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렁뱅이 손에 동전 한 닢, 엠뷸런스.



2.

음식물 쓰레기통, 204호, 6890원, 53kg.



3.

강아지가 죽어있었다.

근데,

밤중에 얼굴을 햝은건?




1번은 창작, 2, 3번은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괴담을 이 형식으로 표현해본것.

이하 헤밍웨이 단편에 대한 내 분석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어니스트 헤밍웨이


왜 이 6단어에 사람들은 감탄하는 것일까.

단순히 이것은 신은적 없는 아기 신발을 판다는 의미이다.

즉, 가게에서 새 아기신발을 팔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저도 모르게 다른 의미를 읽어낸다.


가장 먼저 형식을 보자.

For sale:

물건을 판다. 그러나, 전문적인 의미는 아니다. 전문적인 판매상이라면 간판을 내걸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판매점을 홍보한다. 그래서 오히려 판매점 내부에는 "판매:"이런 단어가 없다. 차라리 가격표를 명시한다. 판매점 내부에 진열된 물품은 기본적으로 판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매품"이라는 단어로 이것은 예외인 물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즉, 자신이 판매한다고 굳이 적어둘 만큼, 화자는 전문적인 상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문화맥락을 떠올려야 한다. 영어이고, 헤밍웨이 즉 미국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좀 뜸해졌지만, 과거에는 미국과 유사하게 벼룩시장을 많이 열었다. 그리고 각종 매체로 우리는 미국의 garage sale 문화를 일단 알고있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벼룩시장에 물건을 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나와 그리 다르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일반인이라고 떠올리는 것이다.


다음에 나온 Babe shoes.

앞서 우리는 화자가 일반인이라고 이미 떠올렸다. 그리고 벼룩시장이다. 그렇다면 필요에 의해 화자가 샀던 물건이지만 이제는 쓸모없어진 아기신발을 낸 것이라 떠올릴 수 있다. 그냥 신발도 아닌 아기신발.

일반적으로 육아용품은 가격은 비싸지만 얼마 쓰지 못하고 금새 버려진다. 아이는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빠르게 필요한 시기가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아직 품질이 상하지 않았음에도 효용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벼룩시장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물품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는 아이가 자라 맞지 않게 된 신발을 팔러 나왔다고 우선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의 Never worn.에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분명 이미 주인이 있던 아기신발인데 신은적은 없다? 신은적이 없다면 왜 벌써 파는거지? 그때 우리는 생각한다.

화자는 아기신발을 살 필요가 있었다. 즉, 출산을 기다리는 행복한 이였을 것이다. 아이를 볼 기대감에 부푼채 새 신발을 장만했다. 그러나 신발은 벼룩시장에 나왔다. 화자에게 아기신발은 효용성을 잃은 것이다. 한번도 신지 않았음에도. 즉, 화자에게는 한때 아이가 있었으나 신발을 신을 새 없이 아기가 사라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산, 사산이 있다.

이 순간 우리는 소름을 느낀다.


이러한 내용들은 글 내부에는 전혀 드러나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짜맞춰가며 위의 흐름을 읽어낸다. 그리고 단 6단어만으로 이런 장황한 사실을 압축해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다시 표현하자면, 

기 : for sale

승 : baby shoes

전 : never worn

결 : 이 문장이 써진 이유에 대한 독자의 상상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것에는 제일 처음 전제인 벼룩시장 문화에 대한 강력한 공감이 전제되어야 하고, 독자가 육아물품에 대한 경험을 공감해야 하며, 위의 상황들로부터 도출되는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그것을 한발 앞서 꼬아 뒤집는, 인간심리 머리 꼭대기에 위치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다르게 보자면, 자명한 전제1, 전제2를 내어두고 귀납적으로 추론되는 예측1에 반대되는 사례를 던져 1차 충격을 주고, 앞선 전제들로 타당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다른 추론을 스스로 도출해내도록 유도하며, 단 6글자만으로 이렇게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2차 충격을 독자에게 안겨주는것이 포인트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 각 문장은 주어와 수식어 페어로 간결히 표현하고 있다. 단 2개 단어의 조합으로 총 3개 문장으로 최대한 많은 국면들을 담은 것이다.


사실 워낙 간결하다보니 그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추론이 가능하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단순히 아이가 워낙에 그 신발을 싫어해서 그냥 팔아버리려고 할 수도 있다. 또는 화자가 지나치게 많은 신발을 사버려서 이 신발을 신을때까지 차례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좋은 상황을 먼저 떠올리도록 진화해왔다. 사바나에서 풀숲 움직임을 보고 사자를 연상해서 빠르게 위기를 모면하려던 흔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인 아기의 사망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이 6단어에는 그러한 통찰까지 포함된 것이다.



수필 전작
내가 느낀 ToM, 사회학, 진화생물학
수필 다음작
사람이 스트레스에 절여지면 인내심이 적어진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