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를 기준으로 몸통을 양분하는 계곡을 가진 그 과실은 흡사 풍만한 엉덩이를 떠올리게 한다. 괜시리 야한 기분이 드는게 아니라 과실을 들고 있는 손이 민망할 정도로 그것은 정말 부드러운 감촉이 들었다. 그저 생각없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만지작 거리고 싶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하얀색을 바탕으로 부분부분 수줍은 듯 조금씩 붉어진 그 색깔마저 요염하니, 그저 과실로서 봐주기 어려운 비주얼이었다. 


흐르는 물에 몸을 씻겨준다. 손으로 약간의 힘을 주며 조금씩 털을 닦아내듯 문질러댄다. 딱딱한 몸뚱아리는 어느정도 힘을 주면서 쥐고 있어도 추하게 찌그러지면서 과즙이 터져 나오는 일이 없어서 좋다. 둥그런 몸통을 골고루 닦고 혹여나 제대로 손이 가지 않았을 계곡의 은밀한 부분까지 정성스럽게 손길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을 머금은 과실의 표면은 더욱 더 기분좋은 감촉이 되어있다. 이미 젖은 채로 저항하기를 포기한 듯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표면의 거친 느낌은 사라져 있었고, 그저 굴복한 채로 내 손에 길들여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물기를 털어내고 양손으로 집은 채로 벌어진 결에 코를 갖다 대었다. 


입에 넣지 않았음에도 올라오는 달콤한 향기. 


점잖스럽지 못하게 나도 모르게 숨소리가 커졌다. 달콤한 향이 들숨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 그 맛을 기억하고 있기에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아득한 달콤함에 혓바닥으로 매끄러운 그 몸을 핥아 보았다. 


맛이 날리가 없었을 테지만 혀에 감기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이미 머금고 있는 수분과 혀에도 충분히 침이 고여 있어기에 촉촉함이 부족할 리는 없을 것이다. 저항하지 못하는 그 매끄러운 몸을 혓바닥으로 차례차례 유린해 나간다. 철저하게 반박도 못할 정도로 음탕하게 질척거릴때까지 계속해서 혀를 놀렸다. 어쩔수 없이 물을 흘려댔다는 순진한 항변따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너뜨릴 생각이다. 유린당하는 자에겐 도주라는 선택지조차 과분하다.


밑에서 위를 향하여, 바닥에서 꼭지까지 계곡의 결을 타고 올라간다. 양쪽 볼기짝을 강하게 쥔채로.


꼭지에 이르러서 혀를 떼자 끈적한 타액이 실을 그리며 떨어져 나갔다. 농익은 향기에 타액의 점도도 참을 수 없이 걸쭉해져 있었다. 


그리고 티없이 깨끗한 몸뚱아리를 한 입 베어물었다. 


실체가 없는 농익은 향기는 끈적거리는 과육이 되어서 입 안으로 터져나왔다. 베어 문 과육을 입 안에 넣었지만 이미 어쩔수 없을정도로 과육은 넘쳐흘러 입술을 타고 턱을 지나서 땅으로 뚝뚝 떨어졌다.


도도할 정도로 타인의 손길에도 그 모양을 유지했던 딱딱했던 그 몸이 이렇게나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물을 질질 흘려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그래도 아직 타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 듯 딱딱한 과육의 식감은 아삭거리면서 다소 저항하고 있었지만 몇번을 씹어대니 그마저도 본능에 따라 물을 뿜어대며 입안을 적셔댈 뿐이었다.


과육의 단면은 겉부분 만큼이나 깨끗한 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맛보기 전보다 더욱 강렬해진 향기와 끝없이 흘러내리는 끈적한 단물을 오래 놔둘 수는 없었다. 이미 안쪽까지 침범당한 채로 그대로 냅둔다면 그 달콤한 향에 이끌려 벌레가 꼬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음탕한 것. 


나를 유혹하고 벌레마저 불러 들이는 헤프고도 치명적인 속살이다. 그것은 누구나 우러러 볼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인 동시에 누구에게든 몸을 허락하는 매혹적인 창부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속살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더 거칠게 과육을 탐닉했다.


그 누구에게도 허락할 수 없다.


강렬한 향기와 끈적거리는 속살의 점액에 취한 것인지 이젠 점잖을 빼며 음미할 정신머리조차 남지 않았다. 


한입 한입 과육을 깨물고 단물을 탐하며 목에 넘기는 쾌락만이 나를 지배했다. 이성이라곤 없는 갈증을 해소하는 짐승만이 그 자리에 존재했다.


마침내 한입에 넣을 정도가 된 과실의 몰골은 처음의 아름답던 모습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처참해져 있었다. 망설임 없이 그리고 가차없이 입안으로 집어 넣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단물도 단 한 점의 과육도 온전히 나의 것이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그 몸뚱아리를 착취하고 약탈한 끝에 나는 씨앗을 쏟아내었다. 


그러고는 더 이상 거기에 눈길조차 주지도 않은 채 그것을 쓰레기통에 갖다버렸다.