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가 과거를 살아가듯이
모든 목소리가 공허한 되감기,
과거를 향해 수렴하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생각도 소리도 그러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바라보고
지금 이순간이 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법이라고

당신과 만났을 때 나는 되려 두려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가짜인지 아닌지
헤아릴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당신을 보았을 때
나에게 더 큰 두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코를 스치는 향기와 담배 연기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본 뒤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포기는 천성, 익숙하고 편한 일이었기에
눈을 감고 잊는 건 숨쉬는 일과 같았기에

그러나 골방에 틀어박혀 당신과 같은 담배를 피우며
당신이 좋아한 뻔하고 재미없는 시를 쓰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방과 담배와 시, 그 외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신이 없는 용기는 미래,
그러나 두려움보다 한 발짝 뒤에 머물러
빼기보다 못한 더하기가 되었습니다.


***

이상하게 요즘엔 뻔한 시 쓰는게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