”

“애 본다, 꺼라.”

“아...”

나를 흘깃 본 정장인 둘이 담배를 황급히 끄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헤실 거리는 미소와 함께 같이 손을 흔들어주니,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 표정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녹아버릴 것 같았다.

뇌가.

“애미 시발...”

이 나이 먹고도 애 취급이라니.

내가 저기서 담배를 피는 놈들보다 더 살았으면 더 살았을 텐데.

“외국인인가?”
“그렇지? 그, 뭔 외국 아역배우같은거.”
“근데 부모는 어디갔어?”

소곤거리는 직장인을 뒤로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나 김춘식이, 나이 34세.
대략 12살 전후 여아로 TS되었다.

눈떠보니 여자아이가 되어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갑작스레 나만 두고 훌쩍 커버린 세상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입을 옷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찬장에 라면을 꺼내려면 의자를 밟고 올라서야 했다.

그뿐인가, 세면대는 왜 이렇게 높은 것인지.

모든 것이 불편해진 세상에서 내가 졸부였다는 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요즘 시대에 인터넷과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없지 않은가.

나는 꽤나 어른스러운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에어컨을 끄고 나가지 않아 집안의 냉기가 감돌았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온도, 에어컨에 새겨진 숫자는 19도.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자연스레 게이밍의자에 앉아 의자의 높이를 높혔다.

그리고 밖에서 사온 펩시제로라임을 머그컵에 따르곤, 익숙하게 컴퓨터를 실행했다.

나는 잠깐의 표정 연습끝에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캠을 바라보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어흥! 묘널이야! 묘하!”

집안 온도는 차가웠지만, 채팅방은 후끈 달아오르다 못해 뜨거워졌다.

억지 헤실 미소를 지어보이며 양손으로 시청자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이 나이 먹고 이딴 짓을 한다는게 무척이나 고역지만.

어쩌겠는가.

졸부라 한들, 돈에는 끝이 있는 법이고.

신분도, 뭣도 증명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 내가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인 것을.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