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 of Mind.

대단히 위험한 습관이지만, 나무위키에는 정신의학 관련하여 매우 폭넓고 상세한 정보들이 서술되어있다.

이 ToM 역시 내가 위키질을 하다가 발견한 항목이며, 링크가 걸린 여러 항목들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고찰을 한 적이 있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나는 전문적인 의학 교육을 받은적이 없다. 의학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기술인 만큼, 전문가가 아닌 이의 자의적인 진단과 처방을 엄격히 통제하는 분야이다. 

그러니, 의학교육을 받지 않은 나는 인간정신에 관해 내 개인적인 경험과 그것을 보충하는 사견을 표현과 출판의 자유에 입각하여 설파하고 배포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유사과학에 불과하며, 나의 발언에는 어떠한 권위도 실려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여기에는 나의 표현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현할 자유 역시 내재되어있다.

또한 주의해야 할 점은, 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 불과하며 또한 이 자리는 학술저널이 아닌 만큼, ToM이라는 용어 자체를 포함하여, 전문용어와 자연어를 섞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무위키에는 ToM을 타인의 사고·감정·행동과 그 이유를 추론하는 즉, 감정이입을 주관하는 가설적인 정신적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사이코패스,  ADHD 등의 다양한 질환과 연관되어 서술되는 점을 볼 때, 인간의 사회성에 핵심적인 기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당 문서에도 설명되었듯, 실제 인간에게 이런 고유의 기관이 있는지 논쟁의 대상이며, 주류학계에서도 여러 비판과 논의가 진행되는중이라고 하지만 우선 가설을 세우고, 현실과 비교해나가며 그 오차를 보정해 나가는것 또한 연구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핵심일 감정이입, 공감에 집중해 보자.

자폐증(自閉症), 직역하자면 자기 스스로에게 갇혀있다는 뜻으로, 타인과 관계형성을 이루는데 장애를 겪는 질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아가자면, 내 생각을 '타인이 이해하도록' 표현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표현을 '그 사람의 의도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타인과는 다른 독자적인 사고회로의 결과일수도 있으나, 그저 표현방식의 차이일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문장을 보고 떠오르는 의문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 왜 이해가 안되지?'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표준인과 자폐인은 같은 언어를 공유하지 않는다.

표준인의 언어는 음성언어와 비음성언어로 나뉘며, 또한 음성언어는 단어와 성조·어조로 구성되어있고, 동일한 음성언어라 하더라도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표준적인 지능을 가지는 자폐인이라면 단어는 표준인과 공유할 수 있다. 어조 역시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비음성언어라면, 그나마 따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만큼은 자폐인과 비자폐인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성능이 낮은 고전적인 AI를 보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2와 뒤집어진 2를 같은것이라 인식하지 못하지 않는가. 그 맥락을 이해시키기 위해 딥러닝이라는 수단으로 얼마나 많은 사례들을 입력시켜야 하는가.


현대 의학에서는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선천적인 사항이라고 본다. 즉, 유전자의 표현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은 이 능력이 공감으로 진화하였고, 사회성으로 고도화되었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언어란 단순히 극도로 다양한 단어표현의 집합일 뿐 아니라, 거기에 맥락이 조합된 거대한 사회성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전자(Gene, 진)에 새겨진 공감능력이 있다 한들, 표준인들 사이에서 조차 언어들은 분화되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 뿐 아니라, 검지와 중지만을 펼친 채 손등을 보인다,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고 다른 손가락은 적당히 펼친다 등등 문화에 따라 다른 의미가 부여된 언어체계를 사용할수도 있다. 아마 이것을 모방자(Meme, 밈)라 부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한 표준적이지 않은 정신체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방적 돌연변이에 의한 표준적이지 않은 정신체계가 나타날 가능성 역시 공존할 것이다.



이쯤에서 과거의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상기해보자.

과거에는 선천적 왼손잡이의 경우 때려 패서라도 오른손잡이로 교정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익히 들어왔다. 그러다 사회환경이 변화하면서 왼손잡이에 대한 탄압이 사라지고, 그들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주류 문화는 왼손잡이 유전자 보유자에게 억지로 오른손잡이 모방자를 심지 않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 있듯, 왼손잡이 탄압과 포용의 문화가 경쟁하던 시대가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주류사회에서는 왼손잡이가 탄압되던 와중, 진보적인 가정에서 먼저 선천적 왼손잡이를 포용했다. 그 아이는 우연히 왼손잡이를 포용하는 진보적인 학창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회에 들어서자 그는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탄압받기 시작한다. 문제가 발생했다.

그의 유전자-본능-은 왼손을 사용하라 한다. 그의 모방자-무의식-역시 왼손을 사용하라 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모방자들-의식-은 오른손을 사용하라 한다.

다른게 아니라 이것이 바로 의식과 무의식의 불일치이며, 정체성의 혼란이다. 

나아가, 타인으로부터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 '예의가 없다', '반사회적이다'라고 규정된다.


이러한 혼란을 견디며 늦게나마 억지로 오른손잡이라는 모방자를 이식받았다 해도, 가정으로 돌아왔을때 어린시절과는 달리 오른손을 사용하는 아이를 보며 최악의 경우 부모가 또다른 탄압을 가할 수도 있다. 이때 결국 인격이 해리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오른손잡이, 집에서는 왼손잡이.



사소한 한 가정의 모방적 돌연변이와 아이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합쳐져 아이는 사회의 언어와 내재적 언어가 일치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의미를 확장해 보자면, 이것 역시 ToM의 한편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점점 사례를 확장해 나가자.

물려받은 가산과 타고난 능력에 우선되는 날때부터 부여받은 귀천에 대한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신과 영혼과 미신에 대한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타고난 성이 해선 안되는 일과 해야하는 일을 규정한다는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말과 텍스트로 표현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의미를 가진다는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에게는 인간이 최우선이라는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에 대한·부모에 대한 모성애·부성애를 이해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이 내게도 고통이라는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건과 다른 사건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는 서로 같다고 알려진 사건들이 사실 다른 것이라는 믿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즉, 어제와 오늘 사이에 공유되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라 판단하는 모방적, 유전적 돌연변이가 언제든 발생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주류 사회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무의식적 사고 역시 주류 사회와 공유하지 못하며, 그에 따른 표현 역시 외부 입장에서는 쌩뚱맞게 보여지는 것인데, 이러한 입출력 사이에는 사실 타인과 자신 모두 표현상 생략된 어마어마한 무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 무의식은 선천적으로 타고났을 수도 있고, 타고났음에도 어린시절의 교정으로 사회적으로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고, 발현되었음에도 사회언어상 용인 가능할 수도 있고, 언어적으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쁜 의미의 사회 언어와 일치하게 되면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돌연적인 이러한 불일치는 막을 수 없다. 강력한 환경적 압력으로 억제적인 모방자를 아무리 강제하더라도, 유전적·모방적 돌연변이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언제나 사회환경 너머의 자연환경이 지금과 동일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돌연적으로 치명적인 자연환경의 압력이 변화한다면, 일률화된 표현형들은 손 쓸 사이 없이 멸종해버리고 말 것이다.




차라리, 언어의 불일치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언어, 사악한 표현이나 의미는 평범한 언어에 대해 포용의 자세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발짝 물러서서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우리 둘 다 분석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배려가 없다', '예의가 없다', '반사회적이다'라는 규정의 의미를 욕이 아닌, 그저 객관적으로 '그런 사람이다'라고 달리 인식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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